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논술 기출문제 풀이] 연세대 2011학년도 논술 입학시험(인문계) 문제풀이<上>
인간은 생명체로서의 본능이 약화된 존재이므로 동물계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다른 모든 종과 대조해볼 때 부인할 수 없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동물 집단과 그 집단 내 의사소통,연대성,공격성에 대해 아무리 연구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특수성이 덜해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이러한 특수성이란 이 세상에서 자신의 고유한 삶을 넘어서서 생각하거나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인간의 타고난 능력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죽은 자들을 매장하는 것은 인간됨의 근본 현상이 된다.

매장은 죽은 자를 신속하게 숨기는 것이 아니다.

또 그것은 무겁고 영원한 잠에 빠져 꼼짝하지 못하는 자에게서 받은 충격적인 인상을 재빨리 지우는 것도 아니다.

그 반대로 인간은 상당한 노동과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죽은 자와 함께 머무르고자 하며 죽은 자를 산 자 가운데 꽉 붙잡아 놓고자 한다.

우리는 고대의 무덤들에서 발견되는,죽음을 애도하는 여러 형태의 유물들을 보면서 그 풍요로움에 놀란다.

이런 유물들은 인간 존재를 영구히 보존하는 방식이다.

그것들은 죽음이 끝이 아님을 보여준다.

우리는 그것의 가장 근원적인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이는 종교적인 사안도 아니고 종교를 세속적인 관습이나 도덕으로 전이시키는 문제도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인간됨을 이루는 근본이며 그것에서 인간 실천의 특수한 의미가 파생된다.

우리가 여기서 다루는 것은 자연 질서의 궤도에서 벗어난 생활양식이다.

가령 새들에서 관찰할 수 있는 삶의 본능도 놀랍지만 그 새들이 같은 종에 속하는 새들의 죽음에 대해 기피하거나 완전히 무시하는 그런 행태는 더욱 놀라운 것이다.

이러한 대비는 인간이 생존에 대한 자연적인 삶의 본능을 어떻게 거스르기 시작했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1980년 8월5일 한 학생이 비소케산(Visoke Mountain)의 경사면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고릴라들을 보고 있었다.

관찰을 시작한 지 30여분 후 30m 아래의 완만한 지대에서 이카루스가 '후-후-후-'하는 낮은 음조의 연속음을 내고 가슴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릴라들은 소리가 난 곳으로 향했고 그 학생도 고릴라들을 따라갔다.

우두머리인 베토벤의 아들 이카루스가 나무 아래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늙은 암컷 마체사를 발로 차고 주변의 풀을 쳐대고 가슴을 두드리고 있었다.

마체사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의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마체사는 아마 죽었거나 혼수상태였던 것 같다.

고릴라들은 주위에 몰려들어 이카루스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에피를 제외한 모든 고릴라들은 마체사의 사체를 잠깐씩 지켜보았다.

두 시간 가까이 과시행동을 하고 난 후에 이카루스는 나무 아래에서 마체사를 끌고 나와 때리기 시작했다.

이 폭행은 세 시간이나 더 지속되었고,베토벤만이 때때로 찾아와 이카루스가 마체사의 시체를 끌고 가려는 것을 저지했다.

이카루스의 공격은 더욱 격해졌다. 때리는 것으로 모자랐는지 온 힘을 실어 마체사의 사체 위로 뛰어 내렸다.

다음 날 아침 고릴라들은 여전히 마체사의 사체 주위에 모여 있었다.

이카루스는 밤새 그녀를 몇 m 떨어진 곳으로 끌고 가 폭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잠시 쉴 때만,불쌍한 미란다는 움직이지 않는 어미의 차가운 팔 아래를 기어 다니거나 젖을 빨려고 했다.

다른 어린 고릴라들은 조심스레 마체사의 입이나 항문을 나뭇가지나 혀로 살펴보았다.

에피의 52개월 된 딸인 파피가 마체사 위로 올라가서 반응이 없는 몸을 밀고 때렸다.

거의 의례적인 반복 공격을 하던 이카루스가 쉴 때마다,무라하는 할머니 곁에 가서 털을 골라주었다.

고릴라들의 이런 행동은 적어도 이 집단의 경우 죽은 고릴라에게서 모종의 반응을 이끌어 내려는 것 같았다.



데모크리토스에 따르면,사람들이 부패를 피하는 것은 부패하는 것들의 악취와 추악한 모습과 관련이 있다.

