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도 경제성의 원칙이 적용된다.

특히 '-고' '-며' '-나' 같은 등위 접속어로 연결되는 경우에는 접속어 앞뒤로 같은 값의 말이 오게 되므로 자칫 같은 표현을 반복해 쓰기 쉽다.

가령 '-고'는 두 가지 이상의 사실을 대등하게 벌여 놓는 연결 어미다.

"여름에는 비가 내리고 겨울에는 눈이 내린다" 식으로 쓰인다.

"이것은 감이며 저것은 사과다"처럼 쓰이는 '-며'도 두 가지 이상의 동작이나 상태 따위를 나열할 때 쓰는 연결 어미다.

'-나'는 둘 이상의 사물을 같은 자격으로 이어 주는 접속 조사다.

"말하는 것으로 보아 그는 소설가나 시인일 것이다"처럼 쓰인다.

등위 접속으로 연결되는 앞뒤 표현에 동일한 서술어가 나올 경우 앞에 오는 서술어를 생략할 수 있다.

이는 똑같은 표현의 반복에서 오는 단조로움과 늘어짐을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문맥상 특별히 운율을 준다거나 다른 의도를 갖는 경우가 아니라면 생략을 통해 간결하게 표현하는 게 글쓰기 요령이다.

가) 어느 나라 어느 기업 할 것 없이 정보화의 강령을 내걸고 디지털의 깃발을 곳곳에 내걸고 있다.

나) 교통 에너지 통신 같은 산업 인프라가 서로 연계돼 확대되고 강화되면서 역내 교역 활성활를 뒷받침하고 있다.

가)에서는 '강령을 내걸고…깃발을 내걸고 있다'로 서술어가 중복돼 쓰였다.

같은 서술어가 반복되는 형태일 때는 마지막에 있는 서술어에 모두 걸리므로 나머지는 생략해 쓰면 된다.

'…정보화의 강령과 디지털의 깃발을 곳곳에 내걸고 있다'로 쓰는 것이 간결하다.

나)의 '…서로 연계돼 확대되고 강화되면서'는 요령부득이다.

명사를 서술어로 만들어주는 '되다'가 '…돼 …되고 …되면서' 식으로 잇달아 나오면서 글맛을 떨어뜨린다.

이는 '…서로 연계돼 확대 강화되면서'와 같이 중간에 있는 연결 어미를 빼고 명사 나열 형태로 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