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구 ‘볼 장 다 보다’

"낮에 길에서 우연히 초등학교 1학년 때 '짝꿍/짝궁'을 만났어."

"어제 밤늦게 들어 왔다고 아버지에게 '혼쭐/혼줄' 빠지게 꾸중을 들었지."

수많은 단어를 일일이 외워두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우리말 적기의 몇 가지 원칙을 알아두면 정확한 표기를 모르더라도 어느 정도는 응용해 적을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된소리를 적는 요령이다. 이는 '어떤 말의 형태를 살려 적을 특별한 근거가 없을 때는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는 것이다.

매우 친하거나 짝을 이루는 동료를 가리키는 말 '짝꿍'의 경우를 보자.

이를 자칫 '짝궁'으로 적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짝'과 결합한 '궁'이 어떤 근거나 유래가 있는 말인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이럴 때는 그냥 발음 나는 대로 '짝꿍'으로 적는다. 이 점만 알고 있으면 어떻게 적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혼쭐이 나다' '혼쭐이 빠지다'에서도 마찬가지 요령이 적용된다.

'혼쭐'은 '혼'을 강조해 이르는 말인데, 이때 '줄'이 어떤 의미를 갖고 결합한 것이라면 당연히 '혼줄'로 써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혼쭐'의 '쭐'은 어디서 온 말인지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소리 나는 대로 '혼쭐'로 적는다.

관용구 중에 '볼 장 다 보다'란 표현이 있다. 이 말은 '일이 더 손댈 것도 없이 틀어지다'란 뜻을 담고 있다.

"아들이 도박에 빠져 그 집은 볼 장 다 보게 됐어"처럼 쓰인다.

이 관용구는 무엇보다 우선 띄어쓰기가 신경 쓰인다. 가령 이를 '볼장 다봤다' 식으로 붙여 쓰기 십상이다.

하지만 각각의 단어는 띄어 쓴다는 규정에 따라 '볼 장 다 보다'라고 써야 한다.

사람에 따라 아예 '볼짱 다봤다'처럼 '볼짱'으로 쓰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볼 장'의 발음이 [볼 짱]으로 나는 데 이끌려 잘못 표기한 것이다.

이런 게 헷갈릴 경우 뒤에 붙은 '장'이 의미가 살이 있는 말인지를 살펴보면 된다.

이때의 '장'은 한자 '場'의 뜻으로 쓰인 것이므로 소리 나는 대로 적지 않고 '볼 장 다 보다' 식으로 원래 형태를 밝혀 적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