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복판의 여의도를 둘러쌓는 윤중제(輪中堤) 준공식이 1일오전10시 보슬비내리는 공사현장에서 朴대통령부처를비롯, 3부요인 주한외교사절 金서울시장과 시민등 1萬여명이 참가한가운데 거행되었다. '
1968년 6월1일 당시 한 신문은 여의도 개발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윤중제'의 소식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띄어쓰기도 안 돼 있고 한자도 섞어 쓰는 등 어법이 많이 다르지만 특히 눈에 띄는 말은 '윤중제'이다.
우리나라가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던 시절인 1960년대 말, 그 전까지만 해도 한강 한복판의 황량한 모래섬에 불과했던 여의도에 대대적인 개발 공사가 시작됐다.
윤중제 건설 이후 여의도에는 마포대교와 시범 아파트가 건설되고 국회의사당이 이전하는 등 아파트와 사무 빌딩으로 가득 찬 신도시로 거듭 태어나게 된다.
덩달아 7.6㎞에 이르는 여의도 윤중제도 빈번하게 인구에 회자되면서 단숨에 우리말 속에 '떠오르는 말'로 자리 잡았다.
수레바퀴 윤(輪), 가운데 중(中), 둑 제(堤)로 이뤄진 이 낯선 말의 출생지는 일본이다.
일제 때부터 쓰이던 작은 군사비행장이 하나 있었을 뿐 별다른 시설 없이 방치되다시피 하던 여의도는 해마다 홍수가 지면 강물에 잠기던 곳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섬 둘레를 따라 제방을 쌓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래서 완성된 것이 높이 16m, 둘레 7533m, 폭 35~50m의 거대한 '둘레 둑' 윤중제이다.
'윤중(輪中)'은 원래 우리말에 없던 말이다.
이 말을 일본어 사전에서는 '에도 시대에 홍수로부터 마을이나 경작지를 지키기 위하여,주위를 둑으로 두른 지역'으로 풀이하고 있다.
'윤중제'는 '하천 가운데에 있는 섬 주위를 둘러쳐서 쌓은 제방'을 뜻한다.
일본에서 들어온 고약한(우리말에는 그런 쓰임새가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뜻이다) 말이지만 이미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어 우리 사전에서도 이 말을 올리고 있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윤중제'를 '강섬의 둘레를 둘러서 쌓은 제방'으로 설명한다. 이때 '강섬'이란 강에 있는 섬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윤중제'는 뒤늦게 '둘레 둑' 또는 '섬둑'으로 순화됐지만 일상적으로 많이 접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 이렇게 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윤중'을 뜻으로 풀면 '바퀴 속'인데, 일본말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우리말에선 지금도 여전히 낯선 말일 뿐이다.
그보다는 '둑으로 둘러쳐진 마을'을 순우리말로 하면 '방죽골'이라 부를 만하다.
이 말은 사전에 오른 정식 단어는 아니지만 뜻도 잘 모르고 쓰임새도 없는 '윤중'이란 말보다는 훨씬 정감어린 우리 고유어이다.
'방죽'은 '물이 밀려들어 오는 것을 막기 위하여 쌓은 둑'을 가리킨다.
이 말은 본래 한자어 방축(防築)에서 온 것이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한자 개념이 사라져 '방축'은 사어가 되다시피 하고 형태도 '방죽'으로 변해 고유어화한 것이다.
'돌방죽'은 '속의 흙이 허물어지지 않도록 겉을 돌로 쌓아 만든 방죽'을 뜻하고, '줄방죽'이라 하면 '줄을 맞추어 곧게 쌓은 방죽'을 가리키는 등 아름답고 정겨운, 살아있는 우리말이다.
'방죽길'은 사전에 오른 말은 아니지만 방죽으로 이루어진 길이란 의미로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말이다.
우리 속담에 '방죽을 파야 개구리가 뛰어들지'라고 하면 물이 고일 수 있는 방죽을 파 준비를 해 놓아야 개구리가 뛰어든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나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하려면 그에 합당한 준비를 갖추거나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여의도를 설명할 때 '둑으로 둘러쳐진 마을'이란 의미를 담은 '윤중'은 '방죽골'이라 하면 된다.
자연스레 '여의도 윤중제'는 '여의도 방죽'이라 하면 되고, '여의도 윤중로'는 '여의도 방죽길'로 부르면 좋다.
'제방(堤防)'은 '하천이나 호수의 물, 바닷물의 범람을 막기 위해 설치하는, 흙이나 콘크리트 따위로 만든 구축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를 '둑'으로 순화했다.
모두 '방죽'과 같이 쓸 수 있는 말이다.
'둑'을 많은 사람들이 '뚝'이라 발음하고 적기도 하지만 이는 틀린 것이다.
아마도 '강둑'(강물이 넘치지 않게 하려고 쌓은 둑)의 발음 [강뚝]에 이끌려, 또는 우리말의 된소리화 경향에 영향 받아 그렇게 표기하는 것 같다.
또 흔히 '둑방'이나 '뚝방' '뚝방길'이란 말도 쓰는데, 이는 둑과 방죽을 함께 섞어 쓴, 겹말 같은 것으로 이 역시 바른말이 아니다.
