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회 생글 논술경시대회 논제


[생글 논술 첨삭노트] 생글 논술 경시대회
아래의 제시문을 읽고 문제에 답하시오. (3개 논제 모두 답하시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과학에 대한 상식 가운데 하나는 과학은 대상을 직접 관찰하고 이 결과들을 모아 귀납함으로서 타당한 이론이 수립된다는 것이다. 과학은 이론의 체계다.

앞서와 같은 귀납주의의 주장에 따르면, 과학이론의 정당성은 관찰에 의해 지지된다.

관찰은 이론을 가능하게 하고 새로운 사실은 이론을 수정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론은 관찰에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다.

이 말은 관찰자 역시 관찰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으며 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말아야 한다는 과학의 신념을 의미한다.

이로써 과학은 이른바 ‘객관성’이라는 명예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핸슨(Hanson)은 “보는 것은 무엇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 이상이다.”라는 말로 상징되는 자신의 주장을 통해 <관찰-이론-객관성>이라는 경험주의 과학관에 반기를 들었다.

[생글 논술 첨삭노트] 생글 논술 경시대회
우측의 그림을 보자.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그림이다.

같은 그림인데도 어른들에게는 모자일 뿐이고, 어린왕자에게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다.

코끼리를 삼킨 뱀이라고 하기에는 묘사가 너무 형편없다고 불평할지 모른다.

그러나 인식의 문제에 있어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어른들은 뱀이 코끼리를 삼킬 수 있다고 결코 생각해 본적이 없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의 어느 종족은 사물을 삼차원 입체로 묘사하는데 매우 서툴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평면에 입체를 그리고, 평면에 그려진 그것을 삼차원으로 생각하는데 너무나도 익숙한데 말이다.

사물을 입체로 보는 시각적 인식은 인간의 본래적인 기능이 아니라 문화적인 산물일지도 모른다.

그럼 이제 좀 더 과학다운 이야기를 해 보자.

함께 산 정상에 올라 일출을 바라보고 있는 티코브라헤와 케플러는 눈앞의 일출에 대해 서로 다르게 설명할 것이다.

누구에게는 태양이 천구를 움직이는 것이고 누구에게는 지구가 자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티코브라헤는 이 일출을 두고 천구를 도는 태양을 관찰하고 있는 것이고, 케플러는 지구의 자전을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태양은 두 사람을 함께 비추고 있는데도 말이다.

-출제자 직접 서술



‘은유’라는 말은 그리스어의 ‘메타(meta)’와 ‘옮기다’ 혹은 ‘수송하다’를 뜻하는 ‘페레인(pherein)’이 결합된 것이다.

이 책에서는 모든 형태의 상품과 정보 수송을 은유와 교환으로서 다루고 있다.

각각의 수송 형태는 무언가를 운반할 뿐만 아니라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 메시지(수송되는 내용물로서), 이 모두의 위치와 형태를 바꾼다.

어떤 종류의 미디어든, 즉 어떤 종류의 인간의 확장물이든 그것을 사용하면 우리 감각들 사이의 비율이 바뀌듯이 사람들 간의 상호 의존적 패턴들도 바뀐다. (중략)

어떤 발명이나 기술이든 이런 것들은 우리가 우리의 신체를 확장한 것이거나 혹은 자기 단절한 것인데, 이 같은 확장에서는 신체의 다른 기관이나 확장물들 사이의 새로운 결합 비율이나 새로운 균형 상태가 필요하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는 텔레비전 영상이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감각 비율이나 감각 폐쇄를 따르지 않을 수는 없다.(중략)

매체는 환경을 바꿈으로써 우리의 지각 작용에 독특한 비율을 만들어 낸다.

어떤 감각의 연장이든 그것은 우리가 사고하고 행동하는 방식과 지각하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이런 비율이 변화되면 사람도 변화되기 마련이다.

-맥루언, <미디어의 이해>

이성이란 무로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성 역시 구체적, 역사적 형태로서만 우리에게 존재한다.

즉 이성이란, 자치권이 있는 어떤 독자적 존재가 아니라 주어진 구체적, 역사적 상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성격의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기반성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자신에 대한 이해는 오히려 그가 이미 존재하는 가족, 사회, 국가 등의 세계 안에서 자명해진다.

인간의 이해를 위해 선입견은 필수적인 것이다.

이성의 자기 구성이라는 시각에서 보았을 때 인간의 이해와 자유를 제약하는 요소로만 여겨졌던 선입견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역사적 현실이 된다.

