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2000년 전에도 증기력 사용했다.

로마시대 황제의 자동문에 쓰여

풍부한 노예 노동력이 증기기관 발명 막아

'마력(馬力 · horsepower):동력(動力)이나 일률을 측정하는 단위.

[경제사 뒤집어 읽기] (10) 산업혁명 이전의 에너지
영국마력과 미터마력(프랑스마력) 두 종류가 있는데,1영국마력은 1초에 550파운드의 물체를 1피트 들어올리는 힘이고,1미터마력은 1초에 75㎏의 물체를 1미터 들어올리는 힘이다(1미터마력=0.9858영국마력).

이 값은 제임스 와트가 짐마차용 말을 사용해 시험한 결과 채택한 것인데,그 당시 보통 말이 할 수 있는 일의 양보다 50% 정도 많다고 한다. 현재 개량된 우수한 말은 4마력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

(출처:네이버 백과사전)

그러니까 옛날 말은 약 0.5마력,오늘날의 튼튼한 말은 4마력의 힘을 낸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이 마력이라는 단위로 산업혁명 이전의 사회가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었는지 개략적으로 살펴보자.

중요한 에너지원으로는 우선 인력(人力)을 들 수 있다. 인간의 근육은 참으로 보잘 것 없는 '모터'여서 대개 0.03~0.04마력의 힘을 낸다고 한다.

대신 아주 다양한 응용력을 발휘할 뿐 아니라 도구를 사용하면 힘이 크게 배가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인간은 0.13~0.16마력을 낼 수 있다.

과거에는 과도하게 인력에 의존했다. 17세기에 중국을 방문했던 포르투갈 출신의 마갈리엔스 신부는 대운하의 가장 높은 수문인 천비첩(天妃妾)에서 한쪽 운하에서 다른 쪽 운하로 배를 이동시킬 때 갑문(閘門) 개폐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운하의 양쪽에서 각각 400~500명이 밧줄을 잡아당기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인력이 너무 풍부하면 발명이 억제될 수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로마시대에 이미 증기력의 원리가 알려져 있었지만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이어지지 않고 다만 황제의 자동문에만 사용한 것도 로마에 노예 노동력이 풍부했기 때문이었다. 사람값이 비싸야 사회가 발전하게 마련이다.

그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축력(畜力)이다. 가축 사용 양태는 문명권마다 매우 달랐다.

이는 신대륙(아메리카)과 구대륙(유럽과 아시아)을 비교해 보면 분명히 드러난다. 아메리카에서 짐 운반용으로 사용된 동물은 사실상 야마(llama · 라마라고도 한다)밖에 없었다.

야마는 실제 힘은 형편없지만 공기가 희박한 안데스 고지대에 적응한 유일한 가축이다.

아메리카의 여러 문명에서 바퀴를 사용하지 않은 것도 유용한 가축들이 없었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마야 문명의 파라미드는 모두 사람이 직접 돌을 운반해서 지은 것이다.

그 이후 소,말,양,염소,개 등 거의 대부분의 가축이 유럽에서 들어왔다.

그 가운데 운송 가축으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산길을 잘 걸을 수 있는 노새였다.

그 후에는 말과 소가 엄청나게 불어나 아르헨티나의 팜파 지역에서는 20세기까지도 소달구지가 일반적인 운송 수단이었다.

참고로 말과 낙타의 원산지는 놀랍게도 아메리카 대륙인데,소빙하기에 아시아와 아메리카가 육지로 연결됐을 때 이런 동물들이 아시아로 들어가 널리 퍼진 반면 정작 아메리카에서는 멸종해 버렸으니,실로 아이로니컬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구대륙에서는 가축을 아주 다양하게 이용했다. 소와 말은 구대륙 전체에 널리 사용됐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아시아에서는 소를 이용해 농사를 지었다. 인도에서 신성한 암소는 놀고 먹지만 수소는 쟁기를 끌거나 방아를 돌렸고,운송에도 널리 쓰여 한번에 소 1만마리를 동원한 곡물 운송용 카라반(隊商)도 있었다.

말은 무엇보다 전쟁 수단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했지만,역참제가 발달한 지역에서는 빠른 운송 수단으로도 애용됐다.

유럽에서는 12세기부터 말의 어깨에 멍에를 메는 기술이 일반화된 후 농업에 많이 사용됐다.

이전에는 말의 가슴에 멍에를 메는 원시적인 방식이어서 말의 호흡을 힘들게 했지만 신기술 덕분에 이전보다 힘을 4~5배나 더 낼 수 있었다.

한편 대륙 간 원거리 육로 수송에는 낙타가 유용하게 쓰였다.

중앙아시아의 선선한 초원지대와 산악지대에는 쌍봉낙타(camel),사하라사막을 비롯한 더운 사막에는 단봉낙타(dromedary)가 역할 분담을 하며 구대륙 여러 문명권 간 소통을 책임졌다.

산업혁명 이전에 석탄은 기껏해야 보조적인 역할에 그쳤고 나무가 훨씬 중요한 에너지원이었다.

가정용만이 아니라 산업용으로도 엄청난 양의 땔나무들이 소요됐다.

14세기에 프랑스 디종 근처에서 흙을 구워 타일을 만드는 공장에서는 가마에 나무를 대기 위해 423명의 나무꾼이 인근 숲에서 일했고 334명의 목동이 운반했다.

산업화 이전 시대에 제철,피혁,설탕 정제 같은 각종 산업은 삼림을 잠식해 들어가는 주요인이었다.

이상 언급한 요소들을 마력으로 환산해 보면 어떻게 될까.

프랑스의 저명한 역사가인 브로델은 산업혁명 직전 유럽의 에너지 상황에 대해 축력(말 1400만마리와 소 2400만마리) 1000만마력,인력(5000만명) 600만~800만마력,나무(2억t,단 효율이 극히 낮아 30%만 이용됐다) 400만~500만마력으로 계산했다.

이것들을 전부 합쳐봐도 현재와 비교하면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다음 시대의 석탄,석유,전기,원자력 에너지 개발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절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