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논술영수회를 다녀와서···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는 한국경제교육협회와 공동으로 지난 8월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바른 논술' 연수회를 개최했다.

서강대 마태오관에서 진행된 이번 연수회는 마치 '무더위'를 시위라도 하듯 편치 않은 날씨에다 일정이 빡빡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선생님 80여분이 열띤 관심을 가지고 끝까지 경청했다.

연수회 기간 '더 나은 논술수업, 올바른 논술지도'를 위해 고민하신 선생님들의 노력이 더욱 큰 열매가 되어 이제 새학기를 맞은 학생들에게 풍성하게 전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교실로 돌아간 많은 선생님들이 연수후기를 보내주셨다.

이 중 두분의 글을 추려 싣는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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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무더웠던 여름방학 끝자락의 멋진 선택, 바른 논술 연수"

제공되는 숙소도 없이 서울까지 가야 하는 연수, 교육자가 아닌 피교육자로 가는 연수, 게다가 교통비에 숙식비용까지 내 주머니를 털어야 하는 연수. 이리저리 재고 따져봐야 할 것이 이번 '바른 논술' 연수였다.

이번 연수는 크게 논술수업의 내용 강화, 논술이 빛을 발하는 입시 관련 정보 강화, 논술 학원과의 '비교 논술' 강화. 이렇게 세 측면으로 짜여진 프로그램이라고 나름대로 생각된다.

대부분의 논술 연수가 이 셋 중 어느 한 측면에만 치우친 경우가 대부분인데 '바른 논술' 연수는 시간이 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알차게 꾸며진 프로그램이었다.

연수 첫 시간 정규재 경제교육연구소장이 연수의 첫 장을 열었다.

작은 체구에서 뿜는 아우라도 대단했지만, 대략적인 연수 소개를 하면서 반달꼴의 눈이 구부러졌다 펼쳐졌다 할 때마다 이번 연수에 대한 기대도 커져갔다.

특히 '스페셜 가이드'의 안내로 진행될 '동계 중국연수' 대목에선 너무 탐이나 마른 침을 꼴깍 삼킬 수밖에 없었다.

경제단체들에서 보내주는 중국 상하이 중심의 천편일률적 연수에 식상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정 소장의 강의야말로 짧은 연수기간을 더욱 잘 들을 수 있게 만들어준 매우 알찬 시간이었다.

어찌 보면 그 시간이 있었기에 '예습을 하고 수업을 듣는 학생'처럼 전 강의가 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 준비 없이 강의를 들었다면 그 강의가 얼마나 소중한지, 어떻게 귀를 열고 들어야 하는지 놓칠 뻔했던 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마저도 든다.

그후 한 강의 한 강의가 이어질 때마다 글 쓰는 '요령이나 대략적 틀'을 갖추는 형식에 급급한 논술이 아니라 제시문을 정교하게 독해하고 분석해나가기 위한 탄탄한 배경지식의 비밀 창고가 하나씩 열리며 '업그레이드 논술'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느낌이 밀려왔다.

실천윤리를 강의해준 황경식 교수. 교재에 있는 얘기보다 얼핏 흘리는 듯한 이야기를 들으며 '정의'가 거론될 때마다 피상적으로 되뇌었던 그 롤즈가 아니라 롤즈와 하이에크가 왜 다를 수밖에 없는지, 또 노직과 롤즈는 어떻게 다른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연수 둘째 날, 최정규 교수의 강의는 그야말로 아이들이 하는 말처럼 '울트라 캡숑 짱'이었다.

사실 연수 참가 며칠 전 대학별 기출문제 첨삭을 했는데, 그중 '게임이론'과 관련한 내용 첨삭이 나 자신도 만족스럽지 못했던 찜찜함과 갈증을 느끼고 있던 터라 반가움과 만족감은 더 컸던 것 같다.

아주 시원한 해갈이라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최 교수와의 만남과 강의 시간은 이 연수를 기획한 주최 측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대중독재'에 대한 권형진 교수의 강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해석을 다룬 안재욱 교수의 강의 또한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한편 신자유주의는 물론 자유의 다양한 측면과 민주주의에 대한 시각을 넓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연수 셋째날, 인식론의 차이로 인한 법 해석의 문제와 전혀 알지 못했던 법 해석을 둘러싼 시각과 관점에 대한 민경국 교수의 주옥 같은 강의 또한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어진 학원 대표강사의 논술 강의.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학원을 곁눈질하기만 했던 때의 호기심과 막연한 경쟁심 비슷한 묘한 감정을 접고 객관적으로 들어보았다. 분명 배워야 할 것도 있었고 막연한 경계심리를 버리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현장에서 경제논술을 지도하는 동료선생님의 사례를 전해 들으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일정금액을 제공받아 갑이 을에게 양도액을 제안하면 을은 이 제안을 수락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 …' 2010년 고려대 논술 문제로 기억한다.

