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화된 폭력을 사용할 정당성이 있는가?
생글생글 263호(10월4일자)에 실렸던 문제2의 분석이다.
기억이 잘 안나는 학생은 생글 263호 기출문제 풀이를 다시 읽어보도록 하자.
일단 제시문 (마)는 논제에서 말한 '폭력의 개념'을 제시하는 글로 여러 가지 폭력 중 특히 사회적 차원에서 폭력을 '구조화된 폭력''대항폭력''진압폭력'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제시문은 [문제2]의 시작점이 되고 있다.
(바)는 국가가 법에 의해 자행하는 폭력에 대해 그 근원을 물음으로써 폭력이 국가제도 자체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회적 규범 자체가 폭력이며 그러한 구조적인 폭력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사)는 구조화된 폭력의 조건과 그 정당성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불복종의 적극적인 의미를 강조한다.
(아)는 국가는 구조화된 폭력을 사용할 정당성이 있으며 여기에 대항하는 어떤 폭력,특히 테러와 같은 폭력을 진압할 권한이 있다고 말한다.
(자)는 외견상 다른 제시문에서처럼 '구조화된 폭력'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민들의 결정에 순응하는 이유를 잘 읽어 보면,'아테네 시민의 판결'이라는 구조적 폭력에 대해 불의는 피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자신이 죽음을 택하는 것이 판결의 부당함 · 불의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임을 드러내고 있다.
즉,이 제시문 사회 규범과 순응의 문제 이면에서 그 옳고 그름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어떻게 쓸 것인가?
(바)(사)(아)(자)에서 드러나는 '폭력'에 대한 입장을 비교 혹은 대조하라는 요구이다.
(바)~(자)의 제시문은 폭력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이를 비교하거나 대조하라는 요구는 큰 무리없이 다가올 수 있다.
아울러 [문제2]는 [문제3]과 '사회적 · 구조적 폭력'이란 주제를 공유하고 있으며 [문제3]을 해결하기 위한 선행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니 이어지는 3번 논제와 정합성까지 전체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이 논제 요구의 핵심은 네 개의 제시문을 비교 대조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비교 · 대조의 기준선으로 제시문 (마)에서 폭력의 개념을 제시해주고 있다.
단순화시켜 도식적으로 보면 (바)는 (마)의 '구조화 된 폭력',(사)는 '대항폭력',(아)는 '진압폭력'에 대응된다. 그리고 (자)의 일화는 제3의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논제에서 요구하는 비교 · 대조란 '구조화된 폭력''대항폭력''진압폭력'의 개념을 각각 정리하고 이것을 (바)(사)(아)(자)에 적절히 배치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바)(사)(아)(자)의 내용을 서로 비교 또는 대조되도록 재배치해야 한다.
여기서 잠깐,논제 해결을 위해 '비교'와 '대조'는 사전적으로는 둘 이상 대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밝혀내는 것을 뜻하며 두 단어는 큰 차이 없다.
다만 대조는 비교에 비해 '맞대 놓고 살핀다'는 의미로 차이를 드러내는 데 더욱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다시 돌아가 보자.
이제 비교 · 대조를 하게 되면 예를 들어,"(바)에서는 국가가 법이 정한 폭력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사회 규범 자체가 구조화된 폭력의 근원이라고 인식한다.
반면에 (아)에서는 국가는 테러와 같은 대항폭력을 진압할 정당한 권한이 있다고 하므로 국가가 사용하는 폭력의 정당성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것"이라는 정도의 내용을 대조시켜 기술할 수 있을 것이다.
불복종의 정당성에 대해 말하는 (사)에서는 폭력으로 복종을 강요당한다면 복종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자)의 일화를 보면 부당한 혹은 옳지 못한 구조적 폭력(아테네 시민들의 판결)에 대한 옳고 그름의 문제를 제기한다.
이는 구조적 폭력에 대한 대항폭력과 맥락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서로 비슷하지만 그 부당한 폭력에 대항하는 방식에서는 한쪽에서는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입장을 보이고,한쪽에서는 순응함으로써 도리어 그 폭력을 행사한 구조가 옳지 못함을 드러낸다는 차이가 있다.
