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생계가 걸린 사람들에게는 적게 물려야”
반 “비현실적이고 위험한 포퓰리즘적 발상”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교통위반 범칙금을 소득과 연계해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언급함에 따라 과연 이를 시행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소득에 따른 범칙금 차등화를 주장한 것은 북 유럽의 국가들이 실시하는 소위 '일수(日數) 벌금제'(day-fine) 를 국내에도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 제도는 범행의 경중에 따라 일수를 정하고 피고인의 재산 정도를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에 일정 비율을 곱해 최종 벌금액수를 정하는 식이다.
벌금을 소득의 많고 적음에 따라 달리 부과해야 적절한 징벌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발상에서 나온 제도다.
현재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독일 멕시코 마카오 등지에서 이 제도를 채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2009년에도 유사한 주장을 한 적이 있는데,두 번씩이나 국무회의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실제로 제도가 고쳐지지 않는다고 불만도 토로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런 주문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과연 소득에 따라 교통위반 범칙금을 차등하는 것이 공정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물론 현실적으로 일일이 소득 파악이 가능하느냐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2009년에 한 국회의원이 소득과 연계한 범칙금 차등 부과 법안을 발의하려다가 국회 입법조사처가 문제점을 지적해 법안 발의를 포기한 적도 있다.
교통위반 범칙금을 소득에 따라 다르게 부과하는 방안을 둘러싼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측,"생계가 걸린 사람들에게는 경감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은 최근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 만찬에서 "생계형 픽업 차량들이 교통법규를 위반해서 내는 벌금과 벤츠 승용차 운전자가 위반해서 내는 벌금이 같은데 그게 공정사회 기준에 맞느냐"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똑같은 법규를 위반했어도 한 사람은 생계가 걸린 문제이고 또 다른 사람은 그저 취미생활을 하다가 위반한 경우일 가능성이 큰데 같은 액수의 벌금을 내도록 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게 대통령의 주장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2009년 8월 국무회의에서도 유사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생계형 운전자처럼 매일 차 한 대 운전해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하고 돈이 많아서 놀러다니는 사람하고 범칙금을 똑같이 물리는 것은 문제 아니냐"며 최근 발언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대통령의 이런 주장에 대해 차 한 대에 생계를 의존해야 하는 많은 생계형 자영업자들은 전폭적인 지지를 하고 있다.
트럭에 물건을 싣고 노점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부득이 주차 위반을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매일 같이 주차위반 과태료를 물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억울할 뿐 아니라 실제로도 엄청난 부담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들 대부분은 아예 주차위반 과태료를 내지 않고 있어 법 집행의 실효성이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는 점도 지적한다.
택시나 화물차 운전자 등 업무의 특성상 부득이 속도제한이나 신호위반 등을 많이 하는 사람들 역시 업무의 성격과 소득을 감안한 범칙금 차등화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 반대 측,"전형적인 포퓰리즘이며 봉급생활자에게 불리"
교통위반 범칙금을 소득에 따라 차등화하는 것은 범칙행위 자체에 대한 문책을 넘어 소득 재산의 차이를 제재의 범위로 끌어들이는 것으로 위험한 포퓰리즘적인 발상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일반적인 교통법규 위반은 중대한 범죄행위가 아니고,일상생활에서 누구나 범할 수 있는 과오인데 소득이 많거나 고가의 승용차를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교통범칙금을 더 내야 할 법적 논리는 없다는 것이다.
교통 범칙금은 교통질서 확립이라는 목적을 갖고 있는데 이런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소득 재분배와 같은 다른 목적을 위해 함부로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중대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범법자의 경제 및 사회적 지위에 따라 형량이 조정되기도 하지만 이 경우는 다르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데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도 많다. 2009년 한 의원이 관련 입법을 추진하자 국회 입법조사처는 검토보고서에서 "소득이 투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면 수입이 분명히 드러나는 봉급생활자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재 소득이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봉급생활자뿐인데 이 제도를 도입하면 자영업자 등 기타 소득자와 차별하는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영국이 1992년 10월에 일수벌금제를 시행했다가 자력 조사가 불가능하고 빈곤층에게 오히려 많은 벌금이 부과되는 부작용이 나타나 시행 6개월 만에 중단했다는 점도 반대론자들이 드는 근거 중 하나다.
