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중에’는 ‘상반기에’로 충분해

#외환은행 외에도 국민은행(1조원) 조흥은행(2000억~3000억원)도 상반기 중 국내 하이브리드증권 발행을 추진 중이며 한미은행은 올 하반기 중 발행을 검토 중이다.

이 문장에서 제일 먼저 눈에 거슬리는 것은 '중(中)'이 남발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쓰인 '중'은 의존명사이다.

'의존명사'란 명사이긴 하지만 단독으로 쓰이지 않고 항상 다른 말 아래에 기대어 쓰이는 명사를 말한다.

대부분의 명사가 자립명사인 것에 대비되는 개념인데, '것, 따름, 뿐, 데'' 따위가 있다.

사전에서는 '중'의 용법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여럿의 가운데'. '영웅 중의 영웅/너희 중에 누가 제일 키가 크냐?'처럼 쓰인다.

둘째 '무엇을 하는 동안'을 나타낸다.

'근무 중/수업 중/회의 중/식사 중' 같은 게 그런 것이다.

셋째 '어떤 상태에 있는 동안'에 쓰인다.

'임신 중/수감 중/대학 재학 중에 입대하다'가 그 예이다.

넷째 '안이나 속'을 뜻한다.

'진흙 중에서 나온 연꽃/해수 중에 녹아 있는 산소/공기 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 같은 게 그 용법이다.

다섯째 '(주로 '중으로' 꼴로 쓰여)어떤 시간의 한계를 넘지 않는 동안'을 나타낸다.

'그는 오늘 내일 중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오전 중으로 일을 다 마쳐야 한다'처럼 쓰인다.

그런데 이 다섯째 용법은 상당히 제한적인 환경에서 쓰인다.

주로 '중으로' 꼴로 쓰인다는 사전 풀이가 그것을 말해준다.

가령 '상반기 중으로'라고 하면 '상반기를 넘지 않는 동안'을 나타내는데, 대부분의 경우 그냥 '상반기에'라고 해도 무관한 내용이다.

문장 안에서 '중'이 남용되면 자칫 불필요한 군더더기가 되기 십상이다.

맨 앞의 예문에서도 '상반기 중, 추진 중, 하반기 중, 검토 중'이 잇따라 나오면서 문장의 흐름을 방해한다.

이는 각각 '상반기 안으로, 추진 중이며(또는 추진하고 있으며), 하반기, 검토하고 있다' 식으로 바꿔 쓰는 게 요령이다.

많은 경우 굳이 '중'을 붙이지 않아도 의미가 충분히 전달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