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책으로‘일과 가정의 양립’정책이 필요한 이유는?
⊙ 형식 · 내용적으로 전형적인 통합논술
2011 서울대 정시논술고사는 총 3문항이었고, 문항 1은 자연과학, 문항 2는 사회과학,그리고 문항 3은 인문예술로 영역별 균형을 이루었다.
이번호에 다루는 문항2의 내용은 '자녀돌봄 정책'이고, 형식은 1개의 제시문, 3개의 도표, 1개의 그림으로 구성된, '도표 분석 논술'이다.
도표에 나타난 객관적 현실을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논제에 답해야 한다.
논제는 두 개, <논제 1>은 "저출산이 문제가 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도 일과 가정의 양립정책이 필요하다고 할 때, 그 이유가 무엇인지" 밝히는 것과, <논제 2> "제시문의 4 가지 돌봄정책 유형 가운데 우리 사회가 어떤 유형의 정책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였다.
시대의 현안을 소재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원인을 분석하며 대안을 탐색하는 전과정이 논술의 본령이다.
또한 저출산 문제는 경제 · 사회적인 문제로 간주되고, 이는 그 사회의 역사 · 문화적인 배경과 필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문항2 논제는 '전형적인 통합논술 유형'이다.
[제시문]
하스(Linda Haas)는 유럽연합에 속한 국가에서 1990년대 중반 이후 실시된 자녀돌봄 정책을 다음과 같이 유형화한다.
첫 번째 유형은 '사적 돌봄(사회의 불간섭) 모형'으로 남유럽의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이 이에 속한다.
이들 국가에서 육아는 1차적으로 엄마나 확대가족 구성원이 담당해야 한다는 전통적 성 역할 의식이 강하고, '육아의 사회화'라는 관념이 적으며 정부 또한 육아정책에 소극적이다.
두 번째 유형은 '가족중심 모형'으로 오스트리아,벨기에,프랑스,독일,룩셈부르크가 여기에 속한다. 남유럽 국가에 비해 여성의 취업을 적극 지원하지만 북유럽 국가에는 미치지 못하는 중간형이다.
그러나 어떤 학자는 프랑스의 경우 유럽 내에서 가장 강력한 출산 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어, 이 유형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세 번째 유형은 '시장지향 돌봄 모형'이다.
아일랜드, 네덜란드, 영국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국가는 유럽연합 차원의 권고가 있기 전에는 육아휴가 제도가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유형의 국가들은 자녀 양육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대신, 기업이 가족친화적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네 번째 유형은 '돌봄 가치 인정 모형'이다.
여기에는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이 속하고, 유럽연합에 속하지 않는 노르웨이도 이 범주에 속한다. 돌봄 자체가 사적 · 공적 영역의 공동 의무라고 생각하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위해 육아에 대해 적극적 지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 제시문과 자료를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 단, 다음의 조건을 충족하시오.
1. 유럽 사회의 1980년과 2005년의 경험을 비교 · 분석할 것.
2. '일과 가정의 양립'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기술하지 말 것.
<논제 1> 유럽 여러 국가는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일과 가정의 양립'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저출산이 문제가 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도 '일과 가정의 양립' 정책이 필요하다고 할 때, 그 이유가 무엇인지 반드시 주어진 자료를 이용하여 서술하시오.
☞ 논제 1 해설
제시문은 유럽연합 17개 국가들을 범주화(카테고리,유형화)하고 있다.
이런 유형별 분류는 매우 폭력적인 일이기는 하다.
실제 삶의 영역으로 들어가보면 이 4개 유형은 한 동네 안에서조차 서로 뒤섞여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위와 같은 '체계적 분석'은 논술에서 필수적이다.
사태를 이해하기 쉽게 나누고, 국가간 비교대조를 가능케 하며, 무엇보다 기준을 제시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데 집중하고 선택할 지점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4개 유형의 차이를 분명히 하되, 어떤 기준에 의해 나뉘고 있는지를 선명히 붙잡자. 제시문의 범주를 나눈 기준은 개인과 사회이다.
