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비인도적인 도발을 통해 한반도 위기를 조성하는 이유는 북한 내부사정과 연관이 깊다.
북한은 ‘2012년강성대국’ 이라는 명목하에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독재 세습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화폐개혁의 실패,대형홍수로 인한 경제난과 업적이 전무한 28살짜리 지도자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등으로 북한 지도부의 ‘욕망’ 은 거대한 장애물에 가로 막혀있다.
화폐 개혁 실패 · 결제 파탄 · 부자세습 반발 등 내부 불만 잠재우려는 속셈
⊙ 북한이 도발을 통해 노린 것은?
김정은 후계 체제의 공고화가 북한의 이번 도발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전쟁에 준하는 극단적 도발로 내부를 결속시켜 김정은 체제를 공고화하면서 우라늄 핵무기 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김정은에게 '선군(先軍) 업적'을 쌓아주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북한군 내부에서는 강경파인 야전군 세력이 김정은 옹립에 앞장서고 있어 북한의 극단적인 도발은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한이 서해 5도에 위치한 연평도를 목표물로 삼은 것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고 정치 쟁점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NLL은 6 · 25 정전협정 체결 직후인 1953년 8월30일 한반도 해역에서 남북 간 우발적 충돌 예방을 위해 당시 마크 클라크 유엔군사령관에 의해 설정됐다.
당시 유엔군은 해군력에 절대 우위에 있던 남측이 북측을 공격하거나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NLL을 설정했다.
북한은 NLL을 사실상 인정하는 입장을 취해오다가 1990년대 후반부터 '조선 서해에는 오직 우리가 설정한 해상군사분계선만 존재할 것'이라는 강경 대응으로 돌아섰다.
1999년 1차 연평해전과 2002년 2차 연평해전,2009년 11월10일 대청해전 등 NLL에서는 남북 간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북한군은 올해에만 NLL을 93회나 침범하며 무력화를 시도했다.
북한이 NLL의 무력화와 정치쟁점화를 노리는 이유는 NLL을 동북아의 화약고로 만들어 자신의 존재를 내세우고,미국과의 협상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포함한 6자회담국과의 경제지원 논의 등에서 NLL을 유용한 카드로 이용하겠다는 전략도 포함돼 있다.
결국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고 미군을 한반도에서 철수하도록 만든 다음 적화통일을 실현하거나 최소한 김정일 정권의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것이다.
또 2008년 2월 현 정부 출범 이후 대북정책과 관련해 갈등을 빚고 있는 보수와 진보진영 간 '남남갈등'을 심화시키려는 대남전략 성격이 짙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천안함 사건으로 남한의 국론분열 효과를 거뒀던 북한이 이번에는 민간인까지 겨냥한 포격 도발을 통해 남한 사회에 강한 충격파를 던져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흔들어보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연평도 공격은 오히려 대한민국 내에서 북한에 대한 강력한 응징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 위기에 빛난 한 · 미 동맹
북한의 무력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자 미국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 해군 제7함대의 핵심 전력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를 한 · 미연합훈련에 투입시키기로 전격 결정했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 보류해왔던 조지워싱턴호의 서해훈련 투입은 그만큼 미국이 이번 사건을 통한 한반도 위기 상황의 다급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9만7000t에 달하는 조지워싱턴호는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며 존재감만으로 적을 압도하는 막강한 전력을 지니고 있다.
갑판 길이만 360m다. 조지워싱턴호는 각종 안테나 등이 설치된 함교까지의 높이는 81m로 20층 빌딩과 맞먹는다.
작전반경이 1000㎞에 달해 북한 전역은 물론 중국 베이징까지 타격할 수 있다.
화력은 유도 지대공 미사일 램과 함대공 미사일 시 스패로,근접방어기관포 팰렁스를 장착하고 있다.
비행갑판에 미 최정예 전폭기인 슈퍼호닛(F/A-18E/F)과 호닛(F/A-18A/C),조기경보기 E-2C(호크 아이 2000),전자전투기(EA-6B),대잠수함 초계헬기 시호크(SH-60F) 등 80여대가 항시 출격을 대기하고 있다.
슈퍼호닛은 공중전과 지상전 임무가 동시에 가능하며 야간에도 열 감지기와 투시기능을 통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E-2C는 '하늘에 떠 있는 레이더 기지'로 불리며 원거리의 적기와 지상 상황 탐지 분석 및 지상 전투부대 지휘 통제가 가능하다.
EA-6B는 고강도 방해전파를 발사해 적군의 레이더망이나 무전기기 등 통신체계를 무력화시킨다.
