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 논술 첨삭노트] (45) "내용을 구성하는 방법 역시 주장과 근거"
지금까지 말씀드린 문장합치기 방식에 대해서 정리를 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우선 가장 핵심적인 문장을 고른다.

② 핵심적인 문장의 주어+동사를 기준으로 하여, 나머지 것들을 합치기 위해 논리적 관계를 살핀다.

③ 논리적 관계가 성립되는 문장을, 연결어를 사용하여 핵심문장 앞에다가 합친다.

④ 논리적 관계는 없지만, 분량은 채울 수 있는 문장을 수식어구로 활용하여 올려붙인다.

문단에서 추출된 핵심적인 내용들, 즉 글쓴이가 요구하는 핵심과, 이를 추출하기 위한 부연 및 근거들은 이렇게 결합됩니다.

여기서 당연히 가장 중요한 것은 ③,④번 과정입니다.

연결어를 통해 합치는 방식 하나와, 수식이 될 만한 부분을 수식어구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④번 같은 경우는 분량을 늘리기 위한 방식으로서, 덜 중요한 부분이거나, 시간상 앞에 있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자, 그렇다면 하나의 제시 문에서 어떤 식으로 문장을 뽑고, 이것을 다시 합칠 수 있는 직접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식물은 볼 수 있다. 그리고 계산을 하고 서로 의사소통도 한다. 그뿐 아니라 미세한 접촉에도 반응하고 아주 정확하게 시간을 잴 수도 있다.

어둠 속에 묻혀 있는 식물의 싹은 틈새로 새어 드는 한 줄기 빛을 향해 기어 나오기 시작한다.

식물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생울타리꽃은 해질녘에 서쪽을 향하고 있지만, 밤 동안에 얼굴을 동쪽으로 돌려 새벽 햇빛을 받는다. 식물은 시간을 잴 수 있기 때문이다. 파리지옥풀은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건드려야 닫히는데, 이는 수를 셀 수 있음을 뜻한다.

우리가 이러한 식물들의 극적인 생활과 능력, 그리고 예민한 감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식물들이 우리와는 다른 시간 단위에 따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은 우리가 맨눈으로 보아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사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식물의 삶을 우리 자신의 시각이 아닌 그들의 척도에서 접하는 순간, 넓은 들이나 좁은 뜰에서 자라는 어떤 식물이든 전혀 다르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제시문은 두 문단으로 구성되어 있군요. 그렇다면, 크게 보아 2개의 문장이 추출되는 것이 맞겠군요.

첫 번째 문단에는 예시가 상당히 다양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어둠 속에'로 시작되는 문장부터 모두 예시로군요. 순간 학생들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들겠지요. '어라? 예시가 이렇게 많은데 이걸 다 어떻게 요약하지?'

이런 경우는 보통, 예시를 묶을 수 있는 포괄적 개념을 사용하면 됩니다.

가령 어떤 꽃이 어떤 행동을 보인다는 것은 결국 식물이 <볼 수 있다>는 사실이나, <수를 셀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 꺼낸 예시일 뿐이지요.

결과적으로 각 부분이 모두 다른 의미를 확실히 해주기 위해서 사용되고 있는 것이군요. (이른바 주장과 근거!)

정리해보면, 첫 번째 문단은 식물이 보거나, 계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뭐 시간을 잴 수 있다거나,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식물의 모습을 보여주겠지요. 그럼 이 모든 내용을 포괄할 수 있는 표현은 무엇일까요?

이제 이런 게 학생들에게 어렵습니다. 제시문에 나와 있는 단어로는 다 해봤자 <극적인 생활과 능력, 그리고 예민한 감각> 정도가 전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글을 보면서, 혹은 예시답안들을 보면서 우리는 어휘와 문장구조들을 익힐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식물은 살아있다> 정도가 어떨까 싶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로는 분명 식물은 흙에 파묻혀서 마치 죽은 듯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두 번째 문단에서 나오듯 그것은 그저 우리들만의 시각에서 보았기 때문이라는군요. 그렇게 보면, 식물에 대한 우리의 예상이나 추측은 우물안 개구리 식의 판단에 불과한 것이지요.

자, 다시 정리하면 첫 번째 문단은 <식물은 살아있다>라는 핵심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어영역에서 제시문 정리하는 것과 달리, 논술에서는 항상 주어+동사형태로 정리해야 한다는 것 잊지 마시고요) 살아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가 붙어주면, 분량이 조금 더 늘겠지요?

그리고 이해도 좀 더 정확해지구요.

두 번째 문단은 전형적인 not A but B 형태의 제시문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우리가 A했던 것과는 달리 식물은 B한다>와 같은 것이지요.

다만, 여기는 문장구조가 조건식으로 되어있습니다. 즉, 와 같은 구조인 셈이지요. 이를 모두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문단] 그들의 극적인 생활과 능력, 감각에서 보이듯 식물들은 살아있다.

[둘째 문단] 우리의 시각에서 바라볼 때 식물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달리, 그들의 시각에서 본다면 그들이 충분히 살아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아마 두 문장으로 요약하라고 할 경우 이렇게 하면 꽤나 깔끔할 듯싶습니다. (118자) 하지만, 실전에서는 분량상 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야 할 경우도 생기지요. 그럴 경우, 이 두 문장을 특정한 연결관계로 묶어야합니다. 제가 예를 들어서 이것을 다시 인과적 관계로 나눠보도록 하지요. 즉, 이렇게도 나눌 수 있습니다.



[근거] 식물들이 극적인 생활능력과 감각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시각에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주장] 그러므로, 그들의 시각에서 본다면 그들이 충분히 살아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내용을 근거와 주장으로 다시 구분해놓은 것이지요. 어차피 글쓴이의 주장은 <입장바꿔 살펴보자>(易地思之)이기 때문에 크게 혼동은 없을 듯합니다.

그럼, 이것을 한문장으로 합쳐보죠. 특정한 제약조건을 나타내는 연결어 <할 뿐>을 넣거나, 인과를 표현하는 <이므로>를 넣어도 크게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식물들이 엄연히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의 시각에서만 바라보기 때문(일 뿐)이므로, 그들의 시각에서 본다면 충분히 식물이 살아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이렇게 요약을 한 후에는 이 글이 괜찮은가를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흔히 퇴고(推古)라고 부르지요.

요약에 있어서 퇴고의 원칙은 크게 다음과 같습니다.

① 이왕이면 하나의 주어와 하나의 동사가 좋다. (주격 조사: 은/는 + 이/가)

② 하나의 주어마다 하나의 동사가 반드시 결합되어야 한다.

③ 주어와 동사는 그 형태가 정확하게 호응되어야 한다. (동사의 형태- 능동/피동/사동을 주의할 것!)

④ 명사는 명사끼리, 동사는 동사끼리 호응된다. (A와 B/A가 아니라 B/A뿐만 아니라 B 등)

이 4가지는 첨삭을 하다 보면 학생들이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에 대한 것입니다.

실제로 요약의 기초도 제대로 닦지 않고 수시를 대비한다거나, 급하게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경우 이런 실수를 종종 저지르곤 합니다.

논술에 있어 문장을 다루는 기초적 스킬이야말로 논술을 배우거나, 배울 학생들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학교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한 기술적 접근이 없이 기출문제만 풀고 있는 실정이니 다음 시간에는 이런 원칙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용준 S · 논술 선임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