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망은 모방적이다?
다음 <제시문>과 (자료)를 읽고, [문제 1]∼[문제 3]에 답하시오.
<제시문 A>
Mimesis is a critical and philosophical term made to carry a wide range of meanings which include the act of expression, the act of resembling, and so on.
This term is Greek and means ‘imitation’ (though in the sense of ‘re-presentation’ rather than of ‘copying’).
In general, mimesis is seen as the representation of nature.
For example, artists, by skillfully selecting and presenting their material, may purposefully seek to imitate things surrounding them.
<제시문 B>
According to Rene' Girard, we borrow our desires from others, so our desire is imitative.
Far from being autonomous, our desire for a certain object is always provoked by the desire of another person?
the model?
for this same object.
This means that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subject and the object is not direct; there is always a triangular relationship of subject, model, and object.
In this theory, the model is called as a mediator of the desire.
Mediators of a subject, for instance, can be persons the subject is competing against as well as ideal types of persons he or she is anxious to follow as examples.
If someone we took as a model is desiring or is in possession of an object that is lacking to us, we begin to (or are more likely to) desire the object.
(자료 1)
“우리는 앞에서 신의 창조물, 장인의 제작물, 화가의 모방물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네.
이제 화가가 장인의 제작물을 그린다고 생각해 보세.
화가는 본질적으로 그것인 것 자체를 모방하려 하는가, 아니면 장인들이 만들어 낸 물건을 모방하려 하는가?”
“장인들의 제작물을 모방하려 합니다.”
“그러면 화가가 그리려고 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것인가, 아니면 보이는 그대로의 것인가? 이 점 또한 구별해 보게.”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내 말은 이런 것일세. 자네가 침대를 여러 각도에서 본다고 했을 때, 즉 옆에서 보거나 바로 본다고 했을 때, 침대는 달리 보이네.그러나 있는 그대로의 차원에서는 다르지 않네.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일세.”
“그렇습니다. 달라 보일 뿐이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바로 이 점을 생각해 보게. 그림은 무엇을 대상으로 하여 만들어지는가? ‘실재’(實在)를 있는 그대로 모방하게 되는가, 아니면 보이는 것[현상]을 보이는 그대로 모방하게 되는가? 다시 말해 그림은 진실의 모방인가, 아니면 ‘보이는 현상’의 모방인가?”
“그림은 보이는 현상의 모방입니다.”
“따라서 모방술(模倣術)은 진실한 것에서 멀리 떨어져 있네. 그리고 화가는 단지 대상의 부분만을 건드릴 뿐이고, 그마저도 영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아무 거나 그릴 수 있다네. 예컨대 화가는 구두 만드는 사람이나 목수, 그리고 다른 장인(匠人)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으면서도 그들의 모습을 그릴 걸세.”
- 플라톤,「국가」
(자료 2)
1960년대 당시 낙후된 한국의 산업계는 일본의 기술과 마케팅 전략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특히 전자·철강·조선 분야에서 일본이 축적한 노하우는 우리가 따라야 할 금과옥조(金科玉條)였다.
오죽하면 소니 전자제품과 일제 코끼리표 전기밥솥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의 필수 구매품이었을까.
몇 년 전만 해도 한·일간 기술격차가 15~20년 이상 차이가 난다는 데 이의를 다는 경제인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실적과 기술력이 일본의 경쟁업체를 압도하게 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순이익이 소니를 비롯한 일본의 10대 전자메이커 순익을 전부 합친 것보다 많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SK텔레콤의 순익도 NTT도코모를 훨씬 앞질렀다.
일본의 5대 고로(高爐)* 업체의 순이익 합계도 포스코에 못 미친다.
한국의 조선사업 수주실적이 일본을 앞지른 것은 이미 3년 전의 일이다.
삼성전자에게 기술과 경영기법을 전수해 준 ‘스승 기업’ 산요전기의 회장이 지난 달 “한 수 배우겠다”며 직접 삼성 일본 현지법인 사무실을 방문한 일도 있었다.
일본의 유통시찰단이 신세계 할인점 이마트를 찾은 것도 성공비결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였다.
