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이 죽음에 대해 인식하는가?
☞ 출제 제시문은 생글 275호(2010년 12월 27일자) 게재내용 참고
<문제 1>
제시문 <가>, <나>, <다>에 나타난 죽음에 대한 태도를 비교하시오. (1000자 안팎, 50점)
<문제 2>
제시문 <가>, <다> 각각의 입장에 근거하여 제시문 <라>의 실험 결과를 해석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쓰시오. (1000자 안팎, 50점)
◈ 1번 문항 해제
연세대는 '다면사고형 논술'이라는 별칭에 어울리게 하나의 주제 내지 현상에 관해 복수의 관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애초에 전제하고 논술 문제를 출제한다.
그래서 하나의 주제를 각기 상이한 관점에서 다루는 여러 제시문이 주어지고 1번 문항에서는 그러한 세 제시문을 정확하게 이해하여 공통 주제에 서로 다르게 접근하는 각 제시문의 논지 차이를 상세하게 논해야 한다.
올해 입시에서 출제된 인문계 1번 문항 역시 마찬가지다. "제시문 <가>, <나>, <다>에 나타난 죽음에 대한 태도를 비교하라"는 1번 문항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수험생들은 우선 1차적으로 각 제시문에 관한 정확한 독해를 하고,각 제시문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비교답안의 작성 과정에서 자기 앞에 던져진 정보를 소화하였음을,주어진 개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확하게 개념화 · 언어화하는 작업을 통해 증명하여야 한다.
이러한 논제에서는 수험생이 개념적 특징을 정확하게 포착해내고 어떠한 어휘를 적절하게 선별 및 활용해 논지를 세련되게 강조하느냐에 따라 답안의 평가가 달라진다.
인문계열 제시문의 공통주제는 1번 논제 문언에서 이미 명시적으로 밝히듯이 '죽음'에 관한 것이다.
제시문 <가>와 제시문 <다>는 죽음에 관한 인간의 상이한 인식을 설명하고,제시문 <나>는 죽음에 관한 고릴라의 인식을 행동관찰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세 제시문은 크게 두 가지 논점에 관한 상반된 내용으로 입장이 갈린다.
우선,첫 논점은 '죽음에 관한 인식'이 인간만의 고유한 것인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인간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제시문 <가>는 단정적인 태도로 오직 인간만이 죽음에 관해 독특한 인식을 할 수 있고 바로 이것이 인간성과 문명의 근원이라고 못 박는다.
두 번째 문단의 뒷부분에는 "새들이 같은 종에 속하는 새들의 죽음에 대해 기피하거나 완전히 무시하는 그런 행태가 놀랍다"면서 동물은 죽음에 관한 고유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에 반해 제시문 <나>는 고릴라들 역시도 죽음을 '무시'하지는 않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죽음의 '비일상성'에 놀라고 그를 거부함을 설명한다.
저자는 자신이 관찰한 고릴라들의 특이한 행동양식을 묘사하고,"고릴라들의 이런 행동은 적어도 이 집단의 경우에는 죽은 고릴라에게서 모종의 반응을 이끌어 내려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제시문 <나>에 의하면 고릴라는 물론 인간과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엄연히 죽음의 특이성을 감지하고 그에 반응한다.
리키의 제자 삼총사 중 다른 한 명인 제인 구달이 침팬지도 도구를 사용한다는 관찰 결과를 발표해 오직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그간의 이론을 뒤집어 버리는 통에 '호모 파베르(homo faber)'라는 명칭이 다소 무색해진 것처럼,다이앤 포시의 관찰 결과 역시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죽음의 비일상성을 인식하고 반응을 보인다는 분석 내용을 통해 인간의 독자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처럼 죽음에 관한 분별된 인식이 인간 특유의 것이냐,아니면 다른 생명체도 함께 하는 것이냐 여부는 <가>와 <나>를 뚜렷하게 가르는 경계선이다.
그리고 비단 <가>와 <다>의 두 저자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장제(葬祭)풍습과 정기적인 제사의례를 거론하며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을 강조하는 입장과,그에 반해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은 혈족과 가까운 동료의 죽음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두고 생명체의 공통점에 집중하는 입장으로 갈릴 것이다.
세 제시문을 관통하는 또 다른 논점은,인간으로 논의의 대상을 국한시켰을 때 인간은 죽음에 정녕 어떠한 태도를 가지느냐이다.
제시문 <가>와 제시문 <다>는 서로 자신감이 넘치는 말투로 각기 상반된 주장을 한다. <가>에 의하면 인간은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반면,<다>는 인간이 죽음을 기피하고 배척하려 한다는 대조적 견해를 펼친다.
<가>는 "인간은 상당한 노동과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죽은 자와 함께 머무르고자 하며 죽은 자를 산 자 가운데 꽉 붙잡아 놓고자" 한다면서 죽음이 인간 삶의 영역 안으로 들어와 있으며,인류는 죽음을 생활 안에서 긍정하고 수용한다는 점을 확실히 한다.
