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5호 2010학년도 숙명여대 수시 2차 기출문제 해설을 위한 주제설명
[생글 논술 첨삭노트] (26) 요약의 포인트를 다양하게 여러개 둬라
20세기 최고의 과학철학자로 추앙받는 포퍼(Karl Raimund Popper)는 190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1936년 나치즘의 폭압을 피해 뉴질랜드로 망명합니다.

그는 거기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자신의 생각을 모은 이 책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발간합니다.

이 책에서 포퍼는 세상을 닫힌 사회로 만드는 주요한 적으로 역사주의를 손꼽습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역사주의란, 미래를 예측한답시고 사람들을 구속하여 일정한 방향성으로 묶어놓으려는 시도와 같습니다.

유토피아와 같은 환상을 주입하여 '이렇게 해야 한다'고 몰아세운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그는 플라톤, 마르크스, 헤겔을 주요한 적으로 상정합니다. 그가 살던 당시에 바로 그러한 사고방식이 전체주의를 잉태시켰던 대표적인 사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플라톤이 이야기한 철인군주에 의한 통치, 마르크스가 예언한 프롤레타리아 혁명에 의한 공산주의, 헤겔이 예언한 역사의 진보 모두 확실성없는 '예언'으로서, 사람들에게 반인류적 방법으로라도 그것을 이루게 하려는 시도를 종용한다고 봅니다.

히틀러가 이루려고 했던 꿈이나 공산주의가 내세운 이상적인 현실이나 매한가지로 있지도 않은 유토피아를 꿈꾸면서 결국은 사람들을 동원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인 셈입니다.

실제로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지도 않았을 뿐더러, 가능하지도 않은 이상을 추구하려다 보니 그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결국 상식을 뛰어넘는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하나의 유토피아가 설정되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집단은 결국 규율성과 최면상태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집단적 행동이 결과적으로 최악의 상황을 이끌어냈다는 것입니다. 집단성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지적하는 순간입니다.



⊙ 문제풀이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 한 부분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애초에 (나) 자체를 요약하기 매우 어렵다는 독해에 관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이 내용을 가지고 어떻게 400자를 채우냐는 것이었지요. 첫 번째 것은 독해력의 문제로 치부하더라도, 두 번째 어려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독해를 한 학생이라면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나)의 핵심적인 내연은 "유토피아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폭력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라는 것이지요.

여기에 이런 저런 이유로서 외연을 붙이더라도 (나)의 내용을 길어지겠지만, 이를 바탕으로 한 (가) 비판은 그리 길어질 것 같지 않습니다. 자칫하다가는 비판이라기보다는 단순히 요약만 하다 끝날 가능성도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분량에 여유가 넘칠수록 요약의 포인트를 좀 더 다양하게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코너에서 다루었던 2011년도 중앙대 모의논술문제 중에서도 이런 문제가 있었지요.

민노인이 축제에서 봉산탈춤을 추며 신명을 느끼는 내용의 제시문을 어떻게 요약하냐는 질문이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하나의 포인트만 필요할 뿐인데, 그렇게 될 경우 분량을 채우기 쉽지 않다는 것이었지요.

마찬가지입니다. 좀 더 다양한 포인트를 두는 것이지요.

비판의 경우, 하나의 포인트보다는 두 개의 포인트가 더 다양한 내용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물론, 억지로 다수의 비판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은 아닙니다. 능력이 될 경우, 포인트를 더 둘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개만으로도 충분히 분량을 채울 용기가 있다면, 굳이 더 찾을 필요가 없겠지요.

하지만 그럴 용기가 없거나, 무언가 빈약한 답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내용을 좀 더 찾아헤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답안보다 풍부하고 입체적인 답안을 싫어할 채점자는 없을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보았을 때, 제시문 (나)의 마지막 부분. 즉 <이와 함께>라고 하면서 새로운 내용을 추구하는 부분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유토피아의 계획자들과 그 유토피아적인 청사진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유토피아 기사들은 예지와 선견지명을 갖고 있다는 단언이 시작된다.

이렇게 해서 유토피아 기사들은 전지전능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신이 된다. 그대들은 그들 외에 다른 어떤 신도 섬길 수 없으리라!"