왜냐하면 건강과 아름다움을 갖춘 사람들이라도 죽으면 그런 상태로 전락해 버리기 때문이다. …… [중략] …… 밀론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갖고 있었다 해도 죽으면 얼마 안 가서 해골이 되고 결국에는 최초의 자연으로 해체되기 때문에,사람들은 사체를 묘지로 보내는 것이다.

건강하지 않은 안색이나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도 이는 마찬가지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자신이 들어갈 곳이 장차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낼 만한 호사스러운 묘가 아니라 간소해서 볼품없는 묘라는 것을 예측하고 비탄에 빠지는 것은 지극히 우매한 일이다. …… [중략] ……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생각 자체를 기피하는 것은 삶에 대한 애착 때문이다.

이 애착은 삶의 즐거움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죽음의 모습이 눈앞에 선명하게 보일 때,죽음은 사람들에게 느닷없이 다가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유언을 써놓는 것조차도 두려워하며 죽음에 사로잡히게 되고,데모크리토스에 따르면 "곱빼기 식사를 꾸역꾸역 집어넣을 수밖에 없게 된다. "



'배설물'과 관련된 말이나 상황이 죽음에 대한 연상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실험을 했다.

[실험1]

50명의 피험자를 무작위로 집단 '갑'과 집단 '을'로 나누었다. '갑'에 배정된 피험자 25명에게는 "'배설물'에 대한 다른 표현이나 동의어,은어 등을 세 개 쓰시오.예를 들면 '똥'이라고 쓰시오"라는 질문지를 주어 배설물에 대해 떠올리도록 유도했다.

반면 '을'에 배정된 25명에게는 "'친구'에 대한 다른 표현이나 동의어,은어 등을 세 개 쓰시오.

예를 들면 '벗'이라고 쓰시오"라는 질문지를 주어 배설물이나 죽음과 전혀 상관없는 것을 떠올리도록 했다.

잠시 후 두 집단의 피험자 모두에게서 미완성된 12개의 단어를 동일하게 주고 완성하도록 했다. 그

12개에는 죽음과 연관시켜 완성할 수 있는 단어가 6개 포함돼 있었다. 예를 들면 '시__'는 '시체'로, '__례'는 '장례'로 완성할 수 있다.

이러한 12개 중 몇 개가 죽음과 연관된 단어로 완성되었는지를 세었다.

[실험2]

한 대학의 기숙사에서 성별과 학년이 동일한 50명의 기숙사생을 상대로 [실험1]처럼 단어를 완성하도록 요청했다. 집단 '갑'은 방금 화장실에서 나온 학생 25명이고,집단 '을'은 화장실과 멀리 떨어진 복도를 지나가는 학생 25명이다.

두 집단 모두에게 미완성된 5개의 단어를 동일하게 주고 완성하도록 했다.

이 5개 중 2개는 죽음과 연관시켜 완성할 수 있는 단어였다. [실험1]과 마찬가지로,완성된 단어 중 죽음과 연관된 것의 수를 세었다.

아래 표는 각 실험에서 죽음과 연관시켜 완성된 단어 수의 집단별 평균을 정리한 것이다.

구분 | 실험1 | 실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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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피험자 수) | 갑(25명) 을(25명) | 갑(25명) 을(2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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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수 | 0.64개 1.80개 | 0.21개 0.7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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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1>

제시문 <가> <나> <다>에 나타난 죽음에 대한 태도를 비교하시오.(1000자 안팎,50점)

<문제 2>

제시문 <가> <다> 각각의 입장에 근거하여 제시문 <라>의 실험 결과를 해석하고,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쓰시오.(1000자 안팎,50점)




죽음과 삶은 대립과 부정의 관계인가
[논술 기출문제 풀이] 연세대 2011학년도 논술 입학시험(인문계) 문제풀이<上>
이전 편에 게재하였던 사회계열 논술시험과 마찬가지로,연세대 인문계열 시험에서도 역시 비교 및 (비교 내용을 재차 확인하는 용도의) 자료해석,비판적 논증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졌다.

그래서 제시문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각기 다르지만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과 답안에서 핵심적으로 강조돼야 하는 사항은 인문계열과 사회계열이 모두 동일하다.

첫 번째 비교문항에서는 세 제시문을 정확하게 독해한 다음 공통점과 차이점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두 번째 논증 문항에서는 간단한 자료 분석을 토대로 각 관점의 특징을 재확인하면서 본인의 논증을 전개하는 식으로 문제가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진리의 탐구방식을 주제로 삼았던 사회계열에 비해 인문계열 주제는 다소 '고약하다'고 볼 수 있는 '죽음'이라는 주제가 출제되었다.