그러나 <다>는 죽음은 '공포'스러운 것이며,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생각 자체를 기피한다"고 말한다.
죽음은 사람들에게 '느닷없이 다가오는' 불청객으로서,삶을 송두리째 부정한다.
이처럼 죽음에 관한 인식이 인간에게 고유한 것인지 여부,또한 인간은 죽음을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해서 세 제시문은 입장을 달리한다.
답안에 각 제시문의 논지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구조로 글을 쓰면 된다.
여러 제시문을 '비교'하라는 논제가 제시문들을 각각 '요약'하라는 논제와 다른 점은 답안 구성의 형식이다.
각각 요약은 주제 이해가 정확하고 논지 표현이 세련되면 거시적 구성은 기계적 병렬방식으로 처리해도 된다.
하지만 비교답안에서는 단순히 각 논지의 요약 내용을 열차처럼 줄줄이 이어놓는 게 아니라,효과적으로 공통점과 차이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그러므로 시험장에서 제시문들을 '비교'하라는 요청을 받으면 어떻게 답안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지 '전략적' 답안 구성에 관한 고민도 잠시 해야 한다.
◈ 2번 문항 해제
⊙ 논제의 요구사항; 전반전
2번 문항은 크게 두 가지 요구를 한다. 우선 ①제시문 <가>,<다> 각각의 입장에 근거하여 제시문 <라>의 실험 결과를 해석하고,그리고 ②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하라는 것이다.
수험생은 제시문 <가>의 입장에 근거해서,그리고 제시문 <다>의 입장에 근거해 총 2회의 분석을 거쳐야 하며,상기 관점에서 실험결과의 특징적 속성을 발견하고 그 의미를 분석해야 한다.
이전 편에 다루었던 연세대 사회계열 논제에서 주어진 도표도 무척 간단했지만,인문계열 논제에 등장한 도표는 더욱 더 간략하다. 도표 자체의 파악이 어려운 부분은 없다.
장소적 거리든 단어에 의한 연상이든 간에 '부패/배설'을 환기하면 대체적으로 '죽음'에 관한 생각이 억제된다는 간단명료한 내용이 제시문 <라>에 실려 있다.
두 실험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패턴은,배설에 관한 의식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 때에는 죽음에 관한 연상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배설에 관련된 어휘에 노출시키거나 배설 장소인 화장실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연구집단이 비교집단에 비해서 죽음에 관한 생각을 덜 한다는 점에서 배설에 관한 연상이 죽음에 관한 연상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워낙 간단한 도표의 패턴 내지는 실험결과의 특징적 내용은 이처럼 정리했고,그 다음 단계인 특징의 '해석' 단계로 넘어가보자.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실험 결과를 '주어진/제공된' 관점에서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 도표해석 문제에서 도표의 특징을 정리하고 발견된 특징의 의미도 스스로 분석하라는 요구가 많은 반면,연세대 논제는 도표를 해석하는 근거 관점을 대학 측에서 제공하고 있다.
이미 논제 1번 문항을 풀었으므로 제시문 <가>와 <다>가 설명하는 죽음에 관한 관점은 익히 파악하고 있는 상태이며,이제 <가>와 <다>의 입장에 의거하여 두 실험결과의 특징을 풀이하면 된다.
인간이 죽음을 영속화하고 삶의 일부로 포섭하려고 한다는 <가>의 입장에서 실험결과를 해석하면,부패/배설에 관한 연상이 죽음에 관한 연상을 억제하는 이유는 죽음을 '박제처리'하여 영속화하려는 시도와 맞닿는다.
제시문 <가>는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죽음으로 인한 소멸과 상실을 거부하고 죽음을 삶의 안에서 영속화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의 관점에 따라 실험결과의 함의를 해석하면 부패/배설에 관한 연상은 '초월화'되고 '신성화'된 죽음의 관념과 배치되므로 죽음에 관한 연상을 억제한다.
반면에,인간은 죽음을 부정하거나 내지는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는 제시문 <다> 입장에서 실험결과를 해석하면,인간이 워낙 죽음을 공포스럽게 여기고 그를 떠올리는 것조차도 싫어하기 때문에 배설/부패에 관한 연상이 죽음에 관한 연상을 억누른다.
죽음은 삶을 앗아가고 모든 아름다움,의미,개성과 인격의 총체적 상실을 가져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죽음을 기피하는 태도를 보인다.
죽음이 삶과 철저히 대립한다는 <다>에 의하면 죽음은 배설과 부패의 궁극적인 상태,최악의 단계다.
그래서 인간이 혐오하고 기피하는 배설/부패에 관한 연상은 내면으로부터 무의식적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고 단순한 배설이나 부패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도가 높은 최악의 상태인 죽음에 관한 생각을 차단시킨다.