-○○일보 (2002. 05. 27)
* 고로(高爐); 제철 공장에서, 철광석에서 주철(鑄鐵)을 만들어 내는 노(爐).
(자료 3)
솔거(率居)는 신라 사람이다. 출신이 한미(寒微)*하여 그 집안 내력이 전해지지 않는다.
솔거는 태어나면서부터 그림을 잘 그렸다.
일찍이 황룡사(皇龍寺) 벽에 늙은 소나무를 그렸는데 나무의 몸통과 굵은 줄기는 비늘처럼 우툴두툴 주름지고 터졌으며, 가지와 잎은 얼기설기 굽어져서 까마귀·솔개·제비·참새 등이 이따금 나무를 보고 날아들다 벽화 앞에 와서는 발 디디고 앉을 곳이 없어 떨어지곤 하였다.
세월이 오래되매 그림의 색깔이 빛을 잃어 절의 승려들이 덧칠했더니, 까마귀나 참새가 다시는 날아오지 않았다.
또 경주 분황사(芬皇寺) 관음보살과 진주 단속사(斷俗寺) 유마상(維摩像)이 모두 그가 남긴 작품인데, 세상에서 전하기를 신화(神畵)라고들 하였다.
-김부식,「삼국사기(三國史記)」,<열전(列傳)>
* 한미(寒微); 가난하고 지체가 변변하지 못함.
(자료 4)
드 레날 시장이 아이들이 위험하게 노는 것을 보며 아내에게 말했다.
“나는 제재소 집 아들 쥘리엥 소렐을 꼭 우리 집 가정교사로 데려오고 싶소. 우리가 다루기에는 너무 힘들어지기 시작한 아이들을 그 사람이 돌볼 거요. 그는 젊은 성직자라고 할 만한 사람으로 라틴어를 잘한다니 아이들 공부를 진전시킬 테고. 셸랑 사제 말로는 성격도 견실하다고 합디다.”
드 레날 시장은 아내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계속했다.
“이런 조치는 여러 모로 합당한 것이오. 빈민수용소장 발르노가 사륜마차를 끌 노르망디 산(産) 말 두 필을 사가지고 우쭐거리고 있거든. 하지만 그자도 아이들에게 가정교사는 못 대고 있소.”
“빈민수용소장이 가정교사를 빼앗아갈 수도 있겠네요.”
아내의 기발한 생각에 미소로 감사를 표하면서 드 레날 씨가 말했다.
“당신, 내 계획에 찬성하는 거지? 자,그러면 결정됐소.”
“아이, 여보! 빨리도 결정하시는군요.”
“그건 내 성격이 단호하기 때문이오. 숨김없이 말합시다.
우리는 이곳에서 자유주의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요.
저 포목상들은 모두 나를 무시하는 것이 틀림없소.
그들 중 두셋은 벼락부자가 되어가고 있소.
나는 드 레날 씨의 자제들이 ‘가정교사’의 인솔 하에 산책하는 것을 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거요.
그 모습은 존경심을 불러일으키겠지.
가정교사를 두면 100에퀴의 돈이 들겠지만 그건 우리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으로 쳐야 할 거요.” (중략)
내 마누라는 정말 머리가 좋단 말이야!
하고 이튿날 새벽 6시에 서둘러 쥘리엥의 아버지 소렐 영감의 제재소로 내려가면서 드 레날 시장은 혼자 생각했다.
내게 걸맞은 우월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정교사 얘기를 꺼내기는 했지만, 쉼 없이 설쳐대는 수용소장이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해서 그를 가로챌 수도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거든.
만일 그자가 가정교사를 가지게 된다면 얼마나 거만하게 자랑을 하고 다닐까!
- 스탕달, 「적과 흑」
“어떤 텍스트이든 정확한 독해력 길러야”
(자료 5)
咽嗚爾處米 열치매
露曉邪隱月羅理 나타난 달이
白雲音逐于浮去隱安(복)下 흰 구름 좇아 떠가는 것 아니야?
沙是八陵隱汀理也中 새파란 나리에
耆郞矣(모)史是史藪邪 기랑(耆郞)*의 모습이 있어라!