그러므로 선입견이 없는 무전제적 해석이란 있을 수 없다.

그 전제가 바로 전통이다.

이해란 개인적, 주체적 행위라기보다는 현재와 과거를 중재하는 전통에의 참여라 할 수 있다.

전통은 우리 사고와 대립되어 사고의 대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고의 바탕이 되는 지평이다.

인간은 전통 속에 존재하며 전통은 인간의 삶 속에 하나의 지식이 아니라 일종의 직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므로 이해는 선입견의 부재라는 진공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것이다.

텍스트와 해석자의 시간간격은 하이데거 이전의 낭만적 해석학자들에게나 역사주의자들에게나 완벽한 이해에 도달하기 위해 극복되어야 하는 일종의 장애 조건이었다.

그러나 시간간격은 공백의 구덩이가 아니다. 그것은 관습과 전통 등의 선입견으로 이미 메워져 있으며, 이러한 시간의 연속성은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생산적인 요소이다.

-최동균, ‘나-너의 관계로 살펴본 Hans-Georg Gadamer의 진리론’


“나는 오직 진리 탐구에 전념하려고 하므로, 조금이라도 의심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전적으로 거짓된 것으로 던져 버리고, 이렇게 한 후에도 전혀 의심할 수 없는 것이 내 신념 속에 남아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우리 감각은 종종 우리를 기만하므로, 감각이 우리 마음속에 그리는 대로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가정했다.

그리고 아주 단순한 기하학적 문제에 있어서조차 추리를 잘못하여 잘못 된 추리를 범하는 사람이 있으므로,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전에 증명으로 인정했던 모든 근거를 거짓된 것으로 던져 버렸다.

끝으로, 우리가 깨어 있을 때에 갖고 있는 모든 생각은 잠들어 있을 때에도 그대로 나타날 수 있고, 이때 참된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알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정신 속에 들어온 것 중에서 내 꿈의 환영보다 더 참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가상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도 이렇게 생각하는 나는 반드시 어떤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이 진리는 아주 확고하고 확실한 것이고, 회의론자들이 제기하는 가당치 않은 억측으로도 흔들리지 않는 것임을 주목하고서, 이것을 내가 찾고 있던 철학의 제1원리로 거리낌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데카르트, <방법서설>


<문제 1>
제시문 (가), (나), (다)는 인간의 인식과 관련한 내용이다. 인간의 인식과 관련된 세 제시문의 공통점이 드러나도록 간략하게 요약 정리하시오. (300-400자)

<문제 2>
(가), (나), (다) 세 제시문 가운데 <보기>의 내용을 설명하는데 적절한 제시문을 하나 이상 선택하여 <보기> 내용을 설명하시오. (500-600자)

(보기)
최근의 연구자들은 17, 18세기 과학혁명의 시기에 지구의 움직임에 대한 새로운 관찰된 사실들이 사회에 받아 들여 질 수 있었던 것은 당시에 유행하던 신플라톤주의에 힘입은 바 크다고 말한다.

신플라톤주의자들은 자연이 조화와 질서라고 생각 했다.

또한 자연은 신의 선물이며, 이 선물은 수학으로 이루어졌다고 믿었다.

그들이 새로운 과학적 사실들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사실들이 보여주는 수학적 단순성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문제 3>
제시문 (다)와 (라)의 비교를 통해, 판단하는 능력으로서 ‘이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기 견해를 논술하시오.(900-1,000자)



제 11회 생글논술 경시대회 출제의도 및 해제
[생글 논술 첨삭노트] 생글 논술 경시대회
⊙ 출제의도 및 주제 설명


선입견(先入見)이라는 말은 일상에서 부정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잦다.

선입견은 종종 편견이란 말과 같게 쓰이기도 한다.

그런데 한 발 물러서서 일상에서 체험하는 사고(思考)과정을 돌아보면 우리가 어떤 대상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서는 갖추고 있어야만 할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느낄 때가 있다.

생각해보라.

머릿속에 아무 내용도 갖지 않고 내 앞에 놓인 대상을 인식하고 사고할 수 있을지!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그물없이 물고기를 잡을 수 없는 것과 아마도 같은 이치일 수 있다.

데카르트(1596~1650· 철학자,수학자) 이후에 인간의 이성(理性)은 곧 사유하는 능력으로서 객관성과 어디에도 의존하지 않는 독립성을 갖추게 되었다.

