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자연을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매력적인 학문”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2010] <17> 이순지 대림산업 건출설계팀 차장 - 조경학
조경학은 아직까진 다소 생소한 학문이지만 건설사나 공기업 등에 가보면 조경학 전공자들이 꽤 많다.

대림산업의 건축설계팀에서 일하는 이순지 차장(40)도 그중 한명이다.

이 차장은 "조경은 단순히 정원이나 주거환경을 꾸미는 일이 아니라 도시를 계획하고 설계하는 일인 동시에 건축,토목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건축환경을 가꾸는 종합예술"이라고 말했다.

이 차장은 1993년 영남대 조경학과를 졸업하고,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일을 하면서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부터 대림산업에서 조경담당 업무를 맡고 있다.

이 차장은 "대림산업에만 조경학과를 전공한 동료가 15명이 있다"고 전했다.

▼조경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계기는.

"고교 시절부터 건축디자인과 조경 분야의 일에 매력을 느꼈고 관심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유망 업종으로 취업에 용이하다는 점도 고려사항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좋아하는 환경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조경학과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죠."

▼조경학과 출신으로 장점이 있다면.

"업무영역이 상당히 넓어 일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조경업무는 단순한 디자인 작업이라기보다는 도시계획과 설계,건축,토목 분야도 알아야 하는 '건축의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업 계획부터 시공 및 유지 ·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업무에 다양하게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습니다.

최근 환경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높아지면서 생태 및 녹색 디자인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는 것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

▼현재 담당하고 있는 업무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언제인가부터 아파트들마다 브랜드가 생겼습니다.

우리 회사에도 'e편한세상'이란 게 있습니다. 아파트 브랜드는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를 해야 하는데 조경은 여기서 큰 역할을 담당합니다.

아파트 단지의 조경상품을 개발하고 기획해 적용합니다. 미술장식품까지도 골라 배치해야 합니다.

또 만들어 놓은 조경을 관리하는 업무도 합니다.

최근에는 아파트의 개념이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편안한 쉼터라는 곳으로 많이 바뀌고 있어 일이 많은 편이에요.

요즘 설계되고 있는 아파트의 경우엔 전체 면적의 절반이 조경으로 꾸며질 정도니까요.

조경과 조형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어 고객들이 만족할 만한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큰 업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건설사 외에 주로 어떤 분야로 진출하는지.

"조경학과 졸업생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 주변의 조경학과 선후배들은 계속 공부를 하는 경우도 있고,관공서(조경직)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수자원공사 한국전력 등 공기업,엔지니어링 회사,조경설계사무소,식재업체,식물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조경학과를 고려 중인 후배들에게 해줄 말씀이 있다면.

"조경학과를 졸업한다고 해서 큰 돈을 벌거나 권력과 명예를 가질 수는 없어요.

하지만 좋은 환경을 만드는 걸 돕는 학문이기 때문에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또 아름답고 조화로운 조경 사례를 늘 접할 수 있다는 점은 조경학과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설계업무를 주로 하는 제 입장에서는 사례 답사를 자주 가게 되는데 아름다운 환경과 수목,조형물 등을 보고 연구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거든요.

자연과 사람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조경학과에 지원한다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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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美 하버드大에 조경학과 첫 개설…생태조경·환경미술 등과 융합해 영역확대

⊙ 조경학의역사와미래

경주의 안압지,조선시대의 향기가 아직도 풍기는 창덕궁,태양왕 루이 14세의 권력을 떠올리는 프랑스 베르사유 공원,감미로운 기타음이 연상되는 인도 알함브라궁의 정원….

세계적인 조경작품으로 꼽히는 것들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조경작품을 만드는 조경가(landscape architect)라는 말은 미국의 옴스테드가 1858년에 처음으로 사용했다.

옴스테드는 당시 정원사라는 용어가 정원만을 지칭하는 협소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자신의 작품이 예술작품이라는 측면에서 건축 작품과 많은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며 스스로를 조경가라고 불렀다.

왕조 시대의 정원이란 왕과 귀족 등 소수 특권층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경관이었다.

조경을 좁은 의미에서 정원이나 공원을 꾸미는 기술로 정의한다면 조경술은 인류 문명의 시작과 함께 있어 왔다.

근대적 의미의 조경교육을 처음 시작한 것은 1900년 미국 하버드대에 조경학과가 신설되면서부터다.

1860년대를 전후해 대중들이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대중공원을 만들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1900년 하버드대를 비롯해 펜실베이니아대(1909년),오하이오 주립대(1915년) 등에 조경학과가 잇따라 개설되면서 조경학이 하나의 학문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1909년 미국 조경가협회가 발족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3년 서울대와 영남대에서 처음으로 조경학과를 신설한 이후 지금까지 40여개 대학에서 조경학과를 개설했다.

이처럼 근대적인 조경학의 역사는 이제 100년 남짓하다. 조경학은 환경 보전이 전 지구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영역이 확대되고 있으며 미술관을 박차고 나온 소위 환경미술이나 대지예술과의 융합 속에서 예술로서의 특성을 더욱 발휘하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최근 녹색성장,선진 국토개발,도시재생,생태조경 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는 추세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