연세대는 발표자료를 통해,'죽음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이를 통한 삶의 성찰을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인문계 논술문항의 출제의도를 밝혔다.

죽음이라는 주제는 10대 후반의 나이에 시험을 치르는 대부분의 수험생이 아직 심각하게 생각해볼 내용은 아니다.

사변적 경향이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는 보통의 수험생들이라면 그냥 막연하고 추상적인,본인과는 멀다고 생각할 주제다.

하지만 어쩌면 죽음과의 특별한 구체적 연관이 크게 존재하지 않기에 가장 당당하고 솔직하게 죽음을 생각해볼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다.

연세대는 2005학년도 정시논술에서는 '죽음'은 아니지만 '세월이 흘러감(늙음)'을 주제로 삼아 논제를 내기도 하였다.

연세대뿐만이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도 죽음을 주제로 한 여러 논제가 출제되어서,사후세계관을 묻거나(서울대) 동서양의 생사관을 대조하라거나 장례의식의 의미를 정리하라는(서강대) 등의 질문이 논술시험장에서 수 차례 등장한 바 있다.

죽음과 노화는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고민거리이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순환하는 삶의 명멸(明滅) 속에서 현생과 연결고리를 앞뒤로 물고 있는 전생과 후생이 있다고 믿거나 혹은 내세를 종교적 열망과 함께 확신하기도 한다.

또는 '생즉사 사즉생(生則死 死則生)'이라는 말처럼 둘의 분명한 경계를 부정하려고 하기도 한다.

죽은 자는 공기 속으로 흙 속으로 사라진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다른 세계로 넘어가서 기존 삶의 양식과는 다른 특이한 존재로 변모한다고 상상하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해석의 가짓수만큼 그에 비례해 인간에게 죽음은 당혹스러운 것이고 죽음에 관해서 어떠한 인식을 가질지는 정답이 없는 골치 아픈 것이다.

하지만 죽음이 부여하는 계획성 역시 인간세상에 존재한다. 삶에는 인생의 각 단계를 기념하는 여러 가지 의식(ritual)이 있고,그 중에서도 장례식은 삶의 중요한 의식의 하나로서 한 개체가 특정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감을 뜻한다.

물론 그 '다음'의 성격이 무엇이냐에 관해서는 문화권마다,사람마다 해석이 다르지만 말이다.

한국은 다른 문화권에 비해 전통 장례에서의 초혼의식이라든가,제사의 천위(遷位) 내지 불천위(不遷位) 등 죽음과 사자(死者)에 관한 풍부한 인식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화적 풍토에서 삶과 죽음에 관해 무의식적으로 감지한 내용들이 의식의 단계에서 정리되고 비판되어야 죽음을 주제로 한 논제가 나왔을 때 깊이 있는 논술답안이 작성된다.

그러므로 내년과 그 이후의 논술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가능한 여러 논술 주제 가운데 죽음에 관해서도 본인의 생각을 한번 체계적으로 정리해보는 기회를 가져봄이 좋다.

2011학년도 연세대 논술입학시험에서 수험생들은 특히 2번 문항의 후반부 내용을 주어진 시간 내 어느 수준 이상으로 전개하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죽음에 관한 상이한 관점을 이해하는 1번 문항의 비교 및 본인이 이해한 제시문의 관점을 재차 확인한 다음 죽음에 관한 본인의 논증을 이끌어나가야 했던 2번 문항 전반부의 자료해석 과정까지는 주어진 정보를 이해하고 그에 충실하게 답안을 정리하면 되었지만,2번 문항의 후반부에서 '죽음'에 관한 본인의 주관적 생각을 논리적으로 펼쳐나가야 했기 때문에 평소 죽음이라는 주제에 관해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2시간이라는 한정된 시험시간 내에 본인의 주관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가 다소 곤란한 문제였다.



⊙ 제시문 독해

▼제시문 <가>

제시문 <가>는 인간의 '특수성'을 강조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그리고 특수성 강조를 통해 구체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죽음'에 관한 인간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인식이다.

다른 생명체와 차별화된 죽음에 관한 인식은 인간만의 특징으로서,본문이 말하는 것처럼,"인간됨을 이루는 근본이며 그것에서 인간 실천의 특수한 의미가 파생된다.

