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이 아무래도 조금 무엇해서 그만두었다. "

"빈손으로 오기가 뭣해 과일 바구니를 사 왔네."

"그냥 오기 뭐해서 애들 간식거리 좀 사 왔어."

"자리에 앉아 있기가 멋해 일어섰다. "

각각의 문장에는 비슷한 형태의 단어가 들어 있다.

'무엇/뭣/뭐/멋'이 그것이다.

조금씩 형태를 달리하곤 있지만 이들은 모두 똑같은 말이다.

'무엇'은 지시대명사이다. 모르는 사실이나 사물을 가리키는 데 쓴다.

또는 정하지 않은 대상이나 이름을 밝힐 필요가 없는 대상을 가리키는 데도 쓴다.

"저 꽃의 이름은 무엇일까?"

"그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고민을 하는지 궁금하다. "

"배가 고프니 무엇이라도 좀 먹어야겠다. "

이런 게 '무엇'의 본래 쓰임새이다.

이 '무엇'은 또 '무어'라고도 쓰인다.

즉 '무엇'과 '무어'는 같은 말이다.

대명사 '무엇'은 줄어 '뭣'이 된다. 또 '무어' 역시 줄어 '뭐'가 되고 이 말을 좀 더 구어적으로 이르는 말이 '머'이다.

그러니 결국 '무엇'과 '무어' '뭣' '뭐' '머'는 모두 똑같은 하나의 말인 것이다.

이들은 각각 목적격 조사 '을'과 어울려 '무엇을/무얼/뭣을/뭘/멀'이 된다.

여기에 동사 '하다'와 어울려 '무엇을(무얼/뭣을/뭘/멀) 했나' 식으로 쓰면 상대에게 탓하는 투로 말하는 의미가 된다.

몰론 이때 목적격 조사 '을'이 생략된 형태인 '뭐 했나' 또는 '머 했나'라고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때 주의할 것은 반드시 띄어 써야 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여기에 '하다'가 붙으면 새로운 의미를 갖는 단어가 돼 쓰임새가 상당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무엇하다'란 말은 주로 '거북하다' '곤란하다' '난처하다' '딱하다' '미안하다' '싫다' 따위의 느낌을 나타낼 때 쓰인다.

언짢은 느낌을 알맞게 형용하기 어렵거나 그것을 표현할 말이 생각나지 않을 때 암시적으로 둘러서 쓰는 말이다.

"좀 뭐한 질문을 드리려고 합니다만…" "길에서 멀거니 서 있기가 하도 뭐해서 신문을 펴 들었다. " "여자들 틈에 혼자 앉아 있기가 뭐해서 담배 피운다는 핑계로 밖으로 나왔다. "

이때 붙여 쓴 말 '뭐하다'는 '무엇하다'의 준말로 이는 언짢은 느낌을 우회적으로 둘러서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무엇하다'는 또 '뭣하다'나 '멋하다'로도 준다.

모두 같은 말이다.

물론 이들은 한 단어가 된 것이므로 띄어 쓰지 않고 항상 붙여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