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적 시각에서 벗어나 종합적 사고력과 글쓰기 능력 길러야

열 번째를 맞이한 이번 생글 논술 경시대회는 넓게는 '인간 본성'이라는 주제로 묶일 수 있는 논제로 구성됐다.

이 주제는 학생들에게 원초적이며 동시에 종합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으며 단편적 사고를 넘어서 주어진 논제에 대해 가능한 다면적으로 사고해 보기를 제안했다.

최근 유형과는 달리 2개 문항으로 구성됐고 요약이나 비판을 요구하는 문항 대신 전부 평가하기를 요구하는 두 개 문항으로 구성되었다.

논술이 기본적으로 그러하지만,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종합적인 사고력과 글쓰기 능력을 지녀야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논제로 볼 수 있다.

논술의 평가 영역에서는 창의력과 논리 및 논증 구성 능력 배점이 가장 높은 논제가 된다.

기본적으로 '평가하라'는 요구를 놓고 보면 '좋다' '나쁘다'식으로 말하면 되지 않나 싶지만 막상 하나의 글로 완성해 내기에는 녹록하지 않다.

스스로 논증을 구성해야 할 몫이 커지고 그만큼 총괄적인 글쓰기를 시도해야 한다. 오히려 '~를 요약하고 ~에 근거하여 ~를 비판하시오' 등 복잡해 보이는 요구가 겹겹이 쌓인 논제가 조금 더 쉬울 수 있다.

반면에 자신의 견해를 종합정리하여 자신이 나름의 창의력을 발휘하여 논술할 수 있는 한계가 넓어지다 보니 조금은 유연한 글쓰기를 시도해 볼 만하다.

'평가'는 사전적 의미로 보면 어떤 대상의 가치를 규명하는 일이다.

사전적 의미에 얽매이기보다는 실제 용법에서 살펴보자.

예를 들어 교육에서의 평가는 학업 성취 성과의 판단,역사적 유물이 지닌 유 · 무형의 가치 판단,면접에 의한 인성이나 자질의 판단 등을 비롯해 학교 앞 새로 생긴 분식점 떡볶이에 대한 평가 등 평가는 인간 삶의 일상이다.

평가를 시도할 때는 그 대상이 명료해야 하고 평가의 주체 및 잣대가 필요하다.

이러한 논제를 적절하게 해결하기 위해서 평가 대상을 명료하게 재구성하는 작업과 이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분석해야 쉽게 풀려 나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사고와 분석의 결과를 모아 개념화된 어휘로 승화시켜 표현하게 되면 우수한 글이 될 수 있다.

또한 전반적으로 하나의 탄탄한 논증으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글의 세부적인 실수가 있어도 그것을 보완하고 뛰어 넘는 것은 글 전체의 완성도이다.

여러 응시생의 글이 논제 요구를 벗어나서 주관적 감정 표현으로 논지를 끌고 나가거나 세부적인 내용에 천착하여 전체 숲을 구성해 내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차분하고 끈기 있는 사고력으로 대상을 분석하고 응대하게 되면 충분히 서툰 표현이라도 자신의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이미 자신의 논술 실력은 한 단계 성장한 것이며 이후 더욱 성장할 가능성을 열어 놓은 셈이다.

첫 번째 문항은 실제 실험 결과 발표 당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스탠리 밀그램의 가짜 전기 충격 실험을 담은 제시문 (가)의 내용을 토대로 제시문 (나)에 나타난 아이히만의 변론을 평가해야 한다.

(가) 실험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이것이 왜 아이히만의 변론과 상관있는지 고민했던 학생들도 많았을 것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실험인지 제시문 내용을 붙잡고 끈덕지게 고민했어도 좋다.

하지만 논술 문제는 단 하나의 제시문을 그대로 이해해야 하는 과정으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논제와 연관된 모든 제시문을 전체적으로 읽고 논제 요구에 숨겨진 전제까지도 파악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논제의 경우라면 아이히만의 변론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며 유기적으로 이해를 시도해야 한다.