그래서 대상을 이성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감각이나 감정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을 의미했고, 이성적 사유는 기존의 지식이나 관습과도 무관하며 오히려 이들을 의심하고 참 거짓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간의 인식과 사고에 이른바 선입견이 크게 작용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인간의 인식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신념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심지어 주변에 놓인 사고의 틀을 만들어 내는 각종 매체로부터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본 논제는 일상에서 사용되는 ‘선입견’이라는 단어의 부정적 의미에 머무르지 않고 그 외연을 넓혀서 인간의 인식에서 선입견이 작용하는 모습을 고찰하고자 한다.

객관적인 진리 인식이 가능한 능력으로서 이성이 존재하는데 선입견은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그릇된 인식이 된다.

이를 통해 기존에 배워왔던 ‘이성’의 의미에 대해 반성적으로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이성은 인간을 여타의 생명체와 구분짓는 본질적 속성으로 알려져 있는 이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맥락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스어 어원을 보면 무질서한 혼돈에 출현하는 우주의 조화와 비례를 의미했고 근대 사상의 핵심인 계몽주의와 합리론 철학 사상은 이성에 대한 거의 신앙에 가까운 믿음을 보였다.

반면 현대 사상가들 사이에서는 이성의 왕좌에 회의와 반문을 제기하며 이성이란 것이 과연 실재하는지, 오히려 우리가 ‘이성적’이라고 믿는 판단들이 실은 감정과 감각에 크게 의지하고 있지 않은지 의문을 제기했다.

동일한 맥락에서 선입견 역시 비이성적이며 진리 인식에 방해가 되는 것 아니라 오히려 인식과 이해의 지평을 넓혀 주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 역시 제기된다.

또한 인간 이성은 독립된 실체라는 점도 의문거리이다. 과연 올바른 인식이란 무엇이며, 인간의 이성이란 무엇인가.

⊙ 논제 해설
[생글 논술 첨삭노트] 생글 논술 경시대회
3개의 문항으로 구성된 이번 논제는 전반적으로 독해의 정확성과 논지 활용 능력을 평가하는데 비중이 실려 있다고 하겠다.

제시문을 읽고 문항에서 요구하는 바에 따라 논술문을 작성하는 현행 방식에서 제시문을 읽고 이해하며 그 내용과 논지를 활용하는 것은 논술시험에서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이다.

그리고 이러한 독해력과 활용력은 보다 발전되고 차원 높은 논술(견해를 서술한다거나 논지를 평가하는)을 수행할 수 있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논술에서 독해는 단어와 문장의 의미를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서 주어진 제시문과 자료의 각 부분들 간의 관계를 이해하여 그것이 전달하고 자하는 의미를 파악할 것을 요구한다.

주어진 제시문을 읽긴 했는데 주어진 논제와 어떻게 관련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혹은, 제시문 사이의 연관성을 파악하지 못해 이 글이 여기에 왜 있는지 의아해 한다면 답안 작성을 위한 준비가 전혀 이루어질 수 없다.

무언가 읽을 때, 그것에 대해 무관하든 혹은 관련 지식이 풍부하든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 차이는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과 지금 읽고 있는 새로운 자료를 유기적으로 혹은 조금 어렵게 말하면 변증법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사고력을 발휘하고 있는가, 그렇지 못한가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에서 유는 창조되지 않는다. 있는 것은 있는 것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 또한 이성적인 활동인가?




제 11회 생글논술 경시대회 출제의도 및 해제


⊙ 제시문 해설


제시문 (가)는 과학철학에서 자주 다루어지는 ‘관찰의 이론의존성’을 다룬 글이다. 제시문에 따르면 핸슨은 관찰언어와 이론언어는 매우 깊이 뒤섞여 있다고 말한 바 있고, “보는 것은 무엇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 이상이다”라는 말로 과학적 관찰에 대한 상식적인 믿음과는 달리 관찰이 이론이나 과학자의 신념, 견해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천명하였다.

상식과는 달리 과학적 관찰은 과학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이론의 영향을 받아 이루어진다.

엑스레이에 대한 지식 없이 엑스레이 사진을 해독할 수는 없는 것도 좋은 예시이다.

또한 일상에서도 어떤 것을 본다는 행위에는 관찰자의 선입견이나 문화적인 배경이 작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상기해 볼 수 있다.

제시문 (나)는 20세기 고전 중 하나로 꼽히는 1세대 미디어 이론가인 마샬 맥루언(Marshall McLuhan· 1911~1980)의 「미디어의 이해」에서 발췌한 글이다.

