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꾼' 대길이가 사례금을 다르게 받은 이유는?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18) 독점시장의 가격 차별
얼마 전 추노라는 드라마가 방영된 적이 있다.

추노꾼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도망친 노비를 찾아주며 사례금을 받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담은 드라마였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는 주인공 이대길(장혁 분)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노비를 찾아주고 사례금을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억척스러운 모습과 어린 시절 좋아했던 언년이를 잊지 못하는 지고지순한 순정 또한 갖고 있는 흥미로운 캐릭터로 기억에 남는다.

드라마 속 주인공인 대길이가 기억에 남는 또 한 가지 이유는 그의 거래 방식이 철저히 가격 차별에 입각한 거래 방식이라는 데 있다.

가격 차별(price discrimination)이란,수요자의 유형 또는 시장이 분리될 수 있을 경우,가격을 소비자에 따라 달리 받는 것을 말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 가격탄력성이 큰 시장에서는 싸게,가격탄력성이 작은 시장에서는 비싸게 판매함으로써 이윤 극대화를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

드라마 추노에서도 추노꾼 이대길은 노비를 찾아달라는 수요자가 권세 높은 집안의 양반이거나 재력을 갖고 있는 사람일 경우 사례금을 높게 책정한다.

반면,노비를 찾아달라는 수요자가 행색이 남루하거나 사정이 딱한 사람일 경우에는 사례금을 싸게 요구한다.

즉,동일한 노비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고도 사례금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부자에게는 높은 사례금을 요구하고,사례금에 민감한 가난한 사람에게는 낮은 사례금을 받는다.

드라마에서는 이 같은 거래 방식을 주인공 이대길이 매정한 듯 하지만 속정이 깊은 캐릭터라는 사실을 암시하기 위한 도구로 설정하였다.

하지만 경제학적 시각으로 본다면 이대길의 이 같은 가격 차별은 그에게 더 큰 이득을 가져다 줬을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대길이가 모든 사람에게 같은 사례금을 요구했을 때보다 의뢰한 사람의 사정을 고려하여 사례금에 차등을 둘 때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사례금에 민감할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사례금이 조금만 올라도 노비를 찾으려 들지 않을 것이다.

즉,사례금을 올리면 수요량이 급격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높은 가격을 요구할 경우 대길이의 수입은 오히려 감소할 것이다.

반면 부자들의 경우에는 가격 변화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소비자이다.

따라서 부자들은 사례금을 올린다 해도 노비를 찾으려 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요량이 크게 줄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가격을 올려 부르는 것이 수익을 더욱 늘리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더 탄력적인 수요자일수록 가격은 더 낮게 책정하고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덜 탄력적인 수요자일수록 가격을 더 높게 책정하는 것이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담고 있다.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18) 독점시장의 가격 차별
이러한 사실을 그래프를 통해서 확인해 보자.제시된 그래프는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상이한 두 그래프를 동시에 비교하기 위해 D2수요곡선을 180도 회전시킨 그래프이다.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D1의 수요곡선보다 D2의 수요곡선이 더욱 탄력적이다. 공급자가 자신의 의윤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한계비용(MC)과 한계수입(MR)이 일치하는 수준에서 공급량을 결정하면 된다.

주어진 그래프에서는 논의의 편의상 한계비용이 일정한 것으로 설정하였다.

먼저 D1 수요곡선의 경우 공급자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생산량은 MR1과 MC가 일치하는 수준인 Q1 수준이며,이때의 가격은 P1에 해당한다.

반면 D2 수요곡선의 경우 공급자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생산량은 MR2와 MC가 일치하는 수준인 Q2 수준이며,이때의 가격은 P2에 해당한다. 즉,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더 클 경우(D1) 상대적으로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작은 경우(D2)에 비해 더 낮은 가격을 설정하는 것이 이윤극대화를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가격 차별을 통한 이윤극대화는 시장 참여자 누구나 시행할 수 있는 가격전략은 아니다. 해당 시장의 공급자가 다음과 같은 특성들을 갖추고 있을 때만이 가격 차별 정책을 통한 이윤극대화를 달성할 수 있다.

첫째,판매자가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추노꾼 대길이 역시 장안에서 제일가는 추노꾼으로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었기에 가격 차별을 시행할 수 있었다.

극 중 좌의정 이경식은 수하들에게 송태하(오지호 분)를 잡아올 사람을 찾아오라 하자,"송태하를 잡아올 사람은 장안에 이대길이 말고는 없사옵니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는 이대길이 추노 시장에서 거의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공급자라는 사실을 짐작케 한다.

이처럼 가격 차별은 시장 가격에 판매자가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완전경쟁시장에서는 가격 차별이 시행될 수 없으며,공급자가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는 독점시장에서 시행될 수 있다.

둘째,수요자의 유형이나 시장이 확연히 구분될 수 있어야 한다. 버스요금이 학생과 성인에게 차등하여 부과하는 경우나,전력회사에서 가정용 전기요금과 사업용 전기요금을 차등하여 부과할 수 있는 것은 수요자의 유형이나 시장을 확연히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노꾼 이대길 역시 추노를 의뢰한 대상들이 확연히 구분되는 특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격 차별이 가능했다.

송태하를 반드시 잡아야 하고,막대한 부와 권력을 가진 좌의정 이경식은 이대길에게 지급할 사례금 가격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할 것이다. 즉,이경식의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덜 탄력적이다.

극 중에서도 추노꾼 이대길은 이러한 이경식에게 높은 사례금을 요구하고 결국 이경식이 이를 수락하여 거래가 성사된다.

이 밖에도 가격 차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확연히 구분된 시장 사이에서 상품이 재판매될 수 없어야 한다.

가격이 낮게 책정된 수요자가 상품을 구입해서 가격이 높게 책정된 수요자에게 다시 팔 수 있다면 가격 차별이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가격 차별을 통한 이익이 시장을 분리하기 위한 비용보다 커야 한다. 그래야만 가격 차별을 수행할 유인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조건들이 구비된 상황에서도 수요자의 유형별로 혹은 시장별로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상이하지 않을 경우에는 가격 차별을 시행할 유인이 없게 되어 가격 차별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가격 차별은 상이한 수요자나 시장 간에 상이한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갖고 있을 때 성립하게 된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할 때,가격 차별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공급자가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가격정책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수요자 역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차별화된 가격으로 제품이 공급될 경우 상대적으로 지불 능력이 좋은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비싼 가격으로 제품이 공급될 것이고,지불 능력이 적은 사람들에게는 싼 가격으로 제품이 공급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과정의 분배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또한,가격 차별을 수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제품 가격이 비싸 구매하지 않았을 사람들도,싼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해당 제품의 시장이 확대되고,생산량 증대로 인한 고용 창출과 국민소득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박정호 KDI 책임 전문원 aijen@kdi.re.kr