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도 끝자락에 접어든 지난 주말 전국의 놀이공원 등 유원지는 막바지 겨울을 즐기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겨울철 대표적인 놀이기구로는 뭐니뭐니해도 썰매를 빼놓을 수 없다.
썰매는 아이들이 얼음판이나 눈 위에서 미끄럼을 타고 노는 기구를 말한다.
요즘은 눈썰매장을 가면 인공적으로 슬로프를 만들어 플라스틱으로 만든 기구 위에 올라 타 미끄럼을 탄다.
하지만 전통적인 썰매는 사뭇 다르게 생겼다.
우선 어린이가 앉을 만한 적당한 크기의 널빤지를 준비한다.
그 바닥에 10여cm 굵기의 각목을 나란히 붙이고 밑에는 대나무나 굵은 철사, 또는 쇠붙이를 박아서 날을 만든다.
그러면 눈이나 얼음판 위에서 제법 잘 미끄러진다.
탈 때는 끄트머리에 쇠못을 박아 만든 기다란 꼬챙이를 양손에 쥐고 이것으로 바닥을 찍어 앞으로 나가기도 하고 방향을 바꾸거나 멈춘다.
이 두발썰매가 익숙해지면 높이가 좀 더 높고 날이 하나짜리인 외발썰매를 탔는데, 꽤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데다 속도감을 즐길 수 있어서 겨울놀이로는 그만이었다.
‘썰매’는 순우리말인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어원은 한자어 ‘설마(雪馬)’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썰매’가 먼저냐, 한자 ‘雪馬’가 먼저이냐를 두고는 논란이 있다.
즉 썰매의 어원은 한자 ‘雪馬’이고 여기서 음이 변해 지금의 썰매가 됐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썰매가 원래 우리 고유어인데 이를 단지 한자로 옮겨 적은 게 ‘雪馬’일 뿐이라는 설이 있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한자어 ‘설마(雪馬)’가 썰매의 원말, 다시 말하면 ‘썰매’는 한자어 설마에서 온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를 정설로 보면 ‘썰매’는 눈 위에서 달리는 말(馬)이란 뜻의 ‘설마’가 변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각에서 ‘눈썰매’란 단어를 두고 마치 ‘전선줄(電線-)’같이 의미를 중복해 쓰는 겹말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눈썰매는 썰매 중에서도 ‘눈 위에서 타거나 끄는 썰매’이므로 겹말이라 할 수 없다.
물론 사전에서도 정식 단어로 올리고 있다.
이처럼 우리말에는 한자어가 형태 변화를 일으켜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은 고유어처럼 굳은 게 꽤 많다.
‘성냥’도 그 중 하나다. 작은 나뭇개비의 한쪽 끝에 황 따위의 연소성 물질을 입혀 마찰에 의해 불을 일으키게 만든 성냥은 본래 예전엔 ‘셕류황(石硫黃)’으로 적던 게 음운 변천을 거쳐 성냥으로 된 것이다.
설탕이나 사탕도 얼핏 보면 고유어일 것 같지만 실은 한자어이다.
설탕은 한자로 ‘雪糖/屑糖’, 사탕은 ‘沙糖/砂糖’으로 쓴다. ‘엿 당(糖)’자에 각각 ‘눈 설(雪)’ 또는 ‘가루 설(屑)’을 붙이거나 ‘모래 사(沙/砂)’를 붙여 만든 말이다.
‘당(糖)’은 ‘엿 당’ 또는 ‘엿 탕’ 두 가지로 읽는다.
하지만 ‘당뇨병/당분/당의정(먹기 좋게 겉을 설탕 등의 달콤한 것으로 싼 알약)/포도당/혈당/제당’ 따위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의 한자음에서는 주로 ‘당’으로 읽힌다.
중국에서 이 글자의 발음은 ‘탕’에 가까우며 우리 한자음에서도 속음으로는 ‘탕’으로 읽기도 한다.
속음이란 한자의 음을 읽을 때, 본음과는 달리 일반 사회에서 쓰는 음을 말한다. 예를 들면 ‘六月’을 ‘육월’로 읽지 않고 받침을 떼어낸 ‘유월’로 읽는 따위이다.
속음은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습관음으로,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는 한글 맞춤법의 기본정신에 따라 인정되는 것이다.
가령 불교용어인 ‘보시(布施), 도량(道場), 초파일(初八日)’을 비롯해 ‘모란(牧丹), 통찰(洞察), 모과(木瓜), 시댁(媤宅)’ 등을 본음과 달리 적는 것은 속음으로 언중에 굳은 것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론(論)’자이지만 討論은 ‘토론’으로, 議論은 ‘의논’으로 읽고 적는 까닭도 마찬가지이다.
‘의논’의 경우에도 ‘토론’에서처럼 ‘의론’이라 해야 본음에 충실한 것이겠지만, ‘의논’이 이미 속음으로 언중 사이에 굳어있기 때문에 ‘의론’을 버리고 ‘의논’으로 통일해 쓰는 것이다.
