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은 입춘(立春)이었다.
설 다음 날이었으니 음력으로 치면 새해 초이튿날이다.
입춘은 예로부터 계절의 변화를 살피는 기준으로 삼았던 24절기 가운데 하나이다.
시기적으론 한겨울의 '대한(大寒)' 다음이며 이때가 되면 봄이 시작하는 것으로 여겼다.
곧이어 있는 절기가 '우수(雨水)'로,오는 19일이다.
속담에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라는 말이 있듯 우리 조상들은 우수와 경칩을 지나면 아무리 춥던 날씨도 누그러진다고 보고 서서히 농사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아닌 게 아니라 엊그제까지만 해도 맹추위에 떨던 날씨가 많이 풀려 요즘은 한강변처럼 물 많은 곳에서는 안개 끼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새벽녘 고요함 속에 자욱이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해 문인들의 시심을 자극하기도 하고 사진작가들에겐 놓칠 수 없는 촬영 소재가 되곤 한다.
서울 인근의 물안개 명소로는 양수리 두물머리를 빼놓을 수 없다.
이즈음 이곳의 주말 이른 시간엔 많은 사진작가들이 몰려든다.
양수리 두물머리는 행정구역상으론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5리에 있다.
'두물머리'는 '두 물(남한강의 물과 북한강의 물)이 만나 하나(한강)를 이루는 곳에 삐죽하게 나온 지형'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명이자 동시에 일반명사로도 쓰이지만 아직 정식으로 단어가 된 말은 아니다.
양수리(兩水里)란 마을 이름 역시 '두 물',즉 남한강과 북한강의 물이 합쳐진다는 데서 유래했다.
이때 '머리'는 '사람이나 동물의 목 위의 부분'을 나타내는 말로,어원은 '마리(首)'이다.
'마리'가 모음 교체를 이루면서 '머리'가 된 것이다.
이 '마리'는 지금도 여러 형제자매 가운데서 제일 손위의 사람을 '맏이'라고 부르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지금도 '머리'의 옛말로 남아 있다.
'맏며느리/맏사위/맏아들'이라 할 때의 '맏'과도 모두 어원적으로 같은 것이다.
'머리'는 또 짐승이나 물고기,벌레 따위를 세는 단위인 '마리'와도 어원적으로 같은 뿌리를 갖는다.
'머리(首/頭)'를 뜻하는 옛 말이 '마리'이기 때문이다. 가령 소나 돼지 '열 마리'는 한자어로 '10두(頭)'라고 하듯이 짐승의 개수는 '머리'로 나타낸다.
그러니 머리와 마리는 원래 같은 뿌리인데,나중에 의미가 분화되어 각각 현재의 뜻으로 정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갈래의 물길이 합쳐진다는 데서 이름 붙여진 '두물머리'의 좀 더 일반적인 명칭은 '아우라지'이다.
아우라지는 '두 갈래 이상의 물이 한데 모이는 물목'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자어로는 '합수목'으로 '합수(合水)'와 고유어 '목'의 합성으로 이뤄졌다.
'물목'이란 '물이 흘러 들어오거나 나가는 어귀'를 말한다.
이때의 '목'은 '통로 가운데 다른 곳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는 중요하고 좁은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아우라지와 합수목은 같은 뜻의 말이지만 딱딱한 한자어보다 정감어린 고유어 '아우라지'가 훨씬 맛깔스럽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전에서는 아쉽게도 이런 우리말 아우라지의 풀이를 한자어 '합수목'에 내줬다.
아우라지는 표제어로만 다뤄졌을 뿐 풀이를 보려면 '합수목'을 찾아봐야 한다.
아마도 사전 편찬자들에게는 아우라지보다 합수목이 좀 더 일반적으로,많이 쓰이는 말로 평가된 모양이다.
하지만 실제로 요즘 합수목이란 말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보다 아우라지는 제법 쓰이는 추세이다.
특히 강원도 정선을 흐르는 강 이름으로서의 '아우라지'는 지명으로도 꽤 많이 알려져 있다.
'아우라지'와 비슷한 말인 '아우내'도 정겨운 우리말이다.
'아우내'는 '아우+내'의 합성어로,지명으로는 충남 천안 병천리를 가리킨다.
이때의 '아우-'는 동사 '아우르다(여럿을 모아 한 덩어리나 한 판이 되게 하다)'와 어원적으로 같은 것이다.
'합치다'란 뜻의 옛말 '아올다'가 변한 말이다.
김민수 교수가 펴낸 <우리말 어원사전>에 따르면 '아우내'의 어원은 '아올(幷)-+은(어미)+내(川)'로 설명된다.
이 마을이 두 하천이 모이는 곳이라 이름을 '아오른내'라 하던 것이 줄어 '아우내/아오내'가 됐다.
이곳은 또 장(場)이 서는 곳이므로 '아우내장터'라고도 하는데,1919년 3 · 1운동이 일어나자 유관순 열사가 수천 군중에게 태극기를 나눠주고 독립만세를 부르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지명인 '병천리'는 고유어 '아우내'를 한자로 바꾼 병천(竝川)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곳의 순대가 맛있어 전국적으로 퍼져 나간 게 '병천순대'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설 다음 날이었으니 음력으로 치면 새해 초이튿날이다.
