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그는 나이는 어리지만 행동은 '어른스러웠다/어른다웠다'.

나)어른은 '어른스럽게/어른답게' 행동해야 한다.

우리말에서 '-답다'와 '-스럽다'는 쓰임새가 비슷하면서도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그러다 보니 정확한 쓰임새를 알아두지 않으면 자칫 잘못 쓰기 십상이다. 가)와 나)에 쓰인 '-스럽다'와 '-답다'도 구별하는 게 쉽지 않다.

어찌 보면 둘 다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말을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라면 굳이 두 말의 정교한 차이를 알지 못 한다 하더라도 쓰임새의 '자연스러움'에서 두 말을 구별할 수 있다.

답부터 말하면 가)에서는 '그는 나이는 어리지만 행동은 어른스러웠다'라고 하는 게 자연스럽다.

나)에서는 '어른은 어른답게 행동해야 한다'라고 해야 제대로 말한 것이다.

우선 사전 풀이를 보면 '-답다'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성질이나 특성이 있음'의 뜻을 더하고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이다.

'꽃답다/남자답다/사람답다/정답다/참답다/선생님답다'가 그 용례이다.

'-스럽다'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러한 성질이 있음'의 뜻을 더하고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이다.

'복스럽다/걱정스럽다/자랑스럽다' 같은 게 있다.

하지만 이런 풀이로는 두 말을 구별한다는 게 도저히 불가능하다.

'어른스럽다'나 '어른답다'는 문맥에 따라 둘 다 쓸 수 있는 말이다.

가)와 나)에서 드러나듯이 두 말을 구별 짓는 것은 '어떤 자격이나 정도에 실제로 다다랐는지'의 여부이다.

가령 어린이에게 "너 참 어른스럽구나"라고 말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너 참 어른답구나"라고 하면 어색할 것이다. 이는 '-스럽다'가 실제로는 어떤 자격이나 정도에 이르지 못했지만 '그런 성질이나 특성이 있음'을 나타낼 때 쓰인다는 것을 뜻한다.

문장 가)에서는 그런 까닭에 '어른스러웠다'라고 말할 때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에 비해 '-답다'는 실제로 어떤 자격이나 정도에 이른 만큼 '그런 성질이나 특성이 있음'을 나타낸다.

"그는 선생님답게 아이들 싸움을 잘 해결했다" 같은 게 그 예이다.

문장 나)에서도 어른이 어른으로서의 특성을 가진 것을 가리키므로 '어른답게'라고 말할 때 자연스럽다.

형이나 아버지는 이미 형이고 아버지이므로(어떤 자격이나 정도에 다다른 것이므로) '형답다' '아버지다운'이란 말은 써도 '형스럽다' '아버지스러운' 같은 말은 쓰지 않는다.

또 '-스럽다'는 '평화스럽다,복스럽다, 보람스럽다,사랑스럽다' 따위에서 볼 수 있듯이 추상적인 말과 잘 어울린다.

이에 비해 구체적인 대상에는 '-답다'가 자연스럽다. '사내답다,공무원답다,반장답다,대표선수답다' 같은 게 그런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