개인은 다시 ①유형:여성 개인 ②유형:가족으로 세분화할 수 있고, 사회는 ③유형:기업 ④유형:국가 등 공적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도표는 대개 숫자로 되어 있고, 대상이 좌표화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인문계)수험생들은 거부감과 어려움을 표시한다. 하지만 표,그래프,그림을 읽을 때 두 가지를 집중해 읽으면 그런 어려움은 한결 덜어진다.
먼저 극대치와 극소치에 집중하고, 다음 전체 수치들이 보여주는 경향성(패턴이나 흐름)을 보려는 태도이다. 우리 사회는 어떤 유형의 자녀돌봄 정책을 채택해야 할까?
⊙ 문제를 정의하고, 제시문을 토대로 분석할 것
문제(현안, problem)를 정의하는 것은 논술을 푸는 첫 열쇠를 쥐는 행위다.
분석의 대상은 제시문과 논제다. 핵심 제재어는 '저출산'인데, 이것이 어떤 맥락에서 제시되고 있는가 따져보자. ①여성의 ②노동(직업과 사회 참여)과 ③가정(가사 및 육아)의 괴리가 그 기초이다.
이는 ②-1 공적사회의 경제적인 영역과 ③-1 사적영역인 가족의 일이다.
이에 대하여 ④국가영역의 정책적 배려가 구성요소들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의 배경은 근대의 발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근대는 정치적으로는 계약에 의한 공화정(국가)의 성립, 사회적으로는 개인주의(혈연,지연,신분,그리고 남성 중심의 사회로부터)의 확대,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와 성립으로 거칠게 수렴할 수 있다.
특히 경제영역에서 벌어진 일련의 변화 때문에 전통적 의미에서의 여성의 역할은 큰 변화가 불가피한 일이었다.
출산과 육아, 그리고 교육 등의 전통적 역할은 모두 병원이나 학교 등으로 이동해가고, 보다 확장된 경제적 장에서 여성노동력에 대한 지속적인 공급 필요성이 대두된 때문이다.
이런 바탕 위에 '일과 가정의 동시충족'은 두 가지 점에서 중대하다.
전자인 '일'은 가정(전통과 과거)에 매여있는 여성들을 공적영역인 일자리로 끌어들인다는 의미이고, 후자인 '가정'은 그로써 발생하는 공백을 채우기 위해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노동력의 재생산이라는 측면에서 '가정'의 경제적 가치가 존재하고, 사회주의권의 실패(밥공장, 전면탁아 정책 등 여성을 거의 전부 노동자화 전례)로 가정의 가치는 재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논제는 우리 사회가 이처럼 중대한 일과 가정의 양립정책이 펼쳐지지 못하고 있음을 전제하고 있고, 따라서 표와 그림을 통하여 이를 밝혀내야 한다.
⊙ 도표는 극대극소와 경향성 읽어야
<표3>은 평일 하루 기준으로, '무직' 여성이 381.4분 가사노동하는 데 반해 남성은 겨우 100.2분을 일한다. (전업주부)여성이 하루 6시간 21분 일하는데, 남자는 1시간40분만 일한다는 의미이다.
8시간 이상 정규노동(9시부터 5시까지 혹은 그 외 노동시간)을 하는 경우에도 그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남성은 21.7분을 일하고, 여성은 99.4분을 일한다. 전자는 3.8배, 후자는 4.6배다.
<그림>에서 한국은 출산율과 성평등지수에서 공히 최저이다.
한국과 유럽국가들 전부를 배치해 놓으면 성평등지수와 합계출산율은 거의 정비례하는 패턴을 찾을 수 있다.
노르웨이,핀란드,스웨덴,덴마크 등 복지선진국 북유럽은 아울러 성평등지수 또한 높다.
높은 성평등성은 출산율과 노동참여율의 기초 원인으로 설정할 수 있다.
반대로의 해석은 역사경험으로나, 합리칙으로 난센스이다. 관계는 인과나 위계로 정리해야 한다.
<표3>과 <그림>을 연결하면, 한국의 심각한 남녀불평등이 고착화되어 있음이 도출된다.
