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 과학기술과 경제 발전의 주역은 생명공학이 맡을 것 "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2010] 나의대학전공’<16>부하령 한국생명공학연구원바이러스감염대응연구단장-생명공학
'부하령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러스감염대응연구단장은 "지금까지 과학기술과 경제발전을 전자공학이 주도해왔다면 미래엔 그 역할을 생명공학이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 단장은 "생명공학은 다양한 과학기술과 융합할 수 있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광범위한 분야에 기여할 전망"이라며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을 반영한 신기술과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어 생명공학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 단장은 서강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미국 웨인주립대에서 생명과학 박사학위를 땄다.

1997년부터 생명공학연구원에서 일하고 있으며,2004년부터 바이러스감염대응연구단장을 맡고 있다.

부 단장의 전공분야는 생명공학 중에서도 바이러스면역학이다.

지난해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신종플루처럼 인간이 감염돼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바이러스의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많은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생명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이유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막연히 학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전공을 생물학으로 정한 것은 중학교 시절이었고요.

그 당시 인기 있는 총각 생물선생님이 좋아서 생물학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여름방학 수련회 때 제비나비를 잡으러 다녔던 것도 즐거운 추억입니다.

한번 결정하면 쉽게 바꾸지 않는 성격 때문에 자연을 탐구하는 생물학을 대학에서 전공으로 선택했습니다.

지금은 생명공학이 인기 학과지만,제가 대학에 입학하던 1980년대 초엔 생물학과가 이공계에서 가장 인기가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고 생물학과에 소신 지원했습니다. "

▼이 전공이 자신의 적성과 어떤 점에서 맞았는지.

"자연과 생명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 전공을 정했지만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할 때는 제 적성에 맞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석사와 박사 학위를 하면서 미생물학 면역학 등으로 구체적인 전공이 정해지자 점점 제 적성과 맞는 전공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현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하고 그 답을 구하기 위해 실험하고 연구하면서 커다란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

▼이 전공의 장점은.

"생명공학은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과 융합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실제로 많은 과학기술이 생명공학과의 융합을 통해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자공학과 생명공학 기술을 융합해 바이러스를 쉽고 정확하고 빠르게 탐지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전자공학뿐 아니라 다른 과학기술도 생명공학과 결합돼 인간에게 유익한 발명품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

▼생명공학을 공부할 때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요.

"중 · 고교의 생물학은 암기 과목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무조건 암기하는 게 최고라는 생각을 갖기 쉽습니다.

하지만 생명공학은 공부하면 할수록 암기보다는 생명현상의 저변에 깔린 중요한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생명공학에서 중요한 기본적인 요소와 특징을 어느 정도는 암기해야겠지만 그보다는 전체적인 원리와 기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

▼이 전공을 선택하려는 학생들에게 해줄 조언은.

"전공 선택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전공 선택에 앞서 우선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 뒤에 자신이 정말로 공부하고 싶은 게 생명공학이라고 생각되면,자신의 선택을 믿고 고난이 닥쳐도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미래 생명공학의 주역이 된 자신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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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박테리아가 두뇌싸움을 한다고?…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뭐지?

⊙ 신비로운 생명공학의 세계

생명공학에선 박테리아의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박테리아와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대한 박태현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의 설명을 소개한다.

⊙ 인간과 박테리아의 두뇌싸움

DNA 조작기술을 이용해 유용한 물질을 생산할 때 박테리아를 비롯한 미생물이 생산공장으로 사용된다. 미생물은 배양하기가 매우 용이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한 세대가 30년 정도인 데 비해 박테리아의 경우 빠른 것은 20분 정도에 한 번씩 분영해 자손을 번성시킨다. 실로 어마어마한 속도다.

따라서 인간의 유전자를 박테리아 속에 주입하면 이 박테리아가 매우 빠른 속도로 자라면서 주입된 유전 정보에 해당하는 물질을 역시 빠른 속도로 생산한다.

이것이 재조합 박테리아로부터 신물질을 대량 생산하는 기본 원리이다.

박테리아는 이렇게 주입된 유전 정보에 해당하는 물질을 열심히 만들긴 하지만,박테리아의 입장에서 보면 쓸모없는 것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박테리아는 주입된 유전 정보가 자기에게 유용하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쓸모없는 물질을 멋도 모르고 한참 만들다 보면 박테리아도 스트레스를 느끼기 시작한다. 열심히 일은 하는데 얻는 게 없다는 것을 느낀다.

이때 박테리아의 복수가 시작된다. 기껏 만들어 놓은 물질을 파괴하는 것이다.

박테리아로선 통괘할지 모르지만 인간의 입장에선 아깝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인간과 박테리아의 신경전이 펼쳐지게 된다.

인간이 박테리아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당근과 채찍이다.

채찍이란 박테리아가 스트레스를 느끼고 성질을 부리기 시작하면 가차없이 처형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 생산해 놓은 것만이라도 파괴되기 전에 건지자는 전략이다.

박테리아엔 가혹한 일이지만 시간을 더 지체해봤자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당근은 화가 나기 시작한 박테리아를 달래가며 성장시키는,즉 박테리아와 타협하는 전략이다.

박테리아가 스트레스를 느끼는 이유는 기껏 영양분을 사용해 열심히 뭔가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자신에게 별로 유용하게 사용되지 않고,주위의 영양분은 고갈되어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테리아는 쓸데없이 만들어 놓은 물질을 잘게 잘라 다시 영양분으로 이용하려고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박테리아에 적당한 영양분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주어 박테리아가 어느 정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생물학의 주기율표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인간 세포 내의 모든 DNA 염기 서열을 밝히는 사업이다.

게놈(genome)은 유전자를 의미하는 진(gene)과 염색체를 뜻하는 크로모좀(chromosome)의 합성어로 세포 내 모든 DNA의 한 세트를 일컫는 말이다.

DNA의 정보는 A,T,G,C 등 4종류의 염기 서열이 어떻게 배열되어 있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결국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인간 세포가 보유하고 있는 4종류의 알파벳 조합으로 이뤄진 30억개의 염기 서열을 하나하나 알아내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일단 DNA의 모든 염기 서열이 파악되면 그것을 바탕으로 DNA의 각 부위가 지닌 기능과 의미를 밝혀내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이것이 '포스트 게놈 시대'라고 불리는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다.

미국 MIT의 에릭 랜더 박사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의해 완성된 DNA 염기 서열 지도를 1800년대 말에 이뤄진 화학 분야의 원소 주기율표 발견에 견주어 '생물학의 주기율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