(아마도 재빠르게 제시문 맨 아래 적혀 있는 출전 정보를 통해 이 실험이 갖는 의미를 파악해 낸 응시생도 많았으리라.)

실제 작성된 논술에서 열심히 제시문을 독해하여,성실하게 실험의 의미와 아이히만의 변론에 대해 평가한 답안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정교한 사고 과정을 통해서 세련된 표현으로 승화시키지 못한 경우가 많았지만,무엇보다 그러한 과정으로의 시도 자체가 무척이나 소중하다.

그러한 경험이 단 한 번이라도 있느냐 없느냐는 훗날 논술 실력 발전에서 쉽게 따라오지 못할 결과를 낳게 된다.

1번 문제에서 '평가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응시생 대부분이 적절한 대응을 보여줬다.

아이히만의 변론이 매우 대략적인 이분법적 평가 틀로 '변론이 성립한다'와 '변론이 타당하지 않다'의 범주를 적용하여 서술할 수 있다.

세부적인 다양한 평가어들이 등장할 수 있겠는데,'타당하다' '설득력이 없다' '결점이 있다'는 식의 등장할 수 있는 논제이며 실제로 이러한 서술어를 응시생들이 답안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평가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답안지가 많았지만 반면에 아쉬운 점은 너무 적극적으로 논술하다보니 일방적으로 '아이히만은 옳지 않다' '말이 안 된다'는 식의 일방적 주장으로 일관한 글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동반자는 바로 감정적인 서술이었다.

'아이히만의 변론은 한낱 변명에 불과하다. ' '아이히만은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 등이다.

논술에서 근거 없는 일방적 · 감정적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게 되고,좋은 논증으로 성립하기 힘들다.

이와 유사하게 약 70% 정도의 분량을 실험의 내용을 단순히 옮겨 적는 식으로 원고지를 채우고 나머지는 아이히만의 주장은 타당하다,혹은 성립하지 않는다며 황급히 마무리짓는 글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제시문을 이해하고 소화해 내지 못하고 주체적인 글쓰기를 못한 논술로 이런 답안의 경우는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평가를 하려면 평가의 대상이 명확해야 하고,평가의 잣대 역시 마련되어야 한다.

어떤 논변이나 사상을 평가할 때,가장 먼저 대상 텍스트의 논증을 분석하여 평가의 대상으로 명료하게 재구성해 낼 수 있었다.

제시문 (나)에 나타난 아이히만의 변론은 한 마디로 '자신은 결코 단 한 명도 죽이지 않았다'는 것으로 축약된다.

그 이유는 아이히만이 처한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을 명령하는 체계,권위에 복종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가)실험을 아이히만의 변론에 적용하면,아이히만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잘못된 것이고 오히려 그러한 행동을 유발한 체계,상황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할 수 있다.

그런데 평가를 하라고 요구했으니,이러한 아이히만의 변론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지,한계점은 없는지 등을 두루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만약 정당화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밝혀내야 제대로 된 평가 논증이 구성된다.

예를 들면 아무리 아이히만이 체계 속에 억압당하며 그러한 체계가 자신에게 내면화되어 있었다고 해도 스스로의 자유의지를 발휘하여 충분히 벗어날 수 있지 않은가라는 의문을 제기해 볼 수 있다.

복종의 상황에 반발하려면 바로 그 상황에서 실제로 벗어나야 하는 것이고 이 때 자신의 의지가 발휘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할 수 있다.

즉 군인이라는 신분을 버리고 시골 마을의 농부가 될 수도 있지 않았느냐는 반문도 가능할 수 있다.

2번 문제의 경우 1번 문항과 동일한 평가를 하라는 요구이지만 '비판적으로' 라는 한 가지 제한 조건이 붙어 있다. 평가하라는 논제 요구와 무엇이 다를지 고민해 보자.

이는 출제의도를 간파하는 것과 맥이 닿는다. 무언가를 '비판적으로' 보라는 요청은 간단히 말해 '삐딱하게' 보라는 말인데,이는 주어진 대상을 나에게 다가오는 곧이곧대로 보는 데서 벗어나 시각을 바꾸어 보라는 의미다.

