"논술을 위해서는 배경지식이 필요하다니요?"하고 굳이 놀랄 필요는 없습니다.

연재를 통해 누누이 강조하지만 텍스트의 독해만으로 뜻을 확정시키는 일은 학생 스스로의 굳은 심지를 필요로 한 일이지요.

배경지식이 있다면, 좀 더 손쉽게 문제의 의도나 방향을 파악하고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배경지식은 어떻게 쌓아가나요?"

우선 기본적인 배경지식이라고 하는 것들이라고 해봤자,지난 시간에 보여드린 주제표와 같이 일상적으로 우리가 흔히 듣는 이야기들입니다.

출산율이나 고령화,이주노동자,정보화 등 이것은 굳이 누구에게 배워서 알 수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문제를 통해서 배우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가 문제를 통해 많은 경험을 한다는 것은 결국, 새로운 문제를 접했을 때의 경외감과 신비감을 줄여주기 위함이지요.

오늘은 2007학년도 서울여대의 기출문제를 풀어보면서, 도표/통계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중급교재 p.35에 있습니다. )


<문제> 위에 제시한 자료와 도표를 참고하여 우리 나라 여성의 고용 현황을 분석하시오. (350자 내외)
[생글 논술 첨삭노트] (64) "도표 문제는 주제에 관련된 상식이 어느정도 필요"
*노동보상도: 근로의 대가로서 임금 등의 보상을 적절히 받고 있는지 여부를 나타내는 결과지표로 시간당 임금 비율로 산정. 남성의 임금을 100%로 했을 때 여성 임금의 비율

*노동위상도: 승진 등에서의 차별을 측정하는 지표로서 관리직 비율로 산정. 관리직 남성을 100%로 했을 때 관리직 여성의 비율





⊙ 문제풀이

제시문이 3개가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저 '모두 참고하여' 정도로 되어있으니 이 제시문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겠군요.

이미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시피, 제시문의 관계는 '같다/다르다/포함하다'정도가 전부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같거나 다르거나이지요.

그리고 주제는 '여성의 노동'입니다.

출제학교는 '서울여대'지요.

그렇다면, 무언가 '여성의 노동이 여전히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구나'라는 내용으로 문제의도를 구성했을 가능성이 크겠지요.

(그걸 어떻게 아냐구요? 아,경험입니다. 여대들이 내는 빈출주제 중의 하나가 이런 것이기 때문이지요) 설마 '우리 사회가 이렇게 남녀평등이 잘 이루어지고 있구나!'라는 것을 찾아내라고 문제를 내진 않겠지요.

논술은 기본적으로 '문제의식' 덩어리들을 얽어놓은 것들입니다.

자,그리고 또 하나 유의해야 할 점은 일정한 스토리 라인에 관한 것입니다. 가령 위처럼 3개의 제시문이 주어졌을 경우, "(가)는 어쩌구, (나)는 어쩌구, (다)는 어쩌구, 결론적으로 어쩌구" 하는 방식의 나열구조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겠지요.

문제의도나 방향을 이해하지 못한 채 도표숫자만 읽고 만 것일테니까요.

결론이라고 해봤자 '여성들이 여전히 차별받는다'는 것뿐이니, 변별력도 없을 것입니다.

출제자가 애초에 머리 속에 그려주었던 그 스토리 라인을 따라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A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B하다'와 같은 형태같은 것입니다.

[생글 논술 첨삭노트] (64) "도표 문제는 주제에 관련된 상식이 어느정도 필요"
자, 그럼 도표를 보겠습니다. 숫자의 변화만 신경써도 충분히 분석 자체가 가능합니다.

지난 시간에 이야기했듯, 도표를 읽을 때는 '가장 큰 수와 작은 수''가장 옛날과 가장 최근'을 비교하며 읽습니다.

표(가)에 보이다시피, 취업률의 차이는 미세하게나마 줄어들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것은 여러 이유 때문이겠지만, 여기서는 굳이 그것까지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배경지식: 당연히 남녀평등교육의 강화나, 자녀수의 감소로 인한 투자 확대, 서비스업의 확대 등의 이유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만, 남자의 증가율보다 여성의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것을 언급하기만 하면 그만이지요.

(나)는 그래프입니다. 일용직이나 임시직(계약직)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경제활동이 고정적일 수 없으며, 노동에 따른 대우도 박하게 마련이겠지요.

대개 단기간에 필요하거나, 비용절감을 위해 도입된 경우가 대부분인지라 쉽고 단순한 반복작업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프는 이런 일에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투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경기순환에 따라 다소 들쑥날쑥하기는 하지만, 여자가 남자보다 불안한 노동환경에 놓여있다는 것만은 확실하군요.

[생글 논술 첨삭노트] (64) "도표 문제는 주제에 관련된 상식이 어느정도 필요"
표 (다)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노동보상도나 위상도가 높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임금은 2/3,관리직 비율은 1/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특히 위상도의 경우에, '유리천장'이라고 불릴 만큼 여성들의 승진의 기회는 매우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것의 개별적인 이유를 우리는 알 수 없지만, 문제의도상 어떠한 차별로 인해 생겨난 일이라고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결국 3개의 자료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새로운' 내용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것이 분석된 내용=내연)

(가) 취업률의 차이는 줄어들고 있다. (여성취업률이 높아지고는 있다. )

(나) (하지만, 취업을 한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여자는 남자보다 불안한 노동환경에 놓여있는 경우가 더 많다.

(다) (더군다나) 노동보상도나 위상도가 미세하게 높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여성 차별적 상황들은 존재하고 있다.

이걸 정리해서 예시답안을 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결론을 앞에 두는 두괄식을 사용했습니다)



각 자료들을 참고하여 보았을 때, 우리 나라의 여성 고용 현황에 있어 여전히 적지 않은 차별이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

도표 (가)에 드러난 경제활동참여율의 동향에 따르면, 분명 남녀 간 취업률의 차이는 15년간 27.0%에서 24.7%로 미세하게나마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나)에 보이듯 여성의 일용직이나 임시직 비율이 40%에 육박하는 상황은 여성이 상대적으로 불안한 노동환경에 놓여있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더군다나, (다)의 표가 증명하듯, 여전히 임금은 2/3, 관리직 비율은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은 여성에 대한 사회차별적인 대우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방증하는 것이다.



⊙ 첨삭 및 교재 배부에 관하여

지금 연재 중인 2011년판 교재 시리즈들을 깔끔하게 제본된 책자로 보고 싶으신 분들은 메일을 주시기 바랍니다.

이 교재에는 혼자서 공부하는 지방의 학생들을 위해서 해설과 예시답안까지 모두 들어있습니다.

(물론 크지 않지만 비용이 들어갑니다) 논술 전반에 대한 문의도 계속 받고 있으니, 주저없이 질문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는 진도를 빨리하여 경제주제에 대한 문제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최근의 논술문제들은 경제주제에 관련된 세부적인 문제들이 자주 출제되는 만큼,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용준 S · 논술 선임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