또 조지워싱턴호에는 원자력 발전소 역할을 하는 원자로 2기가 탑재돼 있어 연료 공급 없이도 20년간 운항할 수 있다.
북한의 도발 직후 한 · 미 간 긴밀한 안보 협의도 잇따랐다. 북한의 도발이 발생하자 한민구 합참의장과 월터 샤프 한 · 미 연합사령관은 20분간의 영상통화를 통해 '연합위기관리' 선포를 검토키로 의견을 모았다.
또 김태영 국방장관은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과 지난달 24일 20분간 전화통화를 통해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 약속을 받아냈다.
⊙ 분주한 중 · 일 · 러
한반도의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 강대국들의 외교전도 불을 뿜고 있다.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해왔던 중국은 천안함 피폭 사태에 이어 이번에도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며 사실상 북한의 편을 들고 있다.
또한 중국은 중대발표를 통해 6자회담을 재개하자고 제안해 북한에 일격을 당한 후 복수를 다짐하고 있는 우리 측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중국 특사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한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무례한 외교 행보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행태까지 보였다.
그는 1박2일의 체류기간 동안 김성환 외교장관을 만난 데 이어 사전 예고 없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해 우리 측을 당황케 했다.
또 국가원수급이 방한할 때 사용하는 성남 서울공항을 쓰게 해달라고도 했고 우리 측에 정확한 면담 주제도 알리지 않았다.
한 국가의 정상을 만나려면 오랜 기간 사전 협의를 갖는 게 외교적 상식이다.
하지만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중국의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중국과 영토분쟁으로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일본은 이번 기회를 통해 사면초가에 빠져있는 정국의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한 · 미 · 일 공조 강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일본은 한 · 미 연합군사훈련 기간 동안 일본 각료 전원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렸고 일본 참의원(상원)은 '북한 비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자위대는 P3C 초계기의 초계비행은 물론 전자정보수집기 EP3도 출동시켰다. 조기경보통제기(AWACS)도 비상대기시켰다.
줄곧 중국에 더 가까운 입장을 보였던 러시아는 북한의 이번 도발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비난을 하고 있다.
북한을 감싸는 중국과 다른 입장을 취함으로써 극동 외교전에서 중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구동회 한국경제신문 기자 kugija@hankyung.com
북한은 ‘2012년강성대국’ 이라는 명목하에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독재 세습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화폐개혁의 실패,대형홍수로 인한 경제난과 업적이 전무한 28살짜리 지도자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등으로 북한 지도부의 ‘욕망’ 은 거대한 장애물에 가로 막혀있다.
화폐 개혁 실패 · 결제 파탄 · 부자세습 반발 등 내부 불만 잠재우려는 속셈
⊙ 북한이 도발을 통해 노린 것은?
김정은 후계 체제의 공고화가 북한의 이번 도발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전쟁에 준하는 극단적 도발로 내부를 결속시켜 김정은 체제를 공고화하면서 우라늄 핵무기 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김정은에게 '선군(先軍) 업적'을 쌓아주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북한군 내부에서는 강경파인 야전군 세력이 김정은 옹립에 앞장서고 있어 북한의 극단적인 도발은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한이 서해 5도에 위치한 연평도를 목표물로 삼은 것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고 정치 쟁점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NLL은 6 · 25 정전협정 체결 직후인 1953년 8월30일 한반도 해역에서 남북 간 우발적 충돌 예방을 위해 당시 마크 클라크 유엔군사령관에 의해 설정됐다.
당시 유엔군은 해군력에 절대 우위에 있던 남측이 북측을 공격하거나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NLL을 설정했다.
북한은 NLL을 사실상 인정하는 입장을 취해오다가 1990년대 후반부터 '조선 서해에는 오직 우리가 설정한 해상군사분계선만 존재할 것'이라는 강경 대응으로 돌아섰다.
1999년 1차 연평해전과 2002년 2차 연평해전,2009년 11월10일 대청해전 등 NLL에서는 남북 간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북한군은 올해에만 NLL을 93회나 침범하며 무력화를 시도했다.
북한이 NLL의 무력화와 정치쟁점화를 노리는 이유는 NLL을 동북아의 화약고로 만들어 자신의 존재를 내세우고,미국과의 협상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포함한 6자회담국과의 경제지원 논의 등에서 NLL을 유용한 카드로 이용하겠다는 전략도 포함돼 있다.