정리하면 일부에서 쓰는 '뚝/둑방/뚝방/뚝방길'이란 말은 틀린 말이므로 써서는 안 된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1968년 6월1일 당시 한 신문은 여의도 개발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윤중제'의 소식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띄어쓰기도 안 돼 있고 한자도 섞어 쓰는 등 어법이 많이 다르지만 특히 눈에 띄는 말은 '윤중제'이다.
우리나라가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던 시절인 1960년대 말, 그 전까지만 해도 한강 한복판의 황량한 모래섬에 불과했던 여의도에 대대적인 개발 공사가 시작됐다.
윤중제 건설 이후 여의도에는 마포대교와 시범 아파트가 건설되고 국회의사당이 이전하는 등 아파트와 사무 빌딩으로 가득 찬 신도시로 거듭 태어나게 된다.
덩달아 7.6㎞에 이르는 여의도 윤중제도 빈번하게 인구에 회자되면서 단숨에 우리말 속에 '떠오르는 말'로 자리 잡았다.
수레바퀴 윤(輪), 가운데 중(中), 둑 제(堤)로 이뤄진 이 낯선 말의 출생지는 일본이다.
일제 때부터 쓰이던 작은 군사비행장이 하나 있었을 뿐 별다른 시설 없이 방치되다시피 하던 여의도는 해마다 홍수가 지면 강물에 잠기던 곳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섬 둘레를 따라 제방을 쌓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래서 완성된 것이 높이 16m, 둘레 7533m, 폭 35~50m의 거대한 '둘레 둑' 윤중제이다.
'윤중(輪中)'은 원래 우리말에 없던 말이다.
이 말을 일본어 사전에서는 '에도 시대에 홍수로부터 마을이나 경작지를 지키기 위하여,주위를 둑으로 두른 지역'으로 풀이하고 있다.
'윤중제'는 '하천 가운데에 있는 섬 주위를 둘러쳐서 쌓은 제방'을 뜻한다.
일본에서 들어온 고약한(우리말에는 그런 쓰임새가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뜻이다) 말이지만 이미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어 우리 사전에서도 이 말을 올리고 있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윤중제'를 '강섬의 둘레를 둘러서 쌓은 제방'으로 설명한다. 이때 '강섬'이란 강에 있는 섬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윤중제'는 뒤늦게 '둘레 둑' 또는 '섬둑'으로 순화됐지만 일상적으로 많이 접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 이렇게 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윤중'을 뜻으로 풀면 '바퀴 속'인데, 일본말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우리말에선 지금도 여전히 낯선 말일 뿐이다.
그보다는 '둑으로 둘러쳐진 마을'을 순우리말로 하면 '방죽골'이라 부를 만하다.
이 말은 사전에 오른 정식 단어는 아니지만 뜻도 잘 모르고 쓰임새도 없는 '윤중'이란 말보다는 훨씬 정감어린 우리 고유어이다.
'방죽'은 '물이 밀려들어 오는 것을 막기 위하여 쌓은 둑'을 가리킨다.
이 말은 본래 한자어 방축(防築)에서 온 것이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한자 개념이 사라져 '방축'은 사어가 되다시피 하고 형태도 '방죽'으로 변해 고유어화한 것이다.
'돌방죽'은 '속의 흙이 허물어지지 않도록 겉을 돌로 쌓아 만든 방죽'을 뜻하고, '줄방죽'이라 하면 '줄을 맞추어 곧게 쌓은 방죽'을 가리키는 등 아름답고 정겨운, 살아있는 우리말이다.
'방죽길'은 사전에 오른 말은 아니지만 방죽으로 이루어진 길이란 의미로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말이다.
우리 속담에 '방죽을 파야 개구리가 뛰어들지'라고 하면 물이 고일 수 있는 방죽을 파 준비를 해 놓아야 개구리가 뛰어든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나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하려면 그에 합당한 준비를 갖추거나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여의도를 설명할 때 '둑으로 둘러쳐진 마을'이란 의미를 담은 '윤중'은 '방죽골'이라 하면 된다.
자연스레 '여의도 윤중제'는 '여의도 방죽'이라 하면 되고, '여의도 윤중로'는 '여의도 방죽길'로 부르면 좋다.
'제방(堤防)'은 '하천이나 호수의 물, 바닷물의 범람을 막기 위해 설치하는, 흙이나 콘크리트 따위로 만든 구축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를 '둑'으로 순화했다.
모두 '방죽'과 같이 쓸 수 있는 말이다.
'둑'을 많은 사람들이 '뚝'이라 발음하고 적기도 하지만 이는 틀린 것이다.
아마도 '강둑'(강물이 넘치지 않게 하려고 쌓은 둑)의 발음 [강뚝]에 이끌려, 또는 우리말의 된소리화 경향에 영향 받아 그렇게 표기하는 것 같다.
또 흔히 '둑방'이나 '뚝방' '뚝방길'이란 말도 쓰는데, 이는 둑과 방죽을 함께 섞어 쓴, 겹말 같은 것으로 이 역시 바른말이 아니다.
정리하면 일부에서 쓰는 '뚝/둑방/뚝방/뚝방길'이란 말은 틀린 말이므로 써서는 안 된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