설탕이나 사탕 역시 본음으로는 ‘설당/사당’이라 해야 하지만 누구나 설탕/사탕이라 발음하기 때문에 이를 표준으로 삼은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겨울철 대표적인 놀이기구로는 뭐니뭐니해도 썰매를 빼놓을 수 없다.
썰매는 아이들이 얼음판이나 눈 위에서 미끄럼을 타고 노는 기구를 말한다.
요즘은 눈썰매장을 가면 인공적으로 슬로프를 만들어 플라스틱으로 만든 기구 위에 올라 타 미끄럼을 탄다.
하지만 전통적인 썰매는 사뭇 다르게 생겼다.
우선 어린이가 앉을 만한 적당한 크기의 널빤지를 준비한다.
그 바닥에 10여cm 굵기의 각목을 나란히 붙이고 밑에는 대나무나 굵은 철사, 또는 쇠붙이를 박아서 날을 만든다.
그러면 눈이나 얼음판 위에서 제법 잘 미끄러진다.
탈 때는 끄트머리에 쇠못을 박아 만든 기다란 꼬챙이를 양손에 쥐고 이것으로 바닥을 찍어 앞으로 나가기도 하고 방향을 바꾸거나 멈춘다.
이 두발썰매가 익숙해지면 높이가 좀 더 높고 날이 하나짜리인 외발썰매를 탔는데, 꽤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데다 속도감을 즐길 수 있어서 겨울놀이로는 그만이었다.
‘썰매’는 순우리말인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어원은 한자어 ‘설마(雪馬)’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썰매’가 먼저냐, 한자 ‘雪馬’가 먼저이냐를 두고는 논란이 있다.
즉 썰매의 어원은 한자 ‘雪馬’이고 여기서 음이 변해 지금의 썰매가 됐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썰매가 원래 우리 고유어인데 이를 단지 한자로 옮겨 적은 게 ‘雪馬’일 뿐이라는 설이 있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한자어 ‘설마(雪馬)’가 썰매의 원말, 다시 말하면 ‘썰매’는 한자어 설마에서 온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를 정설로 보면 ‘썰매’는 눈 위에서 달리는 말(馬)이란 뜻의 ‘설마’가 변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각에서 ‘눈썰매’란 단어를 두고 마치 ‘전선줄(電線-)’같이 의미를 중복해 쓰는 겹말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눈썰매는 썰매 중에서도 ‘눈 위에서 타거나 끄는 썰매’이므로 겹말이라 할 수 없다.
물론 사전에서도 정식 단어로 올리고 있다.
이처럼 우리말에는 한자어가 형태 변화를 일으켜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은 고유어처럼 굳은 게 꽤 많다.
‘성냥’도 그 중 하나다. 작은 나뭇개비의 한쪽 끝에 황 따위의 연소성 물질을 입혀 마찰에 의해 불을 일으키게 만든 성냥은 본래 예전엔 ‘셕류황(石硫黃)’으로 적던 게 음운 변천을 거쳐 성냥으로 된 것이다.
설탕이나 사탕도 얼핏 보면 고유어일 것 같지만 실은 한자어이다.
설탕은 한자로 ‘雪糖/屑糖’, 사탕은 ‘沙糖/砂糖’으로 쓴다. ‘엿 당(糖)’자에 각각 ‘눈 설(雪)’ 또는 ‘가루 설(屑)’을 붙이거나 ‘모래 사(沙/砂)’를 붙여 만든 말이다.
‘당(糖)’은 ‘엿 당’ 또는 ‘엿 탕’ 두 가지로 읽는다.
하지만 ‘당뇨병/당분/당의정(먹기 좋게 겉을 설탕 등의 달콤한 것으로 싼 알약)/포도당/혈당/제당’ 따위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의 한자음에서는 주로 ‘당’으로 읽힌다.
중국에서 이 글자의 발음은 ‘탕’에 가까우며 우리 한자음에서도 속음으로는 ‘탕’으로 읽기도 한다.
속음이란 한자의 음을 읽을 때, 본음과는 달리 일반 사회에서 쓰는 음을 말한다. 예를 들면 ‘六月’을 ‘육월’로 읽지 않고 받침을 떼어낸 ‘유월’로 읽는 따위이다.
속음은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습관음으로,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는 한글 맞춤법의 기본정신에 따라 인정되는 것이다.
가령 불교용어인 ‘보시(布施), 도량(道場), 초파일(初八日)’을 비롯해 ‘모란(牧丹), 통찰(洞察), 모과(木瓜), 시댁(媤宅)’ 등을 본음과 달리 적는 것은 속음으로 언중에 굳은 것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론(論)’자이지만 討論은 ‘토론’으로, 議論은 ‘의논’으로 읽고 적는 까닭도 마찬가지이다.
‘의논’의 경우에도 ‘토론’에서처럼 ‘의론’이라 해야 본음에 충실한 것이겠지만, ‘의논’이 이미 속음으로 언중 사이에 굳어있기 때문에 ‘의론’을 버리고 ‘의논’으로 통일해 쓰는 것이다.
설탕이나 사탕 역시 본음으로는 ‘설당/사당’이라 해야 하지만 누구나 설탕/사탕이라 발음하기 때문에 이를 표준으로 삼은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