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통점 찾기문제의 풀이

[생글 논술 첨삭노트] (52) “결론에 부합하는 제시문 요약을 시도할 것”
문제는 283호에 있습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드리다 보니 어느새 연재가 많이 지나갔군요.

이번 호부터 좀 더 속도를 올려서 공통점 찾기 유형부터 해결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호에 (가)와 (나)를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로 통념(通念)이 있다고 말씀드렸지요.

물론 이 단어가 생각나지 않더라도 상관은 없습니다.

상식이라든지, '널리 알려져 있는 지식' 정도만 하셔도 훌륭합니다.

대신 이제 술어를 정해야겠지요.

왜 '두 제시문은 공통적으로 통념에 대해 말하고 있다'와 같이 쓰지 않냐고 물으실 수도 있겠네요.

보다시피 이런 <명사+에 대해 말하고 있다>의 유형은 너무 피상적입니다.

실제로 요약할 때도 이런 식으로 시도하는 학생들이 많지요. 하지만, 확실히 말씀드리지만, 동사가 없이 명사만 덩그러니 나올 경우 매우 애매합니다. 명사보다 중요한 것은 동사입니다.

동사가 정확할 때 의미가 확실하게 전달됩니다.

(가)의 동사 부분을 살펴보면 이런 표현들이 있습니다. '당위성이 있는가?''재인식해야 할 것이다'.

즉, 당위성이 없으니 재인식해야 한다는 스토리같군요. (나)는 특별히 주장이라 할 것이 없습니다.

그저 우리에게 과학적 지식이라고 알려져 있던 무지개 7색설이 알고 보니, 그저 '주관적인 생각에 불과하다'는 내용이지요. 각 나라마다 서로 다르게 알고 있다는 이야기도 곁들여져 있지요.

아마 이렇게 술어 부분을 찾다보면 < ①당위성이 없다=주관적인 생각에 불과하다 ②재인식해야 한다>로 모아질 것 같습니다.

어느 것이 더 알맞을까요?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안전하게(혹은 소극적으로) ①번을 선택하도록 하지요.

괜히 없는 주장을 (나)에까지 끼워넣을 필요는 없지요. 만일 결론으로 '~하자'를 넣었다면 제시문 (나)도 주장하자는 식으로 요약을 뽑아야 하지만, 그게 쉬워보이는 제시문은 분명 아닙니다.

자, 그럼 결론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두 제시문은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통념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주관적인 생각에 불과하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

'일 수도 있다'와 같이 표현한 것은 이것 역시 확실한 진리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모든 통념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지요.

⊙ 제시문 (가) 요약

자, 그렇다면 (가) 요약으로 넘어가도록 하지요.

우선 제가 가르쳐드린 대로 제시문이 가지고 있는 의미군들을 몇 개의 문장으로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나오는 내용 자체를 모두 정리하고, 중복되는 내용을 정리하다 보면 다음과 같이 도출될 것입니다.



①역사교과서는 역사의식을 구성하는 중심적 지위를 갖는다.

=교과서는 보편적인 지식 혹은 표준화된 지식을 전제로 한다.

②하지만, 그런 당위성이 있는가? = 공적지식이란 과연 존재하는가?

③교과서는 우리에게 진리를 가르쳐주려는 누군가의 시도이다.

④역사적 결론은 다른 관점에 의해 수정될 수 있다. = 편견의 한 사례일 수 있다.

⑤그러므로, 교과서의 지식을 재해석의 대상으로 인식해야 한다.

=하나의 해석자료로 보자. 하나의 텍스트로 보자. 논쟁의 대상으로 보자.



보면 알겠지만, 비슷한 내용들이 많지요?

이런 부분들을 보고 물론 한 개만 콕 집어서 쓸 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좀 더 상위의 개념을 골라쓰는 센스를 발휘하도록 합시다.

모든 내용을 포괄할 수 있는 어휘를 알고 있다면 말이지요.

자,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제시문을 요약하기 위해서는 주장과 근거로 나누어 읽는 것이 편합니다.

⑤번이 확실하게 주장이로군요. 근거는 ③번 같아 보이죠? 혹은 ④번도 됩니다.

뒤에 <그러므로 ⑤해야 한다>를 붙였을 때 어색하지 않은 연결관계를 고려한다면 말이지요.

여기서 다만 주의할 것은, 어줍잖게 이 모든 내용을 억지로 담을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대개 학생들이 저지르는 실수는 분량에 맞게 이 많은 내용을 꾸겨넣기 위해 억지로 <하고> <해서> <하여> <인데> 따위를 사용하는 일입니다.