자,그럼 설명의 편의를 위해 다음과 같이 그림을 그려서 제시문 <가>와 제시문 <다>의 내용을 명확하게 비교해보자.
개념들 간의 연관관계가 아리송할 때는 벤다이어그램을 그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답안에 포함시켜야
[그림 A; 제시문 <가>에 의한 개념 구조도] [그림 B; 제시문 <다>에 의한 개념 구조도]
<논제2의 개념이해를 위한 그림 설명>
쉽게 설명하자면, 제시문 <라>의 실험은 '배설'에 관한 연상이 '죽음'에 관한 연상을 억제시킨다는 내용을 공통적으로 보여준다.
실험 결과를 제시문 <가>에 따라서 설명하면 '배설'은 '소멸/상실/부패'와 맞닿아 있고 인간의 삶을 뜻하는 개념 영역의 외부에 있기 때문에 인간의 삶 안으로 포섭되어 영속화된 죽음에 관한 연상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다.
하지만 같은 실험 결과를 제시문 <다>의 관점에 의해서 달리 해석할 수도 있다.
제시문 <다>의 관점에서 실험을 분석하면 '배설'은 '죽음/부패/추함'과 같은 속성들과 연관되며, 이는 '삶/건강/아름다움'과는 철저하게 대립되는 특질들이다.
제시문 <다>의 관점에 의거해 실험의 의미를 분석하면, 사람들이 배설에 관해 환기하면 그에 관한 1차적 거부감을 느끼게 되고 배설/부패와 연계된 강력한 개념인 죽음은 아예 터부(taboo)시되어서 떠올리기조차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시문 <라>의 실험은 물론이거니와, "죽음을 잊지 말라(Memento mori)"라는 문구를 던져주더라도 제시문 <가>와 <다>는 각각의 관점에서 각각 상이하게 뜻을 해석한다.
제시문 <가>의 죽음(mori)은 초월화되어 생활 속에 포섭된 인간다운 문명 양식이며, 제시문 <다>의 죽음(mori)은 공포와 거부의 대상이다.
⊙논제의 요구사항; 후반전
자, 주어진 각각의 관점에서 실험결과를 분석했으면 이제 죽음에 관한 본인의 인식이 어떠한지, 그리고 그 인식이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논해야 한다.
그 내용이 여하하든 간에 자신의 생각을 쓰는 것이므로 일단 글의 입장 자체가 불명료하면 안 된다.
논제가 분명히 '논하라'고 했기 때문에 '자신의 주관'이 반드시 전개되어야 한다.
간혹 자신의 생각을 논하라는 논제를 받아 들고는 뚜렷한 내용이 없는 소리만 뒤죽박죽 늘어놓거나 엉뚱하게 객관적 분석만 잔뜩 하는, '논제 분석의 기본소양이 갖춰지지 않은' 답안을 작성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논제가 자기 생각을 쓰라고 했기 때문에 주관을 꼭 전개해야 된다.
주관이라고 해서 뭐 엄청나게 독특하거나 참신할 필요는 없다.
(물론 참신하고 깊이 있으면 그건 말할 나위 없이 좋다!) 본인의 입장이 글 전반에 걸쳐 일관성 있게 드러나면 된다. 하지만 이 때, 양비론이나 양시론은 문제가 된다.
양비론은 이도 저도 싫다는 것이라서 입장이라 하기에는 곤란하다.
마찬가지로 양시론 역시 뚜렷한 입장이 없어 주제에 관한 문제의식이 결여되어 보인다.
양비론을 펼치는 수험생은 실제 드물지만, 상당수의 수험생들이 적당한 단어로 버무려 답안을 양시론으로 대충 때워버리는 경우가 많다.
양시론은 처세술의 지혜는 될 수 있을지라도 주관쓰기 답안에서는 등장하면 안 된다.
본인의 논지가 뚜렷하게 정리된 성숙한 '제3의 길'과 같은 절충론이라면 행여 모를까 입장이 불명료한 양시론은 주관이 없는 답안과 별반 차이가 없다.
또한 논술에서 수험생 자신의 '견해'를 쓰라거나 '입장'을 밝히라거나, 혹은 여러 입장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논제, 내지는 이도 저도 아니고 그냥 '논하라'는 요구가 등장하면 반드시 명심해야 되는 사실이 있다.
논술 답안에서의 주관 전개는 반드시 '논증(argumentation)'을 포함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떠한 견해를 선택하든 무엇을 논하든 간에 확실히 해야 할 점은 그러한 견해/입장/논지의 '이유'가 논리적으로 서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해서, '자신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답안 내용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 역시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므로, 사고의 버릇만 들이면 된다. '왜(why)'가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만 잊지 않으면 된다.
