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세금의 주인이자 감시자

'세금은 눈먼 돈' 이라는 생각은 곤란

[세금을 바로 알자] (6) 납세가 애국
인도의 소와 태국의 흰 코끼리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국민들이 신성시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태국에선 흰 코끼리가 국가의 수호신으로 대접받을 정도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흰 코끼리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처치 곤란한 애물단지를 비유하는 경제 용어로도 사용되고 있다.

큰돈을 들이고도 쓰임새나 수익성은커녕 오히려 거추장스럽게 된 골치 아픈 투자를 일컫는다.

그 유래는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의 설화에서 찾을 수 있다.

고대 국왕이 불편한 관계인 신하에게 흰 코끼리를 선물했다.

그 신하는 왕이 선물한 코끼리가 죽게 되면 왕권에 대한 도전으로 여길까봐 코끼리가 자연사할 때까지 하는 수 없이 잘 키워야만 했다.

평균 수명 70년의 대식가인 코끼리를 키우다간 집안이 거덜날 것 같은 데다 건강까지 챙겨야 하는 신하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부려먹기는커녕 상전처럼 떠받들어야 하는 흰 코끼리는 선물이 아니라 애물단지였다.

# 낭비된 세금은 결국 국민 부담

흰 코끼리'가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세계 곳곳에 어슬렁거려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 유바리(夕張)시는 무리한 투자에 따른 재정난으로 2007년 파산했다.

서울보다 넓은 763㎢의 면적을 가진 유바라시는 6개 중학교와 7개 초등학교를 각각 1개로 통폐합하였으며 인구의 43%가 65세 이상인 고령화도시가 되어 버렸다.

무책임한 행정과 예산낭비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유바리 시민들은 현재 가난한 도시에서 가장 많은 세금을 내며 살고 있다.

지난해 국제사회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았던 그리스는 파산을 막기 위해 긴급지원을 요청했다.

실업률이 급격히 치솟고 부채가 112.7%에 이르는 등 국고가 바닥나 깊은 수렁에 빠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남의 돈으로 빚 잔치를 하다가 한계에 이른 것이다.

이에 국제통화기금(IMF)은 부가가치세 3% 인상, 유류세 8% 추가 인상 등 긴축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나라살림의 빈 곳간은 국민이 고스란히 넘겨받게 된다.

세금의 주인은 국민이다. 하지만 세금을 자기 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한 사람이 아닌 많은 사람의 돈을 모은 데다 대개 정부가 사용하기 때문에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데도 자기 돈이라는 생각을 까마득히 잊은 채 살아간다.

자기가 낸 세금에 주인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성실 납세 못지않게 세금이 올바로 쓰이는지에 대한 감시도 무척 중요한 일이다.

세금은 '눈먼 돈'이라고 한다.

값진 세금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데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면 주인인 국민 모두의 책임이다.

줄줄이 샌 예산은 고스란히 세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세금 지키는 데 모두가 앞장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세금낭비 악순환 고리 끊어야

황제 줄리우스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가 로마의 전성기를 이끈 데는 공정한 세금제도도 한몫했다. 그는 세리들이 식민지에서 제멋대로 과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정한 세율에 따라 세금을 거둬 주민들의 칭송이 자자했다.

또한 실학자로 유명한 다산 정약용은 백성을 다스리는 도리를 적은 '목민심서'에서 지방 관리들에게 재정을 흥청망청 쓰다가 바닥나면 백성들에게 피해를 준다며 세금을 소중히 사용하라고 주문했다.

일을 그르친 뒤에 후회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

특히 다산은 재정을 아껴 쓰고 절약해서 빚을 지지 말아야 하며, 남겨서 백성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이사르와 정약용이 정당한 과세와 올바른 세금 사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찌감치 일깨워 준 셈이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서도 티파티가 주축이 되어 건전한 재정 운용을 위한 세금 감시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티파티 운동은 2009년부터 미국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엄청난 세금을 쏟아부으면서 나라 빚이 천문학적으로 커진 데에 반발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전국으로 번졌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공영방송 BBC가 세금을 낭비하자 혼쭐을 냈다.

얼마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한 캐머런 총리는 BBC 취재진이 세 팀이나 참석한 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긴축재정을 실시해 온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세금이나 시청료로 낸 국민의 돈이 중구난방으로 집행되면서 터무니없이 비정상적인 낭비를 하고 있다며 BBC를 몰아붙였다.

결국 영국 정부는 BBC에 2016년까지 수신료뿐만 아니라 정부 지원금을 동결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일본도 세금 낭비 논란이 뜨겁다.

일본 최대 다목적댐인 기후현 도쿠야마댐은 매년 엄청난 관리비만 낭비하고 있다며 철거론이 도마 위에 올랐고, 약 4조원을 투입한 군마현 얀바댐도 공사가 상당히 진행됐지만 정부가 예산 낭비라며 한때 건설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 납세자 주권도 존중받아야

은 국민의 땀을 모아 국가 살림을 꾸리는 데 소중한 원천이 된다.

세금을 내 주머니의 돈으로 생각하며 세금으로 집행하는 사업의 타당성과 재정의 건전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세금에 대한 국민들의 자세다.

세금을 낭비하는 그릇된 행태와 이로 인한 악순환을 국민들도 더 이상 수수방관해선 안 된다.

세금으로 시행되는 내 주변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잘못 쓴 세금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는 주인의식이 필요하다.

최근엔 세금에 대한 각계 각층의 긍정적인 인식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세금의 쓰임에 대한 의결권을 가진 인천시의회 의원이 지난 달 벌인 '세금 낭비 스톱, 반부패 청렴' 서약이 대표적이다.

의원들은 소중한 세금으로 진행될 예산사업을 입안단계부터 집행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한 후 실행하고, 방만한 재정운용이나 선심행정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세금 낭비 사례를 철저히 감시 · 감독하기로 결의했다.

국민들 또한 세금을 잘못 사용한 시장에 대한 구상권 행사와 주민예산 참여,그리고 주민소송으로 새어나간 세금 회수를 통해 자기가 낸 세금의 권리를 당당히 행사하고 있다.

무슨 일을 할 때는 절제가 필요하다.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은 계영배(술이 어느 정도 차면 넘쳐 흐르는 잔)를 늘 곁에 두고 지나친 욕심을 다스렸다고 한다.

무슨 일이든 지나치면 반드시 왜곡을 낳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곡은 또 다른 피해를 낳는다.

세금을 쓰는 일도 다르지 않다.

다산 정약용의 얘기처럼 세금의 절제는 국민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납세 의무만큼이나 납세자의 주권도 존중받아야 한다.

물은 끝없이 흐르면서 구석구석 필요한 곳에 닿을 때 비로소 제 역할을 다한다.

어느 한 곳에 고여 있으면 부패해 오히려 인류와 자연에 해를 끼친다. 세금 또한 마찬가지다.

세금의 쓰임새가 그릇된 곳에 치우쳐 올바로 사용되지 못하면 그 피해는 어쩔 수 없이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세금은 올바른 일에 쓰여져야 그 가치가 빛난다.

자료:국세청 세정 홍보과 (02)397-7506~8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세금 퀴즈 / 정답은 무엇일까요?

지방 관리들에게 세금을 흥청망청 쓰게 되면 백성들에게 피해를 준다며 소중히 쓸 것을 주문한 실학자가 있다.

그는 또한 빚을 지지 말아야하며, 남겨서 백성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 관리의 임무를 역설한 '목민심서'의 저자인 이 사람은 누구일까?

① 이덕무 ② 박지원 ③ 박제가 ④ 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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