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전기전자·원자력 발전 등 여러산업에 적용되는기초과학의 꽃”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2010] ‘나의대학전공’ <16> 최현정아이네크사장 - 물리학
최현정 아이네크 사장(48)은 서울대 물리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물리학도이다.

그는 물리학과 다소 동떨어진 기업 경영에 몰두하고 있다.

업종도 물리학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도서관 자동화 시스템 구축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 사장은 아직도 물리학에 대한 열정을 보이면서 기초과학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인터뷰에서 당부했다.

▼물리학과를 선택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제가 대학을 입학한 1981년은 대학입시의 큰 변혁이 있었던 시기입니다.

대학별 본고사가 없어지고 지금의 수능격인 예비고사 성적만으로 입시 사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제가 들어간 서울대는 학과별로 신입생을 뽑지 않고 계열별 즉,공학계열 인문계열 자연과학계열 등의 모집이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자연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당연히 자연과학 계열로 입학하였고 2학년으로 진입할 때 물리학과와 화학과 중 어느 분야를 전공할지 고민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 고교시절 화학 선생님께서 물리학과 진학을 권유하시더군요.

좀 더 근원적인 과학의 원리를 공부하는 데에는 물리학이 적합하다는 충고이셨습니다. "

물리학과를 선택한 뒤 후회는 안 하셨습니까.

"한마디로 공부의 양이 많고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어 몇몇 세부 전공에서 성적이 특히 좋지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고교시절엔 수학을 잘 했다고 생각했지만 단순한 암기를 통한 문제 해결 능력은 창의적이고 논리적으로 물리적 의미를 찾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면서도 특히 이론물리 쪽의 여러 필수 과목 이수에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

▼현재 IT기업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물리학과 관련이 있으신지요.

"물리학은 우주 만물의 근본원리를 찾고 그것들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기술의 혁신으로까지 연결,발전시키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현대 정보기술 분야를 포함한 모든 과학기술의 근원은 물리학이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물리학이 다루는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산업의 쌀인 반도체는 응집물리학(Condensed Matter Physics)에서,무선통신의 핵심인 고주파(Radio Frequency Wave)는 전자기학에서,레이저나 발광다이오드는 광학에서 그 출발이 이루어진 것들입니다. 또한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원자력발전은 핵물리학에서, 여러 건축의 기본은 고전역학에서 그 원리를 배울 수 있습니다. "

▼회사 경영에도 물리학이 도움이 되는지요.

"제가 회사를 경영하면서 부딪치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물리학의 어떤 특정한 내용이 효과가 있거나 하지는 않지만 물리를 공부하면서 체험한 여러 경험이 도움이 되곤 합니다.

물리학의 근본 원리는 공리와 가설 설정,검증 등의 프로세스를 거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문제 풀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을 회사 경영에도 잘 적용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경영상의 문제가 일어났을 때 그 문제의 성격을 규정하고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창의적인 여러 방법을 제시 또는 찾아봅니다.

그리고 그 해법을 적용해 그것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겁니다.

이러한 문제 풀이 능력을 키우는 데에는 물리학이 가장 뛰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물리학과를 지원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물리학은 여러 산업 응용분야에 적용되는 기초과학의 꽃입니다.

물리학을 기본으로 전공하면 다른 전기 · 전자,재료공학,컴퓨터공학 등 많은 산업 분야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요즘 들어와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상당히 침체되어 아쉽습니다.

그러나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초과학 분야의 융성이 필수적이라는 것은 여러 선진국에 이미 입증된 사실입니다.

따라서 물리학에 대한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

정리=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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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대부분 대학에 설치…이색 물리학과도 갈수록 늘어

물리학과는 기초 과학의 꽃이라 할만큼 이공계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전국의 웬만한 종합대학에는 물리학과를 일찌감치 개설해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1970년대는 물리학의 전성시기로 서울대 임지순교수 오세정 교수를 비롯해 예비고사(지금의 수능시험) 전국 수석은 항상 물리학과를 선택했다.

그만큼 물리학의 인기가 높았다.

1990년대 이후에도 우수한 영재들이 물리학과를 많이 선택했으며 그중에서는 외국의 유명 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학자들도 많다.

서울대의 경우 물리 천문학부에 물리학 전공을 두고 있으며 KAIST 포스텍과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등 이공계 명문 대학에서는 모두 물리학과를 설치하고 있다.

물리학과 역사가 50년을 넘은 곳이 많다.

5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물리학회의 경우 회원수만 6000명을 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물리학의 전문 분야인 전자물리를 강조하기위해 전자물리학과를 만들고 반도체학과를 따로 설치하는가 하면 응용물리학과를 두는 등 변신의 바람을 꾀하고 있다.

한림대와 배재대,한국외대,단국대(천안캠퍼스)에서는 IT(정보기술)와 물리학을 융합한 전자물리학과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성균관대 반도체학과를 비롯 전남대 전기반도체공학과, 동국대 반도체과학과,울산과학대 반도체응용 전공,한국해양대 등에서는 반도체 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반도체 이외에 핵 물리학 전공도 최근 원자력산업 발달과 함께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학계에서는 21세기에 생물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만큼 생물물리학과도 조만간에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밖에 서울대 물리교육학과를 비롯해 부산대 물리교육학과,공주대 물리교육학과,한국교원대 물리교육과 등 전국의 웬만한 사범대에서는 물리교육학과를 설치,중고교에서 물리를 가르치는 교사들을 양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