습관적으로 '내가 왜 그러한 견해를 가지는지'에 관한 성찰이 몸에 배어야 한다.
그럼 이러한 기본적 요소들을 염두에 두고 2번 답안의 후반부를 작성하면 된다.
주관을 쓰라고 했지만, 앞서 전개한 논의가 있기 때문에 끊기지 않게 맥락을 살려 나가야 하므로 영 엉뚱한 내용을 펼쳐서는 안 되고 앞의 내용과 유기적으로 연계되게끔 글을 써야 한다.
제시문 <가> 혹은 <다>의 입장을 지지한다든가, 아니면 두 입장 모두의 한계를 비판하면서 본인의 독자적 주관을 전개하는 내용이 등장해야 한다. 제시문 중 하나가 본인의 생각과 비슷하다면, 일부러 '튀기 위해서' 함량 미달의 독자적 주관을 쓰려고 너무 애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입장이 어떠하든 제시문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달달 외워서 되풀이하는 듯한 '앵무새 답안'을 써서는 안 된다.
결론은 본인의 독자적 주관이든, 아니면 제시문의 입장 중 하나이든 상관없지만, 그 입장을 지지하거나 선택하는 이유는 자신이 숙고한 내용이어야 된다.
즉, 직접적으로 체득한 내용이든 간접적으로 이해한 내용이든 본인이 소화한 논거가 글 안에 녹아 있어야 한다.
논거 역시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죽음'에 관해 논하는 설득력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본인의 근거를 댈 때, 그 이유가 꼭 현학적인 철학가의 사상이거나 사변적 성향으로 유명한 작가의 글이 아니어도 된다.
제시문에 있는 내용을 참고하여 그에 해당하는 다른 예시를 쓰거나 논지를 더 확장해도 무방하다.
어쨌든 진솔한 고민의 계기나 이유가 답안에 잘 나타나면 된다.
개인적으로 만약 논제 2번 답안을 작성하라고 했다면 (인간의 독자성 운운하는 부분만 제외하면) 제시문 <나>에 가까운 관점을 취해서 글을 열어나갔을 것이다.
<다>를 제치고 <가>를 택한 이유는 독일계 철학자들의 골치 아픈 사상이 아니라 탐험소설 때문이다.
소설로 유명한 헨리 라이더 해거드의 또 다른 모험소설, <솔로몬의 금광>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한다.
모험소설을 읽다가 '유령(ghost)'이라는 단어가 겹겹이 안고 있는 의미에 말 그대로 '모골이 송연'하게 놀랐다.
"Yet man dies not whilst the world, at once his mother and his monument, remains. His name is lost, indeed, but the breath he breathed still stirs the pine-tops on the mountains, the sound of the words he spoke yet echoes on through space:
the thoughts his brain gave birth to we have inherited to-day:
his passions are our cause of life: the joys and sorrows that he knew are our familiar friends--the end from which he fled aghast will surely overtake us also!
(세상은 존속하지만 인간은 죽는다.
그러나 죽은 자의 출생과 업적은 세상에 남게 된다.
비록 이름은 기억되지 않을지라도 죽은 자가 숨쉬었던 공기는 여전히 산 위의 소나무를 흔들고, 그가 토해냈던 말들은 이곳 저곳에서 메아리 친다.
그가 형성한 생각들은 오늘날 대물림되고 있으며 죽은 자가 지녔던 열정은 오늘을 사는 이들의 삶의 이유가 된다.
죽은 자가 느꼈던 기쁨과 슬픔은 요즘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것인지라, 죽은 자를 경악하게 만든 것들은 살아있는 자 역시 놀라움으로 붙든다)"
특히 소스라치게 놀란 대목은 다음과 같다.
"Truly the universe is full of ghosts, not sheeted churchyard specters, but the inextinguishable elements of individual life, which having once been, can never die, though they blend and change, and change again forever.
(세상은 진정 유령으로 가득하다. 교회 공동묘지에서 수의를 뒤집어쓰고 출몰하는 망령을 말함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유령들은 개개인의 삶에서 절대 소멸시킬 수 없는 어떤 요소, 한때 이 세상에서 살았고 여전히 이 곳에 존재하며 결코 죽지 않는 그 무엇들이다.
이 유령들은 서로 뒤섞이고 융화하며 끊임없이 변화할지언정 세상에서 영원토록 사라지지 않는다)."
이 글은 죽은 자의 입김이 서려 있고 그 입김들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융합하며 영향을 미치는 세상에 관해서 놀라운 통찰을 보여준다.
마음 속 무엇과 딱 맞물리는 느낌 내지는 그 느낌이 너무 예리해 섬뜩함을 겪은 글이다.
개인적 선택의 결과가 어떠하든 간에, 논제 2번의 후반부에서는 본인이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그러한 견해를 적절한 논거 내지는 이유와 함께 설득력 있게 전달하면 된다.
