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귀성객 수송’이 어색한 까닭
"국토해양부는 외교통상부 등 관계부처와 비상대책회의를 거쳐 24일 이집트항공 소속 여객기를 리비아 트리폴리 공항으로 급파해 현지 교민과 근로자들을 수송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

리비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면서 사상자가 속출하자 우리 정부는 현지 교민들을 철수시키기 위해 특별 전세기를 운항키로 결정했다.

이를 전하는 여러 신문 방송의 보도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교민과 근로자 수송' 부분이다.

사람에 따라 이 표현에서 어딘지 어색한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까닭은 수송선,수송병,수송기,수송관 등 일상적으로도 흔히 쓰이는 이 말이 '현금 수송,원유 수송,물자 수송' 등에서처럼 주로 짐이나 물건과 어울려 쓰이기 때문이다.

'수송(輸送)'은 '보낼 수,보낼 송'으로 이뤄진 단어이다.

1999년 국립국어원이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은 이 말을 '기차나 자동차,배,항공기 따위로 사람이나 물건을 실어 옮김'으로 풀이한다.

2004년 나온 금성출판사 간 <훈민정음 국어사전>의 풀이도 마찬가지이다.

용례로는 '현금 수송 차량/귀성객 수송을 위해 임시 열차가 편성되었다. /간밤에 죄수들을 수송 도중…' 등을 올렸다.

그러니 적어도 사전적으로는 '근로자 수송'이니 '교민 수송'이니 하는 말을 모두 쓸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는 그동안 대부분의 사전에서 올리고 있던 것과는 좀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사람'이 추가된 것이다.

그 전에는 '수송'이라 함은 '짐이나 물건을 실어 보냄'이 주된 풀이였다.

한글학회의 <새한글사전>이 그렇고,신기철/신용철의 <새우리말큰사전>(삼성출판사 간),한갑수의 <새국어대사전>(학력개발사 간) 등이 모두 같다.

민중서관에서 발행한 <새로나온 국어대사전>(2005년) 역시 수송을 '기차,자동차,배,항공기 등으로 물건을 실어 보냄'으로 설명한다.

이 같은 뜻풀이는 한자 '수(輸)'의 형성원리를 보면 좀 더 분명해진다. '수(輸)'는 뜻을 나타내는 '수레 거(車)'부에 음(音)을 나타내는 '兪(유→수)'가 어울려 이뤄진 글자다.

이때 兪는 나무를 파내어 만든 통나무배로,여기서는 물건을 싣고 건너는 것을 나타낸다.

따라서 '수(輸)'는 수레나 배에 물건을 실어 보내는 일을 뜻한다.

(네이버 한자사전) '수출/수입/수혈' 따위가 이 글자의 전형적인 쓰임새인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는 물건이나 짐 같은 걸 보내는 데 쓰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표준국어대사전>의 '사람'이 추가된 풀이는 '수송'이란 단어의 쓰임새를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귀성객 수송'과 같은 표현이 오래 전부터 언론 등을 통해 많이 쓰였다.

"그런데 역장과 여객주임은 교통부 현업기관 직제 제七조 및 제九조에 의하여 각각 여객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수송할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라 한다. "

동아일보 60년 2월20일자에 실린 이 대목은 당시 설을 맞아 귀성객들이 한꺼번에 몰려 발생한 서울역 압사사건 기사의 일부이다.

여기에 나오는 '여객 수송'이란 말을 비롯해 사람을 대상으로 '수송'을 쓴 사례는 매우 흔하다.

<표준국어대사전>이 이런 현실적 쓰임새를 수용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이후 많은 사전들이 '수송'의 용법에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을 옮기는 것도 포함하게 됐음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니 지금 와서 새삼스레 '학생 수송'이니 '부상병을 후방으로 수송하다' '귀성객 수송에 만전을 기하다' 같은 표현에 시비를 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어색함을 덜고 좀더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말도 있다는 것은 알아둘 만하다.

우리말에서 '사람이나 물건을 다른 데로 옮겨 보냄'이란 의미로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말로는 '이송(移送)'이나 '운송(運送)'이 있다.

이들은 '화물 이송 열차/포로 이송/환자 이송/여객 운송/물자 운송 차량' 등과 같이 사람이나 물건에 두루 쓰인다.

'귀성객 수송'이나 '학생 수송'보다는 '귀성객 이송' '학생 운송'이 자연스럽다.

또 '부상병을 후방 육군 병원으로 이송하다'에서 '후방으로 이송함'을 한 단어로 하면 '후송(後送)'이다.

그러니 가령 '죄수들을 다른 교도소에 후송하던 중에 사고가 발생했다'라고 하면 적절한 표현이 아닌 셈이다.

'감시하거나 보호하여 옮기는 일'은 '호송(護送)'이라 한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