逸烏川理叱(적)惡希 일로 나리 조약에
郞也持以(복)如賜烏隱 낭(郞)이 지니시던
心未際叱逐內良齊 마음의 끝을 좇누아져.
阿耶栢史叱枝次高(복)好 아아, 잣가지 드높아
雪是毛冬乃乎尸花判也 서리 모르시올 화반이여!
-충담사(忠談師),「찬 기파랑가(讚耆婆郞歌)」(원문 및 양주동 해석문)
* 기랑(耆郞); 기파랑(耆婆郞)을 가리킴.
[문제 1]
<제시문 A>와 <제시문 B>의 공통적인 핵심어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A>와 <제시문 B>의 요지를 각각 서술하시오. (400자 내외)
[문제 2]
<제시문 A>와 <제시문 B>의 공통적인 핵심어를 활용하여 (자료 1), (자료 2), (자료 3)을 비교 분석하시오. (600자 내외)
[문제 3]
<제시문 A>와 <제시문 B> 가운데 (자료 4)와 (자료 5)의 분석에 적합한 제시문을 선택하고, 이를 활용하여 (자료 4)와 (자료 5)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하시오. (800자 내외)
⊙ 한국외대 논술 출제 경향
많은 학생들이 ‘한국외대 논술시험’의 특징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영어 제시문 사용’입니다.
실제 논술을 위해서는 논제 및 제시문의 정확한 분석, 안정된 글쓰기 실력까지 전반적인 언어사용능력이 갖춰져야 하는데요.
거기에 영어 제시문까지 등장하는 학교다 보니, 여러 수험생들이 외대 논술시험에 대해 처음부터 많은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외대 논술의 특징을 단순히 영어 제시문 사용으로만 보고, 처음부터 이에 위축될 필요는 없습니다.
최근 외대 논술 문제는 고정된 틀 속에서 매년 출제되고 있고, 영어 제시문 역시 고등학생 수준에 맞춰져 있는데다, 분량도 150단어 내외로 짧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외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본교의 최근 기출문제들을 살펴본다면, 입시를 준비하는 데 보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 학원 현장에서도 처음에는 외대 논술에 대해 많은 부담감을 갖고 있던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외대 기출문제를 직접 분석하고 쓰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고, 실제로도 좋은 결실을 맺는 경우들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먼저 본교의 문제 출제 경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후 기출문제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분석과 쓰기 연습만 더해진다면 여러분들도 올해 겨울,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기출문제를 분석하기에 앞서 외대 논술 출제 경향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외대 논술에서는 두 개의 제시문, 다섯 개의 자료가 주어집니다.
일반적으로 두 개의 제시문은 위의 경우처럼 영어제시문이 나타나고, 다섯 개의 자료들은 시, 소설 등 다양한 문학작품, 기사문, 인문서적 등에서 발췌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통합논술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네 개의 다른 논제로 치러진 수시2 논술시험에서는 영어 제시문이 자료 중 하나에 배치된 경우도 있었지만, 이 경우에는 제시문 하나는 한글제시문을 사용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영어제시문이 2개 사용되고 있는 것은 동일했습니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평소 수능시험을 대비하면서 영어 텍스트 및 다양한 장르의 텍스트들을 정확히 독해하는 힘을 길러야 하겠습니다.
둘째, 3개의 문항은 매해 ①영어 제시문 간의 공통핵심어 도출 및 요약, ②자료들 비교분석, ③자료들 공통·차이점 설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외대는 수험생들에게 논술 유형들 중 ‘요약, 비교, 분석’이라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언어사용능력이 잘 갖추어져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②③의 문항은 모두 ①을 바탕으로 비교, 분석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수험생들에게는 영어제시문을 정확히 독해하고, 두 제시문을 포괄하는 핵심어를 도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셋째, 두 개의 제시문과 관련해 자료들 간 내용이 선명하게 대비됩니다.
다시 말해, 두 개의 제시문은 하나의 핵심어로 묶이지만 서로 분명하게 대비되는 내용들을 다루고 있고, 다섯 개의 자료들은 두 개의 제시문 중 하나에 속하는 구체적 사례들인 것입니다.
