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좋고 안전한 먹을거리, 축산학 연구 덕분”

고경철 축산물품질평가원 R&BD센터장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이공계 유망학과 <35> - 축산학과
고경철 축산물품질평가원 R&BD(사업화연계기술개발사업) 센터장(56)은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며 "질 좋은 축산물과 가공식품을 개발하기 위한 축산학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 센터장은 "육류 품질의 기준을 제시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을 공급한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고 센터장은 고려대 축산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우유 가공에 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식육학으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 귀국해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21년째 근무하고 있다.

그가 이끌고 있는 R&D센터는 축산기술을 실용화해 새로운 사업으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축산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중고등학교 때 '보난자'라는 미국 드라마를 TV로 즐겨봤습니다.

아버지와 세 아들이 한적한 시골에서 목장을 운영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였죠.

드라마 속 인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축산학을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어떤 점에서 축산학이 적성에 맞았습니까.

"처음에는 목장을 경영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대학에 입학해 실습을 해 보니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하지만 유전자 개량 등 연구 분야는 저와 잘 맞았습니다. 겉으로는 똑같아 보이는 소나 돼지도 유전자 변이를 통해 보다 건강하고 번식력이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죠."

▼축산학 전공자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입니까.

"예전에는 소고기나 돼지고기의 등급 기준이 없었습니다.

소비자들이 고기를 살 때 안전한 건지,믿을 수 있는 건지 판단할 기준이 없었죠.하지만 지금은 일정한 시험과정을 거쳐 합격 판정을 받은 고기만 시중에 유통됩니다. 등급 기준을 만들어 시행토록 한 덕분이죠.

저는 축산물품질평가원에 20년간 근무하면서 등급 기준을 만들고 시행하는 전 과정에 관여했습니다.

국민 식생활 개선에 기여했다는 점에 매우 큰 보람을 느낍니다.

현재 등급 기준이 적용되고 있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과 함께 올해부터는 오리고기 말고기 액란(껍질을 깬 달걀)에 대해서도 등급 기준이 적용됩니다.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죠."

▼축산학 전공자는 주로 어떤 분야에 진출합니까.

"과거에는 축산학과 졸업생들이 육류 가공식품이나 사료,동물 약품 등에 관련된 분야에 많이 진출했습니다.

소나 말 등을 키우는 목장을 운영하는 사람도 많고 저처럼 연구직으로도 일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축산물 유통이나 수입업 분야로도 많이 나갑니다. 특히 유통업계에 진출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죠."

▼축산학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육류 소비에 대해서도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곧 축산학의 중요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고품질의 육류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축산학 발전이 필수적이기 때문이죠.

유전학을 접목해 보다 우수한 품종을 개발하고 위생 및 질병에 대한 관리 수준을 높이는 일이 모두 축산학이 해야 할 일이죠."

▼축산학을 전공하려면 어떤 점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합니까.

"예전에는 축산학 전공자들은 축산학만 공부해도 전문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융합되고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시대입니다.

축산학을 예로 들면 과거에 비해 유통 부문과의 연계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옛날에는 가축을 키워서 고기를 생산하는 일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만들어낸 고기를 어떤 경로로 유통시켜서 소비자에게 전달시킬 것인가가 더 중요해졌죠.

따라서 축산학은 물론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야 합니다. "

▼축산학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

"전문지식을 배우기 전에 우선 다양한 경험을 해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폭넓은 경험과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이 바탕이 됐을 때 전문지식도 빨리 배울 수 있기 때문이죠.

실생활에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방안을 고민해 보는 것도 축산학과 같은 응용과학을 공부하려는 학생에게 필요한 태도입니다.

우리의 식생활이 개선된 것은 축산학을 비롯한 응용과학의 연구 결과를 실생활에 적용한 덕분이죠.실생활과 접목되지 않는 학문은 죽은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는 여러 친구를 사귀면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인성을 기르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usho@hankyung.com


---------------------------------------------------------

동물성 식품 및 가공물을 공급하기 위한 응용과학 학문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이공계 유망학과 <35> - 축산학과
축산학은 축산 분야 전반에 대해 넓게 연구해 인류 생활에 유용한 동물성 식품과 그 가공물을 공급하기 위한 응용과학 학문이다.

구제역 등으로 안전한 축산물 공급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축산학의 주요 분야는 △가축의 증식 및 개량을 다루는 육종분야 △번식 · 생리분야 △가축생산물의 증대를 위한 영양 · 사료분야 △초지분야 △육류 우유 등 축산물 가공과 관련된 유가공 · 육가공 분야 등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된다.

축산학과에 진학하면 먼저 동물에 대한 기초이론을 공부한다.

1 · 2학년 때 동물생리학,동물생화학,동물영양학,동물자원학 등을 배운다.

이를 토대로 3 · 4학년 땐 동물유전학,동물발생학,동물면역학,동물육종학,동물사료학,동물질병학,동물번식학,축산 경영학,유가공학 등을 공부한다.

축산학과는 이런 전문 이론과 함께 실무 교육을 통해 축산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축산학을 전공하려면 우선 공부의 대상인 소 돼지 닭 등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공부하는 동안 소 돼지 닭과 접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이런 관심과 애정이 없으면 축산학 공부가 힘들게 느껴질 수 있다.

축산학과 진학을 원하는 고교생은 고교 때 생물 공부를 열심해 해두면 큰 도움이 된다.

축산학 전공자는 진로가 매우 다양하다.

우선 가축 사료,애완동물 사료,어류 사료 등을 만드는 사료 회사와 동물 약품 회사에 취업할 수 있다.

생명공학 관련 기업이나 연구소로 갈 수도 있다.

또 양계,양돈,한우협회 등 여러 협회와 식품회사 육가공회사 등에 진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