뭔가 좀 복잡하고 아리송하다면 다시 꼼꼼하게 읽고 생각해보자.2번 논제 해결이 안 되면 3번까지 힘들어진다.
이제 이번 2011학년도 숭실대학교 모의고사 논제의 마지막이자 가장 높은 배점과 난이도로 볼 수 있는 마지막 3번 논제로 넘어가 보자.
[문제3] '문제2'를 바탕으로 제시문 (차)와 (카)에 나타난 폭력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시오.1000자± 100자,40점)
차지난 2일 촛불집회 1주년을 기념한다며 모인 시위대가 서울 시청광장에서 진행되던 '하이 서울 페스티벌' 개막 행사장 단상을 점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정말 얼굴 뜨거워서 쳐다볼 수가 없는 광경이었다.
시위대는 저녁 7시 청계광장에서 시작된 길놀이 퍼레이드 때부터 대열에 끼어들었고 퍼레이드는 아수라장이 됐다.
'사노련''아고라''금속노조''삼민투' 등의 깃발을 든 시위대는 농악대 취타 소리에 맞춰 '독재 타도,명박 퇴진'을 외쳐댔다.
시위대는 자동차 퍼레이드 행렬을 가로막고는 "지금 이런 쇼 할 때냐?"며 자동차에 붙인 풍선을 떼어내 발로 밟아 터뜨렸다.
이어 시위대 한 사람이 개막식 리허설이 진행되던 시청광장의 행사장 단상으로 뛰어올라 진행요원의 마이크를 빼앗은 뒤 '명박 퇴진,독재 타도'를 외쳤다.
수십 명의 시위대가 '못 살겠다 갈아엎자'는 등의 깃발과 팻말을 들고 뒤따라 무대 위로 올라가 "세금 처바르고 있네"라면서 공연자들을 몰아냈다. 행사장은 난장판이 됐고 경찰 병력이 투입돼 개막행사가 중단됐다.
시위대는 명동으로 자리를 옮겨 밤늦게까지 게릴라 시위를 벌였다.
촛불시위 한다는 사람들이 막가파식인 줄은 알지만 정말 해도 해도 너무했다.
퍼레이드와 개막 행사를 보려고 시민 1만여 명이 와 있던 상황이었다. 외국 관광객도 많았다.
퍼레이드에 나선 무대의상 전공의 여대생들은 몇 달 동안 옷을 준비했다고 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구경 나온 가족도 많았다. 하필 왜 시민축제에 와서 독재 타도를 외치며 난장판을 만드는 것인가.
전날인 1일에도 민노총 주최의 여의도 집회가 끝난 후 상당수가 지하철을 타고 도심으로 와서 폭력시위를 벌였다.
민노총은 지난달 28일 불법 집회는 하지 않겠다며 경찰과 양해각서라는 것까지 만들었다.
그래 놓고는 또 서울 도심을 휘젓고 다녔다.
이 사람들이 말로는 민주주의를 외치고 다닌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노래까지 만들어 주제곡처럼 부르고 다닌다.
제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전 세계에 창피주는 일 좀 그만하고 다니길 바란다. 시민축제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게 촛불식 민주주의인가.
'독재 타도'는 또 무슨 황당한 구호인가. 지금 군사정권이 들어서 억압 정치라도 펴고 있다는 말인가.
법이란 법은 다 무시하면서 선량한 시민에게 욕질해대고 피해 입히는 비(非)시민,반(反)민주 저질 작태를 그만두라.
공권력의 폭력에 맞서는 '저항 폭력'은 처벌받아야 하나
카엊그제 경찰의 과잉 진압 · 연행을 항의하는 기자회견에서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무더기로 연행됐는데 그 이유가 놀랍다.
이들이 "경찰청장 사퇴하라" "경찰은 폭력진압 중단하라" 따위의 정치적 구호를 외쳤고,이는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에 항의하는 불법집회였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제 거리에서 경찰만 비판해도 불법으로 체포되는 세상이 온 것이다.
경찰의 월권이 도를 넘었다.
민주사회에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보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월적 지위와 힘을 가진 자에 의해 권리 행사가 침해되거나 제한될 때 이를 알리고 바로잡을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
특히 권력이 그런 일을 저질렀을 경우엔 더욱 그렇다.