1999년에 400.7분 일한 여성은 2009년에 381.4분으로 조금 덜 일하지만, 17.6분 일했던 남성은 21.7분 정도만 더 일할 뿐이다. 조금 나아졌지만, 획기적인 차원에서의 변화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 불평등은 전근대의 강고한 전통을 보여주고 있고, 이 간극을 메우는 과정이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사회화(공공영역 확대-근대화) 전략일 것이다.
<논제 2> 제시문의 네 가지 자녀 돌봄 정책 유형 가운데 우리 사회는 어떤 유형의 정책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
☞ 논제 2 해설
이 논제, 즉 무엇이 필요한가를 알기 위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우리가 ①지금, 여기서 어떤 현실에 있는가, (역사적 사회적인 경험들에서 도출된) ②합리적 준칙이 무엇인가이다.
⊙ 뾰족히 주장하고 탄탄한 근거로 뒷받침해야
<표2>에서 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08이다. 최악의 출산율을 보이는 이탈리아 1.32, 그리스 1.34보다 낮다.
한국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1980년에는 45.6%였고, 2005년에 54.4%인데, 이 수치 역시 유럽국가의 그것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유럽 최저국가는 50.4%를 보이는 이탈리아이고, 다시 그리스가 54.6%로 2위인데, 역시 한국은 그리스보다도 더 여성들의 노동참여가 저조하다.
경향을 보자. 위 두 개의 국가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첫 번째 유형인 '사적 돌봄(사회적 불간섭) 모형'이다.
반대로 높은 출산율을 보이는 국가들도 그 패턴을 찾을 수 있다.
<표1>에서 출산율 1위 국가는 프랑스로 1.92이다. 이 나라는 유형2로 분류되지만, 국가가 강력한 출산정책을 펴고 있음을 제시문은 언급하고 있다.
2위 국가는 아일랜드이다.
유형3의 국가지만, 원래 출산율이 3.23이라는 특수성이 있다(낙태를 금지하는 엄격한 가톨릭국가이기도 하다).
이를 빼면 3위 및 공동 4위 국가는 노르웨이와 덴마크 · 핀란드, 네 번째 유형 국가이다.
출산율이 높은 국가인 유형4의 국가는 노동시장 참여율 또한 높다.
<표1>에서 노동시장 참여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스웨덴이고, 다음이 덴마크, 3위가 노르웨이다. 스위스가 4위지만, 5위는 다시 유형4의 국가인 핀란드다.
유형1의 국가인 그리스의 1980년 출산율이 2.21, 스페인 2.22, 포르투갈 2.18로 여타의 유럽국가들보다 훨씬 높은 출산율을 자랑했던 점도 유념해야 한다.
2005년에는 최악의 출산율을 보이는 국가들로 '전락'해 버린 때문이다.
근대사회가 전통사회와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지점은, 무엇보다 국가(사회적 계약이기도 한)의 역할 증대와 자유롭고 풍요로운 사회적 경제적 공간의 확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를 공적영역의 확대라고 카테고리화할 수 있다면, 유형1의 사적돌봄이나 유형2의 가족중심 모델은 우리가 추구할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유형3의 기업중심 모델은 그보다 낫지만, 보다 폭넓고 가치지향적인, 동시에 역사와 사회적 발전의 미래가 될 수 있는 공간을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
유형4가 한국 사회의 지향해야 할 가치와 전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출산의 문제는 인간의 원초적 영역이며, 동시에 가정만의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저출산 문제를 경제적,사회적 차원에서 다루는 것은 때로 거북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한 나라의 공적영역(경제영역과 사회영역 등)은 해당 국가 구성원들의 삶이 다양하고 풍요하게 펼쳐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다.
한국의 낮은 출산율은 저출산의 문제를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일 뿐이지만, 우리는 이를 통해 명백하고 실제적인 위험성도 보여준다.