지금 앉은 자리에서 보이는 창밖의 풍경이 옆으로 한 발짝만 움직여도 다르게 보이게 마련이다.

그리고 다르게 보이는 상황에 대해서 이모저모 곱씹어 보라는 요구이다.

(다),(라)의 입장 중 하나를 선택하여 상대방의 입장을 평가하라는 요구보다는,비판적으로 평가하라는 요구는 일단 상대 입장을 마뜩지 않은 시각을 가지고 보라는 요구이다.

1번 논제의 경우와는 다른 데,1번의 경우는 '비판적으로'라는 단서가 없으니 그 논점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상관없게 된다.

절반을 넘는 응시생들이 일방적으로 둘 중 하나의 입장을 옹호하는 식,혹은 다른 한 쪽 입장이 틀렸다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하는 식의 논술을 작성했다.

물론 이러한 내용이 논제 요구에 비춰 볼 때 '틀린'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단순히 상대 의견이 틀렸음을 주장하고 자신이 선택한 의견이 맞았음을 주장하는 것은 '비판적 평가'를 요구하는 데 충분한 대응이 되지 못하여 결국에는 튼실한 내용을 담은 논증이 되지 못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일방적 옹호나 반박 이외에 많은 문제점으로 등장한 것은 논거의 진부함과 부적절한 논거 제시가 많았다는 점이다.

답안지 한 장 걸러 한 장씩 늑대 소년이 적혀 있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어떤 논거가 진부하다고 잘못된 것은 전혀 없다. 이때 그것을 놓고 고민하고 의미를 도출해야 하는데,문제는 늑대 소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 이미 비판적 평가를 시도한 것으로 간주하는 답안지가 많았다.

'자 봐라 늑대 소년이다.

선천성이라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나?' 는 식이다. 또한 특정 TV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논거를 제시한 사례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경우도 설득력이 높지 않게 된다.

적합한 논거를 제시하는 것은 논술에서 매우 중요하지만,그렇다고 굳이 논거 자체에 집착하지 않아도 좋다.

제시문의 논증 구조를 파악하고 주요 개념 등을 분석하며 비판적인 고찰을 통해 부족한 논리와 타당하지 않은 관점 등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어도 너무나 훌륭한 답안이 될 수 있다.

아마도 논제 성격상 '평가'라는 요구와 제시문을 대할 때 생기는 자신에게 주어진 재량권을 적극적으로 발휘하면서 순간 어떻게 이를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며 생긴 일종의 진공상태가 되어 사고 전개를 꼼꼼히 해내기 힘들었을 수 있으며 또한 적극적인 대응을 해나가며 지나치다 보니 감정적 반응에 대해 적절하게 스스로 조정하지 못한 이유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이상 1,2번 두 논제에 대한 심사평에서 보듯 논술은 단순한 요령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조금이라도 주어진 논제요구와 제시문을 놓고 고민하며 밖에 겉도는 문젯거리가 아닌 내 안으로 끌어 들여 사고하기 시작하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포기할 것 전혀 없다. 닫혀진 문이 손톱만큼 열리면 그것으로 충분한 시작이다.

꿈쩍하지 않던 바위가 미동하기 시작하면 굴러간다.

처음이 힘들지만 단순한 공부 잘하기 차원의 문제가 아닌 전반적인 지적 능력을 높이고 삶의 두께도 두툼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논술은 노력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으니 꾸준하게 시도해 보자.

박성진 S · 논술 선임연구원 mo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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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생글 논술경시대회 인문계(고1,2유형) 大賞수상 답안

▶ 윤혜원 (대원외국어고등학교 2년)


<논제1>

제시문 (가)의 실험이 알아보고자 하는 것은 권위에 대한 개인의 복종 여부이다. (가)의 실험에서 실험자 E는 절대적인 권위를,피험자 T는 권위의 명령을 이행하는 개인을 의미하는데,이때 T는 E로부터 실험이라는 명목 하에 비인간적 행위를 수행하도록 지시받는다.

