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13일 시내 각 요식업소에 대해 모든 메뉴와 그릇 등을 모두 우리말로 쓰라고 강력히 지시했다.
서울시는 오는 11월 말까지 각 업주가 자발적으로 시정토록 했는데 이 기간이 지나도록 이를 지키지 않는 업소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리겠다고 경고했다.
서울시가 지적한 요식업소의 용어는 다음과 같다. 소바→메밀국수,우동→밀국수,돈까스→포크스틱,오뎅→꼬치,뎀뿌라→튀김,다마네기→양파,요지→이쑤시개,시보리→물수건."
지금 얘기가 아니다. 1972년 11월 한 신문에 보도된 서울시 지침은 당시만 해도 식당 등에서 쓰는 생활용어 가운데 일본말이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광복 이후 정부 주도로 외래말을 우리말로 순화하는 작업이 광범위하고도 지속적으로 전개돼 왔다.
1995년엔 광복 50돌을 맞아 당시 문화체육부 고시로 '일본어투 생활용어 순화 자료' 702개 단어를 발표했다.
당시 고시에서는 돈까스를 순우리말인 돼지고기너비튀김으로 한 번 더 바꾼 게 눈에 띈다.
요즘 시중에 나와 있는 대사전을 통해 보면 우동은 다시 가락국수로,오뎅은 어묵으로 순화됐다.
또 돈까스 또는 돈가스로 쓰던 말은 '돈가스'로 표기가 통일됐다.
이 말은 '돼지고기 너비 튀김' '돼지고기 너비 튀김 밥' '돼지고기 튀김' 따위로 순화되긴 했지만 '돈가스'도 함께 쓸 수 있게 했다.
그만큼 순화어가 어색하기도 하고 길어서 단어로서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우동이나 오뎅 역시 비록 대체어가 제시되긴 했지만 일본 음식 이름을 적절히 옮기지 못해 '실패한 외래어 순화'의 사례라 할 만하다.
그런데 이 가운데에 요지와 이쑤시개의 관계는 다른 경우와 좀 다르다. 일본말 '요지'는 근본적으로 우리가 전해준 말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버드나무 양(楊)'에 '가지 지(枝)'를 더해 한자로 楊枝라 쓰고 [요지(ようじ]라 발음한다.
물론 우리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요지는 쓰지 말고 '이쑤시개'로 쓸 것을 권하고 있다.
국어학자인 진태하 교수는 이미 1977년 한 신문 칼럼을 통해 900여 년 전의 고려어를 수록한 <계림유사>란 책에 '양지'란 말이 있음을 밝혔다.
그에 따르면 고려시대에는 버들가지의 껍질을 벗겨 한 쪽 끝은 뾰족하게 하고 다른 한 쪽 끝은 납작하게 깎아 치간을 문지르고 끼인 것을 제거했다고 한다.
'양지'는 고려시대의 칫솔이었던 셈이다.
그는 양지로 이를 닦던 습속이 본래 인도에서 시작해 불법의 전파를 통해 중국에 유입되고 삼국시대에 한국으로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전파된 것은 9세기 초인데,19세기 후반 메이지 시대에 일본에 서양 칫솔이 들어오면서 식당에서 사용하는 지금의 '요지'로 남게 됐다고 한다.
따라서 '요지'는 우리가 전해준 '양지(楊枝)'의 일본식 발음에 불과한 셈이다.
그런데 이게 일제 강점기를 통해 거꾸로 우리에게 넘어와 오랫동안 우리말을 지배해 왔다.
'요지'란 말은 요즘 자연스럽게 사라져가는 추세다.
그렇다고 이쑤시개가 널리 보급돼 쓰이는 것 같지도 않다. 이 말 역시 다소 거친 어감이 있어서,썩 잘 만든 말로는 보이지 않는다.
진태하 교수의 제안처럼 요지의 순화어를 억지로 이쑤시개로 할 게 아니라,그 연원을 따져 우리가 본래 쓰던 말인 '양지'를 되살려 쓰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우리가 매일 아침 저녁으로 하는 '양치질'의 '양치'도 '양지'에서 왔다.
옛날에는 버드나무 가지가 칫솔 대신이었으므로 이 '양지'에다 가위질,망치질,부채질 같은 말의 '-질'이 붙어 이를 닦고 물로 입 안을 가시는 일을 '양지질'이라고 했다.
이때의 '-질'은 '도구를 나타내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 도구를 가지고 하는 일'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다. 그러니 '양치질'은 곧 '버드나무 가지질'인 셈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올림말 '양치'나 '양치질'에 한자 정보는 없고,양지(楊枝)라는 한자에서 변한 말임을 밝히고 있다.
'양치'는 한자를 빌려 '養齒'로 적기도 하는데,이는 어원인 '양지'에 대한 인식이 점차 희박해지면서 '이'의 한자인 '치(齒)'를 연상해 음도 바뀌고 한자도 억지로 가져다 붙인 것이다.
