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의 구조와 현상을 분석해 우주질서와 법칙을 이해하는 학문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31> 천문학과
천문학은 우주를 구성하는 천체들의 구조와 다양한 현상을 관측하고 이를 분석해 우주의 질서와 법칙을 찾고 이해하는 학문이다.

천문학에서는 우주 그 자체가 실험실이며,천체가 만들어내는 빛이 우주 탐사의 결정적 단서가 된다.

천문학의 목표는 각종 천체들의 본질을 밝혀 우주의 생성과 진화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천문학은 과학 발전의 초석이 되고자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위대한 공헌에 의해 발전돼 왔다. 인류 문화 활동의 공동 유산인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 첨단 과학 기술이 급성장함에 따라 인류사의 시작과 함께 발전해온 천문학에도 커다란 변혁이 일고 있다. 가시광에만 의존하던 전통적 천문 관측이 적외선과 전파 영역으로 확대됐다.

인공위성의 등장은 자외선,X선,감마선 영역 등에서도 천체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인간이 수천년 동안 가져왔던 우주에 대한 근원적 질문들에 대답할 수 있는 날도 그리머지 않았다.

따라서 우주로 향하는 천문학도의 길은 매우 의미있는 도전이란 조언이다.



⊙ 항성의 탄생과 죽음을 연구

천문학의 가장 기본적인 연구대상은 항성이다.

항성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별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 항성에도 탄생과 죽음이 있다.

우리는 가끔 뉴스를 통해 별이 폭발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이렇게 폭발하는 별을 '신성' 또는 '초신성'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별이 죽음에 이르는 순간을 말한다.

또 별이 태어나고 있거나,막 태어난 영역을 발견했다는 소식도 가끔 들을 수 있다.

별의 탄생 메커니즘은 우주공간에 존재하는 성간 물질(ISM · Interstellar Medium)과 관련이 깊다.

이 성간 물질은 우주공간에 존재하는 기체와 먼지들을 뜻하며,이것들로부터 별이 탄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성간 물질이 있는 모든 곳에서 별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별은 성간 물질의 밀도가 높고,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곳에서 태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곳에서 형성된 천체를 '원시별'이라고 부른다.

원시별의 주변에 있던 물질들은 계속해서 표면으로 떨어지고,원시별의 질량 온도 그리고 밀도가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증가한 원시성의 내부 온도는 바깥쪽보다 높아서 중심의 에너지가 원시별의 바깥쪽으로 대류에 의해 전달된다.

이러한 에너지 전달 과정을 거쳐서 원시별은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한다.

⊙ 여러 개의 별을 관측해 천체 현상을 연구

우주라는 실험실에서는 거리를 광년(light year · 빛이 진공 상태에서 1년 동안 나아간 거리)이라는 단위로 잰다.

실험 대상인 천체들이 그만큼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천문학자는 주어진 실험 대상과 조건을 뜻대로 바꿀 수 없다.

따라서 천문학에서는 실험을 하는 대신에 빛을 이용해 관측을 수행한다.

천문학의 또 다른 특징은 천체 현상이 매우 느리게 변한다는 점이다.

사람의 평균 수명이 100년을 넘지 않는 데 비해 태양의 수명은 100억년이나 된다.

우리는 한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는 모습을 꾸준히 관찰해 인간의 성장 과정을 연구할 수 있으나,태양의 진화를 연구하려고 100억년을 기다릴 수는 없다.

그런데 나이가 다른 여러 사람을 동시에 관찰해도 인간의 성장을 연구할 수 있다.

천문학에서도 종류가 다른 별들을 여러개 관측해 별의 진화를 연구한다.

이처럼 현재 관측된 자료에서 대상 천체의 역사적 변화 과정을 읽어내야 하므로,천문학자들의 분석 기법은 매우 다양하고 독창적이다.

빛은 속도가 유한하므로 아주 멀리 있는 천체,즉 매우 어두운 천체를 관측한다면 우주 창생의 먼 과거를 지금 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대형 망원경이 필요하다.

또 지구 대기의 제약에서 벗어나려면 대형 망원경을 대기층 바깥으로 올려 보낼 과학 위성도 필요하다. 이런 초대형 첨단 관측 장비들은 한 나라의 경제력이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천문학자들은 국제 공동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다.

⊙ 주요 교육내용과 적성

천문학과가 개설된 주요 대학은 서울대 연세대 경북대 충남대 충북대 세종대 등이다.

천문학과에서는 인간 생명의 근원인 지구와 지구의 근원인 우주의 질서를 찾기 위해 수학 물리 철학 등 다양한 학문을 익힌다.

이를 통해 물질의 기본법칙을 배우고 우주의 구성성분,생성원리,별의 진화 등에 대해 공부하며,우주의 큰 법칙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지구와 다른 행성의 기상에 대해서도 연구한다.

천문학과의 기초과목은 일반천문학 수학 천문관측법 위성천문학 현대물리학 등이다.

전공심화과목은 항성진화론 천체물리학 전파물리학 천체역학 우주비행학 구면천문학 천문계산법 항성계 우주과학 우주시스템 등이다.

이 과목들의 대상은 천체다. 따라서 천문학을 전공하려면 천체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관측을 통해 어떤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해야 하므로 기초 과학에 대한 관심과 지식도 매우 중요하다.

천문학은 다른 학문에 비해 여러 현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자신의 직관에 의존하는 경우도 잦다.