따라서 영어 제시문이거나 내용 자체가 다소 난해해서 주제 파악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함께 놓여 있는 다른 제시문들 및 자료들의 중심내용을 고려하면서 접근한다면, 보다 수월하게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외대 논술 출제 경향을 세 가지로 간략히 살펴보았는데요.
이들 간에는 결국 어떤 텍스트든지 정확한 독해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돼 있습니다.
즉, 영어 제시문을 포함해 다양한 장르 및 난이도의 제시문들이 주어지는 것, 논술에서의 기본적인 글쓰기 실력에 대해 매해 반복해서 묻고 있는 것도, 결국은 외대가 단순히 수험생들의 표현력을 측정하겠다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외대의 경우는 앞서 언급했듯이, 자료들이 두 개의 제시문 중 어느 하나와 분명하게 대응되기 때문에 독해가 어긋난 수험생들의 경우는 글쓰기 실력이 출중하다 하더라도 실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대로, 평소 글쓰기 실력이 좀 부족했다 하더라도 정확한 독해력을 갖추고 있는 수험생의 경우는 명확한 핵심어 사용 및, 제시문과 자료 간의 연관관계를 명확히 파악하는 힘이 있어서 기대이상의 결과를 얻게 되곤 했습니다.
따라서 이제 막 수험생이 된 여러분들에게는 평소 수능 대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텍스트들을 정확하게 독해하는 힘을 길러줄 것을 권합니다.
최근 논술시험은 어느 학교든 글쓰기 실력 자체가 아닌 논제와 제시문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바탕으로 논리적인 글쓰기를 요구하고 있음을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이를 바탕으로 요약, 비교, 분석, 평가 등 논술유형 전반에 대한 글쓰기 연습이 상반기에 점진적으로 병행돼야 여름 이후 실제 대학별 논술시험을 준비할 때 당황하지 않고 실전력을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제대로 읽고 쓰는 것은 오로지 수험생 여러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결국은 세상을 이해하고, 여러분 스스로 세상에 말을 거는 길임을 기억해 주세요.
다음 시간에는 위에 제시한 기출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서보라 S·논술 선임 연구원 closer0523@gmail.com
다음 <제시문>과 (자료)를 읽고, [문제 1]∼[문제 3]에 답하시오.
<제시문 A>
Mimesis is a critical and philosophical term made to carry a wide range of meanings which include the act of expression, the act of resembling, and so on.
This term is Greek and means ‘imitation’ (though in the sense of ‘re-presentation’ rather than of ‘copying’).
In general, mimesis is seen as the representation of nature.
For example, artists, by skillfully selecting and presenting their material, may purposefully seek to imitate things surrounding them.
<제시문 B>
According to Rene' Girard, we borrow our desires from others, so our desire is imitative.
Far from being autonomous, our desire for a certain object is always provoked by the desire of another person?
the model?
for this same object.
This means that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subject and the object is not direct; there is always a triangular relationship of subject, model, and object.
In this theory, the model is called as a mediator of the desire.
Mediators of a subject, for instance, can be persons the subject is competing against as well as ideal types of persons he or she is anxious to follow as examples.
If someone we took as a model is desiring or is in possession of an object that is lacking to us, we begin to (or are more likely to) desire the object.
(자료 1)
“우리는 앞에서 신의 창조물, 장인의 제작물, 화가의 모방물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네.
이제 화가가 장인의 제작물을 그린다고 생각해 보세.
화가는 본질적으로 그것인 것 자체를 모방하려 하는가, 아니면 장인들이 만들어 낸 물건을 모방하려 하는가?”
“장인들의 제작물을 모방하려 합니다.”
“그러면 화가가 그리려고 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것인가, 아니면 보이는 그대로의 것인가? 이 점 또한 구별해 보게.”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내 말은 이런 것일세. 자네가 침대를 여러 각도에서 본다고 했을 때, 즉 옆에서 보거나 바로 본다고 했을 때, 침대는 달리 보이네.그러나 있는 그대로의 차원에서는 다르지 않네.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일세.”
