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러시아 주도 싸움에 중국 인도 등 적극 가세

GPS망 구축경쟁 후끈… 흔들리는 미국의 '아성'

[Global Issue] '유리 가가린' 우주 비행 성공 50주년… 세계는 우주전쟁중
옛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역사상 처음으로 우주비행에 성공한 지 올해로 50주년을 맞는다.

가가린은 1961년 4월12일 보스토크 1호를 타고 108분 동안 우주를 비행한 뒤 지구로 무사히 귀환했다.

가가린의 우주비행으로 촉발된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개발 전쟁은 현재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이 가세해 다극화됐다.

또 우주선을 직접 쏘아 올리는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위성항법장치(GPS) 개발 등 실생활에 쓰일 수 있는 분야로 전선이 확대되는 추세다.



⊙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

1961년 4월12일 옛 소련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 최초의 유인 우주선 발사 실험을 앞둔 기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1년 전부터 실시한 여러 차례의 우주선 발사 실험이 실패한 뒤였기 때문이다.

유인 우주선에 탑승할 조종사는 당시 27세의 젊은 청년 가가린이었다.

소련 당국은 우주 비행 성공 확률을 50%로 봤다.

하지만 보스토크 우주선 설계자이자 우주 비행 책임자였던 세르게이 코롤료프는 미국이 같은 해 5월 우주 비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에 압박을 느껴 모험을 감행했다.

어린 두 딸의 아버지였던 가가린 대신 자식이 없던 다른 우주인 게르만 티토프를 우주로 보내자는 제안도 나왔으나 가가린을 직접 면접한 코롤료프가 그를 고집했다.

발사 1분 전 가가린은 긴장을 풀려는 듯 당시 유행하던 노래 '날아라 비둘기야 날아라'를 나지막이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우주인의 호흡은 점점 가빠져갔다.

흥분하고 있음이 역력했다.

몇 초 뒤 코롤료프가 출발을 명령하자 가가린은 모든 각오를 마친 듯 그 유명한 "파예할리(그래 가자)"란 말을 내뱉었다.

오전 9시7분(모스크바 시간).가가린을 태운 보스토크 1호가 드디어 불을 뿜었다.

우주선은 지상 299㎞까지 올라간 뒤 76분에 걸쳐 지구 궤도를 한 바퀴 돌았다. 궤도에 진입한 가가린은 "지평선이 보인다. 하늘은 검고 지구의 둘레에 아름다운 푸른색 섬광이 비친다"고 기지에 알려왔다.

여러 차례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가가린은 예정대로 지구 궤도를 돌고 지상 7000m 상공에서 사출(catapulting) 좌석을 이용해 귀환 모듈에서 튀어나와 낙하산으로 땅 위에 내렸다.

오전 10시55분이었다. 108분간에 걸친 인류 최초의 우주 비행이 성공한 것이다.

첫 우주 비행 성공은 목수의 아들이자 158㎝의 단신인 가가린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줬다.

우주 비행 성공과 함께 가가린은 대위에서 소령으로 진급했고 국가 영웅 칭호를 받았다. 하지만 가가린은 1968년 3월27일 훈련용 전투기를 몰다 의문의 사고로 요절했다.

당시 가가린의 나이는 34세였다. 사고 원인을 두고 조종 실수에 따른 단순 사고설에서부터 그의 인기를 시기한 소련 공산당 서기장 레오니트 브레즈네프의 교사설 등 수많은 설들이 끊이지 않았다.

인류 최초 우주인 가가린의 죽음은 지금도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유엔 총회는 최근 러시아의 요청을 받아들여 유리 가가린이 우주비행에 성공한 4월12일을 인류 우주비행 국제 기념일로 지정키로 했다.

가가린의 고향인 서부 스몰렌스크주의 가가린시에서는 인류 첫 우주비행을 기념하는 박물관이 문을 열기도 했다.