그래서 종합적인 분석능력과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 졸업 후 진로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31> 천문학과
천문학과 졸업생 중에선 창의적 활동으로 대단한 성공을 거둔 사람이 많다.

그런 성공은 천문학의 특징과 관련이 깊다.

천문학 이외의 다른 과학 분야에서는 능동적 실험 기법이 크게 위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이 기법이 사회적 난제에는 속수무책인 경우가 허다하다.

인간의 의지가 관련된 상황에서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조건을 바뀌가며 실험을 반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은 천문학자들이 겪는 어려움과 비슷하다.

따라서 능동적 실험이 거부되는 상황에서는 천문학적 관측과 분석 기법이 큰 성과를 만들어낸다.

천문학 전공자들은 앞으로 우주 개발 시대를 맞아 우주 산업 분야 기업들로 대거 진출할 전망이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석사 학위를 딴 뒤 천문대에서 주로 연구원으로 활동한다.

이 밖에 전자통신연구소 표준과학연구원 전파연구소 국방과학연구소 국립지리원 원자력연구소 항공우주연구소 등 각종 연구소로 가는 사람도 많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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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성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천문학

“우주의 광활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궁금증을 푸는 매력적인 학문”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31> 천문학과
이상성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주전파 관측망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천문학 전문가다.

우주전파 관측망이란 지름 21m짜리 접시 안테나를 여러 개 세워 우주에서 오는 전파를 관측하는 일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총 250억원을 투자해 연세대 울산대 제주탐라대 등에 전파 안테나 3개를 만들었다.

전파 안테나로 우리 은하나 외부 은하의 별에서 나온 전파를 관측하면 그 별의 물질적 특성,나이 등을 연구할 수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서울대 천문학과를 졸업하고,독일 본대학에서 천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천문학은 우주의 광활한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우주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갈 수 있는 매력적인 학문"이라고 말했다.



▼천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이유는.

"저는 중 · 고등학생 시절 지구과학 과목을 좋아했어요.

유명한 천체물리학자들의 저서 등을 통해 천체물리학에 깊은 흥미를 느꼈지요.

이런 흥미는 지구과학 과목뿐 아니라 물리학과 수학에도 흥미가 생기게 했고,고등학교 3학년 때 마침내 진로를 천체물리학자로 정하게 됐답니다. "

▼천문학이 본인의 적성과 어떤 점에서 맞았는지.

"대학에 들어간 뒤 천문학은 밤하늘의 달,행성,별들을 관측하는 기쁨을 제게 안겨줬어요.

당시 추운 날 밤하늘에 떠있는 초생달과 그 아래 밝게 빛나는 샛별(금성)의 조화는 그 어떤 명화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고 천문학에 대한 사랑을 더욱 깊게 만들었지요.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우주의 광활한 아름다움에 반하게 한 천문학은 제 적성과 딱 맞아떨어졌지요. "

▼천문학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첫째,우주에 대한 궁금증에 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달의 분화구가 어떻게 보이고,목성의 대적반은 어떤 모습이며,명왕성의 크기는 어떠하고,우리 은하는 얼마나 크며,우리 우주는 나이가 얼마인지,더 나아가 우리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둘째는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천문관측기술 및 이론천체 연구을 위한 컴퓨팅 기술을 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예로,호주나 남아프리카의 사막 평원 지역에 건설하려고 하는 평방킬로미터전파간섭계(SKA · Square Kilometer Array)는 광활한 우주를 향한 지구인의 21세기형 눈이 될 것입니다.

3000여개의 전파 망원경을 건설하고 엄청난 양의 관측 자료를 실시간으로 처리해 우주 생성 초기의 환경 등을 연구할 수 있는 천문관측기기입니다.

거대한 시설뿐 아니라 운영에도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이 기기를 이용해 우주에 대한 궁금증에 답할 수 있는 것은 천문학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지요. "

▼전망은 어떻습니까.

"대형 관측기기를 이용한 관측연구 및 최첨단 컴퓨팅 기술을 이용한 이론연구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우수한 천문학자가 많이 필요하며,여러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이란 뜻입니다.

천문학 전공자의 공급은 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천문학 공부와 연구에 꾸준히 몰두하면 훌륭한 천문학자가 될 기회가 반드시 올 것입니다. "

▼천문학을 공부할 때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요.

"천문학 분야는 다양합니다. 다양한 분야에 공통적으로 필요한 과목이 수학과 물리학입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배울 수 있는 수학과 물리학은 천문학자에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지식입니다.

각 분야에서 독특하게 필요한 지식은 대학 및 대학원 진학 후 공부할 수 있습니다. "

▼천문학을 전공한 뒤 보람이 있었던 일은.

"서울대 대학원에 다닐 때 천문대를 찾아온 한 여중생이 있었어요.

전파 망원경을 견학하며 천문학에 깊은 호기심을 나타냈죠.

나중에 제가 천문학자가 된 후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죠.

그 여중생이 천문학과에 입학해 천문학자의 꿈을 키우고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천문학을 전공한 뒤 느낄 수 있었던 첫 보람이었지요.

그 후 제가 직접 연구에 활용하고 있는 거대한 전파망원경을 일반인들에게 소개할 때마다 그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

▼천문학을 선택하려는 학생들에게 해줄 조언은.

"제가 느낀 천문학의 장점,보람 등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천문학에 대한 열정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꾸준히 그 꿈을 향해 달려간다면 그 여중생처럼 훌륭한 천문학자의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