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졸지에 풍을 맞다’

'뇌에 혈액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손발의 마비, 언어 장애, 호흡 곤란 따위를 일으키는 증상. 뇌동맥이 막히거나, 갑자기 터져 출혈한 혈액이 굳어져 혈관을 막고 주위 신경을 압박하여 여러 가지 신경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

우리나라의 2004년 사망통계로 볼 때,원인별 사망률 중에서 암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한 이 병명은 무엇일까.

'뇌졸중, 뇌중풍, 졸중풍, 뇌졸증, 뇌졸중풍.' 이 가운데 '뇌졸중'은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말이고, '뇌졸증'은 틀린 말이다. 나머지는 '뇌졸중'과 같은 말이다.

뇌졸중은 한방에서 이르는 '졸중(卒中)'에다 '뇌'를 더한 말이다. '졸중'은 '졸중풍'이 줄이진 말이므로, 결국 '뇌졸중풍(腦卒中風)'이 원말이다.

뇌졸중 또는 뇌중풍을 한방에서 '졸중풍'이라 부른다.

이 뇌졸중이란 단어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우울증이나 건망증, 골다공증 등의 증상이나 병명에 이끌려 무심코 이를 '뇌졸증'이라 말하기 십상이다.

이럴 땐 단어를 이루는 각각의 말이 지닌 뜻을 알아두면 헷갈리지 않는다. '뇌졸중'의 '졸(卒)'은 '갑자기, 졸지에'란 뜻이다.

'졸도(卒倒)' 등에 쓰인 '졸'을 떠올리면 된다. '중(中)'은 '가운데, 중앙'이란 뜻으로 흔히 쓰이지만 '화살이 표적의 가운데에 들어맞다'를 적중(的中)이라 하듯이 '들어맞다,맞다'란 뜻도 갖고 있다.

따라서 '졸중'은 (원말이 '졸중풍'이므로) '갑자기 풍을 맞은 것'이고 여기에 '뇌'가 결합한 '뇌졸중'은 '뇌가 졸지에 풍을 맞은 것'이다.

이때 '풍'은 '풍사(風邪)', 즉 '(한의학에서) 바람이 병의 원인이 된 것'을 이르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