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3호 2010학년도 서강대학교 면접고사 수리문제 풀이

[생글 논술 첨삭노트] (33) 자주 출제되는 인문학적 기본 지식 알아야
분배를 주장하는 근거와 그 방식에 대한 문제들은 매년 끊임없이 되풀이해 출제되곤 합니다.

그러므로,한 번에 그 핵심적 원리를 제대로 이해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령 롤즈의 <정의론>의 원리적 이해는 이 모든 문제를 푸는 데 가장 기본적인 것입니다.

지금 이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이 문제는 공리주의와 롤즈의 <정의론>의 내용을 알고 있느냐,모르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지는 문제이지요.

실제로 윤리를 사탐으로 선택하지 않은 학생들이 이 문제를 너무나도 어려워했습니다.

(물론 기존의 면접문제 형태와 너무나 달라졌기 때문에 더욱 그랬지요).

물론 제시문에서 그 내용을 얻을 수 있지만,제시문이 너무 짧은 관계로 정확하게 장단점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나)는 공리주의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논술을 하다가,공리주의라는 단어를 보면,<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그리고 그에 따른 <소수의 희생>이라는 내용이 떠올라야 합니다.

공리주의는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소수의 희생 따위는 무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실제로 논술에서 다루어지는 방식이지요.

제시문을 보면,<개인의 희생을 묵과한다>는 내용이 나오지 않지만,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한다고 하니,'아항-그렇다면 개인은 전체를 위해 희생할 수도 있겠구나'하고 유추를 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지요.

(다)는 롤즈의 목소리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나마 정확한 내용이 등장한 덕에 이해하기 쉬운 제시문입니다.

롤즈의 주장 정도는 그냥 배경지식으로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나도 흔하게 나오니,논술을 공부하는 이들에겐 필수적인 내용이지요.

논술에서 다루어지는 롤즈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잘 사는' 사람이,'못 사는' 사람을 좀 도와주자는 이야기지요. 그래야 '우연히 얻은 자신의 위치'를 정당하게 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이들이 공정-평등한 결과를 얻어야 하며,이것을 차별속의 평등,즉 형평(equity)을 실현시키는 방법이라는 것이지요.

쉽게 이야기하면,과정에서는 어찌됐든 결과는 똑같이 만들어주자는 주장으로서,누진세나 최소생계비처럼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제도가 여기에 속합니다. 자,그렇다면 계산은 간단해집니다.

(나)의 입장에서 보자면,고통없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최고의 목적이므로,우선 효율적으로 B에게 몰아줍니다.

B에게 24정을 주어서 고통을 완전히 없앤 후,남은 12알을 A에게 주게 됩니다.

24(B)+4(A)=28시간,이게 최대값이지요.

반대로 (다)에서는 모두에게 똑같은 결과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고통을 면하는 시간이 똑같아져야 합니다.

3X+X=36,그러므로 X=9,A에게 27알,B에게 9알을 주면 공평하게 총 18(9+9)시간의 고통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답은 28시간,18시간입니다.

보다시피 공리주의를 따르게 되면,전체적으로 보아 고통 완화 시간이 길다는 장점이 있으나,동등한 존재로서의 A의 고통은 외면당하게 됩니다.

반대로 롤즈를 따르게 되면 둘 다 동등한 고통시간이 주어지지만,B의 고통 완화 시간이 이전보다 짧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즉 B의 손해이므로 B의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

이 모든 내용을 정리해서 답안을 작성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시문 (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주장하는 공리주의자 벤담의 입장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의사는 36정이라는 재화를 환자들에게 분배하는 기준을 총 고통 완화 시간의 최대일 때로 정한다.

이때 환자 B는 24정을 사용하여 24시간의 고통이 완화되고,환자 A는 12정을 사용하여 4시간 고통이 완화되는 상황으로서,총 고통 완화 시간은 최대치인 28시간이 성립되는 것이다.

이는 환자 A에게 불리한 결정이지만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보았을 때 투여한 약에 비해 고통 완화 시간이 가장 효율적으로 결정되는 분배방법인 것이다.

이와 달리,제시문 (다)는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결과가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약자에게 혜택을 주는 차이를 인정하는 롤스의 입장이다.