제도를 도입할 경우 행정적인 업무가 폭주하고 저소득층의 법규 위반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 "전 국민의 소득 파악과 국민적 합의 등이 전제돼야"
공정의 개념은 극히 주관적이고 그 개념에 대해 컨센서스를 형성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런 만큼 교통범칙금을 소득에 따라 차등화하는 것이 공정한지,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판단은 쉽지가 않다.
따라서 이 문제는 옳고 그름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만약 제도를 도입하다면 어떤 준비를 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등을 논의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
최고 통치자의 의지가 강하고 정치적으로 합의를 이뤄낸다면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 경우 주의해야 할 점은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봉급생활자 말고는 정확한 소득이 국세청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상태에서 제도를 서둘러 도입하면 애먼 월급쟁이들만 범칙금을 더 내고 사실상 고소득이지만 소득 파악이 어려운 자영업자들은 오히려 부담이 줄어드는 일이 발생할 소지가 많다.
따라서 정부에서 개인의 재산 소득 정보의 파악이 가능해지고 검찰이나 경찰이 이런 정보를 수시로 사용하는 데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는 등의 기반이 갖춰져야 비로소 이 제도는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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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월22일자 보도기사>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교통위반 범칙금을 소득과 연계해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추진 의지를 밝혔지만 정작 관련 법안을 정비해야 할 국회에서는 "취지를 살리면 공정사회에 부합하지만 잘못하면 서민이나 봉급생활자들에게 불리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최고위원과의 만찬에서 "생계형 픽업 차량들이 교통법규를 위반해서 내는 벌금과 벤츠 승용차가 위반해서 내는 벌금이 같은데 그게 공정사회 기준에 맞겠느냐"며 "국무회의에서 두 번이나 이야기했는데 안 됐다"고 말했다.
이재오 특임장관도 "스웨덴은 1억원이 넘는 범칙금을 내는 이도 있다"고 거들었다.
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만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2009년 국무회의에서도 이 내용을 제안한 바 있다.
이 제도는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 주로 북유럽에서 시행하고 있는 '일수벌금제도'다.
벌금을 '1일 평균 순수입'에 따라 정하는 제도를 뜻한다.
이렇게 되면 소득에 따라 벌금이 달라진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2009년 소득과 연계해 교통범칙금을 차등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려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문제점을 지적해 법안 발의를 포기했다.
반 “비현실적이고 위험한 포퓰리즘적 발상”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교통위반 범칙금을 소득과 연계해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언급함에 따라 과연 이를 시행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소득에 따른 범칙금 차등화를 주장한 것은 북 유럽의 국가들이 실시하는 소위 '일수(日數) 벌금제'(day-fine) 를 국내에도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 제도는 범행의 경중에 따라 일수를 정하고 피고인의 재산 정도를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에 일정 비율을 곱해 최종 벌금액수를 정하는 식이다.
벌금을 소득의 많고 적음에 따라 달리 부과해야 적절한 징벌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발상에서 나온 제도다.
현재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독일 멕시코 마카오 등지에서 이 제도를 채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2009년에도 유사한 주장을 한 적이 있는데,두 번씩이나 국무회의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실제로 제도가 고쳐지지 않는다고 불만도 토로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런 주문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과연 소득에 따라 교통위반 범칙금을 차등하는 것이 공정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물론 현실적으로 일일이 소득 파악이 가능하느냐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2009년에 한 국회의원이 소득과 연계한 범칙금 차등 부과 법안을 발의하려다가 국회 입법조사처가 문제점을 지적해 법안 발의를 포기한 적도 있다.
교통위반 범칙금을 소득에 따라 다르게 부과하는 방안을 둘러싼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측,"생계가 걸린 사람들에게는 경감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은 최근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 만찬에서 "생계형 픽업 차량들이 교통법규를 위반해서 내는 벌금과 벤츠 승용차 운전자가 위반해서 내는 벌금이 같은데 그게 공정사회 기준에 맞느냐"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똑같은 법규를 위반했어도 한 사람은 생계가 걸린 문제이고 또 다른 사람은 그저 취미생활을 하다가 위반한 경우일 가능성이 큰데 같은 액수의 벌금을 내도록 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게 대통령의 주장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2009년 8월 국무회의에서도 유사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생계형 운전자처럼 매일 차 한 대 운전해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하고 돈이 많아서 놀러다니는 사람하고 범칙금을 똑같이 물리는 것은 문제 아니냐"며 최근 발언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대통령의 이런 주장에 대해 차 한 대에 생계를 의존해야 하는 많은 생계형 자영업자들은 전폭적인 지지를 하고 있다.
