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토플' 시대…영어 교육에 지각변동 온다
"다음을 듣고 그림에서 일기예보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고르시오."(듣기 3급) "그림을 보고 상황을 말하시오."(말하기 2급)

"자신이 여행했던 장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에 대해 장소와 시간,이유 등을 포함해 60~80단어로 쓰시오."(쓰기 2급)

'한국형 토플'로 불리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에 나올 문제 유형들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외국어(영어)영역을 대체할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2 · 3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달 26일 서초동 서울고에서 공개토론회를 열어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시행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국가영어능력평가는 듣기 · 읽기 · 말하기 · 쓰기 4개 영역에서 4등급 절대평가로 운영된다. 내년부터 대학의 수시모집에서 시범적으로 활용된다.

이르면 2016학년도부터 수능 시험 외국어 영역을 대체한다.

교과부는 내년 하반기 국가영어능력평가의 공신력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대체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또 시험 시행에 맞춰 학교 영어수업에서도 말하기와 쓰기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국가영어능평가에 대한 정보는 교과부의 영어교육정책 웹사이트(english.go.kr),교육과정평가원 웹사이트(kice.re.kr),EBS 영어교육방송 웹사이트(ebse.co.kr)를 통해 제공된다.
'한국형 토플' 시대…영어 교육에 지각변동 온다
고등학생용 국가영어능력평가(성인용은 1급)는 2급과 3급으로 나뉜다. 2급은 대학 공부에 필요한 기초학문 영어사용 능력을 평가한다.

3급은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실용영어능력을 테스트한다.

시험은 인터넷으로 보며 절대평가 방식으로 평가한다.

등급은 A · B · C 등 패스(pass) 등급과 '평가불가'인 F(fail)의 4단계다.

현행 수능 영어보다는 조금 쉽게 출제된다.

시험시간은 △듣기 35분(4지선다형) △읽기 50분(4지선단형) △말하기 15분 △쓰기 35분 등 총 135분이다.

듣기 · 읽기가 각각 32문항,말하기는 4문항씩이다.

쓰기의 경우 2급은 2문제,3급은 4문제가 나온다.

고3 때 또는 대입 희망자가 두 차례 응시해 좋은 성적을 고를 수 있다.

2급이나 3급을 두 번 칠 수도 있고,2급과 3급을 한 번씩 쳐도 된다.

교과부는 성적 유효 기간을 '고교 졸업 이후 2년' 정도로 검토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내년 하반기에 치러지는 2013학년도 수시모집부터 시범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예들 들어 A대학 영문과는 듣기 · 읽기 · 말하기 · 쓰기 2급 A등급을 요구할 수 있다.

또 B대학 관광과에서는 듣기 · 말하기 3급 A등급을 지원 자격기준으로 정할 수 있다.

C대학 철학과에서는 읽기 2급 B등급 이상을 요구할 수 있다.

시험은 기존 지필고사와 달리 일반 학교에 설치된 시험장(컴퓨터실)에서 치러진다.

중앙센터와 수험자의 컴퓨터가 인터넷으로 연결돼 실시간으로 문항이 학생들에게 전송되고,학생들의 응답은 서버에 저장된다.

답안 채점은 듣기 · 읽기의 경우 4지선다형이기 때문에 컴퓨터를 통해 자동적으로 이뤄진다.

말하기와 쓰기는 채점자가 서버에 접속해 온라인으로 점수를 매긴다.

교과부는 전국 영어 교사를 대상으로 사전에 채점자를 공모,온라인 연수와 연습 채점 등 실습을 거치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신뢰도가 높은 채점자를 5000명까지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듣기는 헤드셋을 통해 듣고 화면의 답안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읽기는 화면의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면 된다.

말하기는 화면의 문제를 보고 헤드셋을 이용해 직접 음성 답안을 녹음해야 한다.

쓰기는 문제를 보고 컴퓨터 키보드를 사용해 답안을 입력하는 식이다.

듣기 · 읽기는 인터넷으로 보는 시험의 특성을 활용해 위치찾기,도표 정보 찾기 등 클릭형 문제가 나온다.

듣기평가의 3급 예시문항으로 △남자의 말과 이에 대한 세 가지 반응을 듣고 가장 적절한 것을 고르시오(적절한 응답찾기) △대화를 듣고 여자의 주장으로 가장 적절한 곳을 고르시오(주장찾기) △남자가 전화를 건 목적으로 가장 적절한 것을 고르시오(목적찾기) 등이 제시됐다.

2급에서는 의견찾기,주제찾기 · 세부정보 파악,화자가 할 일 찾기,숫자 정보찾기 등이 예시문항으로 소개됐다.

읽기에서는 문법 지식을 묻는 문제는 내지 않기로 했다. 영어점수는 높지만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폐단을 막자는 취지다.

대신 인터넷 쇼핑몰의 환불 안내문을 제시한 뒤 '글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엇이냐'(읽기 3급)와 약 처방전을 보여준 뒤 '맞는 복용법은 무엇이냐'(읽기 2급)는 형식의 문제를 출제한다.

말하기 평가는 △유창성(fluency) △발음(pronunciation) △언어사용(language use) △구성력(discourse) △과제완성(task completion) 등 5개 영역에 각 영역별로 5단계로 평가한다.

발음의 경우 원어민과 가까운 수준이나 특정 국가의 발음보다는 이해 가능한 수준인지만 평가한다.

말하기 2급에서는 발표하기(프레젠테이션) 문항이 포함된다. 3급에서는 일상 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소재의 문항이 들어간다.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출한 학생의 모습을 그림으로 보여준 뒤 1분 동안 영어로 말하도록 하는 예시 문항(2급)이 제시됐다.

쓰기에서는 내용(content),구성력(organization),언어사용,과제완성 등 4개 영역을 평가한다.

에세이 형식의 자유 작문이 아니라 특정 정보를 주고 약간의 의견을 추가해 글을 쓰는 문제가 나온다.

예시 문항으로 △그림을 보고 버스 정류장에 있는 인물들의 행동을 묘사한 글을 20~30단어를 사용해 완성하라(3급)와 △강원도 홍천에서 농촌 돕기와 방과후 학교 봉사활동을 함께 할 것을 친구들에게 권유하는 이메일을 40~50단어로 쓰시오(3급) 등이 제시됐다.
'한국형 토플' 시대…영어 교육에 지각변동 온다
이건호 한국경제신문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