⊙ 다극화된 우주전쟁

[Global Issue] '유리 가가린' 우주 비행 성공 50주년… 세계는 우주전쟁중
가가린의 우주 비행으로 촉발된 우주개발 경쟁은 과거 미국과 러시아 주도로 이뤄졌지만 현재는 중국 인도 등 후발주자들이 가세해 다극화되는 양상이다.

중국은 2003년 10월 첫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5호를 발사하면서 우주개발의 본격적 서막을 알렸다.

2007년에는 최초의 달 탐사위성인 창어(嫦娥) 1호를 쏘아 올려 달 표면 사진 등 각종 과학 자료를 수집하는 데 성공했고 지난해에는 두 번째 달 탐사위성인 창어 2호를 발사했다.

중국은 15년 안에 우주인 2~3명을 달에 보냈다가 안전하게 귀환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올해 안에 화성탐사선도 발사할 계획이다.

인도는 2008년 첫 달 탐사위성인 찬드라얀 1호 발사에 성공한 데 이어 2013년 후속기인 찬드라얀 2호를 쏘아올릴 예정이다.

2016년에는 첫 유인 우주선도 발사할 예정이다.

인도는 작년 4월 정지궤도위성발사체(GSLV) 발사와 12월 통신위성 발사에 잇따라 실패해 자존심을 구겼다.

기존 우주개발 강국인 러시아는 올해 연방우주청 예산으로 35억달러를 배정했다.

2007년과 비교해 3배에 가까운 수치다.

반면 미국은 올 상반기 내 인데버호와 아틀란트스호 등 우주왕복선을 모두 철수시키기로 하는 등 사실상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최근 경제난과 맞물려 예산 지원이 줄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앞으로 우주 개발을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꿔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 미국의 GPS 독점 깨질까

위치정보시스템(GPS) 개발은 가장 활발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우주개발 분야다.

전 세계 대부분 국가는 GPS 기술을 이용할 때 미국의 위성을 사용한다.

GPS는 원래 미국 국방부가 미사일을 유도하기 위해 1978년부터 구축한 군사용 네트워크다.

1983년 군사기밀에서 해제돼 공공용으로 용도 변경됐다.

GPS 기술은 차량용 내비게이션,휴대전화,항공기 자동비행,선박 항로 지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러시아 중국 유럽연합(EU) 등은 이처럼 중요한 기술을 미국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해 독자적인 GPS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이 지금까지는 GPS 사용료를 받지 않았지만 언제 유료로 전환할지 모르고 군사목적 등으로 GPS 오차범위를 고의로 늘리거나 아예 사용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1991년 걸프전 때 이라크군을 교란 시킬 목적으로 미군을 제외한 다른 사용자들의 GPS 오차 범위를 100m까지 확대시킨 바 있다.

러시아는 '러시아판 GPS'인 글로나스(GLONASS) 현대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옛 소련 시절 24개까지 위성을 띄웠던 러시아는 소련이 붕괴하며 위성 숫자가 8개로 줄었다가 블라디미르 푸틴 전 대통령 때부터 다시 숫자를 23개로 늘렸다.

러시아는 올해 안에 24번째 위성과 2개의 예비위성을 띄울 계획이다. 러시아는 위성을 24개 확보하면 전 세계의 위치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0일 베이더우(北斗) 탐사위성 8호 발사에 성공했다.

베이더우는 중국이 2000년부터 시작한 군사목적 GPS 사업이다.

중국은 2012년까지 10여개의 위성을 쏘아 올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커버하고 2020년까지는 30개 이상의 위성을 배치해 지구 전역의 위치정보를 서비스할 방침이다.

EU는 2002년부터 갈릴레오라는 독자적 위성항법시스템을 추진해 왔다.

2005년 첫 위성 발사에 성공했고 2014년까지는 위성 30개를 쏘아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 EU 소속이 아닌 나라들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2006년에 협정을 체결했다.

이 밖에 일본 인도 등도 독자적인 위치정보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태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