③번과 ④번을 억지로 합칠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그 상위의 개념을 쓰거나 혹은 하나만 선택해서 쓰는 것이 낫습니다. 특별히 논리적 관계도 없이 비슷한 내용의 문장을 억지로 나열식으로 붙일 필요는 없습니다.

주장과 근거로만 봤을 때는, ③+⑤만 있어도 될 듯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분량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외연+내연이 갖추어졌지만 분량을 못 채우면 소용이 없지요. ①,②번을 활용해서 외연을 다시 만들죠.

주장이 도출되기까지의 과정을 꾸리는 것이지요. ①,②번을 합치면 이렇게 되거든요.

예시1) "제시문 (가)는 보편적인 지식이라고 알려져 있는 역사교과서의 내용이 공적지식으로 인정할 만한 당위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의심한다. "(75자)

예시2) "제시문 (가)는 역사교과서가 역사의식을 구성하는 중심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교과서에 담을 공적지식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82자)

대략 80자 전후로 분량을 끊은 이유는 이 문제의 요구 분량이 350자였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대략 제시문 하나당 120~140자 정도가 떨어져야 합니다.

1개 문장 길이치곤 긴 편이니, 2개로 나누어서 쓰는 것이 좋겠지요. (외연+내연 1문장씩) 그럼, 이 뒤에 나올 문장을 꾸려보지요.

예시3) "결국, 교과서의 내용은 우리에게 진리를 가르쳐주려는 누군가의 시도이므로, 이 (지식)을 재해석의 대상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82자)

예시4) "역사란 다른 시각과 관점에 의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으므로, 교과서의 내용을 비판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74자)

둘 다 끝이 '것이다'라서 이상해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쓰는 이유는 우선, 이 문장에는 '제시문 (가)는'이란 주어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지요.

<이는 ~라는 것이다>라든지, <이를 통해 ~을 보여주는 것이다>와 같은 형태 역시 앞의 내용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같은 형식이나, 현재로서는 앞 문장의 뒤 문장 근거가 되는 형태는 아니므로 그냥 <결국> <즉>과 같은 의미의 분석 형태로 쓴 것이지요.

이 두 문장을 분량에 맞게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될 것입니다.

"제시문 (가)는 역사 교과서 속의 역사적 결론이 보편화된 지식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역사란 다른 관점에 의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므로, 역사 교과서의 내용을 재해석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45자)



⊙ 제시문 (나) 요약

제시문 (나)의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무지개의 색깔은 나라마다 다르다.

② 뉴턴은 무지개를 발견했다.

③ 당시에는 색의 경계가 없었던 관계로 뉴튼은 당시의 사고방식에 따라 무지개를 7가지 색이라고 규정하였다.

④ 그러므로, 뉴튼의 주관적인 생각에 불과했다.

(가)보다는 한결 가벼워보입니다. 결론이 '통념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이므로, 이에 맞게 내연을 찾자면 ④번이 가장 가깝겠지요?

이것도 (가)와 같은 식으로 해볼까요?

③+④번의 내용만 쓰기엔 분량이 모자랄 것이 분명하니, ①+②번을 도출 과정으로서의 외연으로 꾸리는 것이지요.

예시1) "제시문 (나)에 의하면, 우리가 학교 교육을 통해 7가지 색깔이라고 알고 있는 무지개의 색깔은 나라마다 모두 다르다. " (67자)

혹 여유가 있다면 ①+②+③번을 모두 합쳐서 쓸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중요한 내용은 ④번이니까요.

예시2) "제시문 (나)는 학교교육에 의해 하나의 정설로 굳어진 무지개 7색설이 단지 뉴턴이 살던 시대의 사고방식에서 기인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 (82자)

(나)를 사용하는 방식이 다른 이유는, (나)자체가 설명문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3번 요약 형태를 썼기 때문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써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자유롭게 변화하며 쓰는 것이지요.

그리고 여기에 ③+④번 내용을 붙이면 다음과 같이 완성됩니다.

"제시문 (나)는 학교교육에 의해 하나의 정설로 굳어진 무지개 7색설이 단지 뉴턴이 살던 시대의 사고방식에서 기인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를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객관적인 사실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146자)



자, 이렇게 완성되었네요.

다음 시간에는 비교하기에 대한 설명에 들어가도록 하지요.



이용준 S · 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