따라서 양치나 양치질은 한자어 양지,양지질이 변해 우리말로 완전히 굳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서울시는 오는 11월 말까지 각 업주가 자발적으로 시정토록 했는데 이 기간이 지나도록 이를 지키지 않는 업소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리겠다고 경고했다.
서울시가 지적한 요식업소의 용어는 다음과 같다. 소바→메밀국수,우동→밀국수,돈까스→포크스틱,오뎅→꼬치,뎀뿌라→튀김,다마네기→양파,요지→이쑤시개,시보리→물수건."
지금 얘기가 아니다. 1972년 11월 한 신문에 보도된 서울시 지침은 당시만 해도 식당 등에서 쓰는 생활용어 가운데 일본말이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광복 이후 정부 주도로 외래말을 우리말로 순화하는 작업이 광범위하고도 지속적으로 전개돼 왔다.
1995년엔 광복 50돌을 맞아 당시 문화체육부 고시로 '일본어투 생활용어 순화 자료' 702개 단어를 발표했다.
당시 고시에서는 돈까스를 순우리말인 돼지고기너비튀김으로 한 번 더 바꾼 게 눈에 띈다.
요즘 시중에 나와 있는 대사전을 통해 보면 우동은 다시 가락국수로,오뎅은 어묵으로 순화됐다.
또 돈까스 또는 돈가스로 쓰던 말은 '돈가스'로 표기가 통일됐다.
이 말은 '돼지고기 너비 튀김' '돼지고기 너비 튀김 밥' '돼지고기 튀김' 따위로 순화되긴 했지만 '돈가스'도 함께 쓸 수 있게 했다.
그만큼 순화어가 어색하기도 하고 길어서 단어로서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우동이나 오뎅 역시 비록 대체어가 제시되긴 했지만 일본 음식 이름을 적절히 옮기지 못해 '실패한 외래어 순화'의 사례라 할 만하다.
그런데 이 가운데에 요지와 이쑤시개의 관계는 다른 경우와 좀 다르다. 일본말 '요지'는 근본적으로 우리가 전해준 말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버드나무 양(楊)'에 '가지 지(枝)'를 더해 한자로 楊枝라 쓰고 [요지(ようじ]라 발음한다.
물론 우리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요지는 쓰지 말고 '이쑤시개'로 쓸 것을 권하고 있다.
국어학자인 진태하 교수는 이미 1977년 한 신문 칼럼을 통해 900여 년 전의 고려어를 수록한 <계림유사>란 책에 '양지'란 말이 있음을 밝혔다.
그에 따르면 고려시대에는 버들가지의 껍질을 벗겨 한 쪽 끝은 뾰족하게 하고 다른 한 쪽 끝은 납작하게 깎아 치간을 문지르고 끼인 것을 제거했다고 한다.
'양지'는 고려시대의 칫솔이었던 셈이다.
그는 양지로 이를 닦던 습속이 본래 인도에서 시작해 불법의 전파를 통해 중국에 유입되고 삼국시대에 한국으로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전파된 것은 9세기 초인데,19세기 후반 메이지 시대에 일본에 서양 칫솔이 들어오면서 식당에서 사용하는 지금의 '요지'로 남게 됐다고 한다.
따라서 '요지'는 우리가 전해준 '양지(楊枝)'의 일본식 발음에 불과한 셈이다.
그런데 이게 일제 강점기를 통해 거꾸로 우리에게 넘어와 오랫동안 우리말을 지배해 왔다.
'요지'란 말은 요즘 자연스럽게 사라져가는 추세다.
그렇다고 이쑤시개가 널리 보급돼 쓰이는 것 같지도 않다. 이 말 역시 다소 거친 어감이 있어서,썩 잘 만든 말로는 보이지 않는다.
진태하 교수의 제안처럼 요지의 순화어를 억지로 이쑤시개로 할 게 아니라,그 연원을 따져 우리가 본래 쓰던 말인 '양지'를 되살려 쓰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우리가 매일 아침 저녁으로 하는 '양치질'의 '양치'도 '양지'에서 왔다.
옛날에는 버드나무 가지가 칫솔 대신이었으므로 이 '양지'에다 가위질,망치질,부채질 같은 말의 '-질'이 붙어 이를 닦고 물로 입 안을 가시는 일을 '양지질'이라고 했다.
이때의 '-질'은 '도구를 나타내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 도구를 가지고 하는 일'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다. 그러니 '양치질'은 곧 '버드나무 가지질'인 셈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올림말 '양치'나 '양치질'에 한자 정보는 없고,양지(楊枝)라는 한자에서 변한 말임을 밝히고 있다.
'양치'는 한자를 빌려 '養齒'로 적기도 하는데,이는 어원인 '양지'에 대한 인식이 점차 희박해지면서 '이'의 한자인 '치(齒)'를 연상해 음도 바뀌고 한자도 억지로 가져다 붙인 것이다.
따라서 양치나 양치질은 한자어 양지,양지질이 변해 우리말로 완전히 굳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