우리가 여기서 다루는 것은 자연 질서의 궤도에서 벗어난 생활양식이다. " 실제로 문명의 시초를 무엇으로 판별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대부분의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인류문명의 경계를 매장풍습 유무로 판단한다.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죽음을 인식하는 인간만의 '특수성'이 어떠한 내용을 지니는가에 관해서 살펴볼 때,제시문 <가>는 인간이 죽음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과 사자(死者)를 살아있는 세상으로 포섭한다고 설파한다.

<가>의 저자는 매장 풍습이 사자(死者)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사자(死者)와 이 세상을 공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매장은 죽은 자를 신속하게 숨기는 것이 아니다.

또 그것은 무겁고 영원한 잠에 빠져 꼼짝하지 못하는 자에게서 받은 충격적인 인상을 재빨리 지우는 것도 아니다.

그 반대로 인간은 상당한 노동과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죽은 자와 함께 머무르고자 하며 죽은 자를 산 자 가운데 꽉 붙잡아 놓고자 한다"라는 문장들은 제시문 <가>가 전달하는 인간의 특징적 생사관이 어떠한 내용인지 잘 설명해준다.

▼제시문 <나>

제시문 <나>는 고릴라가 동료의 죽음에 직면해 보이는 반응을 서술한다.

죽은 고릴라를 때리는 구타행위,사체의 털을 고르는 행동,관찰행위 등이 묘사되는데 이러한 행동들은 저자가 제시문 말미에서 "고릴라들의 이런 행동은 적어도 이 집단의 경우에는 죽은 고릴라에게서 모종의 반응을 이끌어 내려는 것 같았다"라고 밝히듯이 죽은 고릴라의 반응을 구하는 행위들이다.

죽은 고릴라를 때리고 지속적으로 사체에 충격을 가하는 행위 역시 사체 훼손이 아니라 죽은 고릴라의 반응과 소생을 요청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제시문 <나>의 해석은 죽음이라는 것이 고릴라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현상이 아님을 보여준다.

죽음은 일상적이거나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수용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정하거나 치유해야 하는 상태 내지는 그로부터 회복을 시켜야 하는 상태이다.

▼제시문 <다>

제시문 <가>가 죽음이 인간의 일상적 삶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반면,제시문 <다>는 죽음과 인간의 삶을 대립과 부정의 관계로 바라본다. "밀론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갖고 있었다 해도 죽으면 얼마 안 가서 해골이 되고 결국에는 최초의 자연으로 해체되기 때문에,사람들은 사체를 묘지로 보내는 것이다"이라는 구절에서 제시문 <다>가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드러난다. 죽음은 부패와 추함과 같은 맥락에 있는 개념이다.

그래서 생과 사,건강과 부패,미와 추는 이항 대립적으로 받아들여지며,죽음에 대한 공포는 삶에 대한 집착을 낳고 부패와 추함이 만들어내는 혐오는 건강과 미에 관한 찬사로 이어진다.

제시문 <다>는 사람들이 죽음을 삶의 일부분으로 포용하는 것이 아니라 배척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생각 자체를 기피하는 것은 삶에 대한 애착 때문이다.

이 애착은 삶의 즐거움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 그래서 사람들은 죽음을 연상시키는 유언장 작성행위마저도 두려워하게 되며,죽음을 회피하고 삶에 집착하려는 욕구 때문에 '곱빼기 식사를 꾸역꾸역' 집어넣는다는 표현처럼 생명을 유지시키는 행위에 매달리게 된다.

인생은 그 자체의 긍정으로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부정(죽음)의 부정으로서 소중하게 여겨진다.

제시문 <다>가 설명하는 삶과 죽음의 관계는 갈등과 대립,배척의 관계이다.

죽음은 인격과 개성의 상실이다. 그래서 사체의 매장도 <가>와는 상이한 관점에서 이해한다. 매장 풍습은 죽음을 삶 속에 위치시키고 사자(死者)를 살아있는 이 사이에 함께 놓으려는 것이 아니라,살아있는 자들로부터의 신속한 추방이자 일상적 생활영역에서의 제거이다.

▼제시문 <라>

제시문 <라>는 두 실험을 통해서,배설에 관한 연상이 죽음에 관한 연상작용을 억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휘 노출과 장소적 거리라는 수단을 활용한 두 실험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사고의 패턴은,배설에 관한 의식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 때는 죽음에 관한 연상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배설에 관련된 어휘에 노출시키거나 배설 장소인 화장실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연구집단이 비교집단에 비해서 죽음에 관한 생각을 덜 한다는 것이 관찰된다.

홍보람 S · 논술 선임연구원 gogoxingxi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