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쁘다'가 변하면 '나뻐'가 아니라 '나빠'

"농번기라 그런지 농촌엔 한창 일손이 바뻤다. "

"밥을 급하게 먹어서 그런지 배가 아퍼요. "

"말리는 사람보다 네가 더 나뻐!"

이런 문장에서 공통적으로 잘못 쓰인 것은 무엇일까.

'바쁘다,아프다,나쁘다'가 활용한 '바빠,아파,나빠'를 '바뻐,아퍼,나뻐'로 잘못 적기 쉽다.

이것은 우리말의 음운현상 중 하나인 모음조화를 벗어난 표기로,한글 맞춤법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모음조화란 어간의 끝음절 모음이 양성모음, 즉 '아, 오'일 때는 어미도 양성인 '-아'로 적고 그 밖의 모음일 때, 즉 음성모음 '애, 어, 외, 우, 위, 으, 의, 이'일 때는 '-어'로 적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일부 사람들 사이에선 모음조화가 파괴된 형태로 말하고 쓰곤 한다.

가령 '잡아'를 [자버]로, '얇아'를 [얄버]로, '앉아라'를 [안저라] 식으로 발음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표준 형태가 아니다.

'바쁘다, 아프다, 나쁘다'는 활용할 때 모음조화에 따라 어미 '-어'가 붙게 되는데 이때 어간의 '으'가 줄어지는 특성이 있다.

이를 '으'불규칙 용언이라 한다.

(이런 범주의 단어들은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는 어간의 형태를 유지하는 반면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만 어간의 모음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불규칙 활용이라 하지 않고 보편적 음운현상인 '모음충돌회피'로 보기도 한다) 이론적인 판단이야 어찌됐건 사용자의 입장에선 올바로 쓰는 요령이 더 중요하다.

'(숨이)가쁘다' '바쁘다'를 예로 들면 우선 '가쁘+어' → '가ㅃ+어'로, '바쁘+어'→'바ㅃ+어'로 된다.

이때 잇따라 모음조화가 일어나면서 어미로 붙는 음성모음 '어'가 양성모음 '아'로 바뀌어 '가빠' '바빠'가 되는 것이다.

'가빠'를 [가뻐]로 읽고 적는 경향은 발음상의 모음조화 파괴 탓도 있지만 기본형이 '으'가 탈락하는 불규칙 용언임을 모르고 쓰는 탓도 있는 것 같다.

즉 기본형만 생각하고 어간이 음성모음 '으'로 끝났으므로 무조건 어미도 음성모음 '-어'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말이 줄어지는 단어는 남아있는 형태를 중심으로 어미가 활용된다는 점을 기억해 두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