저출산사회는 그러한 동력을 잃을 위험이 있는 사회이고, 무엇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 또한 보이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원동업 S · 논술 선임연구원 iskarma@hanmail.net
⊙ 형식 · 내용적으로 전형적인 통합논술
2011 서울대 정시논술고사는 총 3문항이었고, 문항 1은 자연과학, 문항 2는 사회과학,그리고 문항 3은 인문예술로 영역별 균형을 이루었다.
이번호에 다루는 문항2의 내용은 '자녀돌봄 정책'이고, 형식은 1개의 제시문, 3개의 도표, 1개의 그림으로 구성된, '도표 분석 논술'이다.
도표에 나타난 객관적 현실을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논제에 답해야 한다.
논제는 두 개, <논제 1>은 "저출산이 문제가 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도 일과 가정의 양립정책이 필요하다고 할 때, 그 이유가 무엇인지" 밝히는 것과, <논제 2> "제시문의 4 가지 돌봄정책 유형 가운데 우리 사회가 어떤 유형의 정책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였다.
시대의 현안을 소재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원인을 분석하며 대안을 탐색하는 전과정이 논술의 본령이다.
또한 저출산 문제는 경제 · 사회적인 문제로 간주되고, 이는 그 사회의 역사 · 문화적인 배경과 필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문항2 논제는 '전형적인 통합논술 유형'이다.
[제시문]
하스(Linda Haas)는 유럽연합에 속한 국가에서 1990년대 중반 이후 실시된 자녀돌봄 정책을 다음과 같이 유형화한다.
첫 번째 유형은 '사적 돌봄(사회의 불간섭) 모형'으로 남유럽의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이 이에 속한다.
이들 국가에서 육아는 1차적으로 엄마나 확대가족 구성원이 담당해야 한다는 전통적 성 역할 의식이 강하고, '육아의 사회화'라는 관념이 적으며 정부 또한 육아정책에 소극적이다.
두 번째 유형은 '가족중심 모형'으로 오스트리아,벨기에,프랑스,독일,룩셈부르크가 여기에 속한다. 남유럽 국가에 비해 여성의 취업을 적극 지원하지만 북유럽 국가에는 미치지 못하는 중간형이다.
그러나 어떤 학자는 프랑스의 경우 유럽 내에서 가장 강력한 출산 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어, 이 유형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세 번째 유형은 '시장지향 돌봄 모형'이다.
아일랜드, 네덜란드, 영국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국가는 유럽연합 차원의 권고가 있기 전에는 육아휴가 제도가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유형의 국가들은 자녀 양육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대신, 기업이 가족친화적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네 번째 유형은 '돌봄 가치 인정 모형'이다.
여기에는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이 속하고, 유럽연합에 속하지 않는 노르웨이도 이 범주에 속한다. 돌봄 자체가 사적 · 공적 영역의 공동 의무라고 생각하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위해 육아에 대해 적극적 지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 제시문과 자료를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 단, 다음의 조건을 충족하시오.
1. 유럽 사회의 1980년과 2005년의 경험을 비교 · 분석할 것.
2. '일과 가정의 양립'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기술하지 말 것.
<논제 1> 유럽 여러 국가는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일과 가정의 양립'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저출산이 문제가 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도 '일과 가정의 양립' 정책이 필요하다고 할 때, 그 이유가 무엇인지 반드시 주어진 자료를 이용하여 서술하시오.
☞ 논제 1 해설
제시문은 유럽연합 17개 국가들을 범주화(카테고리,유형화)하고 있다.
이런 유형별 분류는 매우 폭력적인 일이기는 하다.
실제 삶의 영역으로 들어가보면 이 4개 유형은 한 동네 안에서조차 서로 뒤섞여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위와 같은 '체계적 분석'은 논술에서 필수적이다.
사태를 이해하기 쉽게 나누고, 국가간 비교대조를 가능케 하며, 무엇보다 기준을 제시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데 집중하고 선택할 지점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4개 유형의 차이를 분명히 하되, 어떤 기준에 의해 나뉘고 있는지를 선명히 붙잡자. 제시문의 범주를 나눈 기준은 개인과 사회이다.