입춘은 예로부터 계절의 변화를 살피는 기준으로 삼았던 24절기 가운데 하나이다.
시기적으론 한겨울의 '대한(大寒)' 다음이며 이때가 되면 봄이 시작하는 것으로 여겼다.
곧이어 있는 절기가 '우수(雨水)'로,오는 19일이다.
속담에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라는 말이 있듯 우리 조상들은 우수와 경칩을 지나면 아무리 춥던 날씨도 누그러진다고 보고 서서히 농사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아닌 게 아니라 엊그제까지만 해도 맹추위에 떨던 날씨가 많이 풀려 요즘은 한강변처럼 물 많은 곳에서는 안개 끼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새벽녘 고요함 속에 자욱이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해 문인들의 시심을 자극하기도 하고 사진작가들에겐 놓칠 수 없는 촬영 소재가 되곤 한다.
서울 인근의 물안개 명소로는 양수리 두물머리를 빼놓을 수 없다.
이즈음 이곳의 주말 이른 시간엔 많은 사진작가들이 몰려든다.
양수리 두물머리는 행정구역상으론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5리에 있다.
'두물머리'는 '두 물(남한강의 물과 북한강의 물)이 만나 하나(한강)를 이루는 곳에 삐죽하게 나온 지형'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명이자 동시에 일반명사로도 쓰이지만 아직 정식으로 단어가 된 말은 아니다.
양수리(兩水里)란 마을 이름 역시 '두 물',즉 남한강과 북한강의 물이 합쳐진다는 데서 유래했다.
이때 '머리'는 '사람이나 동물의 목 위의 부분'을 나타내는 말로,어원은 '마리(首)'이다.
'마리'가 모음 교체를 이루면서 '머리'가 된 것이다.
이 '마리'는 지금도 여러 형제자매 가운데서 제일 손위의 사람을 '맏이'라고 부르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지금도 '머리'의 옛말로 남아 있다.
'맏며느리/맏사위/맏아들'이라 할 때의 '맏'과도 모두 어원적으로 같은 것이다.
'머리'는 또 짐승이나 물고기,벌레 따위를 세는 단위인 '마리'와도 어원적으로 같은 뿌리를 갖는다.
'머리(首/頭)'를 뜻하는 옛 말이 '마리'이기 때문이다. 가령 소나 돼지 '열 마리'는 한자어로 '10두(頭)'라고 하듯이 짐승의 개수는 '머리'로 나타낸다.
그러니 머리와 마리는 원래 같은 뿌리인데,나중에 의미가 분화되어 각각 현재의 뜻으로 정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갈래의 물길이 합쳐진다는 데서 이름 붙여진 '두물머리'의 좀 더 일반적인 명칭은 '아우라지'이다.
아우라지는 '두 갈래 이상의 물이 한데 모이는 물목'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자어로는 '합수목'으로 '합수(合水)'와 고유어 '목'의 합성으로 이뤄졌다.
'물목'이란 '물이 흘러 들어오거나 나가는 어귀'를 말한다.
이때의 '목'은 '통로 가운데 다른 곳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는 중요하고 좁은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아우라지와 합수목은 같은 뜻의 말이지만 딱딱한 한자어보다 정감어린 고유어 '아우라지'가 훨씬 맛깔스럽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전에서는 아쉽게도 이런 우리말 아우라지의 풀이를 한자어 '합수목'에 내줬다.
아우라지는 표제어로만 다뤄졌을 뿐 풀이를 보려면 '합수목'을 찾아봐야 한다.
아마도 사전 편찬자들에게는 아우라지보다 합수목이 좀 더 일반적으로,많이 쓰이는 말로 평가된 모양이다.
하지만 실제로 요즘 합수목이란 말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보다 아우라지는 제법 쓰이는 추세이다.
특히 강원도 정선을 흐르는 강 이름으로서의 '아우라지'는 지명으로도 꽤 많이 알려져 있다.
'아우라지'와 비슷한 말인 '아우내'도 정겨운 우리말이다.
'아우내'는 '아우+내'의 합성어로,지명으로는 충남 천안 병천리를 가리킨다.
이때의 '아우-'는 동사 '아우르다(여럿을 모아 한 덩어리나 한 판이 되게 하다)'와 어원적으로 같은 것이다.
'합치다'란 뜻의 옛말 '아올다'가 변한 말이다.
김민수 교수가 펴낸 <우리말 어원사전>에 따르면 '아우내'의 어원은 '아올(幷)-+은(어미)+내(川)'로 설명된다.
이 마을이 두 하천이 모이는 곳이라 이름을 '아오른내'라 하던 것이 줄어 '아우내/아오내'가 됐다.
이곳은 또 장(場)이 서는 곳이므로 '아우내장터'라고도 하는데,1919년 3 · 1운동이 일어나자 유관순 열사가 수천 군중에게 태극기를 나눠주고 독립만세를 부르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지명인 '병천리'는 고유어 '아우내'를 한자로 바꾼 병천(竝川)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곳의 순대가 맛있어 전국적으로 퍼져 나간 게 '병천순대'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