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기초이자 수학 자체도 첨단 지식 ·정보산업으로 각광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23> - 수학과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은 1990년 이라크를 상대로 한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뒤 '이번 전쟁은 수학의 승리'라는 얘기를 꺼냈다.

걸프전은 첨단 전자 무기를 바탕으로 한 전자 전쟁이며 이 전자 전쟁의 핵심 기술이 모두 수학적 이론을 통해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교육에서 수학은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과목이며 수학 진흥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다.

서구에서 수학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자리잡은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세계 2차대전 당시 연합군이 독일 U-보트를 궤멸시킨 것은 폴란드 수학자가 독일 암호체계를 풀었기 때문이고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의 방향을 돌려놨던 진주만 전쟁에서 이긴 것도 역시 일본의 복잡한 암호를 해독할 수 있는 수학적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컴퓨터 그래픽이나 항공기제작 반도체 칩 설계 등 현재의 기술을 뒷받침하는 기초과학으로 수학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연구하는 데도 수학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서는 진정한 학문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최근 노벨상을 탄 경제학자들 중에는 학부에서 수학을 전공한 학자들도 많다.

경제학 박사과정에서는 아예 수학 과목을 듣기도 하며 유명 저널에 실리는 우수 논문들은 모두 수학적 모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수학의 응용 범위는 참으로 전방위적이다.

자연과학뿐 아니라 언어학과 심리학,문학비평 등에 이르기까지 수학이 응용되고 사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위성통신,광통신,이동통신 등 통신혁명의 주춧돌을 이루고 있는 디지털(digital) 이론도 0과 1로 구성된 2진법에서부터 시작됐다.

2진법은 미적분학을 정립한 독일의 라이프니츠가 동양의 주역을 해석하기 위해 만든 도구였다.

21세기 산업이 하드(hard)에서 소프트(soft)로 넘어감에 따라 수학은 과학기술의 기초를 이루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자체가 산업 현장에서 직접 쓰이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수학과는 수학을 통해 자연과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고 분석해 새로운 세계의 토대를 만들어 내는 학과다. 기초 학문의 기초학문이 바로 수학인 것이다.

⊙ 학과 개요

수학은 크게 순수 수학과 응용 수학으로 나뉜다.

순수 수학은 자연 현상에서 얻어진 생각들을 논리적 모순이 없는 모형으로 만들고 이론을 만드는 분야로 다른 학문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수학원리를 찾아낼 수 있는 분야다.

수와 집합의 연산구조를 연구하는 대수학,공간의 구조를 연구하는 기하학과 위상수학,함수의 성질 등을 연구하는 해석학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응용 수학은 이러한 이론을 사회의 필요성에 맞게 실용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분야로 수치해석학 도식계산 정보 · 전산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금융 수학과 수리물리 분야가 인기를 끌고 있다.

⊙ 교육 내용

저학년에는 정수론 미적분학 등 수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리를 공부하며 이를 토대로 해석학 기하학 위상수학 등 보다 심도 있는 수학이론을 배운다.

고학년에서는 저학년 때 쌓아둔 수학지식을 바탕으로 주로 응용 수학분야를 연구하는데 대수학 복수변수함수론 실변수함수론 현대기하학 수리통계 미분 기하학과 응용 분야인 확률론을 배우게 된다.

최근에는 컴퓨터를 이용한 응용수학 분야인 수치해석 경제 및 경영 관련 금융 수학,암호학 등을 배우고 있다.

⊙ 적성 및 흥미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23> - 수학과
수학은 자유로운 사고력을 기르는 학문이기 때문에 이 학문을 전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추리력과 논리적인 사고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자연현상을 주관성보다 객관성에 의해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침착성,끈기가 수학적인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필요하다.

특히 수학을 전공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수학 문제 풀기를 좋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 풀기는 물론 단순한 계산 능력이라기보다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눈에 보이는 현상보다는 본질적인 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문제해결을 위해서라면 며칠 밤이라도 셀 수 있어야 한다.

차분한 성격과 공강 지각력이 갖추어져 있으면 금상첨화다. 수학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취업 및 진로분야

유전자 연구,일기예측,반도체 설계,항공기 제작 등 첨단 과학 기술은 더욱 수학적 모델에 의존하고 있으며,이들이 요구하는 초고속 계산의 핵심도 수학이다.

첨단기술은 모두 고도의 수학적 접근과 사고방식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 분야에서 전공자의 참여는 점점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수학 지식 자체가 고도의 지식형 정보 신산업으로 각광 받을 것으로 예측하고 오래전부터 전자상거래 금융 통신 국방 영상산업 등에 수학자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이에 대한 한 증거로 미국의 과학 공학분야별 인력수급 전망을 보여주는 과학기술지표를 보면 수학 과학자에 대한 수요가 가장 성장률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수학과 졸업생들의 진출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진출분야는 우선 수학교육계와 금융계를 들 수 있다.

특히 최근들어 금융업계 진출이 활발하다.

미분기하학의 세계적 학자인 시몬스(Simons) 전 MIT 교수는 유명한 펀드매니저이기도 하다.

20여년 전부터 투자운용회사를 운영했고,그의 수완 덕에 회사는 많은 이익을 벌어들이는 회사라는 소문을 얻었다.

시몬스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주가예측법인 '암호해독 이용법'과 함께 일하는 50여명의 수학박사들을 그 비결로 들었다.

학원 경영 및 강사로 일할 수 있고 통계 조사기관의 전문 요원이나 일반 기업체의 전산실 통계실 금융 및 증권관련 업체 매매대리인 및 연구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전자업계나 경제 행정 등 여러 분야에 진출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수학이 필요로 하지 않는 분야가 없기 때문에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