“그렇습니다. 달라 보일 뿐이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바로 이 점을 생각해 보게. 그림은 무엇을 대상으로 하여 만들어지는가? ‘실재’(實在)를 있는 그대로 모방하게 되는가, 아니면 보이는 것[현상]을 보이는 그대로 모방하게 되는가? 다시 말해 그림은 진실의 모방인가, 아니면 ‘보이는 현상’의 모방인가?”
“그림은 보이는 현상의 모방입니다.”
“따라서 모방술(模倣術)은 진실한 것에서 멀리 떨어져 있네. 그리고 화가는 단지 대상의 부분만을 건드릴 뿐이고, 그마저도 영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아무 거나 그릴 수 있다네. 예컨대 화가는 구두 만드는 사람이나 목수, 그리고 다른 장인(匠人)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으면서도 그들의 모습을 그릴 걸세.”
- 플라톤,「국가」
(자료 2)
1960년대 당시 낙후된 한국의 산업계는 일본의 기술과 마케팅 전략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특히 전자·철강·조선 분야에서 일본이 축적한 노하우는 우리가 따라야 할 금과옥조(金科玉條)였다.
오죽하면 소니 전자제품과 일제 코끼리표 전기밥솥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의 필수 구매품이었을까.
몇 년 전만 해도 한·일간 기술격차가 15~20년 이상 차이가 난다는 데 이의를 다는 경제인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실적과 기술력이 일본의 경쟁업체를 압도하게 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순이익이 소니를 비롯한 일본의 10대 전자메이커 순익을 전부 합친 것보다 많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SK텔레콤의 순익도 NTT도코모를 훨씬 앞질렀다.
일본의 5대 고로(高爐)* 업체의 순이익 합계도 포스코에 못 미친다.
한국의 조선사업 수주실적이 일본을 앞지른 것은 이미 3년 전의 일이다.
삼성전자에게 기술과 경영기법을 전수해 준 ‘스승 기업’ 산요전기의 회장이 지난 달 “한 수 배우겠다”며 직접 삼성 일본 현지법인 사무실을 방문한 일도 있었다.
일본의 유통시찰단이 신세계 할인점 이마트를 찾은 것도 성공비결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였다.
-○○일보 (2002. 05. 27)
* 고로(高爐); 제철 공장에서, 철광석에서 주철(鑄鐵)을 만들어 내는 노(爐).
(자료 3)
솔거(率居)는 신라 사람이다. 출신이 한미(寒微)*하여 그 집안 내력이 전해지지 않는다.
솔거는 태어나면서부터 그림을 잘 그렸다.
일찍이 황룡사(皇龍寺) 벽에 늙은 소나무를 그렸는데 나무의 몸통과 굵은 줄기는 비늘처럼 우툴두툴 주름지고 터졌으며, 가지와 잎은 얼기설기 굽어져서 까마귀·솔개·제비·참새 등이 이따금 나무를 보고 날아들다 벽화 앞에 와서는 발 디디고 앉을 곳이 없어 떨어지곤 하였다.
세월이 오래되매 그림의 색깔이 빛을 잃어 절의 승려들이 덧칠했더니, 까마귀나 참새가 다시는 날아오지 않았다.
또 경주 분황사(芬皇寺) 관음보살과 진주 단속사(斷俗寺) 유마상(維摩像)이 모두 그가 남긴 작품인데, 세상에서 전하기를 신화(神畵)라고들 하였다.
-김부식,「삼국사기(三國史記)」,<열전(列傳)>
* 한미(寒微); 가난하고 지체가 변변하지 못함.
(자료 4)
드 레날 시장이 아이들이 위험하게 노는 것을 보며 아내에게 말했다.
“나는 제재소 집 아들 쥘리엥 소렐을 꼭 우리 집 가정교사로 데려오고 싶소. 우리가 다루기에는 너무 힘들어지기 시작한 아이들을 그 사람이 돌볼 거요. 그는 젊은 성직자라고 할 만한 사람으로 라틴어를 잘한다니 아이들 공부를 진전시킬 테고. 셸랑 사제 말로는 성격도 견실하다고 합디다.”
드 레날 시장은 아내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계속했다.
“이런 조치는 여러 모로 합당한 것이오. 빈민수용소장 발르노가 사륜마차를 끌 노르망디 산(産) 말 두 필을 사가지고 우쭐거리고 있거든. 하지만 그자도 아이들에게 가정교사는 못 대고 있소.”
