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일까, 경쟁일까?

좌파와 우파가 있다면 좌파에 가깝지만 우파 성향이 다소 있는 중도좌파, 그 반대인 중도우파도 있다.

독점과 완전경쟁이 있다면 독점에 가깝지만 경쟁의 성격이 약간 있는 과점이 있고, 완전경쟁에 가깝지만 독점의 성향이 있는 독점적 경쟁이 있다.

독점적 경쟁시장은 '진입과 탈퇴'의 자유가 있다는 점에서 완전경쟁시장과 닮았다.

진입과 탈퇴의 자유는 제도적으로 진입을 막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초기 투자 비용이 크지 않고, 퇴출할 때 치르는 비용이 낮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장사를 시작하고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이다.

독점적 경쟁시장은 시장에서 가격 결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점과 닮아 있다.

이들의 가격 결정력은 제품 차별화에 기인한다.

학교 앞의 '아딸''얌샘''BBQ올리브떡볶이'와 허름한 포장마차의 '차C떡볶이'는 모두 떡볶이를 팔고 있지만, 가격과 맛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

어떤 사람은 얌샘 떡볶이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은 차C 제품을 더 선호할 것이다.

이런 차별성이 각 점포의 미세한 독점력을 만들기 때문에 기업들은 제품의 차별화에 힘쓴다.

독점적 경쟁시장은 시장 내에 경쟁하는 기업들의 수익과 비용 구조가 매우 유사해서 시장지배력이 특별히 높은 기업은 존재하지 않으며, 다른 기업의 반응은 고려하지 않고 의사결정을 한다.

즉 각 기업의 의사결정에는 상호 의존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상호 의존성의 가정은 다음에 다뤄질 과점 시장의 특성에 해당한다.

결론적으로 독점적 경쟁시장은 진입과 탈퇴라는 완전경쟁의 요소, 제품 차별성에 의한 독점력이라는 독점 시장적 요소가 있지만,상호 의존성이 없다는 점에서 과점시장과 다른 특징을 가진다.

완전경쟁, 독점, 독점적 경쟁 시장은 저마다 특성이 있지만, 공통점은 어떤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이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며, 그 조건은 '한계수입(MR)=한계비용(MC)'이라는 사실이다.

우하향하는 수요 곡선, 수요 곡선 아래 있는 한계수입 곡선 등은 독점 시장에서 많이 다루었다.

독점적 경쟁시장의 그림도 이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다시 그림을 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독점적 경쟁시장이 독점 시장과 완전히 같지는 않다.

독점 시장은 단기에 발생하는 이윤이 장기에도 지속되며, 그 이유가 강력한 진입장벽 때문이었다.

그러나 독점적 경쟁시장에서 어떤 기업이 양(+)의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면 다른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여 이 기업의 수요를 빼앗는다.

양(+)의 이윤을 얻던 기업의 수요는 점차 감소할 것이고, 장기적으로 이 기업은 투입한 요소의 기회비용만 얻게 되는데(정상이윤), 이것이 독점적 경쟁시장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20) 독점적 경쟁시장의 가격 결정 원리
그림에서 다른 기업의 진입으로 인해 기업의 수요가 점차 감소하는 것을 D'가 D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냈다.

다른 기업의 시장 진입은 이 기업이 얻고 있는 양(+)의 이윤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 기업은 이윤을 가장 크게 만들기 위해 한계수입과 한계비용이 같아지는 Q1을 생산하고 가격은 P2로 책정할 것이다. 이 경우 P2×Q1인 노란색 사각형 면적의 수입을 얻는다.

평균비용 곡선(AC)의 관점에서 보면 Q1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평균비용은 P2다. 평균비용은 제품 한 단위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기 때문에 P2에 전체 생산량 Q1을 곱하면 총비용이 계산된다.

따라서 총비용도 노란색 면적인 P2×Q2가 된다.

이 기업은 총수입과 총비용이 같기 때문에 생산으로부터 투입된 요소의 기회비용을 넘어서는 양(+)의 이윤(초과이윤)을 얻지 못하고 있다.

장기에 독점적 경쟁시장의 기업이 정상이윤만 얻게 되는 것을 설명한 것이다.

또한 이 그림으로부터 독점적 경쟁시장은 장기에 평균비용곡선과 수요곡선이 접하는 수준에서 가격과 생산량이 결정된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즉, AC=P인 셈이다.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20) 독점적 경쟁시장의 가격 결정 원리
그렇다면 장기에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이 많아지면 경쟁으로 인해 가격이 더 내려갈까?

그럴 가능성은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그림의 A점에서 장기균형을 이루고 있었다고 하자.

전반적인 신기술의 도입으로 기업의 평균비용이 하락함에 따라 평균비용 곡선이 AC1에서 AC2로 내려갔다.

이때 Q1을 생산하고 있고 P1의 가격을 받고 있다면 파란색의 초과이윤이 발생할 것이다.

초과이윤이 발생하면 다른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이 기업이 팔 수 있는 수요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수요 곡선이 좌측으로 이동한다.

이때 수요 곡선이 D1에서 D2로 줄어들었다면 AC2와 D2가 접하는 수준에서 새로운 장기균형이 결정된다.

이때 가격은 P2로 상승하고 생산량은 Q2로 줄어든다.

장기에 많은 기업이 시장에 진입했지만 가격은 P1에서 P2로 상승했다.

따라서 장기에 많은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면 독점적 경쟁시장에서 기업이 책정하는 가격이 항상 하락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

어떤 경우이건 장기에 독점적 경쟁시장의 기업은 양(+)의 이윤을 얻지 못한다. 그렇다고 이것이 독점적 경쟁시장이 완전경쟁시장과 같이 효율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완전경쟁시장에서 기업은 재화 한 단위를 추가로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한계 비용과, 소비자들이 재화 한 단위를 추가로 소비하는 데 느끼는 만족인 가격이, 서로 같아지는 수준에서 생산했다. 즉 P=MC였다.

그러나 장기에 독점적 경쟁시장의 기업들은 양(+)의 이윤을 얻지 못하면서도, 가격이 한계비용보다 높은 수준에서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

이것은 첫 번째 그림에서 한계비용인 P1이 가격인 P2보다 높게 그려진 것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독점적 경쟁시장도 독점과 같은 비효율이 존재하고 있다(이외에도 초과시설에 관한 문제가 있으나 난이도 문제로 생략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독점적 경쟁시장이 나타내는 비효율성은 소비자들이 다양하고 차별화된 상품을 소비하는 데서 느끼는 만족에 대한 비용이라는 것이다.

완전경쟁시장과 독점이었다면 다양화된 상품을 소비하는 만족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성에서 오는 후생의 증대와 시장 구조의 비효율적 측면을 비교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 호텔링(H Hotelling)은 재미있는 주장을 했다.

독점적 경쟁시장에서 기업들은 평균적인 소비자의 취향을 공략하게 되기 때문에 다양한 상품이 나타나기보다는 유사한 상품들이 시장에 공급되어 사회후생이 극대화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이를 호텔링의 역설이라고 한다.

독점적 경쟁시장은 현실에서 자주 관찰될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시장으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는 미시경제학뿐만 아니라 거시경제학에서도 불완전한 시장인 독점적 경쟁시장을 도입한 모형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차성훈 KDI 경제정보센터 책임전문원 econcha@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