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공급곡선이 수직인 이유는 무엇인가?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33) 장기 총공급곡선 이해하기
우리는 지난 시간까지 총수요곡선은 일정 물가 수준에서 각 경제주체들이 구입하려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을 실질GDP로 표현한 곡선이고,총공급곡선은 일정 물가 수준에서 기업들이 생산 및 판매하려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을 나타내는 곡선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더불어 이러한 총수요곡선과 총공급곡선이 물가 이외의 경제적 요인이 변할 때 어떠한 방향으로 변하는지도 살펴봤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총수요,총공급곡선이 단순히 개별 시장의 수요공급곡선을 폭넓게 적용시킨 것이 아니라 이와는 분명히 구분돼야 할 개념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시간에는 장기 총공급곡선을 도출하고 지난 시간까지 논의한 단기 총공급곡선과는 어떻게 다른지 설명함으로써 논의를 이어가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총공급곡선은 단기의 경우에는 우상향하는 형태를 취하지만,장기의 경우에는 수직인 형태를 취한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를 다시 표현하자면 장기공급곡선이 수직이라는 것은 산출량이 물가 수준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물가나 명목임금 등이 시장 상황에 부응해 완전히 신축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더불어 장기 총공급곡선이 놓여 있는 산출량 수준은 자연산출량에 해당한다.

여기서 자연산출량이란 경제가 자연실업률 수준에 있을 때 생산해내는 산출량을 의미한다.

또한 자연실업률이란 자연산출량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수요적 변화에 관계없이 마찰적,구조적 요인에 따라 결정되는 실업률을 말한다.

즉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는 수준의 실업률이자,실제 실업률의 상승과 하락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실업률이 자연실업률이다.

우리는 지난 시간 단기에 산출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기존에는 생산에 적합하지 않아 사용하지 않았던 생산요소까지 이용하고,이 과정에서 비효율이 발생하거나 생산요소에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단기에는 산출량 증대로 인해 물가가 상승한다.

하지만 총공급곡선에 대한 이러한 관점에서의 도출은 단기 총공급곡선이 장기 총공급곡선에 비해 물가가 신축적으로 변화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직접적으로 부합하는 설명은 아니다.

이에 단기 총공급곡선이 우상향하는 형태를 갖는가라는 질문을,조금 관점을 바꿔 수직인 장기 총공급곡선 형태보다 왜 신축적으로 물가가 반응하지 못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자.

혹은 산출량이 왜 물가에 의존해 변화하는가라는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자.

단기에는 왜 물가나 명목임금이 완전 신축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가?

가장 손쉬운 해답은 지난 시간에 살펴본 임금이 단기에는 신축적으로 변화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통해서 엿볼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최소한 3년간의 임금을 미리 결정해 노동조합과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고,기타 관료주의적인 이유와 임금을 변동시킬 때 발생할 수 있는 비용들로 인해서 단기에는 임금 상황을 쉽게 변화시키기 어렵다.

그런데 임금 체결 당시 예상했던 물가 수준보다 실제 물가 수준이 더 낮을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명목임금은 이미 체결돼 고정인 상태이므로 기업이 지급해야 할 실질임금이 더 높아진 효과가 발생한다.

이러한 실질임금의 상승은 기업에 실질비용의 상승을 유발하고 이러한 비용 상승으로 인해 기업은 고용 규모를 줄이거나 생산량 자체를 줄이게 된다.

즉 물가는 변했지만 임금이 즉각적으로 이를 반영하지 못해 기업들은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을 줄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단기 총공급곡선이 우상향하는 이유는 더 있다.

그것은 명목임금뿐만 아니라 일부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도 단기에는 신축적으로 변하기 어렵다는 데 기인한다.

가격을 조정하는 데도 비용이 든다. 이러한 비용을 메뉴비용이라고 하는데,메뉴비용에는 상품목록을 새로 인쇄하고 배포하는 비용,가격표를 바꾸는 비용 등이 해당한다.

이러한 메뉴비용은 단기에 재화가격을 경직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물론 일부 기업에서는 변화한 경제 여건을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가격을 조정할 수도 있겠지만,메뉴비용을 지불하기를 꺼리는 일부 기업들은 가격을 즉각적으로 조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으로 인해 물가 하락은 일부 기업들의 경우 자신들의 제품 가격이 적정 가격 수준보다 높아져 판매량이 줄어들고,이로 인해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을 감소시키게 되는 것이다.

장기 총공급곡선이 수직인 이유는 바로 위와 같은 임금과 가격의 경직성이 사라지고,이로 인해 생산량이 특정 물가 수준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으로 인해 수직의 형태를 갖게 된 것이다.

결국 장기 총공급곡선에서 생산량을 결정하는 요인은 물가가 아니라 자본량,노동량,이용 가능한 기술 등과 같은 생산요소다.

일례로 장기에는 물가가 하락할 경우를 가정해보자.실질임금이 상승해 노동의 초과 공급 상태에 놓이면,임금을 신축적으로 변동시킬 수 있는 장기의 경우에는 노동의 초과 공급 상태에서 벗어나게 된다.

따라서 장기에는 고용 수준은 완전고용 수준에서 유지하게 되고,다른 생산요소도 동일한 과정을 거쳐 결국 산출량 역시 자연산출량 수준에서 결정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장기 총공급곡선 자체를 도출했다.

이제는 장기 총공급곡선 자체가 이동하는 요인에 대해 살펴보자.

장기 총공급곡선이 자연산출량에 위치한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장기 총공급곡선의 이동은 바로 자연산출량이 변화하는 요인이 발생할 때 생긴다.

즉 산출량을 결정하는 노동,자본,기술 수준 등이 변화할 때 장기 총공급곡선도 이동하게 된다.

노동 부문의 변화 요인으로는 해외 이민을 들 수 있다.

해외로부터 많은 사람이 이민을 와서 노동인구가 증가하면 산출량이 증가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장기 총공급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기술 발달 역시 장기 총공급곡선을 이동시키는 요인이다.

같은 노동력,자원,자본을 갖고 있었다 하더라도 기술이 발달할 경우에는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새로운 천연자원이 발굴되거나,기후 변화로 인해 농사짓기가 더 편해지는 경우에도 장기 총공급곡선은 오른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리고 상품들의 전반적인 가격 수준을 나타내는 물가라는 지표와 국가경제의 전반적인 활동 수준을 표현하는 지표 중 하나인 실질GDP로 산출량을 대표해 총수요와 총공급곡선이 표현된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총수요곡선과 총공급곡선은 경제 전반적인 변화들을 손쉽게 설명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다.

특히 총수요와 총공급곡선은 경기변동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모델이다.

경기란 국민경제에서 전개되고 있는 경제활동의 정도를 의미하는데,경제활동의 정도는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며 끊임 없이 변화한다.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많은 거시경제 내용들이 총수요,총공급곡선을 가지고 설명되거나 예측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제 학생들은 주변에서 전개되고 있는 경제 현상을 총수요 총공급곡선을 가지고 설명하고 분석해봄으로써 직접 그 유용성을 체험해보기 바란다.

박정호 KDI 책임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