양도액(비용)을 기꺼이 지불했기에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갑이 생각났다.

시간과 비싼 KTX 철도요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면 난 아무런 '금액'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역시 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한 갑이다. 자신의 의사결정이 합리적이라 믿으며. 가장 더웠던 방학의 끝이자 개학식 전날, 나는 게임에서 멋진 승리를 거둔 것이다.

반복게임이 아닌 단 한 차례의 게임에서 말이다.

주변에서 묻는다면 강력히 권하겠다.

"꼭 가보세요, 생글의 바른논술 연수'에."

조윤희 부산 금성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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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소중함 일깨워준 알찬 강의에 푹 빠졌어요"


논술이라는 용어만큼 교육현장에서 많이 회자되는 말도 없는 것 같다.

논술은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다. 자기 나름의 주장과 솔직함을 더하여야 창의적인 글이 만들어진다.

글은 내용(즉 '무엇을')과 형식(즉'어떻게')이 결합되어야 하며 결론과 근거를 가지고 논증할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이다.

떠오르는 말을 최대한 논리적으로 엮어내는 힘은 무엇보다 올바른 읽기에서 출발한다.

읽기를 통한 사고능력 배양 훈련은 특정 교과뿐 아니라 모든 교과가 함께 해야 한다.

이제는 혼합교과, 통합교과, 융합교과라는 말보다 여기에 논술을 더한 '통합논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오늘날 학생들은 다양한 가치를 가지고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합리적 사고능력을 갖추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논술수업은 무엇을 누가 어떻게 가르치는가에 따라 학생들의 표현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향상되고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논술 교육이 부각되는 것은 21세기가 요구하는 깊은 통찰력과 사고력 문제해결력이 논술을 통하여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논술은 글쓰기가 아니라 지식 정보가 총동원되는 고등정신작용의 산물이라는 점 때문에 학교교육에서 중요시된다.

하지만 수업시간을 활용한 교과중심의 논술 지도로는 교과진도 등의 문제로 인해 심도있는 논술지도가 어렵다는 것이 많은 현장교사들의 지적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연수는 수업이 토론과 토의로 이어지지 못하고 논술에만 머무르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내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번 '바른 논술' 연수는 경제와 가치문제, 고교논술을 위한 실천윤리 문제, 대입논술과 수시전략 그리고 학교 논술의 실제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진행되었다.

특히 많은 강의주제들이 인문학적 소양과 배경을 기반으로 짜여져 있어서 무더위를 잊을 만큼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인문학이 사양화돼간다는 말들이 많은 상황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쌓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연수였다.

특히 최정규 교수(경북대)의 '이기심과 이타심, 이타적 인간의 출현'이라는 제목의 강의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이타심은 이기심의 진화 전략이며, 인간은 각자 이기적 차원에서 행동하지만 전체적인 합은 플러스가 된다는 흥미 있는 주제였다.

이렇게 본다면 사회 구성원들이 사회구조 속에서 활동에 정신적 연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논리 논술이 없으면 정서적 측면에서 분파적일 수 있기에 인간에 대한 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즉 사고의 실험을 여러 번 하면 면역력과 대처능력이 생길 수 있다.

나와 남을 서로 다른 기준으로 보는 것은 철학적 성찰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인간이기 때문에 가지는 무지 즉 '구조적인 무지'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바른 논술' 연수에서 일관되게 머리를 떠나지 않은 생각 중 하나는 책과 신문을 통해 간접체험을 하는 것도 차선의 인문학 공부라는 것이다.

읽기는 가장 기초적인 출발점이지만 그 지문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읽기가 되어야 글쓰기가 가능해지며, 독해력과 논리력이 바탕이 되어야만 표현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제 지식을 암기하는 단계에서 이해하는 단계로,그리고 인식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하여 시대적 감각과 주관적 관심이 역사인식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자각할 필요가 있다.

학습활동에는 가치의 일방적 주입보다는 가치 갈등상황 속에서 학습자 스스로가 합리적 판단에 도달할 수 있도록 안내자로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공교육이 황폐화되고 수업상황이 척박해지는 요즘이야말로 더욱 논술교육의 강화가 필요하며 여기에 교사들의 적극적인 의지가 요청된다고 본다.

또한 분석력과 비판적 사고를 위한 논술수업은 인문학의 모든 분야와 연관되어 모든 교과에 도입되고 활용될 필요가 있다.

'바른 논술'연수회와의 인연이 내일을 여는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황인술 포항 오천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