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과 ‘온 세상’의 차이

가)그는 엄동설한 속에서 온종일을 밖으로 쏘다녔다.

나)할머니는 친손자가 태어나자 온 세상을 얻은 듯 기뻐하셨다.

두 문장에 보이는 '온종일'과 '온 세상'은 모두 '관형사+명사'의 구조로 이뤄진 말이다.

하지만 띄어쓰기는 서로 달리 하고 있다.

그 차이는 '온종일'은 단어이고 '온 세상'은 단어가 아니라 구이기 때문이다.

'온'은 관형사로서 '전부의' '모두의'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온 집안/온 식구/온 국민/온 세상' 같이 쓰인다.

'관형사+명사'의 꼴이므로 띄어쓰기 규정에 따라 각각의 단어를 반드시 띄어 써야 한다.

그런데 이런 형태들 가운데엔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관형사와 명사의 결합이 완전히 굳어져 한 단어가 된 말이 있다.

그것을 합성어라 하는데,이때는 하나의 단어이므로 띄어 쓰지 않고 항상 붙여 쓴다.

<표준국어대사전>을 통해 보면 '온'과 결합해 합성어가 된 말 중 흔히 쓰이는 말에는 '온종일' 외에도 '온갖, 온몸, 온밤, 온통' 같은 게 있다.

'모든 종류의, 여러 가지의'란 뜻 '온갖'은 본래 '온가지'에서 비롯된 것으로,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줄어들어 지금의 형태로 굳은 말이다.

'통째로 전부, 있는 대로 모두, 모조리'란 뜻의 '온통'이란 말도 애초에는 '통'에 관형사 '온'이 결합해 쓰이다 아예 한 단어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들 중에는 '온갖/왼갖' '온종일/왼종일' 식으로 사람에 따라 '왼-'으로 발음하기도 하는 게 있다.

하지만 우리 맞춤법에서는 '왼'은 버리고 '온'만을 표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왼갖, 왼종일' 같은 말은 바른 게 아니다.

이는 언중 사이에 같은 뜻의 말이 이중모음과 단모음이 혼용되고 있을 경우 단모음을 받아들인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사람들 인식에 '온 세상' 같은 말도 한 단어로 느끼는 경우가 많아 띄어쓰기를 어렵게 한다는 데 있다.

그로 인해 우리말의 통일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다.

'온 세상'을 순우리말로 바꾸면 '온누리'이다.

'누리'는 '세상(世上)'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온누리' 역시 단어로 올리지 않았다.

대신에 올림말 '누리'의 용례에 '해방의 감격이 온 누리에 퍼졌다'를 올려, '온'과 '누리'는 단어가 아니라 구의 구조임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단어가 아니므로 띄어 써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일부 사전에서는 '온누리'를 이미 단어로 올린 경우도 있다.

그만큼 '온 누리'나 '온 세상' 같은 말은 일상적으로 자주 쓰는 말이라 사람들이 한 단어로 인식하기 쉽다.

이런 말들에 대한 통일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결국 국립국어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