의지할 수 있는 건 집회나 시위뿐이다. 헌법이 이에 대한 제한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법원이 지난해 현행 집시법의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하고,엊그제 다시 형법의 일반교통방해죄에 대해 위헌제청을 한 것도 이 조항들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멋대로 제한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비민주적 권력에게 집회와 시위는 골칫덩이다.
그래서 이를 제약하기 위해 온갖 수단,심지어 초헌법적 조처까지 동원했다.
대표적인 게 박정희 정권 때의 긴급조치다. 긴급조치는 유신헌법에 대한 비방은 물론 정부에 대한 일체의 비판을 불허했다. 이를 위한 집회와 시위는 가혹하게 처벌했다.
그래서 학생들은 단 몇 분간의 규탄시위를 위해 투옥을 각오해야 했다.
전두환 정권 역시 마찬가지다.
집회와 시위는 정부의 허가사항이었다.
관제 데모만 가능했다.
생존권을 위한 집회마저 불법이었다.
지난해 촛불집회 이후 멋대로 불허하고 진압해온 이 정권도 정부 비판 집회를 봉쇄하기 위한 제도 개악에 착수했다.
한나라당이 집회 중 마스크를 써서도 안 되고,경찰이 시민의 지문을 마음대로 채취하고 임의동행할 수 있도록 하며,시위에 대한 집단소송을 허용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강부자'를 위한 정책이나 공권력의 폭력,혹은 자본의 횡포에 대해 비판하면 언제든 연행하고 저항하면 형사처벌하고 벌금까지 물릴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공권력이라는 맹견의 목줄을 풀어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결과는 박정희 · 전두환 정권의 비극적 전철이 될 것임을 왜 모를까.
(이상 논제3 제시문)
논제가 말해주듯 [문제3]은 [문제2]에서 수행한 구조적 폭력에 대한 정리를 제시문 (차)와 (카)에 적용하여 두 제시문에 나타난 상이한 관점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라는 요구다.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자기 견해를 논술하라'고 했는데 '평가하시오'라고 요구하지 않고 굳이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견해를 제시하라'고 요구한 것은 더욱 객관적이고,설득력이 우수한 동시에 주체적인 논술을 도출해보라는 출제자의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단순한 제시문 옮겨 정리하기,자의적이고 지엽적인 논의 전개 등으로는 이 요구에 절대 부응할 수 없다.
(차)와 (카)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면(혹은 유사한 주장이라 하더라도) 어떤 주장이 어떤 면에서 어떻게 좋거나 혹은 나쁜지,아니면 옳거나 그른지 가치를 판단하고 그것을 지지할 만할 근거를 제시하면서 서술하라는 요구로 볼 수 있다.
이때 주의할 것은 평가를 마치 찬반 논변을 구성해야 하는 요구로 이해한다면 논제 요구를 너무 좁게 이해한 것이 된다.
'평가'란 사물의 가치나 수준을 매겨보는 것이다. 이때 출발점은 '좋다''나쁘다''옳다''그르다' 등 단면적,이분법적 평가부터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평가하라는 요구는 두루두루 입체적으로 이리저리 검토하면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검토해보고 그 검토 결과를 객관적으로 논술해야 한다.
⊙ 제시문 개요
동일한 사태에 대해 제시문 (차)는 시위 군중의 비민주성,폭력적 양상을 문제 삼고 제시문 (카)는 시위란 비민주적 권력에 대한 저항수단이란 점을 역설하고 있다.
두 제시문이 나타낸 관점은 저 마다의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차)의 경우 시위대의 폭력적 행태가 시민들의 활동을 방해하는 모습들을 들어 이들이 법질서를 무시하는 반시민적이고 반민주적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카)는 경찰의 과잉대응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민주사회에서 시위는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수단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시민들의 시위를 막는 것은 독재권력에서나 볼 수 있는 행태라는 것이다.
⊙ 어떻게 쓸 것인가?
(차)(카)와 같이 분명하게 대비되는 제시문을 가지고 "서로 다른 관점을 평가하라"고 하면 하나의 입장에서 다른 하나를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쪽으로 가기 쉽다.