이 실험에서 과반수의 피험자들은 최종 단계까지 실험자의 명령에 복종하였다.

이 결과는 곧 권위적 명령을 따르도록 지시받은 다수의 개인은 그 명령의 합리성이나 자신 스스로의 인성과는 상관없이 이에 복종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 실험 결과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전범으로 처형된 아이히만의 변론 역시 설득력이 있다.

그는 전쟁 당시 나치스 아래의 군인으로서 유대인을 대규모 학살한 적이 있는데,(가)의 실험 모형을 적용시켜 볼 경우 이 상황 역시 권위에 대한 복종의 결과로 해석이 가능하다.

즉 실험자 E는 나치스 지도자와,피험자 T는 아이히만과,T가 고문을 가했던 대상 L은 유대인과 연결지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L에게 악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E의 명령에 따라 비인간적 행위를 이행했던 T처럼,아이히만 또한 유대인에 대한 살인 의도 없이 단순히 명령을 수행했을 뿐이라는 변론이 성립한다.

나아가 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이 아이히만의 상황에 처했을 경우 그가 했던 것과 같은 선택을 했으리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논제2>

제시문 (다)와 (라)는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요소로서의 선천적 본성에 대한 상반되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먼저 제시문 (다)의 경우에는 인간에게 특정한 본성이 있음을 부인하며,사회적 사실을 결정짓는 주요 원인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에 있다고 주장한다.

즉 인간의 내면은 '빈 서판'과 같은 백지 상태로 출발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어떤 경험과 사회적 요소 및 문화를 덧칠하는가에 따라 개인의 마음은 다르게 형성되며 그들의 선택 또한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 (다)의 입장이다.

그러나 (다)의 이론에는 한 가지 모순이 있다. 바로 직관적 경험을 통해 개인의 특성을 형성하기 위해서는,선천적인 도덕적 본유관념의 개입이 꼭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살인 현장을 목격하는 '경험'을 한다고 해서 이것이 곧바로 살인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나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이 사이에는 반드시 '살인은 비도덕적 행위다'라는 인식에 대한 판단이 요구되며 이때 판단의 기준은 선천적인 것이므로,오직 경험만으로 인간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는 (다)의 주장은 맞지 않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의 견해는 개인적인 도덕 문제를 온전히 사회의 문제로 돌림으로써 책임의 주체를 전가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즉 개인의 윤리 수행 능력에 결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회 체제의 문제로 평가해 마땅히 처벌받아야 할 범죄자들에게 쉽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확대해 보면 잠재적 범죄자들이 쉽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도록 하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힘이 실리는 것은 제시문 (라)의 견해이다.

(라)의 경우 (다)와 달리 인간의 본성 내에 외부의 환경과 체제를 인식하고 조합시킬 수 있는 독자적 메커니즘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즉 (다)가 주장한 인간의 본성이 '빈 서판'과 같았다면,(라)는 이것의 무력성을 지적하고 대신 '무엇인가 새겨진 서판'을 인간의 내면 상태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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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감 있는 논리 전개와 탄탄한 내용 구성 돋보여"

▶ 대상작 심사평

제10회 생글 논술경시대회의 대상 답안으로 선정된 이 글은 전반적으로 논제 요구를 적합하게 반영했고 글 전반적으로 우수한 분석력을 바탕으로 전체적인 균형과 안정을 보여주는 글이다.

논제와 제시문에 대한 꼼꼼한 분석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탄탄하고 유기적인 글을 작성해 우수한 논술의 사례로 꼽을 만하다.

윤혜원 학생의 글은 두 개 논제 모두 뛰어난 사고력과 분석력을 바탕으로 논제 요구에 충실하게 답안을 작성했다.

글 전체적으로 치밀한 분석과 동시에 안정감 있는 논리 전개와 탄탄한 내용 구성이 돋보인다.

논제 1의 경우 실험의 의미와 결과를 차분하게 서술하며 이를 아이히만 변론 상황에 적용해 자연스럽게 글을 풀어 나갔다.