홍보람 S · 논술 선임 연구원 gogoxingxing@gmail.com
☞ 출제 제시문은 생글 275호(2010년 12월 27일자) 게재내용 참고
<문제 1>
제시문 <가>, <나>, <다>에 나타난 죽음에 대한 태도를 비교하시오. (1000자 안팎, 50점)
<문제 2>
제시문 <가>, <다> 각각의 입장에 근거하여 제시문 <라>의 실험 결과를 해석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쓰시오. (1000자 안팎, 50점)
◈ 1번 문항 해제
연세대는 '다면사고형 논술'이라는 별칭에 어울리게 하나의 주제 내지 현상에 관해 복수의 관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애초에 전제하고 논술 문제를 출제한다.
그래서 하나의 주제를 각기 상이한 관점에서 다루는 여러 제시문이 주어지고 1번 문항에서는 그러한 세 제시문을 정확하게 이해하여 공통 주제에 서로 다르게 접근하는 각 제시문의 논지 차이를 상세하게 논해야 한다.
올해 입시에서 출제된 인문계 1번 문항 역시 마찬가지다. "제시문 <가>, <나>, <다>에 나타난 죽음에 대한 태도를 비교하라"는 1번 문항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수험생들은 우선 1차적으로 각 제시문에 관한 정확한 독해를 하고,각 제시문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비교답안의 작성 과정에서 자기 앞에 던져진 정보를 소화하였음을,주어진 개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확하게 개념화 · 언어화하는 작업을 통해 증명하여야 한다.
이러한 논제에서는 수험생이 개념적 특징을 정확하게 포착해내고 어떠한 어휘를 적절하게 선별 및 활용해 논지를 세련되게 강조하느냐에 따라 답안의 평가가 달라진다.
인문계열 제시문의 공통주제는 1번 논제 문언에서 이미 명시적으로 밝히듯이 '죽음'에 관한 것이다.
제시문 <가>와 제시문 <다>는 죽음에 관한 인간의 상이한 인식을 설명하고,제시문 <나>는 죽음에 관한 고릴라의 인식을 행동관찰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세 제시문은 크게 두 가지 논점에 관한 상반된 내용으로 입장이 갈린다.
우선,첫 논점은 '죽음에 관한 인식'이 인간만의 고유한 것인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인간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제시문 <가>는 단정적인 태도로 오직 인간만이 죽음에 관해 독특한 인식을 할 수 있고 바로 이것이 인간성과 문명의 근원이라고 못 박는다.
두 번째 문단의 뒷부분에는 "새들이 같은 종에 속하는 새들의 죽음에 대해 기피하거나 완전히 무시하는 그런 행태가 놀랍다"면서 동물은 죽음에 관한 고유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에 반해 제시문 <나>는 고릴라들 역시도 죽음을 '무시'하지는 않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죽음의 '비일상성'에 놀라고 그를 거부함을 설명한다.
저자는 자신이 관찰한 고릴라들의 특이한 행동양식을 묘사하고,"고릴라들의 이런 행동은 적어도 이 집단의 경우에는 죽은 고릴라에게서 모종의 반응을 이끌어 내려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제시문 <나>에 의하면 고릴라는 물론 인간과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엄연히 죽음의 특이성을 감지하고 그에 반응한다.
리키의 제자 삼총사 중 다른 한 명인 제인 구달이 침팬지도 도구를 사용한다는 관찰 결과를 발표해 오직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그간의 이론을 뒤집어 버리는 통에 '호모 파베르(homo faber)'라는 명칭이 다소 무색해진 것처럼,다이앤 포시의 관찰 결과 역시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죽음의 비일상성을 인식하고 반응을 보인다는 분석 내용을 통해 인간의 독자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처럼 죽음에 관한 분별된 인식이 인간 특유의 것이냐,아니면 다른 생명체도 함께 하는 것이냐 여부는 <가>와 <나>를 뚜렷하게 가르는 경계선이다.
그리고 비단 <가>와 <다>의 두 저자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장제(葬祭)풍습과 정기적인 제사의례를 거론하며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을 강조하는 입장과,그에 반해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은 혈족과 가까운 동료의 죽음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두고 생명체의 공통점에 집중하는 입장으로 갈릴 것이다.
세 제시문을 관통하는 또 다른 논점은,인간으로 논의의 대상을 국한시켰을 때 인간은 죽음에 정녕 어떠한 태도를 가지느냐이다.
제시문 <가>와 제시문 <다>는 서로 자신감이 넘치는 말투로 각기 상반된 주장을 한다. <가>에 의하면 인간은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반면,<다>는 인간이 죽음을 기피하고 배척하려 한다는 대조적 견해를 펼친다.