그러나 논제에서 '평가'하라는 요구는 실제로는 [문제2]에서 정리된 폭력의 개념들 '구조적 폭력''저항폭력''진압폭력'을 사용해 제시문에 나타난 관점이 어떤 것인지 밝히고 긍정적인 측면,부정적인 측면,혹은 옳은 점과 그른 점 등을 균형있게 지적하고 이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서술하라는 정도의 요구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차)의 관점은 시위를 국가와 시민의 관계로 파악하지 않고,시위대와 일반시민(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시민)의 관계로 파악함으로써 시위대의 폭력이 국가의 구조적 폭력에 대한 대응폭력으로 해석되지 않고 시위대가 시민들에게 행하는 폭력으로 묘사되었다.
그럼으로써 대응 폭력의 정당성을 상쇄되고 대신에 국가에 의한 진압 폭력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볼 수 있다.
(차)의 관점은 당시의 폭력적 양상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폭력의 원인에 대해 함구함으로써 시위의 본질을 묻어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
반면에 (카)는 시위를 국가 권력과 시민의 권리라는 구도에서 파악하고 시위를 시민의 권리로 인정함으로써 구조적 폭력의 실상을 지적하고 저항 폭력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논제는 주어진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현상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그에 대한 관점들을 치우침 없이 판단하여 폭력에 대한 상반된 의미를 도출하고,어느 쪽에 대한 평가를 끌어 나가든지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폭력이라는 핵심 포인트를 놓치지 말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사고력을 보여주는 답안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로써 3번 논제까지 마무리하며 이제까지 숭실대학교 2011학년도 모의 논술 논제를 하나 둘 따져 보고 어떻게 생각하고 써볼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았다.
제시문 독해가 크게 어렵지는 않지만 실제로 작성하고 써내려가는 데는 그렇게 만만한 논제가 아니다.
논제 요구 사항과 제시문 내용을 곱씹어 보며 최소한 개요라도 작성해보며 연습해야 할 것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수시 논술 고사에서 열심히 준비한 여러 수험생들의 합격을 기원한다.
박성진 S · 논술 선임연구원 moke@hanmail.net
기억이 잘 안나는 학생은 생글 263호 기출문제 풀이를 다시 읽어보도록 하자.
일단 제시문 (마)는 논제에서 말한 '폭력의 개념'을 제시하는 글로 여러 가지 폭력 중 특히 사회적 차원에서 폭력을 '구조화된 폭력''대항폭력''진압폭력'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제시문은 [문제2]의 시작점이 되고 있다.
(바)는 국가가 법에 의해 자행하는 폭력에 대해 그 근원을 물음으로써 폭력이 국가제도 자체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회적 규범 자체가 폭력이며 그러한 구조적인 폭력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사)는 구조화된 폭력의 조건과 그 정당성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불복종의 적극적인 의미를 강조한다.
(아)는 국가는 구조화된 폭력을 사용할 정당성이 있으며 여기에 대항하는 어떤 폭력,특히 테러와 같은 폭력을 진압할 권한이 있다고 말한다.
(자)는 외견상 다른 제시문에서처럼 '구조화된 폭력'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민들의 결정에 순응하는 이유를 잘 읽어 보면,'아테네 시민의 판결'이라는 구조적 폭력에 대해 불의는 피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자신이 죽음을 택하는 것이 판결의 부당함 · 불의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임을 드러내고 있다.
즉,이 제시문 사회 규범과 순응의 문제 이면에서 그 옳고 그름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어떻게 쓸 것인가?
(바)(사)(아)(자)에서 드러나는 '폭력'에 대한 입장을 비교 혹은 대조하라는 요구이다.
(바)~(자)의 제시문은 폭력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이를 비교하거나 대조하라는 요구는 큰 무리없이 다가올 수 있다.
아울러 [문제2]는 [문제3]과 '사회적 · 구조적 폭력'이란 주제를 공유하고 있으며 [문제3]을 해결하기 위한 선행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니 이어지는 3번 논제와 정합성까지 전체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이 논제 요구의 핵심은 네 개의 제시문을 비교 대조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비교 · 대조의 기준선으로 제시문 (마)에서 폭력의 개념을 제시해주고 있다.
