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 논술 첨삭노트] (57) "주어진 문제 조건에 맞는 답을 썼는지 검토"
지난주 예고해드린 바와 같이 이번호에는 설명하기 문제를 직접 풀면서 어떤 식으로 답안을 작성해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초급교재 p.55에 있습니다. )

2009학년도 상명대학교 수시기출문제를 제가 편집했습니다.



현대인들은 과학과 기술이 진보를 위한 주요 도구이며, 자연에 대한 정보들을 축적해 나가는 가운데 무지와 미신, 고통을 종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경제적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정보만이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확산되어 왔다.

공중위생, 약리학, 교통, 생산,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의 놀라운 진전이 이러한 정보의 폭포 덕분에 가능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중동이나 남미 등지의 갈등이 지속되는 이유는 정보가 부족해서인가?

수백만 명이 기아에 시달리는 이유도 곡식을 재배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부족해서인가?

우리가 사는 도시의 범죄율이 치솟고 정신병원에 환자들이 가득 차게 된 것도 정보가 부족해서란 말인가?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세계에 필요한 것이 더 많은 양의 정보라고 믿는다.

더 많은 정보를 더 편리하고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정보통신이나 컴퓨터 분야의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침이 마르게 칭송한다.

우리는 "정보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주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

다만 "이전보다 더 많은 정보를 더 편리하고 빠르게 생산하고 보관하고 배포하는 것"을 중시할 뿐이다.

뉴욕은 범죄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도시 중 하나다.

시 당국은 범죄를 줄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이미 세상을 포기한 사람들에게는 압박도 회유도 별 효과가 없었다.

그러던 중 한 학자가 '클레멘트 코스'라는 것을 만들었고 이 프로그램은 시 당국이 시도했던 어떤 방법보다 좋은 효과를 얻었다.

이 코스를 거쳐 간 사람들의 재범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현저하게 낮았다.

클레멘트 프로그램은 노숙자, 빈민, 죄수 등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은 얼 쇼리스라는 인물이다.

언론인이자 사회비평가이기도 했던 그는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교도소를 방문해 한 여죄수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존재할까요?"란 쇼리스의 질문에 이 여인은 "중심가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정신적 삶이 우리에겐 없기 때문이죠"라고 대답했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으로 고민에 빠진 쇼리스는 작은 깨달음을 하나 얻는다.

가난한 사람들은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을 접하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힘들고, 그렇기 때문에 깊이 있게 사고하는 법, 현명하게 판단하는 법을 몰라 자기 처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안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최고 수준 교수진이 모였고, 20명의 예비 수강생 중 13명이 강의를 신청했고, 참여하길 원하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갔다.

끝까지 강의를 들었던 사람 중 상당수가 범죄와 가난의 늪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취직에 성공했다.

<문제> 제시문 (가)를 참고하여, 제시문 (나)의 클레멘트 프로그램의 성공요인을 분석하시오.(400자 내외)

⊙ 제시문 분석 및 답안작성

클레멘트 프로그램은 인문학의 위기까지 선언했던 2000년대 초반 한국 사회에 다시금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준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은, 많은 나라들에 인문학의 가치를 다시 일깨워주었지요.

(나)의 일화는 그 클레멘트 프로그램이 어떻게 도입되었고,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성공을 (가)의 언어와 관점에서 해석해주길 바라는 것이지요.

기준이 (가)인 만큼 (가)부터 보겠습니다. (가)는 전형적인 not A but B의 구조를 가진 글입니다.

이를 추출된 의미군(S+V)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① 현대인들은 더 많은 정보가 더 많은 삶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② 실제로 인류의 진보는 이러한 정보의 누적을 통해 완성되었다.

③ 하지만, 여전히 세계에 존재하는 갈등은 정보가 부족해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④ (①의 반복) 사람들은 더 많은 정보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믿는다.

⑤ 사람들은 '정보를 통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①과 ④는 같은 내용이므로 합쳐도 되겠지요.

