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산지석’과 ‘귀감’의 차이


“배우 현빈이 29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해병대에 지원한 것은 많은 젊은이들에게 타산지석이 될 것입니다.”

이 문장이 흠을 안고 있는 것은 ‘타산지석’이란 말 때문이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은 ≪시경≫ ‘소아(小雅)’에 나오는 말로, 다른 산의 나쁜 돌이라도 자신의 옥돌을 가는 데에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본이 되지 않는 남의 말이나 행동도 자신의 지식과 인격을 수양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본이 되지 않는’에 있다.‘타산지석’은 ‘하찮은 것, 잘 못 된 것’ 즉 ‘부정적인 대상’을 두고 말할 때 쓰는 말이라는 뜻이다.

흔히 쓰는 말이지만 글쓰기에서 종종 오류를 일으키는 까닭은 이 점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가령 “이번 사업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라고 할 때 올바로 쓰인 것이다.

이에 비해 긍정적 의미의 대상에 쓸 수 있는 말은 ‘귀감/본보기/모범’ 따위가 있다.

이처럼 단어는 의미자질에 따라 그 쓰임새가 긍정적, 부정적으로 나뉜다.

‘배(倍)’의 쓰임새도 종종 오류를 일으키는 것 중의 하나이다.

이 말을 쓸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반드시 ‘늘거나 많아지거나 높아지거나 커지는 경우’에 써야 한다는 것이다.

‘배’의 뜻이 ‘일정한 수 또는 양을 두 번이나 그 이상 몇 번 되짚어 합치다’ 즉 ‘곱하다’는 말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것이다.

가령 ‘현대사회는 의학의 발전으로 심장병 사망률이 50년 전에 비해 3배나 줄어들었다’ ‘이 회사는 공장자동화 덕분에 완제품의 원가 비중을 2배 낮출 수 있었다’ 식으로 쓰면 틀린 문장이 된다는 얘기다.

어떤 것이 줄거나 적어지거나 낮아지거나 작아지는 데에 ‘배’를 쓰면 의미자질이 서로 충돌해 비문이 된다.

‘배’의 반대 개념을 나타내고 싶을 때는 ‘분(分)’을 쓰면 된다.

‘분’은 ‘나누다’란 뜻이므로 위의 경우 ‘3배나 줄어들었다’가 아니라 ‘3분의 1로 줄었다’ 식으로 말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원가 비중을 2배 낮추다’도 ‘원가 비중을 2분의 1로 낮추다’ 또는 ‘절반으로 줄이다’라고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