단순화시켜 도식적으로 보면 (바)는 (마)의 '구조화 된 폭력',(사)는 '대항폭력',(아)는 '진압폭력'에 대응된다. 그리고 (자)의 일화는 제3의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논제에서 요구하는 비교 · 대조란 '구조화된 폭력''대항폭력''진압폭력'의 개념을 각각 정리하고 이것을 (바)(사)(아)(자)에 적절히 배치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바)(사)(아)(자)의 내용을 서로 비교 또는 대조되도록 재배치해야 한다.
여기서 잠깐,논제 해결을 위해 '비교'와 '대조'는 사전적으로는 둘 이상 대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밝혀내는 것을 뜻하며 두 단어는 큰 차이 없다.
다만 대조는 비교에 비해 '맞대 놓고 살핀다'는 의미로 차이를 드러내는 데 더욱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다시 돌아가 보자.
이제 비교 · 대조를 하게 되면 예를 들어,"(바)에서는 국가가 법이 정한 폭력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사회 규범 자체가 구조화된 폭력의 근원이라고 인식한다.
반면에 (아)에서는 국가는 테러와 같은 대항폭력을 진압할 정당한 권한이 있다고 하므로 국가가 사용하는 폭력의 정당성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것"이라는 정도의 내용을 대조시켜 기술할 수 있을 것이다.
불복종의 정당성에 대해 말하는 (사)에서는 폭력으로 복종을 강요당한다면 복종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자)의 일화를 보면 부당한 혹은 옳지 못한 구조적 폭력(아테네 시민들의 판결)에 대한 옳고 그름의 문제를 제기한다.
이는 구조적 폭력에 대한 대항폭력과 맥락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서로 비슷하지만 그 부당한 폭력에 대항하는 방식에서는 한쪽에서는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입장을 보이고,한쪽에서는 순응함으로써 도리어 그 폭력을 행사한 구조가 옳지 못함을 드러낸다는 차이가 있다.
뭔가 좀 복잡하고 아리송하다면 다시 꼼꼼하게 읽고 생각해보자.2번 논제 해결이 안 되면 3번까지 힘들어진다.
이제 이번 2011학년도 숭실대학교 모의고사 논제의 마지막이자 가장 높은 배점과 난이도로 볼 수 있는 마지막 3번 논제로 넘어가 보자.
[문제3] '문제2'를 바탕으로 제시문 (차)와 (카)에 나타난 폭력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시오.1000자± 100자,40점)
차지난 2일 촛불집회 1주년을 기념한다며 모인 시위대가 서울 시청광장에서 진행되던 '하이 서울 페스티벌' 개막 행사장 단상을 점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정말 얼굴 뜨거워서 쳐다볼 수가 없는 광경이었다.
시위대는 저녁 7시 청계광장에서 시작된 길놀이 퍼레이드 때부터 대열에 끼어들었고 퍼레이드는 아수라장이 됐다.
'사노련''아고라''금속노조''삼민투' 등의 깃발을 든 시위대는 농악대 취타 소리에 맞춰 '독재 타도,명박 퇴진'을 외쳐댔다.
시위대는 자동차 퍼레이드 행렬을 가로막고는 "지금 이런 쇼 할 때냐?"며 자동차에 붙인 풍선을 떼어내 발로 밟아 터뜨렸다.
이어 시위대 한 사람이 개막식 리허설이 진행되던 시청광장의 행사장 단상으로 뛰어올라 진행요원의 마이크를 빼앗은 뒤 '명박 퇴진,독재 타도'를 외쳤다.
수십 명의 시위대가 '못 살겠다 갈아엎자'는 등의 깃발과 팻말을 들고 뒤따라 무대 위로 올라가 "세금 처바르고 있네"라면서 공연자들을 몰아냈다. 행사장은 난장판이 됐고 경찰 병력이 투입돼 개막행사가 중단됐다.
시위대는 명동으로 자리를 옮겨 밤늦게까지 게릴라 시위를 벌였다.
촛불시위 한다는 사람들이 막가파식인 줄은 알지만 정말 해도 해도 너무했다.