<가>는 "인간은 상당한 노동과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죽은 자와 함께 머무르고자 하며 죽은 자를 산 자 가운데 꽉 붙잡아 놓고자" 한다면서 죽음이 인간 삶의 영역 안으로 들어와 있으며,인류는 죽음을 생활 안에서 긍정하고 수용한다는 점을 확실히 한다.
그러나 <다>는 죽음은 '공포'스러운 것이며,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생각 자체를 기피한다"고 말한다.
죽음은 사람들에게 '느닷없이 다가오는' 불청객으로서,삶을 송두리째 부정한다.
이처럼 죽음에 관한 인식이 인간에게 고유한 것인지 여부,또한 인간은 죽음을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해서 세 제시문은 입장을 달리한다.
답안에 각 제시문의 논지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구조로 글을 쓰면 된다.
여러 제시문을 '비교'하라는 논제가 제시문들을 각각 '요약'하라는 논제와 다른 점은 답안 구성의 형식이다.
각각 요약은 주제 이해가 정확하고 논지 표현이 세련되면 거시적 구성은 기계적 병렬방식으로 처리해도 된다.
하지만 비교답안에서는 단순히 각 논지의 요약 내용을 열차처럼 줄줄이 이어놓는 게 아니라,효과적으로 공통점과 차이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그러므로 시험장에서 제시문들을 '비교'하라는 요청을 받으면 어떻게 답안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지 '전략적' 답안 구성에 관한 고민도 잠시 해야 한다.
◈ 2번 문항 해제
⊙ 논제의 요구사항; 전반전
2번 문항은 크게 두 가지 요구를 한다. 우선 ①제시문 <가>,<다> 각각의 입장에 근거하여 제시문 <라>의 실험 결과를 해석하고,그리고 ②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하라는 것이다.
수험생은 제시문 <가>의 입장에 근거해서,그리고 제시문 <다>의 입장에 근거해 총 2회의 분석을 거쳐야 하며,상기 관점에서 실험결과의 특징적 속성을 발견하고 그 의미를 분석해야 한다.
이전 편에 다루었던 연세대 사회계열 논제에서 주어진 도표도 무척 간단했지만,인문계열 논제에 등장한 도표는 더욱 더 간략하다. 도표 자체의 파악이 어려운 부분은 없다.
장소적 거리든 단어에 의한 연상이든 간에 '부패/배설'을 환기하면 대체적으로 '죽음'에 관한 생각이 억제된다는 간단명료한 내용이 제시문 <라>에 실려 있다.
두 실험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패턴은,배설에 관한 의식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 때에는 죽음에 관한 연상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배설에 관련된 어휘에 노출시키거나 배설 장소인 화장실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연구집단이 비교집단에 비해서 죽음에 관한 생각을 덜 한다는 점에서 배설에 관한 연상이 죽음에 관한 연상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워낙 간단한 도표의 패턴 내지는 실험결과의 특징적 내용은 이처럼 정리했고,그 다음 단계인 특징의 '해석' 단계로 넘어가보자.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실험 결과를 '주어진/제공된' 관점에서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 도표해석 문제에서 도표의 특징을 정리하고 발견된 특징의 의미도 스스로 분석하라는 요구가 많은 반면,연세대 논제는 도표를 해석하는 근거 관점을 대학 측에서 제공하고 있다.
이미 논제 1번 문항을 풀었으므로 제시문 <가>와 <다>가 설명하는 죽음에 관한 관점은 익히 파악하고 있는 상태이며,이제 <가>와 <다>의 입장에 의거하여 두 실험결과의 특징을 풀이하면 된다.
인간이 죽음을 영속화하고 삶의 일부로 포섭하려고 한다는 <가>의 입장에서 실험결과를 해석하면,부패/배설에 관한 연상이 죽음에 관한 연상을 억제하는 이유는 죽음을 '박제처리'하여 영속화하려는 시도와 맞닿는다.
제시문 <가>는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죽음으로 인한 소멸과 상실을 거부하고 죽음을 삶의 안에서 영속화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의 관점에 따라 실험결과의 함의를 해석하면 부패/배설에 관한 연상은 '초월화'되고 '신성화'된 죽음의 관념과 배치되므로 죽음에 관한 연상을 억제한다.
반면에,인간은 죽음을 부정하거나 내지는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는 제시문 <다> 입장에서 실험결과를 해석하면,인간이 워낙 죽음을 공포스럽게 여기고 그를 떠올리는 것조차도 싫어하기 때문에 배설/부패에 관한 연상이 죽음에 관한 연상을 억누른다.
죽음은 삶을 앗아가고 모든 아름다움,의미,개성과 인격의 총체적 상실을 가져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죽음을 기피하는 태도를 보인다.
죽음이 삶과 철저히 대립한다는 <다>에 의하면 죽음은 배설과 부패의 궁극적인 상태,최악의 단계다.