트럭에 물건을 싣고 노점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부득이 주차 위반을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매일 같이 주차위반 과태료를 물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억울할 뿐 아니라 실제로도 엄청난 부담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들 대부분은 아예 주차위반 과태료를 내지 않고 있어 법 집행의 실효성이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는 점도 지적한다.
택시나 화물차 운전자 등 업무의 특성상 부득이 속도제한이나 신호위반 등을 많이 하는 사람들 역시 업무의 성격과 소득을 감안한 범칙금 차등화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 반대 측,"전형적인 포퓰리즘이며 봉급생활자에게 불리"
교통위반 범칙금을 소득에 따라 차등화하는 것은 범칙행위 자체에 대한 문책을 넘어 소득 재산의 차이를 제재의 범위로 끌어들이는 것으로 위험한 포퓰리즘적인 발상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일반적인 교통법규 위반은 중대한 범죄행위가 아니고,일상생활에서 누구나 범할 수 있는 과오인데 소득이 많거나 고가의 승용차를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교통범칙금을 더 내야 할 법적 논리는 없다는 것이다.
교통 범칙금은 교통질서 확립이라는 목적을 갖고 있는데 이런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소득 재분배와 같은 다른 목적을 위해 함부로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중대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범법자의 경제 및 사회적 지위에 따라 형량이 조정되기도 하지만 이 경우는 다르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데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도 많다. 2009년 한 의원이 관련 입법을 추진하자 국회 입법조사처는 검토보고서에서 "소득이 투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면 수입이 분명히 드러나는 봉급생활자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재 소득이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봉급생활자뿐인데 이 제도를 도입하면 자영업자 등 기타 소득자와 차별하는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영국이 1992년 10월에 일수벌금제를 시행했다가 자력 조사가 불가능하고 빈곤층에게 오히려 많은 벌금이 부과되는 부작용이 나타나 시행 6개월 만에 중단했다는 점도 반대론자들이 드는 근거 중 하나다.
제도를 도입할 경우 행정적인 업무가 폭주하고 저소득층의 법규 위반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 "전 국민의 소득 파악과 국민적 합의 등이 전제돼야"
공정의 개념은 극히 주관적이고 그 개념에 대해 컨센서스를 형성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런 만큼 교통범칙금을 소득에 따라 차등화하는 것이 공정한지,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판단은 쉽지가 않다.
따라서 이 문제는 옳고 그름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만약 제도를 도입하다면 어떤 준비를 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등을 논의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
최고 통치자의 의지가 강하고 정치적으로 합의를 이뤄낸다면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 경우 주의해야 할 점은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봉급생활자 말고는 정확한 소득이 국세청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상태에서 제도를 서둘러 도입하면 애먼 월급쟁이들만 범칙금을 더 내고 사실상 고소득이지만 소득 파악이 어려운 자영업자들은 오히려 부담이 줄어드는 일이 발생할 소지가 많다.
따라서 정부에서 개인의 재산 소득 정보의 파악이 가능해지고 검찰이나 경찰이 이런 정보를 수시로 사용하는 데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는 등의 기반이 갖춰져야 비로소 이 제도는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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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월22일자 보도기사>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교통위반 범칙금을 소득과 연계해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추진 의지를 밝혔지만 정작 관련 법안을 정비해야 할 국회에서는 "취지를 살리면 공정사회에 부합하지만 잘못하면 서민이나 봉급생활자들에게 불리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최고위원과의 만찬에서 "생계형 픽업 차량들이 교통법규를 위반해서 내는 벌금과 벤츠 승용차가 위반해서 내는 벌금이 같은데 그게 공정사회 기준에 맞겠느냐"며 "국무회의에서 두 번이나 이야기했는데 안 됐다"고 말했다.
이재오 특임장관도 "스웨덴은 1억원이 넘는 범칙금을 내는 이도 있다"고 거들었다.
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만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2009년 국무회의에서도 이 내용을 제안한 바 있다.
이 제도는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 주로 북유럽에서 시행하고 있는 '일수벌금제도'다.
벌금을 '1일 평균 순수입'에 따라 정하는 제도를 뜻한다.
이렇게 되면 소득에 따라 벌금이 달라진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2009년 소득과 연계해 교통범칙금을 차등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려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문제점을 지적해 법안 발의를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