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배' '세 곱절'은 있어도 '세 갑절'은 없다

가)그 상점은 도매보다 가격을 곱절로 비싸게 부른다.

나)영농 방식을 개선해 소득을 세 배로 높였다.

다)이곳 집값은 다른 곳의 세 갑절이나 된다.

우리말의 '배(倍),곱,곱절,갑절'은 형태와 쓰임새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게 있어서 헷갈리기 십상이다.

우선 '배(倍)'의 용법이 헷갈릴 때가 많은데 이는 그 쓰임새가 두 가지이기 때문이다.

'배'는 '곱할 배' 자이다.

'곱하다'는 '일정한 수 또는 양을 두 번이나 그 이상 몇 번 되짚어 합치다'라는 뜻이다.

'힘이 전보다 세 배나 들다/속도가 네 배로 빨라졌다' 같은 데 쓰인 '배'가 그런 용법이다.

그런데 이 '배'는 그 자체로 '어떤 수나 양을 두 번 합한 만큼'이란 뜻으로도 쓰인다.

가령 '물가가 배로 올랐다'고 하면 어떤 물건을 살 때 1000원이던 게 2000원이 됐을 때 쓰는 말이다.

'그는 나보다 키가 배 크다'라고 할 때의 '배'가 이런 쓰임새에 해당한다.

이를 '그의 키는 내 두 배다'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이는 앞의 첫 번째 용법에 해당한다.

'2의 1배는 2이다'에 쓰인 '배'도 마찬가지이다.

'몇 번이고 되짚어 합치다'라는 용법이다.

'2×1=2'인 이치와 마찬가지로 '2의 1배'는 그 자체가 된다.

이때 '배'나 '곱' 또는 '곱절'은 모두 같은 말이다. 서로 바꿔 쓸 수 있다.

다만 '곱절'과 형태가 비슷한 '갑절'은 주의해야 한다.

'갑절' 역시 '어떤 수나 양을 두 번 합한 만큼'이란 뜻이다. 따라서 곱절이나 갑절이나 '두 배'를 뜻하는 말로 같이 쓸 수 있다.

하지만 '갑절'에는 '일정한 수나 양이 그 수만큼 거듭됨'을 이르는 용법은 없다.

즉 '배'의 첫 번째 용법에 해당하는 쓰임새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 '세 배(곱절),네 배(곱절),다섯 배(곱절)'라고 할 수는 있어도,'세 갑절,네 갑절,다섯 갑절'식으로는 쓰지 못한다.

가)와 나)는 틀림이 없으나 다) 문장이 틀린 까닭은 '세 배/세 곱/세 곱절'은 모두 쓸 수 있지만 이를 '세 갑절'이라고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갑절'이 '배나 곱,곱절'과 구별되는 것은 '갑절'은 '어떤 수나 양을 두 번 합한 만큼'이란 의미에 한정돼 쓰인다는 점에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