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형 탈모의 경우 M자형과 O자형이 있다.
이마가 넓어지기 시작하다 이마 양쪽에서 안쪽으로 진행되는 M자형은 소위 '주변머리'가 없다고 말하는 모양이고,O자형은 정수리 부위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탈모가 나타나 '소갈머리'가 없다고 말하는 모양이다. "
현대인의 난치병 가운데 하나인 탈모를 설명한 이 말은 얼핏 보기엔 그럴싸하지만 우리말 사용과 관련해선 옥에 티를 담고 있다.
탈모 양상을 주변머리와 소갈머리에 빗대 설명했기 때문이다.
굳이 탈모 얘기가 아니더라도 근래 머리 모양을 두고 우스갯소리로 '소갈머리(또는 속알머리)'가 없다느니 '주변머리'가 없다느니 하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소갈머리'나 '주변머리'는 '머리(머리카락)'와는 전혀 상관없는 말이다.
이런 말의 사용이 걱정스러운 까닭은 자칫 분별없이 남발되다 보면 그것이 건강한 우리말 체계를 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말에서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은 얼마든지 있다.
누군가 "주변머리도 소갈머리도 없는 사람은 대머리다"라고 실제로 생각하는 사태가 온다면 그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우선 우리말에 '속알머리'란 말은 없다. '속알'도 물론 없다. 굳이 따지자면 '속알'은 '알맹이'의 방언일 뿐이다. 우리가 우스갯소리로 빗대서 하는 정수리 부근을 가리키는 말이 아닌 것이다.
주변머리 역시 마찬가지다. 귀 둘레에 머리숱이 많지 않은 사람을 가리켜 '주변머리가 없다'는 식으로 희화화해서 말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실체 없는 말,지어낸 말일 뿐이다.
'소갈머리'는 '마음이나 속생각을 낮잡아 이르는 말' 또는 '마음보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그 자식 소갈머리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 녀석은 생긴 것도 고약하지만 소갈머리도 애초에 글렀다" 식으로 쓰인다.
관용구로 '밴댕이 소갈머리'라고 하면 '속이 좁고 너그럽지 못한 심성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밴댕이'는 몸길이 15㎝ 정도의 청어과 바닷물고기인데,이놈은 성질이 급해 그물에 걸리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파르르 떨다 금세 죽어버린다는 데서,이를 사람에 빗댄 것이다.
"밴댕이 소갈머리 같기는,걸핏하면 토라지고…"처럼 쓰인다.
소갈머리는 '소갈'과 '머리'의 합성어이다.
이때 '머리'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비하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다.
'싹수머리/안달머리/인정머리/주변머리/주책머리/버르장머리/얌치머리/체신머리/얌통머리' 따위가 그 쓰임새이다. 소갈머리는 또 소갈딱지라고도 하는데, 이 '-딱지'도 '-머리'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접미사이다.
다만 '-머리'에 비해 '-딱지'가 좀 더 제한적으로 쓰여, 주로 '부정적' 뜻을 가지는 몇몇 명사 뒤에 붙어 비하의 뜻을 더한다. 가령 ' 고물딱지/심술딱지/화딱지' 같은 게 있다.
'소갈머리'에서 '소갈'은 고유어로 처리되는데,이 말은 따로 사전에 올라있지 않듯이 현대어에서 단독으로 쓰이지 않는다. 한자어 '소견(所見 · 어떤 일이나 사물을 살펴보고 가지게 되는 생각이나 의견)'과 의미는 거의 같다. '소견'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 '소견머리'다.
일각에서는 '소갈머리'의 어원을 '속(裏)+알+머리'로 이뤄진 말로 보기도 한다.
(김민수 편,<우리말 어원사전>) 여기서 받침이 자연스레 흘러내려 '소갈머리'로 변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정설은 아니어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소갈'의 어원 정보를 따로 표시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말에서 '속알'이란 말의 쓰임새는 없고 '속알머리'란 말은 더군다나 없으므로 무턱대고 써서는 안 될 일이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사회과학출판사,1992년)에서도 '속알머리'는 버리고 '소갈머리'만을 취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주변머리'는 '주변'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이때의 '주변'은 '일을 주선하거나 변통함. 또는 그런 재주'를 가리킨다. '주변이 없는 사람/그는 주변이 좋다'처럼 쓰인다.
이때 꼭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이 말은 한자어 주변(周邊 · 어떤 대상의 둘레)과는 전혀 상관없는 말이라는 점이다. 의미와 쓰임새가 서로 다른 별개의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표제어 '주변머리'를 한글로만 올린 것은 이 말이 고유어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니 요즘 머리(頭髮)를 가리켜 우스갯소리로 하는 '속알머리' 또는 '소갈머리' 없다느니, '주변머리'가 없다느니 하는 것들은 동음이의어 수법(칼랑부르)을 활용해 만들어낸 허구의 말일 뿐이다.
