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5호 자체 제작 수리문제 풀이
[생글 논술 첨삭노트] (35) 명확하지 않은 조건을 단순화시켜 이해해야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어야 할 여러 가지 선택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저마다의 규칙을 정해놓곤 합니다.

누군가는 단순히 이익이냐 손해냐를 놓고 따지기도 하고,누군가는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어떤 이익이 올 것이냐를 따지기도 하지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더불어 최근엔 이런 문제에 더욱 더 관심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오늘의 문제에서 의사는 본분을 감안하여 36세의 회계사에게 어떤 처방을 내려야 합니다.

하지만 의사의 본분은 생명을 유지시키는 것과 동시에 환자의 고통을 해소하는 것에 있지요.

이 두 가지 본분을 모두 준수시키면서 환자를 위하는 길은 무엇일지를 따지는 것이 오늘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이중효과의 원칙(principle of double effect)에 따라 PD와 LD의 약 중 하나를 처방해야 합니다. 우선 조건을 자세히 살펴보지요.

조건의 표현이 다소 애매한 관계로 이를 단순화해서 이해하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조건 1) 나쁜 결과를 산출하지 않고서는 원하는 결과를 성취할 수 없어야 한다.

→나쁜 결과를 도저히 피할 수 없을 때, 나쁜 행동도 인정된다.

가령 이런 경우는 "불가피한 폐해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 산모의 결핵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낙태를 해야 하는 경우가 그렇지요.

과정상의 피해(낙태)쯤은 더 큰 목적(산모의 생명)을 위해 감수한다는 것입니다.

(조건 2) 나쁜 결과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직접적인 수단이 아니어야 한다.

→나쁜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그건 원래 의도했던 목적이 아닐 때 인정됩니다.

즉 "의도되지 않은 폐해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 낙태는 산모 치료를 위한 직접적인 수단은 아니었을 경우 해당합니다.

애초에 낙태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치료 과정에서 피할 수 없었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조건 3) 그 행위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비례적으로 심각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비례관계에 있어야 한다.

이것은 "목적과 맞바꿀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가령 낙태는 하지만,산모는 구한다는 입장이지요.

이렇게 보면 조건 1,2,3은 모두 <더 큰 목적을 위해 의도치 않은 작은 피해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각 조건에 맞게 PD를 사용하는 행동이 인정되는지 알아보지요.

(조건 1)에 의하면 생명이 단축된 것은 애초의 그 진통제의 목적이 아니라 간접적인 피해입니다.

고통을 줄이고자 하는 본분에 충실했지만,생명을 단축시키는 것은 피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조건 2)에 의하면 생명이 단축된다는 예상은 했지만,고통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생명 단축은 의도되지 않은 결과였던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조건 3)에 의하면 생명은 다소 단축되더라도 그에 맞게 고통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즉 비례적입니다. PD를 쓰는 것은 인정되는 군요.

반대로 LD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죠.

(조건1)에 의하면 생명을 단축시키는 것(나쁜 결과)은 고통을 줄이는 것(원하는 것)의 피할 수 없는 (단 하나의) 방법이 아닙니다.

고통을 줄이는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 더 쉽게 고통을 줄이고자 더 큰 피해를 안게 되는 것이지요.

(조건 2)에 의하면 생명을 단축시키는 것은 고통을 줄이기 위해 의도된 일입니다.

직접적인 목적으로서의 '존엄사'가 존재합니다.

이것은 고통을 줄이긴 하지만,더 큰 목적인 생명을 빼앗음으로써 의사의 본분을 벗어나게 됩니다.

(조건 3)에 의하면 물론 고통을 줄여주긴 했습니다.

그렇게 보면 충분히 비례적이라고 보이지만,알다시피 의사는 생명을 살려야 하는 본분을 가지고 있지요.

고통을 줄이고자 생명을 없앤 것은 비례적이지 않습니다.

생명을 대신하여 얻을 수 있는 비례적인 이익은 없습니다.

의사의 본분에서도 그렇고,환자의 입장에서도 그렇지요.

결국 이중 효과의 원칙과 의사의 본분을 고려해 보았을 때 PD는 허용이 되지만,LD는 허용이 되지 않습니다.
⊙ 실전문제

이번 주 문제는 2011년 고려대 모의논술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죄수의 딜레마'를 이해하고 있느냐를 묻고 있는 문제입니다.