개인은 다시 ①유형:여성 개인 ②유형:가족으로 세분화할 수 있고, 사회는 ③유형:기업 ④유형:국가 등 공적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도표는 대개 숫자로 되어 있고, 대상이 좌표화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인문계)수험생들은 거부감과 어려움을 표시한다. 하지만 표,그래프,그림을 읽을 때 두 가지를 집중해 읽으면 그런 어려움은 한결 덜어진다.
먼저 극대치와 극소치에 집중하고, 다음 전체 수치들이 보여주는 경향성(패턴이나 흐름)을 보려는 태도이다. 우리 사회는 어떤 유형의 자녀돌봄 정책을 채택해야 할까?
⊙ 문제를 정의하고, 제시문을 토대로 분석할 것
문제(현안, problem)를 정의하는 것은 논술을 푸는 첫 열쇠를 쥐는 행위다.
분석의 대상은 제시문과 논제다. 핵심 제재어는 '저출산'인데, 이것이 어떤 맥락에서 제시되고 있는가 따져보자. ①여성의 ②노동(직업과 사회 참여)과 ③가정(가사 및 육아)의 괴리가 그 기초이다.
이는 ②-1 공적사회의 경제적인 영역과 ③-1 사적영역인 가족의 일이다.
이에 대하여 ④국가영역의 정책적 배려가 구성요소들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의 배경은 근대의 발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근대는 정치적으로는 계약에 의한 공화정(국가)의 성립, 사회적으로는 개인주의(혈연,지연,신분,그리고 남성 중심의 사회로부터)의 확대,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와 성립으로 거칠게 수렴할 수 있다.
특히 경제영역에서 벌어진 일련의 변화 때문에 전통적 의미에서의 여성의 역할은 큰 변화가 불가피한 일이었다.
출산과 육아, 그리고 교육 등의 전통적 역할은 모두 병원이나 학교 등으로 이동해가고, 보다 확장된 경제적 장에서 여성노동력에 대한 지속적인 공급 필요성이 대두된 때문이다.
이런 바탕 위에 '일과 가정의 동시충족'은 두 가지 점에서 중대하다.
전자인 '일'은 가정(전통과 과거)에 매여있는 여성들을 공적영역인 일자리로 끌어들인다는 의미이고, 후자인 '가정'은 그로써 발생하는 공백을 채우기 위해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노동력의 재생산이라는 측면에서 '가정'의 경제적 가치가 존재하고, 사회주의권의 실패(밥공장, 전면탁아 정책 등 여성을 거의 전부 노동자화 전례)로 가정의 가치는 재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논제는 우리 사회가 이처럼 중대한 일과 가정의 양립정책이 펼쳐지지 못하고 있음을 전제하고 있고, 따라서 표와 그림을 통하여 이를 밝혀내야 한다.
⊙ 도표는 극대극소와 경향성 읽어야
<표3>은 평일 하루 기준으로, '무직' 여성이 381.4분 가사노동하는 데 반해 남성은 겨우 100.2분을 일한다. (전업주부)여성이 하루 6시간 21분 일하는데, 남자는 1시간40분만 일한다는 의미이다.
8시간 이상 정규노동(9시부터 5시까지 혹은 그 외 노동시간)을 하는 경우에도 그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남성은 21.7분을 일하고, 여성은 99.4분을 일한다. 전자는 3.8배, 후자는 4.6배다.
<그림>에서 한국은 출산율과 성평등지수에서 공히 최저이다.
한국과 유럽국가들 전부를 배치해 놓으면 성평등지수와 합계출산율은 거의 정비례하는 패턴을 찾을 수 있다.
노르웨이,핀란드,스웨덴,덴마크 등 복지선진국 북유럽은 아울러 성평등지수 또한 높다.
높은 성평등성은 출산율과 노동참여율의 기초 원인으로 설정할 수 있다.
반대로의 해석은 역사경험으로나, 합리칙으로 난센스이다. 관계는 인과나 위계로 정리해야 한다.
<표3>과 <그림>을 연결하면, 한국의 심각한 남녀불평등이 고착화되어 있음이 도출된다.