퍼레이드와 개막 행사를 보려고 시민 1만여 명이 와 있던 상황이었다. 외국 관광객도 많았다.
퍼레이드에 나선 무대의상 전공의 여대생들은 몇 달 동안 옷을 준비했다고 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구경 나온 가족도 많았다. 하필 왜 시민축제에 와서 독재 타도를 외치며 난장판을 만드는 것인가.
전날인 1일에도 민노총 주최의 여의도 집회가 끝난 후 상당수가 지하철을 타고 도심으로 와서 폭력시위를 벌였다.
민노총은 지난달 28일 불법 집회는 하지 않겠다며 경찰과 양해각서라는 것까지 만들었다.
그래 놓고는 또 서울 도심을 휘젓고 다녔다.
이 사람들이 말로는 민주주의를 외치고 다닌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노래까지 만들어 주제곡처럼 부르고 다닌다.
제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전 세계에 창피주는 일 좀 그만하고 다니길 바란다. 시민축제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게 촛불식 민주주의인가.
'독재 타도'는 또 무슨 황당한 구호인가. 지금 군사정권이 들어서 억압 정치라도 펴고 있다는 말인가.
법이란 법은 다 무시하면서 선량한 시민에게 욕질해대고 피해 입히는 비(非)시민,반(反)민주 저질 작태를 그만두라.
공권력의 폭력에 맞서는 '저항 폭력'은 처벌받아야 하나
카엊그제 경찰의 과잉 진압 · 연행을 항의하는 기자회견에서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무더기로 연행됐는데 그 이유가 놀랍다.
이들이 "경찰청장 사퇴하라" "경찰은 폭력진압 중단하라" 따위의 정치적 구호를 외쳤고,이는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에 항의하는 불법집회였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제 거리에서 경찰만 비판해도 불법으로 체포되는 세상이 온 것이다.
경찰의 월권이 도를 넘었다.
민주사회에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보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월적 지위와 힘을 가진 자에 의해 권리 행사가 침해되거나 제한될 때 이를 알리고 바로잡을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
특히 권력이 그런 일을 저질렀을 경우엔 더욱 그렇다.
의지할 수 있는 건 집회나 시위뿐이다. 헌법이 이에 대한 제한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법원이 지난해 현행 집시법의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하고,엊그제 다시 형법의 일반교통방해죄에 대해 위헌제청을 한 것도 이 조항들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멋대로 제한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비민주적 권력에게 집회와 시위는 골칫덩이다.
그래서 이를 제약하기 위해 온갖 수단,심지어 초헌법적 조처까지 동원했다.
대표적인 게 박정희 정권 때의 긴급조치다. 긴급조치는 유신헌법에 대한 비방은 물론 정부에 대한 일체의 비판을 불허했다. 이를 위한 집회와 시위는 가혹하게 처벌했다.
그래서 학생들은 단 몇 분간의 규탄시위를 위해 투옥을 각오해야 했다.
전두환 정권 역시 마찬가지다.
집회와 시위는 정부의 허가사항이었다.
관제 데모만 가능했다.
생존권을 위한 집회마저 불법이었다.
지난해 촛불집회 이후 멋대로 불허하고 진압해온 이 정권도 정부 비판 집회를 봉쇄하기 위한 제도 개악에 착수했다.
한나라당이 집회 중 마스크를 써서도 안 되고,경찰이 시민의 지문을 마음대로 채취하고 임의동행할 수 있도록 하며,시위에 대한 집단소송을 허용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강부자'를 위한 정책이나 공권력의 폭력,혹은 자본의 횡포에 대해 비판하면 언제든 연행하고 저항하면 형사처벌하고 벌금까지 물릴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공권력이라는 맹견의 목줄을 풀어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결과는 박정희 · 전두환 정권의 비극적 전철이 될 것임을 왜 모를까.
(이상 논제3 제시문)
논제가 말해주듯 [문제3]은 [문제2]에서 수행한 구조적 폭력에 대한 정리를 제시문 (차)와 (카)에 적용하여 두 제시문에 나타난 상이한 관점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라는 요구다.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자기 견해를 논술하라'고 했는데 '평가하시오'라고 요구하지 않고 굳이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견해를 제시하라'고 요구한 것은 더욱 객관적이고,설득력이 우수한 동시에 주체적인 논술을 도출해보라는 출제자의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단순한 제시문 옮겨 정리하기,자의적이고 지엽적인 논의 전개 등으로는 이 요구에 절대 부응할 수 없다.