이 부분에서는 확실히 지도자들을 신격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드러납니다.

역사적 사례를 떠나서 우리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지역(?)의 문제에서도 드러나듯 이 문제는 우리를 공포에 밀어넣기에 충분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살펴보자면 (가)는 전체에서 왜 유토피아주의가 폭력을 낳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논증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깃발을 꼿는 순간 그 이외의 답들은 모두 <오답>이 되어버리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오답이 <나도 답 아냐?>라고 되물었을 때 올 혼란을 방지하기 위래서라도 답은 하나여야 합니다.

하나의 원리로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결국 다양한 목소리와 가치들을 억압하게 됩니다.

포퍼가 이야기했듯, 하나의 집단에게 하나의 목적만을 강압적으로 제시하는 사회는 닫힌 사회이며 개인의 가치는 모두 제한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의 집단으로 똘똘 뭉치게 되는 상황 속에서 우리의 합리성은 오갈 곳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오로지 지도자가 내세우는 그것에 심취되어 그 길을 따라가야 하지요.

신앙과도 같은 믿음, 독재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여기서 싹트게 됩니다.

(나)가 이러하니, (가)의 아버지의 꿈은 유토피아주의가 갖는 폐해를 그대로 안고 있겠군요!

그래야 문제가 성립할테니까요. 제시문 (가)의 아버지는 온갖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신 분입니다.

가난으로 인해 먹지도 못하고 궁핍하게 살던 시절,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아버지는 끊임없이 일하셨지만 그만큼의 보상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 시대는 철저하게 노동자들을 착취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당연히 그런 시대적 불의(不義)에 대해 앙심을 품고 계셨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자신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대신, 그 이상 세계 안에 포섭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철저히 응징을 가하고 맙니다.

물론 이것도 상상(想像)이긴 하지만 사랑이 강요된다는 측면에서 (가)가 염려하는 그것이 펼쳐질 가능성이 농후한 세상이기도 합니다.

다음은 이러한 해설을 바탕으로 작성된 예시답안입니다.

제시문 (나)는 사회의 이상적인 상태를 선정하는 유토피아 주의가 폭력적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유토피아라는 이상적인 상황에 대한 합리적-논리적 결론이 없는 데다가 경쟁적 위치에 있는 또 다른 유토피아보다 더욱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여타의 유토피아들은 폭력으로 제압되어야 한다.

나아가, 이 과정에서 지도자들은 전지전능한 유일신이 되어 독재와 독선마저 정당화하게 된다.

이러한 경고를 고려해보았을 때, 아버지가 꿈꾼 세상은 비록 소박한 형태라고는 하나 사랑이라는 하나의 가치만이 강요된다는 점에서 (가)의 염려가 그대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아버지의 유토피아는 서로를 사랑하는 세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상에 부합하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가혹한 폭력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세계를 완성하기 위해 누군가 절대적인 권력을 휘둘러야 하는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는 오히려 공포스러운 것이다.



⊙ 실전문제

이번주 문제는 2011학년도 연세대 모의논술문제 중 2번 문제입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문제이니 만큼 따로 여기 게재하지는 않겠습니다.

생글생글 250호와 251호에도 내용이 있으니 이 부분 참고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문제에 대한 학생글은 9월 5일(日)까지 sgsgnote@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대신 첨부파일을 이용하지 말아주세요. ) 글을 보내주신 모든 학생들에게는 친절한 해설서를 보내드립니다. 또한, 기초/중급/고급 논술교재나 지금까지 이 코너에 연재된 문제의 해설서가 따로 묶인 <생글 논술 첨삭노트 2010> 교재가 필요하신 분들도 메일주세요.

PDF파일로 보내드립니다.

글이든 교재 신청이든 메일을 보내주실 때는 학교/ 이름/ 주소/ 전화번호를 같이 써서 보내주세요.

<문제> 제시문 (라)에 나타난 염상진의 사고방식과 대비하여 제시문 (나)와 (다)에 나타난 일본과 '을'의 사고방식의 공통점을 설명하고,이를 바탕으로 한 사고방식의 입장에서 다른 사고방식의 한계를 논하시오. (900자 내외)


이용준 S · 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