실험의 세부 내용을 분석하고 결과를 적용해 아이히만의 변론이 전제하고 있는 상황을 고찰한 점이 우수하고 결과적으로 변론이 성립한다는 평가를 내리는 과정도 안정돼 있다.

한편 아이히만의 변론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지 평가를 조금 더 심도 있게 진행했다면 더 뛰어난 글이 되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를 위해 아이히만 변론의 핵심인 '나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는 주장을 명시적으로 정리해 보여주고,그 타당성에 대한 평가 역시 명시적인 표현으로 드러냈다면 더욱 우수한 답안이 되었으리라는 예상을 해본다.

논제 2에 대한 답안에서 '비판적으로 평가하라'는 요구에 대해 효과적인 답안을 구성했다.

많은 응시자 답안이 둘 중 하나의 입장을 선택해 일방적으로 반대편 입장이 잘못되었음을 주장하는 데 급급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여타 응시생의 글에 비해 논제 요구를 풍부하게 반영한 논리적 전개 속에서 성실한 자세로 차분하고 안정감 있게 비판적으로 고찰을 시도한 점이 뛰어나다.

무엇보다 2번 논제 답안은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논의 전개가 매우 우수하다.

특히 직관적 경험과 인식,그리고 최종 판단에 이르는 과정에서 논리적 연결고리를 제시하며 (다)가 지닌 결점을 찾아내 비판적으로 검토한 내용은 뛰어난 논리적 사고력,이해력,표현력을 보여주고 있다.

세 번째 단락의 논증의 치밀함이 조금 부족하다는 점은 한 번 더 고민해 볼 수 있다.

'마땅히 처벌받아야 할 범죄자'라는 구절은 논술자 자신이 지닌 암묵적 전제가 담긴 내용의 논증 전개로서 전후 맥락에서 조금 더 상세한 논증이 필요하다. 아울러 (다),(라)의 비교 분석을 통한 마무리로 구성된 마지막 단락이 논제 요구에 대해 '대비시켜 보라'는 요구에 대응한 것으로 보이는데 오히려 마무리에서 비판적 고찰의 논의 전개 방향을 그대로 유지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조언을 해볼 수 있다.

전체 구성에서 마지막 단락의 내용을 도입부로 이동시키고,마지막 단락에서는 간단한 최종 평가와 마무리로 구성할 수 있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평가를 요구하는 두 논제 모두에 대해 자신의 사고력을 발휘하고 이를 과도하게 넘치지 않도록 조정하며 튼실한 글을 작성해 냈으며 전체적으로 꼼꼼한 사고력과 안정되고 충실한 논리적 전개가 뛰어나다.

이러한 장점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며 다양한 논제에 대한 경험 수치를 높여 나간다면 파릇하게 살아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한 단계 더 발전돼 더욱 훌륭한 논술로 구현될 가능성이 풍부하다.

박성진 S · 논술 선임 연구원 mo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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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을 읽고 생각하는 힘을 키웠어요”

▶ 大賞수상 윤혜원양 / 인터뷰

"논술은 자신의 생각을 풀어쓰는 글이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힘을 길러준다고 생각해요. "

제10회 생글논술경시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윤혜원양(대원외고 2)은 논술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밝히며 요즘 논술을 무조건 대학입시와 연관하여 입시용으로 생각하는 것에 아쉬움을 전했다.

논제가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윤양은 "이번 대회 논제로 출제된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가 요즘 관심 있는 주제라서 쉽게 쓸 수 있었다"며 "매일 아침 생글생글을 읽고 기사를 스크랩하며 짧은 코멘트를 다는 것이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생글생글은 학교에서 부교재로 쓰이며 생글생글에서 다뤘던 기사들이 실제 학교 시험에 나오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열심히 정독한다고 한다.

교내 문집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윤양은 지난 6회 테샛에서 고교경시대회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평소 논술을 잘 쓴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대상 수상을 통해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는 윤양은 앞으로 글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윤양은 전국의 고교생 4500여명이 참가한 이번 논술대회에서 우수한 분석력을 바탕으로 전체적인 균형과 안정을 보여주는 글을 작성해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