그래서 인간이 혐오하고 기피하는 배설/부패에 관한 연상은 내면으로부터 무의식적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고 단순한 배설이나 부패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도가 높은 최악의 상태인 죽음에 관한 생각을 차단시킨다.
자,그럼 설명의 편의를 위해 다음과 같이 그림을 그려서 제시문 <가>와 제시문 <다>의 내용을 명확하게 비교해보자.
개념들 간의 연관관계가 아리송할 때는 벤다이어그램을 그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답안에 포함시켜야
[그림 A; 제시문 <가>에 의한 개념 구조도] [그림 B; 제시문 <다>에 의한 개념 구조도]
<논제2의 개념이해를 위한 그림 설명>
쉽게 설명하자면, 제시문 <라>의 실험은 '배설'에 관한 연상이 '죽음'에 관한 연상을 억제시킨다는 내용을 공통적으로 보여준다.
실험 결과를 제시문 <가>에 따라서 설명하면 '배설'은 '소멸/상실/부패'와 맞닿아 있고 인간의 삶을 뜻하는 개념 영역의 외부에 있기 때문에 인간의 삶 안으로 포섭되어 영속화된 죽음에 관한 연상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다.
하지만 같은 실험 결과를 제시문 <다>의 관점에 의해서 달리 해석할 수도 있다.
제시문 <다>의 관점에서 실험을 분석하면 '배설'은 '죽음/부패/추함'과 같은 속성들과 연관되며, 이는 '삶/건강/아름다움'과는 철저하게 대립되는 특질들이다.
제시문 <다>의 관점에 의거해 실험의 의미를 분석하면, 사람들이 배설에 관해 환기하면 그에 관한 1차적 거부감을 느끼게 되고 배설/부패와 연계된 강력한 개념인 죽음은 아예 터부(taboo)시되어서 떠올리기조차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시문 <라>의 실험은 물론이거니와, "죽음을 잊지 말라(Memento mori)"라는 문구를 던져주더라도 제시문 <가>와 <다>는 각각의 관점에서 각각 상이하게 뜻을 해석한다.
제시문 <가>의 죽음(mori)은 초월화되어 생활 속에 포섭된 인간다운 문명 양식이며, 제시문 <다>의 죽음(mori)은 공포와 거부의 대상이다.
⊙논제의 요구사항; 후반전
자, 주어진 각각의 관점에서 실험결과를 분석했으면 이제 죽음에 관한 본인의 인식이 어떠한지, 그리고 그 인식이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논해야 한다.
그 내용이 여하하든 간에 자신의 생각을 쓰는 것이므로 일단 글의 입장 자체가 불명료하면 안 된다.
논제가 분명히 '논하라'고 했기 때문에 '자신의 주관'이 반드시 전개되어야 한다.
간혹 자신의 생각을 논하라는 논제를 받아 들고는 뚜렷한 내용이 없는 소리만 뒤죽박죽 늘어놓거나 엉뚱하게 객관적 분석만 잔뜩 하는, '논제 분석의 기본소양이 갖춰지지 않은' 답안을 작성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논제가 자기 생각을 쓰라고 했기 때문에 주관을 꼭 전개해야 된다.
주관이라고 해서 뭐 엄청나게 독특하거나 참신할 필요는 없다.
(물론 참신하고 깊이 있으면 그건 말할 나위 없이 좋다!) 본인의 입장이 글 전반에 걸쳐 일관성 있게 드러나면 된다. 하지만 이 때, 양비론이나 양시론은 문제가 된다.
양비론은 이도 저도 싫다는 것이라서 입장이라 하기에는 곤란하다.
마찬가지로 양시론 역시 뚜렷한 입장이 없어 주제에 관한 문제의식이 결여되어 보인다.
양비론을 펼치는 수험생은 실제 드물지만, 상당수의 수험생들이 적당한 단어로 버무려 답안을 양시론으로 대충 때워버리는 경우가 많다.
양시론은 처세술의 지혜는 될 수 있을지라도 주관쓰기 답안에서는 등장하면 안 된다.
본인의 논지가 뚜렷하게 정리된 성숙한 '제3의 길'과 같은 절충론이라면 행여 모를까 입장이 불명료한 양시론은 주관이 없는 답안과 별반 차이가 없다.
또한 논술에서 수험생 자신의 '견해'를 쓰라거나 '입장'을 밝히라거나, 혹은 여러 입장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논제, 내지는 이도 저도 아니고 그냥 '논하라'는 요구가 등장하면 반드시 명심해야 되는 사실이 있다.
논술 답안에서의 주관 전개는 반드시 '논증(argumentation)'을 포함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떠한 견해를 선택하든 무엇을 논하든 간에 확실히 해야 할 점은 그러한 견해/입장/논지의 '이유'가 논리적으로 서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해서, '자신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답안 내용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 역시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므로, 사고의 버릇만 들이면 된다. '왜(why)'가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만 잊지 않으면 된다.