원리를 알게 되면 매우 단순하지만,그 원리를 모른 채 주어진 텍스트로만 해결책을 찾다보면 하루 종일 시간을 소모해도 잘 풀리지 않는 문제이지요.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고려대의 경우 표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니 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개인들의 합리적인 선택이 사회적으로도 합리적인 결과를 낳는가?

자원 고갈, 환경오염, 교통체증 등 현실의 많은 문제에서 우리는 개인의 합리성이 사회적으로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러한 현상들은 '합리성의 역설'의 사례라 할 수 있다.

합리성의 역설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두 사람의 개별적 의사결정이 자신의 이득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이득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갑과 을이 각자 선택지 A와 B 중에서 하나를 취한다.

이 경우, 두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네 가지 결과, AA(갑과 을 모두 A를 선택), AB(갑은 A를, 을은 B를 선택), BA(갑은 B를, 을은 A를 선택), BB(갑과 을 모두 B를 선택)가 가능하다.

개인의 합리적 선택 원칙 중 하나는 자신의 선택이 가져올 수 있는 최소의 이득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를 '최소극대화 원칙'이라 한다. 가령, 갑이 A를 선택할 때, 을도 A를 선택하면 갑은 4의 이득을 얻고 을이 B를 선택하면 갑은 1의 이득을 얻는다고 하자.

이때 갑이 A를 선택함으로써 얻는 최소 이득은 1이다. 갑이 B를 선택할 때, 을도 B를 선택하면 갑은 2의 이득을 얻고 을이 A를 선택하면 갑은 3의 이득을 얻는다고 하자.

이때 갑이 B를 선택함으로써 얻는 최소 이득은 2이다.

B를 선택할 때 얻는 최소 이득이 A를 선택할 때 얻는 최소 이득보다 크므로 갑은 최소극대화 원칙을 따른다면 B를 선택할 것이다.

'사회적 합리성'은 더 이상 사회구성원들의 이득을 동시에 높일 수 없을 때 달성된다.

예를 들어, AA의 경우 각자 4의 이득을 얻고, BB의 경우 각자 3의 이득을 얻는다고 하자.

아울러 AB와 BA에서는 A를 선택하는 사람은 5의 이득을 얻고 B를 선택하는 사람은 1의 이득을 얻는다고 하자.

이때 갑과 을 모두 BB보다 AA에서 더 큰 이득을 얻으므로 BB라는 결과는 사회적 합리성을 결여한다.

반면, AB나 BA 어느 것도 AA에 비해서 두 사람 모두에게 더 큰 이득을 주지 않으므로, AA라는 결과는 사회적 합리성을 가진다.

최소극대화 원칙에 따른 개인들의 합리적 선택이 사회적 합리성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할 때 '합리성의 역설'이 발생한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 세 가지 상황을 살펴보자.

상황 1: 이득이 큰 순서대로 결과를 나열하면 갑의 경우에는 BA, AA, BB, AB이고, 을의 경우에는 AB, AA, BB, BA이다.

상황 2: 이득이 큰 순서대로 결과를 나열하면 갑의 경우에는 BA, AA, AB, BB이고, 을의 경우에는 AB, AA, BA, BB이다.

상황 3: 이득이 큰 순서대로 결과를 나열하면 갑의 경우에는 AA, BA, BB, AB이고, 을의 경우에는 AA, AB, BB, BA이다.

<문제>상황 1, 상황 2, 상황 3 각각에서 갑과 을이 최소극대화 원칙을 따를 경우 어떤 선택을 할지 분석하고, 그러한 선택의 결과를 합리성의 역설이라는 관점에서 평가하시오. (분량없음, 표 사용 가능)



문제에 대한 학생글은 11월7일(日)까지 sgsgnote@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대신 첨부파일을 이용하지 말아주세요. )

수능 때가 다가오면서 문제를 푸는 것에 부담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은 듯합니다.

풀지 않더라도 메일을 보내주시면 친절한 해설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수리논술에 관한 연재가 몇 회 되지 않았지만,수시 2-2에 맞춰 나눠드리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69호쯤 되면 아마 완성된 교재를 보내드릴 수 있을 듯합니다. 글이든 교재 신청이든 메일을 보내주실 때는 학교/ 이름/ 주소/ 전화번호를 같이 써서 보내주세요.

올해 연재됐던 2010학년도 모의 및 기출문제 해설을 모은 <생글논술 첨삭노트 2010>은 여전히 무료로 PDF파일을 나눠드리고 있습니다.

이용준 S · 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