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의 우리말 뜻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잘 떠오르진 않지만 불법할인,불법할증,불법수뢰 등으로 통칭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요즘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는 정기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해 감독하고 검사하는 것인데,그중에는 우리말과 관련한 것도 해마다 단골 메뉴로 오른다.
지난해 이맘 때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감사 자리에선 '리베이트'라는 용어가 화제가 됐다.
당시 보건복지가족위원장을 맡고 있던 변웅전 의원이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리베이트'의 뜻을 물어본 것이다.
갑작스레 받은 질문에 전 장관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자 변 위원장은 "지금은 아파트 이름도 어려운 외래어를 써야만 고급스러운 아파트가 된다고 생각하는 시대"라며 "리베이트도 왜 외래어로 쓰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리베이트에 대해 "국어대사전에는 사례금이나 포상금의 형식으로 돌려주는 뇌물이라고 돼 있다"며 "앞으로 주무부처인 복지부에서도 담당자들은 리베이트라는 영어 단어 대신 '뇌물'이라는 우리말을 썼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그의 주문은 물론 외래어 사용을 자제하자는 취지에서 나왔을 것이다.
아나운서 출신 정치인답게,리베이트를 근절시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외래어를 막고 우리말을 많이 쓰도록 하자는 따끔한 지적이었다.
'리베이트(rebate)'와 '뇌물(賂物)'은 물론 같은 말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리베이트는 판매자가 받은 대금의 일부를 구매자에게 돌려주는 행위 또는 그 돈을 말한다.
장기계약이나 대량 계약을 한 구매자에 대한 특별한 할인제도의 하나로,구미에서는 흔히 있는 상거래 방식의 하나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분야별로 리베이트가 관행으로 자리 잡은 게 많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리베이트를 뇌물과 거의 동의어로 인식하고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된 데에는 우리 사회의 오랜 '정당하지 않은' 리베이트 관행이 크게 작용했을 터이다.
그것은 우리 국어사전에서도 확인된다. 사전에서는 '리베이트'를 "판매자가 지급받은 대금의 일부를 사례금이나 보상금의 형식으로 지급인에게 되돌려 주는 일.
또는 그런 돈.흔히 '뇌물'의 뜻으로 쓴다"라고 풀고 있다.
이에 비해 '뇌물'은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을 매수하여 사사로운 일에 이용하기 위하여 넌지시 건네는 부정한 돈이나 물건'을 말한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리베이트 가운데 '부정한,정당하지 않은' 게 뇌물이다.
리베이트는 이처럼 정상적인 거래행위에서도 발생하는 것이지만,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비정상적인 거래행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문제가 되곤 한다.
그런 점에서 리베이트는 '검은돈'이라 불러도 된다.
'검은돈'은 '뇌물의 성격을 띠거나 그 밖의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주고받는 돈'을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뇌물'을 돈으로 줬다면 이는 '검은돈'이다.
'검은돈의 출처를 추적하다/검은돈이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있다'처럼 쓰인다.
'검은돈'은 본래 '검은 돈' 식으로 띄어 쓰던 말인데,오랫동안 그리고 광범위하게 특정한 의미로 쓰여 하나의 단어로 재탄생한 말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띄어 써서는 안 되고 항상 붙여 쓴다.
'검은손'도 그런 과정을 거친 말이다.
이는 '속셈이 음흉한 손길,행동,힘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검은손을 뻗치다/검은손을 드러내다'처럼 쓴다. '마수(魔手)'도 같은 뜻의 말이다.
'검은손'이나 '검은돈'은 '검다(黑)'란 의미를 벗어나 단어가 된 말이다.
수사적으로는 전의(轉義)에 해당하며 구체적으로는 환유 또는 은유를 거친 단어다.
이런 말들이 사전에 정식으로 오른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2004년 '금성판 훈민정음국어사전'에서 비로소 단어로 대접받았다.
'큰손'도 마찬가지. '큰 손'처럼 띄어 쓰면 단순히 손의 크기를 두고 하는 말이지만 '큰손'과 같이 붙여 쓰면 이는 '증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많은 거래를 하는 사람이나 기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리베이트가 본래의 뜻에서 변질돼 '부정'과 '불법'만 남은 말로 쓰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말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말은 정교한 개념으로 세분화해 쓰일 때 좀더 '진화한 언어'가 되기 때문이다.