“빈민수용소장이 가정교사를 빼앗아갈 수도 있겠네요.”
아내의 기발한 생각에 미소로 감사를 표하면서 드 레날 씨가 말했다.
“당신, 내 계획에 찬성하는 거지? 자,그러면 결정됐소.”
“아이, 여보! 빨리도 결정하시는군요.”
“그건 내 성격이 단호하기 때문이오. 숨김없이 말합시다.
우리는 이곳에서 자유주의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요.
저 포목상들은 모두 나를 무시하는 것이 틀림없소.
그들 중 두셋은 벼락부자가 되어가고 있소.
나는 드 레날 씨의 자제들이 ‘가정교사’의 인솔 하에 산책하는 것을 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거요.
그 모습은 존경심을 불러일으키겠지.
가정교사를 두면 100에퀴의 돈이 들겠지만 그건 우리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으로 쳐야 할 거요.” (중략)
내 마누라는 정말 머리가 좋단 말이야!
하고 이튿날 새벽 6시에 서둘러 쥘리엥의 아버지 소렐 영감의 제재소로 내려가면서 드 레날 시장은 혼자 생각했다.
내게 걸맞은 우월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정교사 얘기를 꺼내기는 했지만, 쉼 없이 설쳐대는 수용소장이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해서 그를 가로챌 수도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거든.
만일 그자가 가정교사를 가지게 된다면 얼마나 거만하게 자랑을 하고 다닐까!
- 스탕달, 「적과 흑」
“어떤 텍스트이든 정확한 독해력 길러야”
(자료 5)
咽嗚爾處米 열치매
露曉邪隱月羅理 나타난 달이
白雲音逐于浮去隱安(복)下 흰 구름 좇아 떠가는 것 아니야?
沙是八陵隱汀理也中 새파란 나리에
耆郞矣(모)史是史藪邪 기랑(耆郞)*의 모습이 있어라!
逸烏川理叱(적)惡希 일로 나리 조약에
郞也持以(복)如賜烏隱 낭(郞)이 지니시던
心未際叱逐內良齊 마음의 끝을 좇누아져.
阿耶栢史叱枝次高(복)好 아아, 잣가지 드높아
雪是毛冬乃乎尸花判也 서리 모르시올 화반이여!
-충담사(忠談師),「찬 기파랑가(讚耆婆郞歌)」(원문 및 양주동 해석문)
* 기랑(耆郞); 기파랑(耆婆郞)을 가리킴.
[문제 1]
<제시문 A>와 <제시문 B>의 공통적인 핵심어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A>와 <제시문 B>의 요지를 각각 서술하시오. (400자 내외)
[문제 2]
<제시문 A>와 <제시문 B>의 공통적인 핵심어를 활용하여 (자료 1), (자료 2), (자료 3)을 비교 분석하시오. (600자 내외)
[문제 3]
<제시문 A>와 <제시문 B> 가운데 (자료 4)와 (자료 5)의 분석에 적합한 제시문을 선택하고, 이를 활용하여 (자료 4)와 (자료 5)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하시오. (800자 내외)
⊙ 한국외대 논술 출제 경향
많은 학생들이 ‘한국외대 논술시험’의 특징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영어 제시문 사용’입니다.
실제 논술을 위해서는 논제 및 제시문의 정확한 분석, 안정된 글쓰기 실력까지 전반적인 언어사용능력이 갖춰져야 하는데요.
거기에 영어 제시문까지 등장하는 학교다 보니, 여러 수험생들이 외대 논술시험에 대해 처음부터 많은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외대 논술의 특징을 단순히 영어 제시문 사용으로만 보고, 처음부터 이에 위축될 필요는 없습니다.
