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 논술 첨삭노트] (44) 요약의 기본은 ‘문장 합치기’
지난 시간에 기본적인 독해의 원칙 두 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그것은 <주장과 근거> 혹은 <원인과 결과>의 사유틀로서 독해한다는 것이었고,그것은 모든 문단과 문단의 모음인 제시문 전체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었지요.

이번 시간에는 그런 독해를 바탕으로 어떻게 구체적인 요약문을 만드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하나의 문단은 하나의 문장을 제공해주는 창고

하나의 문단에서는 하나의 문장이 나올 수 있습니다.

물론 여러 개의 문장이 나올 수도 있지요.

하지만 긴 분량의 제시문을 요약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문장조차도 하나의 문장으로 합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도 말씀드렸다시피,대개의 경우 논술문제에서 하나의 제시문은 150자 전후의 길이로 요약이 되곤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문장 정도가 가장 이상적이겠지요.

하나의 문장길이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각 대학본부에서 만드는 가이드북을 참고해 봤을 때 60~120자 정도가 가장 무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20자라고 하더라도,어느 정도 문장 다루기가 익숙해진 학생이 아닌 경우에는 호응의 문제가 생기므로 우선 처음에는 짧게 쓰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찌됐든 하나의 제시문이 150자 전후로 요약되기 위해서는 각 문단에서 뽑혀진 핵심문장들을 모아야겠지요.

하나의 문단에서 한 문장씩이니,4문단이면 4문장,6개면 6문장입니다.

그리고 이 문장들을 합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합칠까요?

논술을 제대로 해보지 않은 학생들은 이 문장들을 <하며> <하고> <하여>와 같은 의미없는 연결어를 사용하여 대충 붙여놓습니다.

물론 이 연결어들도 정확한 용법이 있습니다만,이걸 잘 모르는 학생들은 그저 붙이기 위해서 이것을 사용하지요. 이런 연결어가 좋지 않은 이유는,말 그대로 <잘 모르고 그냥 쓴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a문장과 b문장을 합치기 위해서는 우선 어느 문장이 핵심문장인지,두 문장의 관계는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붙여서 쓰는 것이지요.

가령 다음의 문장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①교육은 한 개인을 성장시키는 일이다.

②한국 사회의 교육은 개인간 경쟁을 기본으로 한다.

③한국 사회의 교육은 개인의 정신적 성장을 저해한다.



교육에 경쟁이 필요하냐의 여부는 논외로 치고 보도록 합시다.

논술에는 어차피 다양한 의견이 대립하며 등장하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 모두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세 문장은 세 문단으로 구성된 제시문에서 각각 뽑혀져 나온 문장입니다.

우선 그냥 붙여쓰는 학생의 경우,이 문장을 합치기 위해서 <교육은 한 개인을 성장시키는 일이며,한국 사회의 교육은 개인간 경쟁을 기본으로 하고 개인의 정신적 성장을 저해한다>라고 쭈루룩 붙이겠지요.

이렇게 해서는 무엇이 핵심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최소한 하나의 핵심적인 주어/동사가 있어야 하지만,그런 주어/동사를 너무 많이 배치한 것이지요.

확실히 말씀드리자면,하나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주어와 하나의 동사면 충분합니다.

쓰는 사람도,읽는 사람도 그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차고 넘치는 시험지들을 빠른 시간 안에 채점해야 하는 채점자들을 고려해 보았을 때,간결하면서도 명확한 뜻이 살아있는 문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 문장합치기 (1): 연결어를 사용하여 합치는 일

자,우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중 가장 중요한 문장이 무엇인지를 고르는 일이겠지요.

생각해보면 알겠지만,글쓴이는 아마도 한국 교육이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니,한국 교육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므로,③번 문장 다음에 <그러므로,한국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하는 것이 자연스럽겠지요.

④번 문장이 없는 한,③번 문장이 가장 중요한 문장이겠네요.

