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대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협력업체와 성과 나눌 수 있어”

반 “기업내 노사 성과배분개념을 기업간에 적용해선 안돼”

이익공유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익공유제란 대기업이 초과 이익을 냈을 경우 그 이익을 협력 중소기업과 나누자는 것이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처음으로 아이디어를 낸 개념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정 위원장의 주장이다.

정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지역과 기업,개인의 양극화 근원은 기업 간 양극화"라고 전제하고 "초과 이익이 나는 것은 대기업 스스로의 노력도 있겠지만 중소기업의 노력도 있을 것"이라며 "대기업 이익의 공유 대상을 주주, 임직원뿐 아니라 이익 발생에 기여한 협력기업으로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익 공유 여부는 대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다만 "결과를 동반성장지수 평가에 반영해 세제혜택을 주겠다"고 말했다.

세금을 통해 사실상 대기업에 강하게 권하겠다는 얘기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정부 내에서도 찬반이 갈리고 정치인들은 물론 업계에서도 다양한 견해가 나오는 등 의견이 매우 분분하다.

특히 이익공유제에 대한 정 위원장의 의견에 반대하는 견해가 나오면 정 위원장은 이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 이익공유제를 둘러싼 논쟁은 이제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하는 양상이다.

이익공유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측, "대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협력업체와 성과를 나눌 수 있다"

정 위원장은 이익공유제에 대한 반대는 사람들의 경우 대부분 그 취지를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정 위원장은 "이익공유제라는 것은 이익분을 모든 기업들이 공통으로 나누자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이는 기업들이 기술협력 기금이나 고용안정 기금을 마련하는 등 중소기업을 강하게 하는 기초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협력업체의 기여도를 어떻게 산정할 것이냐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서도 "대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협력업체와 성과를 나눌 수 있는 계산법이 있다.

대기업이 종업원을 평가하는 방식처럼 찾아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기본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는 얼마 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초과이익공유제의 취지는 살려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동선 중소기업청장도 이익공유제를 지지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이익공유제가 많은 논란을 빚고 있는데,이념적인 문제를 떠나 기본적 취지에 많은 공감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들이 성과 발표를 할 때마다 협력업체 운영자들은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수익이 너무 떨어진다'고 불만을 터뜨린다"며 "이익이 나면 그 혜택은 대기업과 협력업체 등 참여한 모든 주체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현재 대기업이 가진 경쟁력은 그 기업만의 경쟁력이라기보다는 성과를 내는 협력업체들의 힘이 보태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협력업체의 품질관리나 기술개발, 인력관리 등에 소홀히 한다면 대기업도 지속성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반성 측, "기업 내 사용자와 노동자 간 성과를 배분하는 개념으로 기업 간에는 적용할 수 없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노사관계와 상관없는 협력업체에도 이익을 주자는 것은 현행법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식의 제도는 없다.

사회주의 하의 배급과 뭐가 다른가. 급진 좌파적 생각이다"며 이익공유제는 대기업 · 중소기업의 상생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사회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도무지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라며 "부정적이다 긍정적이다를 떠나 경제학 책에서 배우지도 못했고 누가 만들어낸 말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 내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없지 않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애초에 틀린 개념으로 더 이상 얘기 안 했으면 좋겠다"는 표현까지 썼다.

그는 "이익공유제는 기업 내에서 사용자와 노동자가 성과를 배분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기업 간에는 적용할 수가 없다"며 "원가절감 등으로 이익을 냈다고 했을 때 협력업체의 기여도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도 쉽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사회 구성원의 합의가 되지 않은 개념을 꺼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동반성장위원회가 운영된다면 위원장은 개인 생각보다 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초과이익을 냈을 때 이익을 공유한다고 하면 기업들이 아예 목표 이익 자체를 높게 잡아서 초과이익을 내지 않도록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제도는 완전히 형식적으로만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반대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 설익은 정책을 서둘러 공개하는 것은 문제

초과이익공유제는 아직 관련 법령이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치밀한 실행구상이 나오지도 않았다.

하나의 개인적인 아이디어 수준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유는 현 정부가 '동반성장'을 집권 하반기 커다란 기치로 내걸고 있고 이 같은 취지에 부합하는 각종 정책이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정책을 주도하게 될 동반성장위원회의 움직임은 모든 사람들이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총리를 지낸 영향력 있는 위원장의 말한마디는 설사 동반성장위원회가 민간기구라고 해도 사실상 정부의 정책이라고 믿는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인 취지가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현실적인 방법론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대기업의 이익을 이익발생에 기여한 중소기업과 나누자는 게 이익공유제의 핵심이지만 이익발생에 기여한 것은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의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를 비롯 다양한 주체가 있을 수 있다.

왜 소비자는 제외하고 중소기업만 포함시키느냐는 논란을 비롯 여러 가지 문제점이 현실적으로 지적될 수 있다.

이념적인 논쟁은 차치하고 당장 실제 적용하는 데 많은 문제점이 있는 설익은 정책을 서둘러 공개한 부분은 그런 점에서 재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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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신문 3월17일자 A12면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16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초과이익 공유제는 지극히 비생산적"이라며 "사회 구성원 간에 혼선만 빚고 있는 만큼 (정 위원장이)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 내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동선 중소기업청장 등이 초과이익공유제 취지에 공감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 장관은 "분명히 말하지만 초과이익공유제는 애초부터 틀린 개념이고 현실적인 개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초과이익공유제는 원래 사용자와 노동자 간에 적용되는 성과배분 개념으로 기업 간에 적용되는 개념이 아닌 데다 현실적으로 적용할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최 장관은 "자동차의 경우 협력 기업만 1만개인데 어디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이에 대해 최 장관이 동반 성장에 대한 의지가 없다며 날을 세웠다.

정 위원장은 "지경부 장관으로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며 이 정부와 최 장관이 동반성장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주용석/박신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