최근 외대 논술 문제는 고정된 틀 속에서 매년 출제되고 있고, 영어 제시문 역시 고등학생 수준에 맞춰져 있는데다, 분량도 150단어 내외로 짧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외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본교의 최근 기출문제들을 살펴본다면, 입시를 준비하는 데 보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 학원 현장에서도 처음에는 외대 논술에 대해 많은 부담감을 갖고 있던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외대 기출문제를 직접 분석하고 쓰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고, 실제로도 좋은 결실을 맺는 경우들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먼저 본교의 문제 출제 경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후 기출문제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분석과 쓰기 연습만 더해진다면 여러분들도 올해 겨울,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기출문제를 분석하기에 앞서 외대 논술 출제 경향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외대 논술에서는 두 개의 제시문, 다섯 개의 자료가 주어집니다.
일반적으로 두 개의 제시문은 위의 경우처럼 영어제시문이 나타나고, 다섯 개의 자료들은 시, 소설 등 다양한 문학작품, 기사문, 인문서적 등에서 발췌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통합논술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네 개의 다른 논제로 치러진 수시2 논술시험에서는 영어 제시문이 자료 중 하나에 배치된 경우도 있었지만, 이 경우에는 제시문 하나는 한글제시문을 사용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영어제시문이 2개 사용되고 있는 것은 동일했습니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평소 수능시험을 대비하면서 영어 텍스트 및 다양한 장르의 텍스트들을 정확히 독해하는 힘을 길러야 하겠습니다.
둘째, 3개의 문항은 매해 ①영어 제시문 간의 공통핵심어 도출 및 요약, ②자료들 비교분석, ③자료들 공통·차이점 설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외대는 수험생들에게 논술 유형들 중 ‘요약, 비교, 분석’이라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언어사용능력이 잘 갖추어져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②③의 문항은 모두 ①을 바탕으로 비교, 분석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수험생들에게는 영어제시문을 정확히 독해하고, 두 제시문을 포괄하는 핵심어를 도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셋째, 두 개의 제시문과 관련해 자료들 간 내용이 선명하게 대비됩니다.
다시 말해, 두 개의 제시문은 하나의 핵심어로 묶이지만 서로 분명하게 대비되는 내용들을 다루고 있고, 다섯 개의 자료들은 두 개의 제시문 중 하나에 속하는 구체적 사례들인 것입니다.
따라서 영어 제시문이거나 내용 자체가 다소 난해해서 주제 파악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함께 놓여 있는 다른 제시문들 및 자료들의 중심내용을 고려하면서 접근한다면, 보다 수월하게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외대 논술 출제 경향을 세 가지로 간략히 살펴보았는데요.
이들 간에는 결국 어떤 텍스트든지 정확한 독해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돼 있습니다.
즉, 영어 제시문을 포함해 다양한 장르 및 난이도의 제시문들이 주어지는 것, 논술에서의 기본적인 글쓰기 실력에 대해 매해 반복해서 묻고 있는 것도, 결국은 외대가 단순히 수험생들의 표현력을 측정하겠다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외대의 경우는 앞서 언급했듯이, 자료들이 두 개의 제시문 중 어느 하나와 분명하게 대응되기 때문에 독해가 어긋난 수험생들의 경우는 글쓰기 실력이 출중하다 하더라도 실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대로, 평소 글쓰기 실력이 좀 부족했다 하더라도 정확한 독해력을 갖추고 있는 수험생의 경우는 명확한 핵심어 사용 및, 제시문과 자료 간의 연관관계를 명확히 파악하는 힘이 있어서 기대이상의 결과를 얻게 되곤 했습니다.
따라서 이제 막 수험생이 된 여러분들에게는 평소 수능 대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텍스트들을 정확하게 독해하는 힘을 길러줄 것을 권합니다.
최근 논술시험은 어느 학교든 글쓰기 실력 자체가 아닌 논제와 제시문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바탕으로 논리적인 글쓰기를 요구하고 있음을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이를 바탕으로 요약, 비교, 분석, 평가 등 논술유형 전반에 대한 글쓰기 연습이 상반기에 점진적으로 병행돼야 여름 이후 실제 대학별 논술시험을 준비할 때 당황하지 않고 실전력을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제대로 읽고 쓰는 것은 오로지 수험생 여러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결국은 세상을 이해하고, 여러분 스스로 세상에 말을 거는 길임을 기억해 주세요.
다음 시간에는 위에 제시한 기출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서보라 S·논술 선임 연구원 closer052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