발췌된 내용은 매체와 지각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맥루언의 주장은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말로 요약되기도 하는데 제시문에서는 매체에 따라 인간의 지각은 재구성된다는 것이 논지이다.

인간을 둘러싼 매체 환경이 변화하면 인간의 지각은 그에 따라서 지각의 비율을 변화시킨다.

이런 주장은 곧 제시문 (가)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인식이 고유하고 독립된 어떤 능력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제시문 (다)는 철학적 해석학을 정초한 독일 현대 철학자 한스 게오르그 가다머의 학설을 조망한 글이다.

가다머는 데카르트 이후 객관적 진리를 추구해 온 서양철학이 가진 형이상학적 오류를 비판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데카르트에 의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실체로 정립된 ‘이성’이라는 개념은 지금까지도 우리가 배우고 믿고 있는 ‘이성’ 개념의 핵심이다.

반면에 (다)에 등장하는 이성은 관습과 전통을 전제로 하여 역사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인지하고 사고하는 능력으로서 이성이 독립적이지 않고 구체적인 상황에 의존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인간의 인식이 독립적일 수 없다는 앞의 제시문들의 주장과 같은 맥락에 있다고 할 수 있다.

◆1번 문항 해설

요약은 논술의 필수 기본 요소로 볼 수 있다.

우수한 요약이 되려면 논술자의 주관을 철저하게 배제해야하고, 제시문의 핵심이 반드시 담겨야 하며, 단순 발췌나 나열이 아닌 전체적으로 압축적이고 밀도있게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여 표현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시험으로서의 논술에서 정량적 평가를 위해 그리고 후반부의 논제로 나아가며 통합적인 논술로 이어 나가는 초석으로 작용하는 논제의 임무를 지니고 실제 논술 시험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논제 유형이다.

이 문항에서는 제시문 개별 요약을 넘어서 세 제시문의 공통점이 드러나도록 요약해야 한다.

논제에서 이미 주어진 (가), (나), (다)의 제시문이 인간의 인식에 관한 글임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요약 역시 이 선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인간의 인식문제라는 관점에서 제시문을 읽어서 세 제시문에 나타나는 공통점을 파악하고, 그 공통점이 드러나도록 요약하는 글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 제시문 내용은 위의 제시문 해설을 참고할 수 있다.

◆2번 문항 해설


2번 문항은 설명을 요구한다.

사전적인 의미로 보면 설명은 사물이 이치를 기술하여 읽는 사람의 이해를 도모하는 글이다.

이때 ‘이치’의 의미는 좁혀 말하면 대상에서 발견되는 인과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인과관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 설명의 요체를 드러내는 작업이고 조금 넓혀 말하면 현상의 메커니즘을 밝혀 서술하는 것이 된다.

<보기>는 지동설이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이유가 자연을 수학적 질서로 파악하려한 신플라톤주의 때문이었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여기에 ‘왜?’라는 질문을 가할 수 있다.

즉, 지동설이 수용되는데 새로 관찰된 사실이 아니라 신플라톤주의가 더 큰 역할을 한 이유에 대해 궁금증을 가질 수 있다.

<보기>에 관련해 설명해야 할 것은 바로 이 궁금증에 대한 것이다.

<보기>를 설명하기 위한 이론이나 재료는 제시문을 통해 주어져 있다.

<보기>는 과학혁명기의 새로운 관찰 사실들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자연을 수학적 질서와 수학이 갖는 단순성으로 파악하고자 했던 사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인식은 객관적이거나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는 (가), (나), (다)의 공통적인 주장을 기초로 설명을 시도해 볼 수 있다.

(가)에서 언급하는 바와 같이 관찰 사실들이 모여진다고 해서 새로운 이론이 정립되는 것이 아니라 이론이 관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한다면 <보기>의 과학혁명기 역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사실들이 관찰되기 위한 새로운 이론이 있었다는 것이고, 그것은 수학적 조화와 질서를 추구하는 신플라톤주의였다.

이전에도 같은 현상들이 관찰되었겠지만 수학의 눈으로 봄으로써 현상들은 이전과는 다른 각도에서 관찰되고 기술된 것이라는 정도의 내용을 <보기>를 설명하는데 활용해 볼 수 있다.