이를 통해 보았을 때,의사는 1시간 고통을 완화시키기에 3정이 필요한 A에게 27정의 약을 주고,상대적으로 강자인 B에게 9정을 분배한다.

이때 총 고통 완화 시간은 18시간으로 효율성은 낮지만,두 환자가 차별적 분배를 통해 결과적으로 고통 완화 시간이 평등해지는 결과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 문제 세트의 2번 문제는 <(나)와 (다)의 원리를 기업에서 의사결정 원리로 사용할 경우의 문제점을 각각의 경우 예를 들어 설명하여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문제도 나름 재미있으니 한번 생각해보세요!


⊙ 실전문제

이번 주 문제는 실제로 기출되었던 문제는 아닙니다만,2011년도 고려대형 4번 문제유형에 해당될 수 있는 수리논술(자체 제작)입니다.

이런 문제는 사실 수리논술이라기보다는,전략-논리논술 정도로 이름붙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수리적 계산 대신 일정한 기준에 맞게 적용시키는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인간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낯선 미래를 살아가는 것은 언제나 두려운 일이다. 그로부터 얻어질 고통이 우리의 인생을 어둡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떠한 행동을 하기 전에 그에 따른 몇 가지 조건을 따져가며 행위의 타당성과 유용성을 따지기도 한다.

특히 그것이 나만의 이익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이익과 관련된 행위일 경우 그 결정은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다음과 같은 조건에 따라 어떠한 결정을 내리기로 한다. 이를 '이중효과의 원칙'

(principle of double effect)이라고 한다.

(조건 1) 나쁜 결과를 산출하지 않고서는 원하는 결과를 성취할 수 없어야 한다.

(조건 2) 나쁜 결과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직접적인 수단이 아니어야 한다.

(조건 3) 그 행위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비례적으로 얻을 수 있는 동등한 결과가 있어야 한다.

의사인 나에게,이미 결혼하여 세 명의 자식을 둔 36세의 어떤 회계사가 치명적인 악성종양에 걸려서 찾아왔다.

여러 가지 치료를 받았으나 그의 상태는 이미 악화된 후였다.

그는 수술도 약물치료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매일 매일 극심한 통증을 이기기 위해 다량의 진정제를 복용했으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었다.

치료비는 가족의 재정 상태를 급속도로 악화시켰다. 아내와 자식들은 불가피한 그의 죽음을 예상하여 그를 심적으로 포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스스로 삶을 단념하고 나에게 자신의 육체적 고통과 가족의 심적 고통,그리고 가족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재정의 출혈을 멈추기 위해서 방법을 문의하였다.

그리고 그 문의에 대해 다음의 약들을 떠올렸다.

하나는,고통을 강력하게 최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진 진통제 PD(Painkiller Drug)였다.

다만 이 약은 환자의 생명을 단축시킬 수 있는 효과를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의학계에 보고된 바 있는 약이다.

다른 또 하나는 진통 효과는 전혀 없지만,가장 빠른 시일 안에 생명을 단축시킴으로써 모든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극약인 LD(Longlive Drug)다.

생명을 유지시켜야 함과 동시에 환자의 고통을 해소시켜줘야 하는 의사의 본분을 갖고 있는 나는 심한 갈등을 겪게 되었다.

<문제> 의사의 본분을 감안할 때,나는 PD와 LD 중 어느 것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한 일인지 조건 1,2,3을 모두 활용하여 논술하시오.(단,의사의 본분은 생명의 유지와 환자의 고통 해소에 있다. )

(500자 내외)



문제에 대한 학생글은 10월24일(日)까지 sgsgnote@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대신 첨부파일을 이용하지 말아주세요. ) 글을 보내주신 모든 학생들에게는 친절한 해설서를 보내드립니다.

<생글 논술 첨삭노트 2010>을 제외하고 기존에 배부해 드리던 <초급/중급/고급> 교재는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더 이상 나눠드리지 않고 있습니다.

조만간 2011년형으로 다시 만들어 드릴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글이든 교재 신청이든 메일을 보내주실 때는 학교/이름/주소/전화번호를 같이 써서 보내주세요.

수리논술 교재 pdf는 연재와 상관없이 수능 이전에 배부가 가능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용준 S · 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