간혹 문장들을 추출할 때, 제시문에 있는 문장에 밑줄을 긋고 그냥 가져오는 학생들도 있지만, 이런 방법은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제시문에는 같은 내용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을 정리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요한 키워드가 아닌 바에는, 일반적인 표현 혹은 좀 더 포괄적인 표현으로 바꾸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추출된 문장들을 외연과 내연으로 나누자면, ① ② ③ ④번까지는 외연으로, ⑤번을 내연으로 하는 것이 좋겠군요.

문제가 요구하는 해답이 바로 ⑤번이기 때문이지요.

not A but B구조에 따라서 요약을 해보면 다음과 같이 될 것입니다.

not A but B의 특징을 살려, <하더라도>나 <달리>를 사용한 것이지요.

[외연 예시1] 제시문 (가)는 인류의 진보가 누적을 통해 완성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세계에는 수많은 갈등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외연 예시2] 제시문 (가)는 더 많은 정보가 더 많은 삶의 발전을 가져온다는 사람들의 믿음과는 달리, 여전히 세계에는 무수한 갈등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 뒤에 '정보 그 자체의 누적보다 활용이 더욱 중요하다'라든지, '정보를 통한 문제해결이 더욱 중요하다'는 내용을 붙이면 내연까지 완성이 되겠지요.

그게 내연인지, 혹은 필요한 내용인지는 당연히 (나)의 내용을 보고 알 수 있겠지요?

설명문제는 두 제시문이 '공통점 관계'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내연 예시1] 이는(=이를 통해) 정보 그 자체의 누적보다 이를 통한 문제의 해결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결론을 써야 합니다.

왜 클레멘트 프로그램은 성공했을까요? 아마 (가)의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결론 예시1] 이를 바탕으로 보았을 때, 클레멘트 프로그램은 인문학 정보를 이용한 문제해결의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성공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결론을 자세히 쓰지 않고도, (가)와 (나)가 같은 맥락에 있다는 것만을 알려줘도 무방합니다.

어차피 같은 내용입니다. 답은 '정보를 통한 문제해결'이죠.

[결론 예시2:간단한 연결형태] 이와 같이, 정보를 통해 문제해결 능력을 키운 사례가 (나)의 클레멘트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이 뒤에 이 결론내용을 확대하여 붙이면 그만입니다.

'어떻게 성공하게 되었나?'에 대한 외연과 내연, 즉 근거와 결과를 담는 것입니다.

간단한 외연은 우선,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은 중심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정신적 삶이 없기 때문에 자신들의 처지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얼 쇼리스는 인문학을 통해 <자신들의 문제를 깊이 생각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인문학은 인간과 인간이 만들어낸 문화에 관한 학문으로서, 인류가 쌓아온 지혜에 해당하기 때문이지요. 자, 그렇다면 이걸 정리해보자면 이렇습니다.

[부연 예시1]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은 중심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정신적 삶이 없었기 때문에 좀처럼 자신들의 처지를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클레멘트 프로그램은 인문학을 통해 이들에게 자신들의 문제를 깊이 파악하고,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주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부연 예시2]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이 반복되는 범죄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중심가 사람들이 누리는 정신적 삶이 결국 문제에 대한 깊이있는 해결책을 제공해주었다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인문학은 문제해결에 대한 실마리가 되어준 것이다.

⊙ 교재요청에 대하여

지금 연재 중인 2011년판 초급교재를 깔끔하게 제본된 책자로 보고 싶으신 분들은 메일을 주시기 바랍니다.

이 교재 다음 단계의 교재들인 중급, 고급교재들도 있답니다.

이 교재에는 혼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서 해설과 예시답안까지 모두 들어있습니다.

(물론 크지 않지만 비용이 들어갑니다) 기숙사에서 지내기 때문에 인쇄가 어려운 경우나, 보충수업을 위해 학교 차원에서 대량으로 요청하실 경우 역시 제본해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논술 전반에 대한 문의도 계속 받고 있으니, 주저없이 질문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주에는 설명하기 유형에 이어 비판하기 유형에 대해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용준 S · 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