리베이트가 더이상 '뇌물'을 뜻하는 말로 굳어지기 않게 우리 사회에 정당한 상거래 관행이 확산되도록 노력해야 할 이유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잘 떠오르진 않지만 불법할인,불법할증,불법수뢰 등으로 통칭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요즘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는 정기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해 감독하고 검사하는 것인데,그중에는 우리말과 관련한 것도 해마다 단골 메뉴로 오른다.
지난해 이맘 때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감사 자리에선 '리베이트'라는 용어가 화제가 됐다.
당시 보건복지가족위원장을 맡고 있던 변웅전 의원이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리베이트'의 뜻을 물어본 것이다.
갑작스레 받은 질문에 전 장관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자 변 위원장은 "지금은 아파트 이름도 어려운 외래어를 써야만 고급스러운 아파트가 된다고 생각하는 시대"라며 "리베이트도 왜 외래어로 쓰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리베이트에 대해 "국어대사전에는 사례금이나 포상금의 형식으로 돌려주는 뇌물이라고 돼 있다"며 "앞으로 주무부처인 복지부에서도 담당자들은 리베이트라는 영어 단어 대신 '뇌물'이라는 우리말을 썼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그의 주문은 물론 외래어 사용을 자제하자는 취지에서 나왔을 것이다.
아나운서 출신 정치인답게,리베이트를 근절시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외래어를 막고 우리말을 많이 쓰도록 하자는 따끔한 지적이었다.
'리베이트(rebate)'와 '뇌물(賂物)'은 물론 같은 말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리베이트는 판매자가 받은 대금의 일부를 구매자에게 돌려주는 행위 또는 그 돈을 말한다.
장기계약이나 대량 계약을 한 구매자에 대한 특별한 할인제도의 하나로,구미에서는 흔히 있는 상거래 방식의 하나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분야별로 리베이트가 관행으로 자리 잡은 게 많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리베이트를 뇌물과 거의 동의어로 인식하고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된 데에는 우리 사회의 오랜 '정당하지 않은' 리베이트 관행이 크게 작용했을 터이다.
그것은 우리 국어사전에서도 확인된다. 사전에서는 '리베이트'를 "판매자가 지급받은 대금의 일부를 사례금이나 보상금의 형식으로 지급인에게 되돌려 주는 일.
또는 그런 돈.흔히 '뇌물'의 뜻으로 쓴다"라고 풀고 있다.
이에 비해 '뇌물'은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을 매수하여 사사로운 일에 이용하기 위하여 넌지시 건네는 부정한 돈이나 물건'을 말한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리베이트 가운데 '부정한,정당하지 않은' 게 뇌물이다.
리베이트는 이처럼 정상적인 거래행위에서도 발생하는 것이지만,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비정상적인 거래행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문제가 되곤 한다.
그런 점에서 리베이트는 '검은돈'이라 불러도 된다.
'검은돈'은 '뇌물의 성격을 띠거나 그 밖의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주고받는 돈'을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뇌물'을 돈으로 줬다면 이는 '검은돈'이다.
'검은돈의 출처를 추적하다/검은돈이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있다'처럼 쓰인다.
'검은돈'은 본래 '검은 돈' 식으로 띄어 쓰던 말인데,오랫동안 그리고 광범위하게 특정한 의미로 쓰여 하나의 단어로 재탄생한 말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띄어 써서는 안 되고 항상 붙여 쓴다.
'검은손'도 그런 과정을 거친 말이다.
이는 '속셈이 음흉한 손길,행동,힘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검은손을 뻗치다/검은손을 드러내다'처럼 쓴다. '마수(魔手)'도 같은 뜻의 말이다.
'검은손'이나 '검은돈'은 '검다(黑)'란 의미를 벗어나 단어가 된 말이다.
수사적으로는 전의(轉義)에 해당하며 구체적으로는 환유 또는 은유를 거친 단어다.
이런 말들이 사전에 정식으로 오른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2004년 '금성판 훈민정음국어사전'에서 비로소 단어로 대접받았다.
'큰손'도 마찬가지. '큰 손'처럼 띄어 쓰면 단순히 손의 크기를 두고 하는 말이지만 '큰손'과 같이 붙여 쓰면 이는 '증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많은 거래를 하는 사람이나 기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리베이트가 본래의 뜻에서 변질돼 '부정'과 '불법'만 남은 말로 쓰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말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말은 정교한 개념으로 세분화해 쓰일 때 좀더 '진화한 언어'가 되기 때문이다.
리베이트가 더이상 '뇌물'을 뜻하는 말로 굳어지기 않게 우리 사회에 정당한 상거래 관행이 확산되도록 노력해야 할 이유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