습관적으로 '내가 왜 그러한 견해를 가지는지'에 관한 성찰이 몸에 배어야 한다.
그럼 이러한 기본적 요소들을 염두에 두고 2번 답안의 후반부를 작성하면 된다.
주관을 쓰라고 했지만, 앞서 전개한 논의가 있기 때문에 끊기지 않게 맥락을 살려 나가야 하므로 영 엉뚱한 내용을 펼쳐서는 안 되고 앞의 내용과 유기적으로 연계되게끔 글을 써야 한다.
제시문 <가> 혹은 <다>의 입장을 지지한다든가, 아니면 두 입장 모두의 한계를 비판하면서 본인의 독자적 주관을 전개하는 내용이 등장해야 한다. 제시문 중 하나가 본인의 생각과 비슷하다면, 일부러 '튀기 위해서' 함량 미달의 독자적 주관을 쓰려고 너무 애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입장이 어떠하든 제시문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달달 외워서 되풀이하는 듯한 '앵무새 답안'을 써서는 안 된다.
결론은 본인의 독자적 주관이든, 아니면 제시문의 입장 중 하나이든 상관없지만, 그 입장을 지지하거나 선택하는 이유는 자신이 숙고한 내용이어야 된다.
즉, 직접적으로 체득한 내용이든 간접적으로 이해한 내용이든 본인이 소화한 논거가 글 안에 녹아 있어야 한다.
논거 역시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죽음'에 관해 논하는 설득력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본인의 근거를 댈 때, 그 이유가 꼭 현학적인 철학가의 사상이거나 사변적 성향으로 유명한 작가의 글이 아니어도 된다.
제시문에 있는 내용을 참고하여 그에 해당하는 다른 예시를 쓰거나 논지를 더 확장해도 무방하다.
어쨌든 진솔한 고민의 계기나 이유가 답안에 잘 나타나면 된다.
개인적으로 만약 논제 2번 답안을 작성하라고 했다면 (인간의 독자성 운운하는 부분만 제외하면) 제시문 <나>에 가까운 관점을 취해서 글을 열어나갔을 것이다.
<다>를 제치고 <가>를 택한 이유는 독일계 철학자들의 골치 아픈 사상이 아니라 탐험소설 때문이다.
소설
모험소설을 읽다가 '유령(ghost)'이라는 단어가 겹겹이 안고 있는 의미에 말 그대로 '모골이 송연'하게 놀랐다.
"Yet man dies not whilst the world, at once his mother and his monument, remains. His name is lost, indeed, but the breath he breathed still stirs the pine-tops on the mountains, the sound of the words he spoke yet echoes on through space:
the thoughts his brain gave birth to we have inherited to-day:
his passions are our cause of life: the joys and sorrows that he knew are our familiar friends--the end from which he fled aghast will surely overtake us also!
(세상은 존속하지만 인간은 죽는다.
그러나 죽은 자의 출생과 업적은 세상에 남게 된다.
비록 이름은 기억되지 않을지라도 죽은 자가 숨쉬었던 공기는 여전히 산 위의 소나무를 흔들고, 그가 토해냈던 말들은 이곳 저곳에서 메아리 친다.
그가 형성한 생각들은 오늘날 대물림되고 있으며 죽은 자가 지녔던 열정은 오늘을 사는 이들의 삶의 이유가 된다.
죽은 자가 느꼈던 기쁨과 슬픔은 요즘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것인지라, 죽은 자를 경악하게 만든 것들은 살아있는 자 역시 놀라움으로 붙든다)"
특히 소스라치게 놀란 대목은 다음과 같다.
"Truly the universe is full of ghosts, not sheeted churchyard specters, but the inextinguishable elements of individual life, which having once been, can never die, though they blend and change, and change again forever.
(세상은 진정 유령으로 가득하다. 교회 공동묘지에서 수의를 뒤집어쓰고 출몰하는 망령을 말함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유령들은 개개인의 삶에서 절대 소멸시킬 수 없는 어떤 요소, 한때 이 세상에서 살았고 여전히 이 곳에 존재하며 결코 죽지 않는 그 무엇들이다.
이 유령들은 서로 뒤섞이고 융화하며 끊임없이 변화할지언정 세상에서 영원토록 사라지지 않는다)."
이 글은 죽은 자의 입김이 서려 있고 그 입김들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융합하며 영향을 미치는 세상에 관해서 놀라운 통찰을 보여준다.
마음 속 무엇과 딱 맞물리는 느낌 내지는 그 느낌이 너무 예리해 섬뜩함을 겪은 글이다.
개인적 선택의 결과가 어떠하든 간에, 논제 2번의 후반부에서는 본인이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그러한 견해를 적절한 논거 내지는 이유와 함께 설득력 있게 전달하면 된다.
홍보람 S · 논술 선임 연구원 gogoxingxi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