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으로 1교시 2번,3교시 2번 문제를 보겠습니다. 문제 1의 입장에서 보기를 평가하라는 문제 유형입니다.
아마 많이 들어봤겠지만 논술 문제에서 사용되는 용어의 의미는 95% 이상의 대학에서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중 '평가'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이 좋은지,나쁜지를 설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제시문 가를 토대로 제시문 나를 평가하라"라는 문제가 있다고 합시다.
이럴 경우에는 제시문 가의 논리로 봤을 때,제시문 나의 논리가 좋은지,나쁜지를 판단하고,그것이 왜 그런지를 설명해 달라는 문제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요.
만약 제시문 가는 남성의 쇼핑방법에 대한 글이고 제시문 나는 여성의 쇼핑방법에 대한 글이라고 합시다.
제시문 가의 입장에서 제시문 나를 평가하라고 하면,일반적으로 부정적으로 평가할 것입니다.
왜 두 가지 옷 중 하나를 고르지 못하는가라는 점에서 출발하여 주체적이지 못하다 고민만 하다 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식의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왜 제시문 나가 나쁜지를 설명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평가라는 말의 의미가 바로 이런 것입니다.
따라서 2011년 수시 1교시의 2번 문제, 즉 문제 1의 두 입장 각각에서 보기의 상인을 평가하라는 요구는 공리주의를 토대로 사회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에서 공리주의적 태도를 가진 상인을 평가하고, 의무론을 토대로 사회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에서 공리주의적 태도를 가진 상인을 평가하라는 말이 됩니다.
그럼 글의 방향은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전자의 경우는 좋게 판단한 후 왜 좋게 판단했는지를 설명할 것입니다.
반대로 후자의 경우는 좋지 않게 판단, 즉 부정적으로 판단한 후 왜 그런지를 설명하겠지요.
혹시나 오해가 있을까 설명하자면, 논술의 평가에는 두 가지만 존재합니다.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그것이지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조화 · 절충적 평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긍정적 평가라면 왜 좋은지, 부정적 평가라면 왜 나쁜지만 있습니다.
결국 평가하기 유형은 같은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 후 그 이유를 설명하고, 반대 입장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한 후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비판하기 유형은 대립된 각각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의견이 왜 틀렸는지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1교시 3번 문제, 2교시 2, 3, 3교시 3, 4번 문제:
정서적 사고가 아닌 정량적 사고가 필요한 정확한 도표 분석 유형
다음으로 1교시 3번, 2교시 2,3번, 3교시 3,4번 문제를 보겠습니다.
모두 도표를 분석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2,3교시는 문제 1의 입장에서 설명하는 것이고, 1교시는 입장과 관련이 있지만 도표 자체 분석에 더 무게가 실려 있는 문제입니다.
지난 번에도 설명했지만, 요즘의 논술 트렌드 중 하나는 수험생들의 수리적 사고능력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수학에 기반한 수리문제가 출제되거나 논리력과 이해력에 기반한 수리문제가 출제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전자의 경우는 기댓값이나 통계, 수열같은 문제가 출제된다면, 후자의 경우는 도표분석이나 주어진 조건에서 답을 찾아내는 문제가 출제되는 것이지요.
성균관대의 경우는 도표분석을 통해 수험생들의 수리적 사고능력을 평가하고 있고, 이는 성균관대의 전통적인 경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학생들이 도표분석을 잘 못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학생들은 도표분석을 못할까요?
생글생글 신문에 자연계 논술 코너를 담당하는 김희연 선생님과 이 주제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던 중 김 선생님께서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인문계 학생들은 도표분석뿐만 아니라 논술에서 수리 문제를 잘 못 푸는 이유는 정량적 사고가 필요한 문제에 정서적 사고로 접근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
정량적 사고는 자신이 좋고 싫음을 떠나 데이터의 있는 그대로를 보고, 그것의 경향성을 살펴보는 것을 의미하고, 정서적 사고는 말 그대로 감성적이고 주관적인 해석을 하는 것에 사용됩니다.
즉, 문학을 읽을 때는 정서적 사고가 필요하고 수학 문제를 풀 때는 정량적 사고가 필요한 것이지요.
그런데 아무래도 인문계 학생들은 자연계 학생들에 비해 수학과 과학을 접근하는 경험의 차이로 인해 정량적 사고가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지요.
그런데 도표분석은 수학 문제를 푸는 것처럼 정량적 사고로 접근해야 하는 것입니다.