뉘앙스를 살려서 읽어보면 이렇습니다.

"원래 교육이란 개인을 성장시키는 일이여야 하는데,한국 교육은 그게 아니야. 이러다보니까 오히려 개인의 정신적 성장에 해가 된다구! 이건 바뀌어야 해!"

"이건 바뀌어야 해!" 부분이 없으므로,그전의 문장,즉 ③번이 핵심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① ②번 문장은 당연히 이런 결론을 도출시키기 위한 전제이자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①번 문장은 원래 이래야 한다는 식의 원론을 이야기하고,②번 문장에서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보여준 것입니다.

기본적인 인과관계는 ②번과 ③번 사이에 생기겠네요.

<한국 사회의 교육은 개인간 경쟁을 기본으로 하므로,개인의 정신적 성장을 저해한다. >와 같이 말입니다.

여기에 뉘앙스를 적극적으로 살리기 위해서 <오히려>가 추가적으로 들어가도 좋습니다. 그렇다면 ①번은 어떻게 붙일까요?

<하지만>과 같은 연결어도 나쁘지 않겠지만,여기서는 <원래 이래야 하는데,그러지 못한다>는 흐름을 살리기 위해서 <불구하고>를 넣도록 하겠습니다.

즉 <교육이란 한 개인을 성장시키는 일임에도 불구하고>라는 구문을 만드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세 개의 문장이 갖고 있는 논리적 관계가 잘 살아나겠네요.

이렇듯,문장 간의 관계를 고려하여 합치는 일에 있어서,가장 중요한 일은 논리적 관계에 맞는 연결어(접속어)를 집어넣는 일입니다.

이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접속어는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지만,책에 쓰는 말투,즉 문어체(文語體)에서는 매우 다양한 연결어가 사용됩니다.

그 종류와 쓰임은 머리 속에 반드시 넣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외우는 것이 아니라,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이지요. 여기에 소개되는 연결어는 글을 더 정확하고,부드럽게 쓰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무기가 됩니다.

⊙ 문장합치기 (2) : 복문을 사용하여 합치는 일

[생글 논술 첨삭노트] (44) 요약의 기본은 ‘문장 합치기’


문장을 합치는 또 하나의 방법은,복문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흔히 영어에서 사용되는 그 방식과 같이,주어와 동사를 도치시키면서 수식어구로 만들어주는 일이지요.

이것은 보통 <주어가 같은 문장>이 중복되어 있을 경우 사용될 수 있습니다.

<동사하는 주어는>과 같은 형태로 바꾸어 주는 것이지요.

저 위의 ②번 문장 역시 <개인간 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한국 사회의 교육은>이라는 형태로 바꿀 수 있겠지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이렇게 복문처리되는,즉 수식어구로 바뀌는 문장은 덜 중요한,즉 부연 문장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핵심을 올릴 수는 없지요.

핵심은 언제나 주어와 동사의 기본틀을 문장 가운데서 든든히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다만,이렇게 복문 처리할 경우 논리적 관계가 사라지므로 과다하게 사용해서는 안되겠지요.

지금과 같은 경우도 정확히 인과관계가 있는 상황이므로,굳이 복문처리하지 않는 것이 더 명확한 뜻을 전달하는 방식일 것입니다.

하지만,다음과 같은 경우는 복문이 더 좋을 듯합니다.


①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했다.

② 토끼는 자신의 빠르기를 자만한 나머지 잠을 자고 말았다.

③ 거북이는 꾸준히 걸어 승리하였다.

☞ 합치기: 자신의 빠르기를 자만한 나머지 잠을 자고 만 토끼와 달리,거북이는 꾸준히 걸어 토끼와의 경주에서 승리하였다.


이런 경우라면 거북이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토끼를 수식어구로 넣어준 것이지요.

이런 식의 훈련은 반복해서 계속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런 문장 합치기를 몇 개 더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용준 S · 논술 선임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