더구나 이런 말은 '웃자고 하는 얘기' 정도를 넘어 자칫 당사자들에겐 실제로 상처를 줄 수도 있는 말이므로 삼가야 할 표현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이마가 넓어지기 시작하다 이마 양쪽에서 안쪽으로 진행되는 M자형은 소위 '주변머리'가 없다고 말하는 모양이고,O자형은 정수리 부위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탈모가 나타나 '소갈머리'가 없다고 말하는 모양이다. "
현대인의 난치병 가운데 하나인 탈모를 설명한 이 말은 얼핏 보기엔 그럴싸하지만 우리말 사용과 관련해선 옥에 티를 담고 있다.
탈모 양상을 주변머리와 소갈머리에 빗대 설명했기 때문이다.
굳이 탈모 얘기가 아니더라도 근래 머리 모양을 두고 우스갯소리로 '소갈머리(또는 속알머리)'가 없다느니 '주변머리'가 없다느니 하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소갈머리'나 '주변머리'는 '머리(머리카락)'와는 전혀 상관없는 말이다.
이런 말의 사용이 걱정스러운 까닭은 자칫 분별없이 남발되다 보면 그것이 건강한 우리말 체계를 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말에서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은 얼마든지 있다.
누군가 "주변머리도 소갈머리도 없는 사람은 대머리다"라고 실제로 생각하는 사태가 온다면 그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우선 우리말에 '속알머리'란 말은 없다. '속알'도 물론 없다. 굳이 따지자면 '속알'은 '알맹이'의 방언일 뿐이다. 우리가 우스갯소리로 빗대서 하는 정수리 부근을 가리키는 말이 아닌 것이다.
주변머리 역시 마찬가지다. 귀 둘레에 머리숱이 많지 않은 사람을 가리켜 '주변머리가 없다'는 식으로 희화화해서 말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실체 없는 말,지어낸 말일 뿐이다.
'소갈머리'는 '마음이나 속생각을 낮잡아 이르는 말' 또는 '마음보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그 자식 소갈머리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 녀석은 생긴 것도 고약하지만 소갈머리도 애초에 글렀다" 식으로 쓰인다.
관용구로 '밴댕이 소갈머리'라고 하면 '속이 좁고 너그럽지 못한 심성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밴댕이'는 몸길이 15㎝ 정도의 청어과 바닷물고기인데,이놈은 성질이 급해 그물에 걸리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파르르 떨다 금세 죽어버린다는 데서,이를 사람에 빗댄 것이다.
"밴댕이 소갈머리 같기는,걸핏하면 토라지고…"처럼 쓰인다.
소갈머리는 '소갈'과 '머리'의 합성어이다.
이때 '머리'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비하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다.
'싹수머리/안달머리/인정머리/주변머리/주책머리/버르장머리/얌치머리/체신머리/얌통머리' 따위가 그 쓰임새이다. 소갈머리는 또 소갈딱지라고도 하는데, 이 '-딱지'도 '-머리'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접미사이다.
다만 '-머리'에 비해 '-딱지'가 좀 더 제한적으로 쓰여, 주로 '부정적' 뜻을 가지는 몇몇 명사 뒤에 붙어 비하의 뜻을 더한다. 가령 ' 고물딱지/심술딱지/화딱지' 같은 게 있다.
'소갈머리'에서 '소갈'은 고유어로 처리되는데,이 말은 따로 사전에 올라있지 않듯이 현대어에서 단독으로 쓰이지 않는다. 한자어 '소견(所見 · 어떤 일이나 사물을 살펴보고 가지게 되는 생각이나 의견)'과 의미는 거의 같다. '소견'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 '소견머리'다.
일각에서는 '소갈머리'의 어원을 '속(裏)+알+머리'로 이뤄진 말로 보기도 한다.
(김민수 편,<우리말 어원사전>) 여기서 받침이 자연스레 흘러내려 '소갈머리'로 변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정설은 아니어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소갈'의 어원 정보를 따로 표시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말에서 '속알'이란 말의 쓰임새는 없고 '속알머리'란 말은 더군다나 없으므로 무턱대고 써서는 안 될 일이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사회과학출판사,1992년)에서도 '속알머리'는 버리고 '소갈머리'만을 취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주변머리'는 '주변'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이때의 '주변'은 '일을 주선하거나 변통함. 또는 그런 재주'를 가리킨다. '주변이 없는 사람/그는 주변이 좋다'처럼 쓰인다.
이때 꼭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이 말은 한자어 주변(周邊 · 어떤 대상의 둘레)과는 전혀 상관없는 말이라는 점이다. 의미와 쓰임새가 서로 다른 별개의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표제어 '주변머리'를 한글로만 올린 것은 이 말이 고유어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니 요즘 머리(頭髮)를 가리켜 우스갯소리로 하는 '속알머리' 또는 '소갈머리' 없다느니, '주변머리'가 없다느니 하는 것들은 동음이의어 수법(칼랑부르)을 활용해 만들어낸 허구의 말일 뿐이다.
더구나 이런 말은 '웃자고 하는 얘기' 정도를 넘어 자칫 당사자들에겐 실제로 상처를 줄 수도 있는 말이므로 삼가야 할 표현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