최대값은 무엇이고 최소값은 무엇인지, 증가하고 있는지 감소하고 있는지, 혹은 A라는 변수로 인해 B라는 데이터의 변화가 있는지 등 모두 정량적 사고, 즉 논리적 사고를 해야 하는 것이지요.
느낌으로 감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도표분석을 잘 못한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은 도표를 직감, 감으로 접근하고 있는지부터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왠지 이런 것 같다라는 접근이 아니라, 이러 저러한 수치를 봤을 때, 이러한 결론이 도출된다라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도표의 제목을 통해 도표가 왜 조사되었는지를 찾아내고, 도표를 분석할 수 있는 도구를 참조에서 찾아내고 각각의 숫자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명탐정 코난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도표 여러 군데에 숨어있는 정보를 찾고 그것을 잘 연결시키면 범인의 윤곽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입니다.
A가 못되게 생겼으니까 걔가 왠지 범인 같다라는 판단을 하면 안된다는 것이지요.
▼1~2교시 4번 문제:
주어진 입장들을 현실에 적용시키는 문제
마지막으로 1, 2 교시의 4번 문제를 보겠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문제 유형은 모두 다릅니다. 1교시의 경우 하나의 입장을 선택하여 보기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라고 요구하고, 2교시는 세계화의 명암을 밝힌 후 세계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세하게 살펴보면, 1교시의 4번 문제의 보기는 상속세에 대한 찬반 논란입니다.
결국 주어진 두 입장에서 봤을 때 상속세에 대한 찬반의견이 갈리게 되는 것이지요.
자신의 견해를 쓰라고는 했지만, 입장 중 하나를 선택한 후 상대방의 입장을 비판하거나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라는 문제유형입니다.
2교시의 경우 주어진 주제가 세계화에 대한 긍정, 부정적 측면을 대변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보기에서 설명된 사례의 긍정, 부정적 측면을 찾아 설명한 후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방안을 쓰라는 문제입니다.
이렇게 봤을 때, 문제 유형은 다를 수 있지만, 주어진 입장을 기반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구체적인 현실에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2010년에 법인세 인하를 출발점으로 상속세 인하, 혹은 폐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는데 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학생들에게 묻는 것이 1교시 출제자의 의도였다는 점을 알 수 있지요.
마찬가지로 국내의 큰 육체적 노동을 담당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정 등 세계화라는 현실적인 물결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할지를 묻는 것이 2교시 출제자의 의도였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자료들이 제시문들과 각각의 입장으로 드러나고 있었던 것이지요.
결국 1~2교시의 4번 문제를 잘 쓰기 위해서는 논술 전체의 주제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출제자가 수험생에게 어떤 것이 궁금해서 이러한 문제를 출제했는지를 생각하고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 성균관대 논술 대비법 및 총평
-논술의 기본 이상의 실력이 필요한 시험
그리고 이 원고를 쓰고 있는 사이 성균관대에서 논술모의고사를 진행했는데, 위에서 분석한 문제 유형이 크게 바뀌지 않고 출제되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풀패키지 형식이 그대로 출제된 것이죠.
1번 문제는 제시문 4개를 분류한 후 대립되는 입장을 중심으로 요약하는 문제, 2번 문제는 대립된 입장 중 하나를 선택하여 보기글을 평가하는 것, 3번 문제는 도표분석, 4번 문제는 입장 중 하나를 옹호 혹은 비판하는 것이었습니다.
주제는 전쟁과 폭력에 대한 것으로 폭력은 무조건 용인될 수 없다라는 입장과 자국민의 보호와 보편적 인권을 추구하는 폭력은 용인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성균관대 논술은 앞서 말한 것처럼 풀패키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논술의 기본을 마스터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논술의 기본기는 제시문의 독해, 비교, 분석, 비판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모두 적용되고 도표분석과 전체 논제를 바라보는 힘, 자신의 견해를 쓰는 것까지 대입논술에서 다루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시험이 바로 성균관대 논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성균관대 논술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논술을 차분히 준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능 이후에 보는 수시전형인 만큼 힘들겠지만 꾸준히 논술을 준비하고 많은 글을 써보는 연습을 해야 할 것입니다.
수능 후에 잠깐 학원이나 과외 등을 통해 2~3일, 혹은 길게 1주일 공부하고 시험을 보는 것보다는 꾸준한 연습으로 실력을 다진 후 시험을 보는 것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은 자명하답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학이 논술을 보고 있는데 아직 논술을 준비하고 있지 않은 수험생이 있다면 학교, 방과후 수업, 스터디 등 어떤 방법으로든 논술 문제를 쓰고 평가받는 연습과정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다음 호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