(나)를 설명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기>에서 ‘신플라톤주의’를 매체로 간주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당시의 관찰자들이 신플라톤주의라는 ‘매체’를 가지게 됨으로써 지각작용에 있어 새로운 비율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지구의 운동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관찰을 할 수 있어다는 내용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다)를 적용한다면, (다)는 이성이 역사적 산물, 적어도 역사적 맥락에 영향을 받는 다는 것이므로, “당대에 유행한 신플라톤주의가 새로운 사상사의 맥락으로서 이성의 지평이 되기 시작했고 이것을 바탕으로 당대의 과학적 관찰들은 수학적 조화와 질서를 추구한 신플라톤주의를 지평으로 한 이성으로 이해된 것이다.” 정도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3번 문항 해설


3번 문항은 ‘자기 견해를 서술’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것이 논제와 제시문을 무시한 자의적인 주장으로 이루어진다면 ‘틀린’ 논술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기 견해로 발전시키기 위해 논제에서 ‘비교를 통해’라는 단서를 주고 있으므로 제시문 분석을 통해 자기가 비교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비교과정은 동시에 견해를 지지하는 논거를 마련하는 과정이 될 것이므로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는 내용과 제시문을 비교하는 내용이 유기적으로 연관되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 때, 양자 간의 비교 이후에 둘을 단순한 절충식 논의로 결합하려는 논의는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비교를 통해 어느 하나의 입장을 자신의 입장으로 제시하는 것이 논의 전개에 효과적이다.

물론 제3의 논의를 창출해 낼 수도 있으나 이 경우는 자신이 짊어져야 할 증명부담이 엄청나게 높아지게 되어 효과적이지 못한 논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제3의 논의를 끌어낸 것 자체가 잘못된 논술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논제 요구에서 둘 중 하나를 자신의 입장으로 취하라는 명시적인 요구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비교를 전제했다는 것이 자신의 입장에서 차이점을 모색하여 자신의 입장으로 발전시켜 보라는 출제자의 의도가 담겨 있다는 점은 고려해 볼 수 있다.

제시문 (다)와 (라)는 판단하는 능력으로서 이성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에 서있다.

(다)는 판단능력이 이성에 의한 고유한 것이 아니라 관습이나 전통 같은 선입견을 전제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라)는 특히 진위를 판단함에 있어, 이성은 의심이라는 방법을 통해 “생각하는 나는 존재한다”는 확고한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이성은 판단의 주체이며 어떤 타자의 영향으로부터도 자유롭고 독립적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성을 넓게 정의한다면 감각과 대비되며, 개념을 가지고 사유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의 사유는 많은 경우 주어진 대상에 대한 진위나 선악을 판단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논제는 또한 제시문 (다)와 (라)를 비교할 것을 요구한다.

비교는 대상들 사이의 차이점과나 유사점을 밝혀내는 작업이다.

대체로 비교 논제는 차이점에 집중하여 서술하는 경향이 강하고 본 논제 역시 두 제시문 사이에는 뚜렷한 유사점은 드러나지 않고 차이점을 밝히는 작업에 집중하면 될 것이다.

둘 사이의 차이점이 어느 정도 분명히 했다면 둘 가운데 하나를 자신의 견해 서술하는 기본입장으로 삼고 다른 하나를 비판하면서 논술문을 작성하는 것이 보다 쉽게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제시문 사이의 공통점이나 차이점이 명시적으로 제시된 것이 아니므로 나름대로 이것을 발견했다하더라도 다시 자신의 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논리적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이 우선 필요하다.

논술에서의 창의력이란 표현의 독창성이 아니라 다각도에서 입체적이고 심도 있게 사고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리고 다각도에서 사고한 것을 설득력 있고 논리적으로 재구성하게 되면 ‘논술의 꽃’이라 불리는 논증적인 글로 승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 평가 기준

이번 생글생글 경시대회 고 1,2 논제에서 문항 1과 2는 제시문 독해력과 이를 기반으로 한 요지를 재구성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문항 3에서는 자긴 견해를 서술하는 문제를 통해 논증적인 글쓰기 능력을 평가하고자 한다.

논술의 평가 항목은 대체로 이해력, 논리력, 창의력, 표현력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이번 논제에서 답안을 작성하려면 제시문의 공통점 파악하고 제시문 간의 상호 비교를 통한 재구성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4가지 항목 가운데 이해력과 논리력에 상대적으로 높은 배점을 둘 수 있다.

제시문을 수동적으로 내용을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제시문들 사이에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승준 S·논술 선임연구원 oneplus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