(차)와 (카)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면(혹은 유사한 주장이라 하더라도) 어떤 주장이 어떤 면에서 어떻게 좋거나 혹은 나쁜지,아니면 옳거나 그른지 가치를 판단하고 그것을 지지할 만할 근거를 제시하면서 서술하라는 요구로 볼 수 있다.
이때 주의할 것은 평가를 마치 찬반 논변을 구성해야 하는 요구로 이해한다면 논제 요구를 너무 좁게 이해한 것이 된다.
'평가'란 사물의 가치나 수준을 매겨보는 것이다. 이때 출발점은 '좋다''나쁘다''옳다''그르다' 등 단면적,이분법적 평가부터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평가하라는 요구는 두루두루 입체적으로 이리저리 검토하면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검토해보고 그 검토 결과를 객관적으로 논술해야 한다.
⊙ 제시문 개요
동일한 사태에 대해 제시문 (차)는 시위 군중의 비민주성,폭력적 양상을 문제 삼고 제시문 (카)는 시위란 비민주적 권력에 대한 저항수단이란 점을 역설하고 있다.
두 제시문이 나타낸 관점은 저 마다의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차)의 경우 시위대의 폭력적 행태가 시민들의 활동을 방해하는 모습들을 들어 이들이 법질서를 무시하는 반시민적이고 반민주적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카)는 경찰의 과잉대응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민주사회에서 시위는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수단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시민들의 시위를 막는 것은 독재권력에서나 볼 수 있는 행태라는 것이다.
⊙ 어떻게 쓸 것인가?
(차)(카)와 같이 분명하게 대비되는 제시문을 가지고 "서로 다른 관점을 평가하라"고 하면 하나의 입장에서 다른 하나를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쪽으로 가기 쉽다.
그러나 논제에서 '평가'하라는 요구는 실제로는 [문제2]에서 정리된 폭력의 개념들 '구조적 폭력''저항폭력''진압폭력'을 사용해 제시문에 나타난 관점이 어떤 것인지 밝히고 긍정적인 측면,부정적인 측면,혹은 옳은 점과 그른 점 등을 균형있게 지적하고 이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서술하라는 정도의 요구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차)의 관점은 시위를 국가와 시민의 관계로 파악하지 않고,시위대와 일반시민(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시민)의 관계로 파악함으로써 시위대의 폭력이 국가의 구조적 폭력에 대한 대응폭력으로 해석되지 않고 시위대가 시민들에게 행하는 폭력으로 묘사되었다.
그럼으로써 대응 폭력의 정당성을 상쇄되고 대신에 국가에 의한 진압 폭력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볼 수 있다.
(차)의 관점은 당시의 폭력적 양상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폭력의 원인에 대해 함구함으로써 시위의 본질을 묻어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
반면에 (카)는 시위를 국가 권력과 시민의 권리라는 구도에서 파악하고 시위를 시민의 권리로 인정함으로써 구조적 폭력의 실상을 지적하고 저항 폭력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논제는 주어진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현상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그에 대한 관점들을 치우침 없이 판단하여 폭력에 대한 상반된 의미를 도출하고,어느 쪽에 대한 평가를 끌어 나가든지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폭력이라는 핵심 포인트를 놓치지 말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사고력을 보여주는 답안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로써 3번 논제까지 마무리하며 이제까지 숭실대학교 2011학년도 모의 논술 논제를 하나 둘 따져 보고 어떻게 생각하고 써볼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았다.
제시문 독해가 크게 어렵지는 않지만 실제로 작성하고 써내려가는 데는 그렇게 만만한 논제가 아니다.
논제 요구 사항과 제시문 내용을 곱씹어 보며 최소한 개요라도 작성해보며 연습해야 할 것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수시 논술 고사에서 열심히 준비한 여러 수험생들의 합격을 기원한다.
박성진 S · 논술 선임연구원 mok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