1999년에 400.7분 일한 여성은 2009년에 381.4분으로 조금 덜 일하지만, 17.6분 일했던 남성은 21.7분 정도만 더 일할 뿐이다. 조금 나아졌지만, 획기적인 차원에서의 변화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 불평등은 전근대의 강고한 전통을 보여주고 있고, 이 간극을 메우는 과정이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사회화(공공영역 확대-근대화) 전략일 것이다.
<논제 2> 제시문의 네 가지 자녀 돌봄 정책 유형 가운데 우리 사회는 어떤 유형의 정책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
☞ 논제 2 해설
이 논제, 즉 무엇이 필요한가를 알기 위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우리가 ①지금, 여기서 어떤 현실에 있는가, (역사적 사회적인 경험들에서 도출된) ②합리적 준칙이 무엇인가이다.
⊙ 뾰족히 주장하고 탄탄한 근거로 뒷받침해야
<표2>에서 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08이다. 최악의 출산율을 보이는 이탈리아 1.32, 그리스 1.34보다 낮다.
한국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1980년에는 45.6%였고, 2005년에 54.4%인데, 이 수치 역시 유럽국가의 그것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유럽 최저국가는 50.4%를 보이는 이탈리아이고, 다시 그리스가 54.6%로 2위인데, 역시 한국은 그리스보다도 더 여성들의 노동참여가 저조하다.
경향을 보자. 위 두 개의 국가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첫 번째 유형인 '사적 돌봄(사회적 불간섭) 모형'이다.
반대로 높은 출산율을 보이는 국가들도 그 패턴을 찾을 수 있다.
<표1>에서 출산율 1위 국가는 프랑스로 1.92이다. 이 나라는 유형2로 분류되지만, 국가가 강력한 출산정책을 펴고 있음을 제시문은 언급하고 있다.
2위 국가는 아일랜드이다.
유형3의 국가지만, 원래 출산율이 3.23이라는 특수성이 있다(낙태를 금지하는 엄격한 가톨릭국가이기도 하다).
이를 빼면 3위 및 공동 4위 국가는 노르웨이와 덴마크 · 핀란드, 네 번째 유형 국가이다.
출산율이 높은 국가인 유형4의 국가는 노동시장 참여율 또한 높다.
<표1>에서 노동시장 참여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스웨덴이고, 다음이 덴마크, 3위가 노르웨이다. 스위스가 4위지만, 5위는 다시 유형4의 국가인 핀란드다.
유형1의 국가인 그리스의 1980년 출산율이 2.21, 스페인 2.22, 포르투갈 2.18로 여타의 유럽국가들보다 훨씬 높은 출산율을 자랑했던 점도 유념해야 한다.
2005년에는 최악의 출산율을 보이는 국가들로 '전락'해 버린 때문이다.
근대사회가 전통사회와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지점은, 무엇보다 국가(사회적 계약이기도 한)의 역할 증대와 자유롭고 풍요로운 사회적 경제적 공간의 확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를 공적영역의 확대라고 카테고리화할 수 있다면, 유형1의 사적돌봄이나 유형2의 가족중심 모델은 우리가 추구할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유형3의 기업중심 모델은 그보다 낫지만, 보다 폭넓고 가치지향적인, 동시에 역사와 사회적 발전의 미래가 될 수 있는 공간을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
유형4가 한국 사회의 지향해야 할 가치와 전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출산의 문제는 인간의 원초적 영역이며, 동시에 가정만의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저출산 문제를 경제적,사회적 차원에서 다루는 것은 때로 거북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한 나라의 공적영역(경제영역과 사회영역 등)은 해당 국가 구성원들의 삶이 다양하고 풍요하게 펼쳐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다.
한국의 낮은 출산율은 저출산의 문제를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일 뿐이지만, 우리는 이를 통해 명백하고 실제적인 위험성도 보여준다.
저출산사회는 그러한 동력을 잃을 위험이 있는 사회이고, 무엇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 또한 보이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원동업 S · 논술 선임연구원 iskarm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