결국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고 미군을 한반도에서 철수하도록 만든 다음 적화통일을 실현하거나 최소한 김정일 정권의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것이다.
또 2008년 2월 현 정부 출범 이후 대북정책과 관련해 갈등을 빚고 있는 보수와 진보진영 간 '남남갈등'을 심화시키려는 대남전략 성격이 짙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천안함 사건으로 남한의 국론분열 효과를 거뒀던 북한이 이번에는 민간인까지 겨냥한 포격 도발을 통해 남한 사회에 강한 충격파를 던져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흔들어보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연평도 공격은 오히려 대한민국 내에서 북한에 대한 강력한 응징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 위기에 빛난 한 · 미 동맹
북한의 무력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자 미국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 해군 제7함대의 핵심 전력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를 한 · 미연합훈련에 투입시키기로 전격 결정했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 보류해왔던 조지워싱턴호의 서해훈련 투입은 그만큼 미국이 이번 사건을 통한 한반도 위기 상황의 다급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9만7000t에 달하는 조지워싱턴호는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며 존재감만으로 적을 압도하는 막강한 전력을 지니고 있다.
갑판 길이만 360m다. 조지워싱턴호는 각종 안테나 등이 설치된 함교까지의 높이는 81m로 20층 빌딩과 맞먹는다.
작전반경이 1000㎞에 달해 북한 전역은 물론 중국 베이징까지 타격할 수 있다.
화력은 유도 지대공 미사일 램과 함대공 미사일 시 스패로,근접방어기관포 팰렁스를 장착하고 있다.
비행갑판에 미 최정예 전폭기인 슈퍼호닛(F/A-18E/F)과 호닛(F/A-18A/C),조기경보기 E-2C(호크 아이 2000),전자전투기(EA-6B),대잠수함 초계헬기 시호크(SH-60F) 등 80여대가 항시 출격을 대기하고 있다.
슈퍼호닛은 공중전과 지상전 임무가 동시에 가능하며 야간에도 열 감지기와 투시기능을 통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E-2C는 '하늘에 떠 있는 레이더 기지'로 불리며 원거리의 적기와 지상 상황 탐지 분석 및 지상 전투부대 지휘 통제가 가능하다.
EA-6B는 고강도 방해전파를 발사해 적군의 레이더망이나 무전기기 등 통신체계를 무력화시킨다.
또 조지워싱턴호에는 원자력 발전소 역할을 하는 원자로 2기가 탑재돼 있어 연료 공급 없이도 20년간 운항할 수 있다.
북한의 도발 직후 한 · 미 간 긴밀한 안보 협의도 잇따랐다. 북한의 도발이 발생하자 한민구 합참의장과 월터 샤프 한 · 미 연합사령관은 20분간의 영상통화를 통해 '연합위기관리' 선포를 검토키로 의견을 모았다.
또 김태영 국방장관은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과 지난달 24일 20분간 전화통화를 통해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 약속을 받아냈다.
⊙ 분주한 중 · 일 · 러
한반도의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 강대국들의 외교전도 불을 뿜고 있다.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해왔던 중국은 천안함 피폭 사태에 이어 이번에도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며 사실상 북한의 편을 들고 있다.
또한 중국은 중대발표를 통해 6자회담을 재개하자고 제안해 북한에 일격을 당한 후 복수를 다짐하고 있는 우리 측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중국 특사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한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무례한 외교 행보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행태까지 보였다.
그는 1박2일의 체류기간 동안 김성환 외교장관을 만난 데 이어 사전 예고 없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해 우리 측을 당황케 했다.
또 국가원수급이 방한할 때 사용하는 성남 서울공항을 쓰게 해달라고도 했고 우리 측에 정확한 면담 주제도 알리지 않았다.
한 국가의 정상을 만나려면 오랜 기간 사전 협의를 갖는 게 외교적 상식이다.
하지만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중국의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중국과 영토분쟁으로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일본은 이번 기회를 통해 사면초가에 빠져있는 정국의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한 · 미 · 일 공조 강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일본은 한 · 미 연합군사훈련 기간 동안 일본 각료 전원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렸고 일본 참의원(상원)은 '북한 비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자위대는 P3C 초계기의 초계비행은 물론 전자정보수집기 EP3도 출동시켰다. 조기경보통제기(AWACS)도 비상대기시켰다.
줄곧 중국에 더 가까운 입장을 보였던 러시아는 북한의 이번 도발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비난을 하고 있다.
북한을 감싸는 중국과 다른 입장을 취함으로써 극동 외교전에서 중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구동회 한국경제신문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